보통의 노을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2
이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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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6 - "엄마가 좀 평범한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는 것뿐이야."
"네가 생각하는 평범한 사람이 누군데? 아니, 평범함이 대체 뭔데?"

키 180의 허우대 좋은 열여덟 고등학생 최노을 군의 엄마 최지혜 씨는 서른넷이다.

남매처럼 지내는 성하는 엄마가 운영하는 악세사리 공방과 같은 상가의 중국요리집 둘째 딸. 성하의 열살 터울 오빠 훈남 박성빈 군이 5년이나 연정을 바친 상대는 최지혜 씨다.

복잡해지던 찰나 공부도 잘 하고 하얗게 사람 좋은 친구인 동우가 성하를 소개해달라 부탁하는데... 안 하면 오해를 사겠지?

청소년 소설 특유의 (배배 꼬이지 않은) 문장들의 직설적인 전개 속에서 우리가 소위 정상이라 주장하며 그리는 평범을 바라는 최노을 군이 맞닥뜨리는 상황들이 단 하나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그것이 하나하나 쌓여가는데도 무너지거나 일그러지지 않는다.

다만 우그러지는 것은 단지 주변인들의 기대값.

이 장르에 충실한 #happyeverafter 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의 여정이 이 시대 10대의 미덕으로 여겨지기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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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이 그랬어 트리플 1
박서련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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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4 <호르몬이 그랬어>
밖으로 나오니 벌써 해가 많이 기울어 있다. 무슨 놈의 밥을 그렇게 오랫동안 처먹었다.

미숙하기 위해서 그랬었나, 이 한 문장들을 위해서 그랬었나 궁금하던 차에 등장한 저자의 자전 에세이는 앞선 세 개의 단편소설이 오직 20대의 자신만이 쓸 수 있었던 작품이었음을 밝힌다.

그렇기에 작가로서는 돌아보고 톺아볼 수 밖에 없었던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그것은 어쩌면 나와는 아직은 상관이 없는 회고일지 모른다.

p34 <다시 바람은 그대 쪽으로>
안다고 믿어온 것이 나를 이따금 배신한다는 사실도.

지리멸렬했던 가족 덕에 그 어떤 새로운 만남도 반짝였던 시절, 그 시절이 결국 열등감의 표본실이 되어버린 것까지 다.

이 소설집이 작가의 중기로 넘어가는 중요한 기착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언젠가는 독자인 내게도 기억할 만한 지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한 문장처럼.

p95 <총>
아, 모두 당신을 만나기 위한 불행이었나 봐······ 라고.

#호르몬이그랬어 #박서련 #자음과모음 #자음과모음트리플시리즈 #한국소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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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아르테 미스터리 19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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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증정도서ㅣ44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 아시자와 요, 김은모 옮김

p71 <저주>
요컨대 이 여자는 저주를 믿고 싶은 것이다. '저주'를 전제로 삼아 시야가 좁아진 게 아니라 '저주'를 결론으로 삼고 싶은 것이다.

미스터리와 호러의 차이라면 이유의 유/무다. 그럴만한 원인이 있는지, 혹은 그런 대가를 치룰 정도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합의가 가능한지를 논하냐 마느냐의 문제.

여섯 연작의 화자는 작가 자신이다. 현실감을 극대화해서 긴장과 불안을 최고조로 끌어내는 #모큐멘터리 방식을 썼는데 #미쓰다신조 를 익히 아는 독자라면...

괴담을 쓰기 시작한 후로 친구와 동료, 한두 다리를 건너 이야기가 들어온다. 점쟁이의 경고를 무시한 연인, 남편과 아이에게 찾아온 '저주'를 호소하는 여성, 이사 후 임신한 부인에게 자신을 험담하는 옆집 여성...

결혼 후 시가에 들어가 살면서부터 꿈 속에서 집에 불이 나고 소사燒死 당하는 고통을 겪는 네일리스트와 이상하게 맑은 남편, 자취하는 집에 나타나는 여자아이의 혼령을 위령하고 사라진 친구.

p169 - "그 혼령과 연을 맺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람없이 말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가즈노리 씨도 뭐가 원인인지 상대에게 묻는 건 위험하고요."

그리고 이 다섯 사건(?)에 다리를 놓은 작가인 저자가 '선의'로 혼백의 안녕을 빌자 경고하는 노숙한 심령사 진나이 씨의 경고 앞에서... 이야기에 발을 들이고 저자와 함께 엮어나가던 독자는 ^쭈뼛^하고 살이 돋아난다.

다섯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며, 독자가 보지 못한 다른 복병을 마지막에 등장 시키지만 ㅎㅎ;;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럴만한 심판과 그걸 이루려는 혼령의 업보 다툼이 호러의 맥락에 어울리게 편입됐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 매듭에서 오라기 몇개가 풀린 듯했다.

2019년 서점대상 9위 도서. 직역하면 <불이 없는 곳에 연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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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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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9 <달에 울다>
빈집은 자꾸 늘 것이다. 그렇다고 나와 야에코 둘안 남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 말고도 이 분지에서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1988년에 발표된 이 중편소설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낙후되는 농촌, 고향, 가난했던 어린 시절, 기력이 쇠한 40대 남성, 한 여자, 환상(혹은 환영), 회귀 같은 공통점이 다른 이야기임에도 마치 거울에 비춘 듯 똑 닮아 보이게 만든다.

문체와 문장의 구성은 다분히 일본적이며, 구체적으로는 다분히 하이쿠俳句를 떠올리게 한다.

자연물의 계절감과 감정을 연결시켜 반보 정도의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뭉근하면서도 의뭉스런 접착들. 해설에서 굳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저자 마루야마 겐지가 시소설을 지향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에 나열한 키워드들이 1988년의 일본적 감수성으로 꿰인 남성 작가의 나르시시즘이 곁들인 이야기는 지금의 독자인 내게 호소력을 지니지는 못 한다.

자기 목소리라는 분지를 헤매는 메아리 같은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반대편에는 왠지 1996년의 영화 #쉘위댄스 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건너편이 더 끌린다.

#달에울다 #마루야마겐지 #한성례 #자음과모음 #일본소설 #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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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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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p318 - 순분은 눈물을 글썽이며 새댁의 손을 잡고 다독였다.
"걱정 마, 새댁. 아무 걱정 하지 마."

작은 마당을 둘러싼 우물집의 일곱 살 박은철과 안원이 만나서 서로의 삶을 조곤거리며 기웃거리던 60(혹은 70)년대. 두 가족의 평화와 일상이 사고와 사건으로 산산조각나고, 다시 이어붙이려 애쓰지만.

찢어진 살이 멀쩡하게 다시 생기가 오르더라도 여러갈래의 파편이 된 뼈가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려우듯이 삼벌레고개 우물집의 울음 자국도 깊이 패인 채로 주인만 바뀌었다.

가벼운 말로 이웃의 고통을 되씹던 순분이 아들의 사고로 고통의 손끝을 예민하게 느끼게 되고, 총명했던 새댁(효경)이 형사들에게 끌려간 남편의 시신에 바스러지게 만드는 일 년간의 파고.

견디는 것도 견디지 못한 것도 모두 우리의 일로 여기는 것이 작가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온당하게 요구하는 과제이며 책임임을.

#토우의집 #권여선 #자음과모음 #한국소설 #소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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