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거주불능 지구 - 한계치를 넘어 종말로 치닫는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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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 -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은 판타지 동화 수준의 착각이다.

지금 이대로의 소비와 사치, 낭비와 무분별한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다. 다만 그로인해 앞으로 30년 동안 최소 10억의 사람들이 재해와 재난에 무방비하게 죽을 것(p23)이고, 30년 후 바다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질 것(p163)이며, 기온 상승에 따른 정신질환과 자살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p208)이다. 2018년 비트코인 채굴로 인해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대서양 횡단 비행 100만번과 맞먹(p270)는다.

이 책에서 '기어이' 말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와 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에 가장 유의미한 해결책은 지구의 시스템이 현재 생태계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인간만 존재하는 것이다.

p228 - 오늘날 우리는 기후변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을 직접 경험하고 있음에도 동물에게 주의를 돌린다. 자신의 책임을 외면하는 대신 짧게나마 동물의 고통에 공감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중략) 안도감을 얻으려 한다.

전혀 에코스럽지 않은 에코백을 양산하고, 실소비와 상관없는 굿즈에 핑계를 대고, 사용하지 않는 옷과 가방을 쌓아두고, 텀블러를 열개씩 쟁여두지만 플라스틱 끈이 몸에 걸린 새와 거북이 사진과 작아진 빙붕을 보며 지구가 아프다고 살짝 하트를 누른다. 그러나 지구는 한번도 아픈 적이 없다.

즐거움과 쾌적함을 알아버린 인간은 어차피 포기할 수 없는데,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과 생태계 교란, 질병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는 이미 시작됐다. 이 책의 저자보다 비관적인 그룹에서는 기온 상승에 '가속도'가 붙을 거라는 의견도 내고있다.

앨 고어가 아닌 조지 부시를 선택한 미국과 자본주의, 성장을 앞두고 생산을 포기하지 못하는 BRICs(얼마만의 브릭스인가), 큰 정부들의 연합이 아니고선 해결이 요원한 기후변화 앞에서 최소한의 현상 유지도 버겁다.

솔직한 생각으로 *자유롭게 죽을 권리와 *산아 제한이 이루어지지 않을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인간의 모든 게 돈이며, 모든 돈은 오염의 대가다. 살짝 낙관적인 방향으로 끝맺는 결말이 무색하게 저자가 제시하는 모든 신호가 새빨갛다. 그런데 의심할 여지도 없다.

시원한 실내에 앉아 있으면 종종 죄책감을 느낀다. 이 냉기가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열사병의 원인이 맞다. 그런데도 갈수록 공포스러워지는 더위 앞에서 포기하기는 어렵다.

트위터, 유튜브, 넷플릭스 서버실에도 에어컨은 돌아가야 한다. 깨끗한 기술과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모든 걸 즐기며 경제가 발전하지 않는 세계를 끔찍하게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되돌리는 비용을 구하는 방법은 더욱 존재하기 어렵다.

#2050거주불능지구 #데이비드월러스웰즈 #theuninhabitableearth #davidwallacewells #청림출판 #추수밭 #newyorkmagazine #기후변화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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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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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인 Une fille comme ille를 번역하면 a girl like her..

뭄바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인기 데이팅 어플의 개발자 산지는 자신의 사업을 곱지 않게 보는 삼촌들의 방해를 피해 투자자를 찾기 위해 뉴욕을 방문하고, 신원 보증인으로는 (역시 다른 카스트 남성과의 사랑을 위협하는 오빠들을 피해 뉴욕으로 이주한) 고모 랄리를 찾는다.

랄리는 크리켓 유망주였지만 이민 후 맨해튼 고급 아파트의 수동 엘리베이터 승무원으로 일하는 디팍과 부부.

고모의 애정어린 노파심으로 산지는 플라자 호텔을 포기하고 고모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기로 하는데, 디팍의 교대 파트너 리베라가 *불의의 부상을 입는 바람에 산지는 바쁜 비지니스 와중 얼떨결에 임시 승무원이 된다.

아파트의 9층에서 아버지 브론슈타인 교수와 함께 거주하는 그녀, 클로이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로 다리를 잃었지만 배우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목소리 배우를 도전하는 길에 산지와 우연찮은 *여러 만남을 갖는데...

인도에서 와서 인도로 회귀하는 랄리&디팍 부부와 산지&클로이의 동선은 이야기 내내 배회하는 인종차별과 직업 편견에 휩싸인 미국 판타지의 종언을 선포하는 듯해서 로맨스라는 장르가 무색하게 날카로웠다.

제목의 '그녀'를 한국에선 '클로이'로 적었는데, 다소 완고하지만 따뜻하고 추진력 강한 고모 '랄리'를 중의적으로 지칭한다고 생각한다.

로맨스 특유의 갑작스런 전개와 뜬금없는 급회전에 갸우뚱도 했지만, 소설의 두 커플이 사회와 세대를 한 바퀴 잘 돌아나오며 닿은 결말은 기분을 한결 부드럽게 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 묘사와 클로이의 재활 과정, 일러스트도 이야기와 잘 어우러지지만 수직적인 건축물인 아파트로 사회의 구조를 은유하는 통찰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이 아파트에서 디팍은 수직으로만 다니지만 산지의 동선은 그렇지 않다는 건 몹시 은밀한 사인이었다.

p..s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이라는 상상을 여러번 하게 만드는 소설.

p.s. 로맨스에 익숙치 않은 저는 처음엔 클로이의 우당탕탕 살인 대작전인줄 알았지 뭐예요 😆

#그녀클로이 #마르크레비 #unefillecommeelle #marclevy #작가정신 #프랑스소설 #로맨스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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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읽는 시간 - 신비한 원소 사전
김병민 지음, 장홍제 감수 / 동아시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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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듐(Na)이 소금(NaCl)이 되니까 포타슘(K)은 감자가 되는 게 아닌 줄 알면서도 '꺄르르륵' 방정맞은 추론(!)을 자연스레 헤벌쭉 해버리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멘델레예프가 '그야말로' 이룩한 원소 주기율표의 역사와 규칙, 표기, 예언적 분포와 정보량의 세세한 내용까지 설명해준다.

전자와 껍질, 원소 특성과 표기의 규칙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지만 하나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거침없이 진도를 빼버리는 통에 화학이요 물리는 애진작에 인생에서 요절시킨 순수 문과 쭈구리는 하얀 건 종이요 검푸른 건 글씨일지니, 노출 사철 방식의 제본과 접이식 띠지를 주기율표 포스터로 활용하게 만들고선 읽는 내내 밥과 반찬마냥 서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이 디테일을 도서관 사서 분들이 굉장히 싫어하겠구나... 허나 소유욕을 자극하는 주기율표를 사전식 아카이브로 정리한 '원소 사전'은 118개 원소 주기율표의 구조 분석에서 느꼈던 곤란함을 일축하게 만들어준다.

하나의 학문적 경이가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의 누적과 화학이라는 학문이 통찰하는 기본 원리를 다 이해하기 위해선 한 번의 읽기나 기계적 독법만으로는 어렵겠으나, 이 표가 표징하는 세계가 아름답고 엄밀하게 조율되었다는 저자의 문구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변치 않는 원리를 부여잡고 응용의 수준까지 이르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지만 오늘(!)은 과학인들께 양보)

우리의 세계는 118개의 원소를 거쳐 파인만이 예측했다는 137번에 까지 이를 것인지, 그것이 과연 긍정할 수 있는 영역인지에 관해서는 의문을 던져본다.

#주기율표를읽는시간 #김병민 #장홍제 #신기한원소사전 #동아시아 #주기율표 #화학 #교양과학 일까? #과학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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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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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니 레이첼과 보낼 시간을 기대하며 닿은 집에서 노라가 발견한 것은 언니와 반려견의 참혹한 시신.

어린 시절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아버지를 겪었던 자매. 그리고 열일곱에 신원미상의 남성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던 언니.

폭력과 상실의 기억과 상처에도 불구하고 인정받는 간호사로 살며 그때 그 범인을 추적하던 언니 레이첼의 죽음.

언니와의 기억, 순간을 되새기며 범인을 찾는 노라의 관점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심리적인 혼란, 회상, 의심의 조각들을 재구성하며 추체험을 의도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지만, 범인을 찾는 미스터리와의 균형은 잘 맺지 못한다.

미스터리를 기대했다는 점에선 아쉽고, 심리 스릴러로 치기에는 다소 미지근하고 반전의 코드를 쓰지도 않는다. 추천사에서 유명 작가와 작품을 빗대서 설명하려는 의도가 빗나갔다.

저 사람, 저 상황이 오해를 받는 과정에서 독자가 자신의 해석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충분히 지렛대가 되어주느냐 하면... 설익은 접시를 받은 기분이다.

의도는 충분히 알겠으나, 충분히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범인을 마주한다. 중반의 심리문학적(?)인 군더더기를 줄이고 후반의 긴장에 더 힘을 써야 했다.

#레이첼의죽음으로부터 #플린베리 #작가정신 #undertheharrow #flynnberry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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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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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1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더 비관적으로 보이지, 너도 알잖니."​



무민은 캐릭터 제품이나 몇몇 캡처 장면으로만 보다가 막 태어나 엄마 무민을 졸졸 따라다니는 1945년도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민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는데, 클래식들이 그렇듯이 아포리즘의 매력이 곳곳에서 작동한다.



가족이 살 곳을 찾아 먼저 떠난 아빠 무민을 찾아 나서는 엄마 무민과 무민, 노정에서 만난 작은 동물과 툴리바.



홍수가 지나간 자리는 두 번의 대전을 겪은 당대 세계를, 보금자리를 찾아 길을 떠난 아빠 무인은 북유럽 개척민을 상징하는데 ㅡ 저자는 #크누트함순 의 #땅의혜택 이 남성 중심의 서사로 북유럽 개척 서사를 다루는 것과 달리 엄마 무민과 무민의 시선으로 오래 이어갈 이 여정의 시작을 보듬는다.



전후 세계를 온정과 직설(!!), 도움의 연대로 통과한다는 점에서 교훈주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지만, 거대한 균열을 무엇으로 극복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인상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무민 부부가 경칭을 사용하는 것이 원작의 뉘앙스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보이지 않는 영역을 주목한다는 점과 더불어 무민 세계의 가치관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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