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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스토리
리처드 파워스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2월
평점 :
p336
모두가 자본주의의 바다를 도토리 껍질 바가지로 퍼내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숲에 바치는 한편의 교향시 같다.
단어는 자연의 세밀화를 그리고 문장은 나무의 결을 타고 오른다. 숲의 땅밑에서 연결된 뿌리처럼 아홉 명의 주인공은 숲과 나무를 매개로 알게 모르게 이어지고 버티며 인간의 시감각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숲의 시계, 신비를 깨닫고 지키려 한다.
오랜 시간 자연에 천착해 왔다는 저자의 힘이 있다.
p365
오랜 시간에 걸쳐 위로 올라가며 하나의 위대한 개념이 완전히 새로운 가지로 갈라지는 것이다.
밤나무를 심은 호엘가를 시작으로 언어-청각장애를 지닌 산림학자 패트리샤, 감전으로 임사체험을 한 후 숲의 소리를 듣게 된 올리비아, 이민 중국인의 딸인 미미 등의 인물이 벌목으로 점점 사라져가는 숲을 지키기 위해서 벌이는 싸움은 하나의 깨달음인 동시에 씁쓸한 한계를 마주하게 만든다.
벌목의 위험에 처한 삼나무 숲의 고목 미마스, 벌목 반대 집회, 그리고 벌목 창고 방화와 죽음.
이야기는 인간의 분쟁이 영역을 넓히는 후반부터 그 질감이 침략에 의해 훼손 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이 세계에 저자가 던지는 경고의 연장선임을 충분히 알겠으나 숲과 자연스러움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게 해준 전반부를 자꾸만 생각나게 했다.
p193
그녀는 숲의 첫 번째 인간들의 단어를 사용해서 측백나무를 부른다.
"수명을 연장해주는 자. 내가 여기 있어. 이 아래에."
책의 제목(overstory)은 '삼림의 덮개를 형성하는 엽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인간의 사고를 벗어나는, 넘어가는 영역의 이야기'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넌지시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