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블랙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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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9 <지머랜드>
그날 오후에 나는 프로그램을 열 번 진행한다. 열 번 중 여덟 번 살해된다.

SF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흑인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 보다 선명해진다.

위험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 죄가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 낙인 찍힌 몸, 얼굴.

이번 의정부고 흑인 분장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가 치닫는다면 ㅡ 백인 아버지가 근거리 흑인을 무차별 살해하고도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핀켈스틴의5인 ), 흑인 살해가 방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등장하게( #지머랜드 ) 되리라는 이야기의 예측이 가상의 선을 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흑백논리, 흑색선전, 검은대륙 같은 단어에서 무엇이 뒤틀려있는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단어 순서를 바꾼 표제작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쇼핑몰 랠리가 주객이 전도된 자본주의 사회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카니발이라는 사실에도 접근하기 힘들지도.

우려했던 궤변을 넘어서 거꾸로 가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루에도 여러 번 죽는 작품 속 설정은 사실 그 자체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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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티튜트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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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권 p223
"루크, 네가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평생 가장 힘든 결정이었어. 죽음이 면전에서 나를 쳐다보고 죽음 저편에서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게 분명한데도 말이지."

전국에 있는 관계자를 통해 TP(텔레파시)와 TK(염력) 능력이 있는 아동들을 관찰하다가 가족은 살해하고 아이는 납치해서 검증과 실험을 하는 모종의 기관. 그리고 열두 살의 나이에 MIT와 에머슨 대학 동시 입학 허가를 받은 루크(루카스 엘리스).

정말 잘 쓴다. (번역본 기준) 두 권 분량의 스케일을 어쩜 이렇게 꾸준히 능숙하게 다루는지, 모든 지점이 날렵하다.

이 할아버지는 영화에서 드라마로 눈길을 돌리셨는지, 메인 주 깊숙한 곳에 위치한 기관에 잡혀 학대 수준의 실험을 당하는 아이들 각자의 캐릭터의 그물같은 관계와 1권 막바지에서 시작되는 루크의 눈물겨운 철로 위 탈출과정의 세세한 과정 어디를 줌인을 해야하는지 줌아웃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완급조절은 역시 탁월하신데다가, 절정에서 감정을 들어올리는 초월적인 묘사에선 그의 최근 소설과 영상작 중 가장 압권이었다.

아동 학대와 관련한 충격적인 장면들은 실존하는 폭력과 더불어 세대가 다음 세대로 무엇을 물려주고 있는지에 대한 은유를 동시에 담고 있는데, 가히 희망적이지는 않았다.

2권 p63
토니가 그의 허리를 잡고 셔츠를 올렸다. 위노나가 에이버리의 배꼽 바로 위에 전기봉을 대고 버튼을 눌렀다. 에이버리는 비명을 질렀다. 에이버리는 비명을 질렀다. 다리가 움찔거렸고...

한 아이를 인질로 잡고 도시의 평화를 유지했다는 우화를 떠올리게도 했는데, 어떤 시대와 어느 사회가 내세우던 제단 위 흠 없는 제물과 관련한 소아 희생으로 이어볼 수도 있다.

군더더기 없는 결말도 최근작 중 가장 깔끔했고, 추악한 사건과 끔찍한 장면을 가히 양산하는 작가임에도 루크와 에이버리, 루크와 모린, 루크와 매티, 루크와 팀의 만남에서 진지하게 보여주려한 희생과 회개, 인간애, 이타심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고 금세 울렁거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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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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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부통령이자 실세였던 딕 체니를 그린 영화 #vice 가 미국의 정치 권력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서 군수&석유 산업과 어떻게 연쇄적으로 작용하고 자본 부유층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 이 소설(?)은 미국의 중산층 청년이 마약과 전쟁을 통해서 인생을 어떻게 연쇄적로 폭력적인 PTSD의 제물로 바치는가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미국이 앓는 양극성 장애의 명백한 증거가 된다.

p192 - 상반신에서는 빠져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는 데다 5.56 탄환은 몸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몸 안 어디에 박혔을 거라는 추측만 할 수 있었다.

소설은 굉장한 속도로 [대학 중퇴, 입대, 결혼, 파병, 폭사, 마약, 폭사, 혼란, 퇴역, 이혼, 마약, 섹스, 마약, 섹스, 재결합, 섹스, 약, 약, 은행 강도, 약, 징징징, 섹, 약, 은행, 약, 은행, 약, 에밀리, 약, 섹, 징징징, 에밀리, 은행, 약, 에밀리, 에밀리와 마약] 진행되는데, 이 가독성은 전략적인 기술이기도 하겠지만 솔직하고 사실적인 회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 자극의 순환은 권태가 느껴질 정도로 일상적인 풍경이다.

p374 - 엄청난 양을 몸속에 찔러 넣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면서 양 날개를 천천히 펼쳤다. 우리는 구원받았다. 천사가 느낄 법한 기분을 만끽했다.

경험으로 추측되는 특정 소재의 반복과 나열은 동일하게 마약 중독자였던 #윌리엄버로스 의 *컷업(cut up)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어떤 수준 이상의 자극만이 날카로운 인상으로 선택 받는다. 그래서 '5060년대 비트 세대의 소설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정서는 저항이 아닌 자해에 가깝다.

p261 - 재수 없는 성격도 독보적이었다. 그래서 에밀리를 죽을 만큼 사랑했다.

제목인 '체리'는 전쟁에 처음 투입되는 미군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p.s. 🔞이 너무 당연할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주인공이 우리(?) 스파이디, #tomholland 라니... 아아, 네 예술의 순정을 바친 결단! 희생! (잘 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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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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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9 <끈>
거무스름한 끈 같은 것이 틈새로 비어져 나와 있었다. 뭔가, 굉장히 암시를 주는 느낌이었다. 영능력은 하나도 없지만,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너무 신경이 쓰였다.

*이사를 소재로 여섯 편의 연작이 얽혀 있다. #패닉룸 에 가까운 장소, 살인마가 살았던 방, 이삿짐을 싸며 찾은 나도 모르던 상자, 가정 폭력, 사고 흔적, 개인정보를 꼬치꼬치 캐묻는 관리인, 없어진 짐의 트라우마... 으어어어어...

다행히(?) 이사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지
읽으면서 #이야미스 라기엔 사소하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다룬 소재를 나열하니 께름칙하다.

월세 살이가 한구보다 비교적 흔한 일본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서도 #손없는날 부터 시작해서 매물 점검에 관한 세세한 팁이 찾으면 찾을 수록 나오고 성범죄와 관련된 괴담과 괴담보다 더 살풍경한 사건들은...

연륜있는 작가니만큼 불쾌감은 많이 억제하고 단편들이 이어지도록 사건과 인물의 교집합을 기술적으로 연결하는데 힘을 많이 썼다. 특히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독자 모르게 사고思考하는 인물을 전환해서 사건(!)의 다면성을 강조하는 데서 소설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맨끝 해설을 읽으라는 후면 문구는 #코끼리는생각하지마 라는 역설적인 트릭이기도 허다.

그러허다.

p.s. 옆집 조심하세요.

#이사 #마리유키코 #작가정신 #김은모 #미스터리 #일본소설 #추리소설 #장르소설 #8282 #2424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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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 나무는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었는가
케빈 홉스.데이비드 웨스트 지음, 티보 에렘 그림, 김효정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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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덕분으로 '글을 읽는 재미는 읽는 사람의 그래픽카드 성능에 따른다'는 트윗을 체험할 수 있었다. 소설 #오버스토리 에서 높이 솟아나는 #더글러스전나무 나 자주 보이는 #마호가니 , #마카다미아 와 다자란 #유칼립투스 , #회양목 #주목 을 이제 만난다.

p176 - 바나나는 나무가 아니다.

100가지 나무를 그림과 함께 백과사전식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던 지점은 '나무가 아닌' 바나나에 관한 것이었고, 지금 우리가 '생으로' 먹고 있는 노란 바나나는 1836년 자메이카 농장에서 발견된 돌연변이.

p207 - 반복적으로 들불에 시달리지만, 뿌리에서 다시 자라날 뿐 아니라 불꽃의 도움으로 흙 속에서 잠자던 씨앗의 딱딱한 껍질이 깨져 수분만 있으면 금방 싹을 틔울 수 있다. 이 나무는 결국 불에 탄 땅을 처음 되살리는 개척종 역할을 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나무는 세계 여성의 날 상징목인 위에 인용한 #은엽아카시아 Mimosa

p16 <회양목> - 천천히 성장하는 이 나무는 자연 서식지에서 자랄 때 가장 단단한 목재를 생산한다.

라틴어 학명과 함께 '(명백히) 중국에 있는 나무를 발견한 백인'의 이름을 붙인 사례(p195 손수건나무)나 유럽에서 시작해 중동, 북미,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남미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는 차례의 방향은 제국주의와 오리엔탈리즘이 깊게 깃든 학문의 역사로 보여 반갑지만은 않았다.

나무의 역사가 인간이 정의하는 '쓸모의 역사'라는 점에서, 그럼에도 나무의 자리가 절박할 정도로 사라지는 시대라서 무거운 마음이 들기도. 아, 이 책의 부제는 역으로도 성립한다. 이 거대한 희생과 영악한 착취는 읽다보면 은연 중에 깊숙히 찌른다.

'상록수' 대신 '늘푸른나무'라는 한글말을 쓴 번역가의 세심함엔 마음이 좋았다. 나도 앞으로 그리 바꿔 써야지, 훈훈... 좋다. 책장 안쪽에 넣어두지 않을 것 같다.

p.s. 모르는 나무가 이야기에 등장하면 그 자리에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늘 그 자리에 머무르기만 했는데 그래픽 카드가 업데이트 됐다.

#나무이야기 #케빈홉스 #데이비드웨스트 #티보에렘 #thestoryoftrees#한스미디어 #kevinhobbs #davidwest #thibaudherem #식물학 #나무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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