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블랙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p109 <지머랜드>
그날 오후에 나는 프로그램을 열 번 진행한다. 열 번 중 여덟 번 살해된다.

SF라는 렌즈를 통해서 보면 미국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흑인이 일상에서 겪어야 하는 고통이 보다 선명해진다.

위험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 죄가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 낙인 찍힌 몸, 얼굴.

이번 의정부고 흑인 분장의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가 치닫는다면 ㅡ 백인 아버지가 근거리 흑인을 무차별 살해하고도 정당성을 주장하거나( #핀켈스틴의5인 ), 흑인 살해가 방범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등장하게( #지머랜드 ) 되리라는 이야기의 예측이 가상의 선을 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흑백논리, 흑색선전, 검은대륙 같은 단어에서 무엇이 뒤틀려있는지 찾아내지 못한다면, 단어 순서를 바꾼 표제작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쇼핑몰 랠리가 주객이 전도된 자본주의 사회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카니발이라는 사실에도 접근하기 힘들지도.

우려했던 궤변을 넘어서 거꾸로 가는 현실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루에도 여러 번 죽는 작품 속 설정은 사실 그 자체로 현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