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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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p177 -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주를 풀려고 했군요. 제게 떠넘겨서."

괴기, 오컬트를 주로 다루는 출판사의 후지마는 갑자기 연락이 끊긴 작가 유미즈의 집에 찾아갔다가 두 눈과 가슴이 피칠갑이 된 시체를 발견한다.

함께 간 아르바이트 직원 이와다가 몰래 챙긴 원고를 받아 읽는 와중에 이와다로부터 어서 끝까지 읽으라는 다급한(!) 연락을 받는다. 그리고 똑같은 모습으로 이와다와 그의 부모까지 주검으로 발견되는데

p364 - 저주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전해진다. 내 의사나 감정과 상관없이 사람을 죽인다. 내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

소설은 불길한 저주를 맞닥뜨린 후지마와 저주로 끌어들이는 '그 소설 원고'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부모의 별거로 인한 학대 상황에 처한 중3 리호의 별명은 사다코. 호러, 괴기 소설을 좋아하는 리호의 1998년은 #링 이 한창 인기다. 도서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에 빠져들며 비슷한 관심을 가진 친구를 찾는 중에 유카리를 만나고 유카리가 쓴 저주인형 즈우노메 글을 읽는데...

괴기나 공포를 요한다면 #미쓰다신조 가 낫겠으나 ㅡ 정상(?) 가정에 대한 일본식 강박, #행운의편지 와 풍문, 인터넷을 떠도는 악의적 인신 공격, 악플 등에 관한 은유로 전체가 치밀하게 구상된 #사와무라이치 의 소설에 얘깃거리와 시사점이 많은 편이다.

기괴한 인형의 저주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도중에 벌어지는 가정폭력과 집착, 은폐된 청소년 학교 문제 등이 손에 잡힐 듯 현실적이라는 데서 일종의 메타 호러 픽쳐쇼가 펼쳐진다.

작가는 전작 #보기왕이온다 에 이어 이번에도 현실에서 결말을 맺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소구한다.

결국 업보는 돌아오니 댓글 조심. 답글 조심. 썼던 선플도 다시 보자.

#즈우노메인형 #아르테 #공포 #공포소설 #호러 #미스터리 #추리소설 #저주인형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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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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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p86 - "그 마음이 뭔지 언니도 아는 거겠지."

외진 곳에 위치한 해인 마을의 고등학생 민영과 진영이 마을을 떠나기 위해 대입을 위한 백일장 출전 경쟁을 하고, 소설가 지인 지우의 실종과 마지막 작품의 미스터리를 염려하고, 여성 피해자들이 입원하는 병원의 분수에 머리를 박고 숨이 끊어진 여성에게서 친구의 그림자를 느끼는 것. 엄마의 소설가 친구가 겪었다는 투병 생활과 망국의 옹주가 자신을 극구 부인하는 번민에서 존재를 감지하는 것.

무엇이 무엇의 소설이고 누가 누구에 의해 만들어진 인물인지 모르는, 서로를 비추기도 반사하기도 끌어안기도 하는 소설의 구조가 밝히는 것은 '여성은 연결'되어 있다는 결연한 증명이요, 선언이다.

조금 긴 단편의 길이와 단절된 인물들과 각자의 사연을 압축적이고 모호한 그리움으로 연결하는 방식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p105 - 문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다.

문득 2016년 이화여대 농성장에서 불렸던 #다시만난세계 가 떠올랐다.

#다정한유전 #강화길 #아르테 #아르테작은책 #한국소설 #페미니즘 #여성인권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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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 여섯 개의 세계
김초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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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p33 <최후의 라이오니> 김초엽
"이곳은 한때 불멸인들의 도시였습니다. 라이오니는 이곳에 살던 불멸인들의 복제였고, 동시에 결함 있는 복제였어요."

대다수가 예측하지 못한 오늘의 상황과 (묘연하게도) SF가 주목 받는 시점이 들어맞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가 없다.

앤솔로지 제목에서 (당연히) 알 수 있듯이 지금의 상황을 다루는 책이지만, 지금을 관통(정소연 김이환 배명훈)하기도 하고 로봇과 미래인을 통해 우리의 오늘을 은유(김초엽 듀나 이종산)하는 작품들도 있다.

p57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 듀나
우리는 고래 위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집을 세우고, 고래 등과 주변 바다에 농장을 만들고, 벗겨지는 등껍질을 엮어 보트를 만들 수도 있었다. 아이들을 낳고 교육하고 언젠가 다른 별과 통신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그 희망으로 우리는 3천 년을 버텼다.

우리의 결함(김초엽)이나 생의 터전(듀나), 이 상황에 대한 반작용(정소연 김이환)과 결과(배명훈), 불안(이종산) 등을 다루는 데서 '교훈을 얻는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ㅡ 아직 끝나지 않은 터널 어딘가에 있을 뿐이라는 상황 인식이 이 소설집을 지배한다.

(나 또한) 모든 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태도 와 생각의 방향을 점검하게 된다.

터널의 끝이 아니라 이 공간이 우리의 현장이자 미래일 수도 있다는, 혹은 애초에 우리가 유한한 공간 속에서 지켜야 할 균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스친다. 우리의 결함을 모른 채 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팬데믹 #김초엽 #듀나 #정소연 #김이환 #배명훈 #이종산 #문학과지성사 #앤솔로지 #sf소설 #한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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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의 궤적
리베카 로언호스 지음, 황소연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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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증정도서ㅣ 232
p339 - "너도 사냥꾼이야, 나처럼. 적의 피를 맛보고 싶은 거야. 적의 목이 네 턱 사이에서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싶은 거야."

*큰물*이라는 다섯 번째 세상을 끝낸 전지구적 재앙이 지나간 '여섯 번째 세상'에서 클랜 파워라고 불리는 전사의 영혼(능력)을 타고난 매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4부작 이야기 중 첫번째 책.

북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Navajo)족의 신화와 언어에 기반해 영혼의 능력이 계승된다.

갑작스레 쳐들어온 마법사 무리에게 할머니가 참혹한 죽음을 당하고 그 자리에서 매기는 각성한다. 마침 마법사를 쫓던 위대한 전사 '네이즈가니'가 매기를 도와 그들을 해치우고, 이후로 그들은 함께 지내며 수련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즈가니가 갑작스레 떠나고...

지역 주변으로 출몰하는 괴물을 처치하고 정체를 쫓는 매기는 그를 딸처럼 아끼는 타흐의 외손자이자 예쁘고 착한 치유술사 카이와 함께 움직이고 음모를 뚫고 나가는데...

디스토피아 판타지. 이야기를 읽다 보면 #nk제미신 의 #부서진대지 시리즈가 자꾸 생각이 나는데, 망해버린 세계의 서로 다른 양끝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처럼 서로 조응하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 책이 '18년 휴고, 네뷸러상 후보로 경쟁하던 상대가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3권인 #석조하늘 이었고, 수상은 제미신이 했다.

이야기가 멀리 가지는 않는다. 4부작이니 완급조절이겠거니 싶으면서도 주인공 배경 서사가 얇게 느껴지는 건 아쉽다.

번역되지 않은 두번째 책의 현지 평점이 더 높은 것은 기대가 되는 점. 이 소설을 읽으니 《석조 하늘》이 더욱 애타게 기다려지는 건 묘한 지점.

#천둥의궤적 #리베카로언호스 #trailoflightning #rebeccaroanhorse #황금가지 #나바호 #미국소설 #판타지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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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엔젤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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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전 은밀한 수사를 진행하던 중 자신을 대신해 죽은 동료의 복수로 다섯 명을 살해하고는 스스로 증발한 '진자이 아키라'에게 마약단속관 미즈키 쇼코가 접근한다.

완전한 평화로 이끄는 궁극의 마약이라는 '스노우 엔젤'의 출처와 공급선을 쫓으려 미즈키의 지원과 지령 하에 중국인 4세대 '슈 코젠'으로 신분을 위장한 진자이는 판매책 '이사'를 만나게 되고, 이사와 신뢰를 쌓아 수입책이자 기업형 마약상 하쿠류 노보루에게 접근하려 한다.

진자이에게 호의를 보이는 이사와 스노우 엔젤의 폭발적인 효능(!?)을 직접 경험하는 진자이, 약의 이탈 과정에서 꾼 꿈이 시리즈의 복선으로 발전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데.

작가의 장점과 단점 모두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마약 판매에서부터 인체에 작동하는 방식을 꼼꼼하게 짚어가면서 서사의 발전 과정과 박자를 맞춰나가니 읽는 도중에 끊기거나 흐름이 방해되는 경우는 없었으나, 매작품 반복되는 살짝 작위적인 영단어(!) 사용과 다소 어설픈 느낌으로 작동시키는 서술 트릭, 사건 속에서 굳이 버무려지는 정체 모를 로맨스의 향방은 난데없다.

제목의 언저리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종교적 메타포도 등장하는데, 여기저기 솟아있는 십자가를 손쉽게 마주하는 한국인의 눈에 보기엔 인물과 사건의 매개로 엮기엔 헐거워 보이지만 비교적 기독교적(!)이지 않은 일본에서는 신비감을 가질 수도 있는 듯하다.

이보다 먼저 나온 #데블인헤븐 과는 시리즈라니 이어서 읽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간지'를 갖고 싶어하는 낭만이 재등장한다면 다소 부담스럽겠다.

시리즈의 덩치에 의미를 부여한다.

#스노우엔젤 #가와이간지 #작가정신 #작정단5기 #작정단 #일본소설 #추리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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