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집이 대가를 치를 것이다
스테프 차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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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2 - 백인 여자 판사는 한정자에게 집행 유예 5년과 400시간의 지역사회 봉사, 500달러의 벌금형을 내렸다. 일주일 뒤, 그 판사는 한 남자에게 금고형 30일을 선고했다. 개를 발로 차고 때린 죄를 지었다고.

미리엄, 그레이스 자매의 엄마, 이본이 한인 마켓의 주차장에서 총격을 당한다. 이본의 한국 이름은 한정자.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두순자사건 의 그 두순자다.

에이바 매슈스는 동생 숀과 이모인 실라 할러웨이의 집에서 자란다. 사촌인 레이와 동갑인 에이바는 피아노에 재능있는 학생이었고 활기차면서도 영악한 데가 있는 학생. 이야기는 사촌 레이가 10년형을 마치고 출소한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두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과 일상, 일상과 사건이 서로 교차하다가 ㅡ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본이 피격당한다.

p394 - "당신들이 아무 노력도 없이 위로받으려고 하는 행동이죠. 뭔가 바꾸고 싶다면, 우린 놔두고 정말로 '뭔가'해 봐요."

소설은 인과응보, 눈에는 눈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듯하면서도 그 파장이 미치는 분명한 지점들, 이본의 두 딸과 에이바의 이모, 동생, 조카들을 두루 쫓아다닌다.

동시에 어디에서나 관찰하는 듯한 백인의 계층적 시선 – 언론, 판사, 경찰 – 의 무분별함은, 마치 무관한 듯 서사를 판단하는 내게도 미친다. 이민자의 나라에서 점거와 지배, 해방과 이주의 순서가 복합적으로 엮인 교차성에 관한 사변으로 읽히기도 하는데,

에이바의 동생 숀 매슈스가 소설의 끝에서 '뭔가'를 하라며 지르는 소리가 박력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이 사건이 끝나지 않고 여전히 가능해선 안 되는 방식으로 여전히 변주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의집이대가를치를것이다 #스테프차 #stephcha #이나경 #황금가지 #yourhousewillpay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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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송태욱 옮김 / 비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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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7 - 스케치북과 연필과 지우개를 천천히 손가방에 넣는 이치이의 손놀림을, 아유미 자신도 정리하는 손을 움직이며 보고 있었다. 이치이의 귓바퀴가 희미하게 불그스름해졌다.

심호흡 하듯이 숨을 여러번 깊게 내쉬면서 읽어야 했다.

데뷔작에서부터 이미 차원이 다른 역량과 깊이를 보여준 작가의 '17년도 작품.

한 집안 3대의 사람들이 나고 죽는 것, 죽음이라는 소실점을 향해 가는 사람들의 아득한 여정에서 하나하나 떨구는 삶의 기억들과 갖은 번거로움 들이 한데 뭉쳐있다.

훗카이도 에다루의 한 집안, 요네와 요네가 낳은 가즈에, 신지로, 에미코, 도모요 4남매와 신지로와 도요코 부부가 낳은 소에지마 아유미와 소에지마 하지메. 아유미의 친구인 목사의 아들 에토 이치이. 그리고 훗카이도 견 넷.

p474 - 대학생이던 아유미가 "난 아버지와 어머니를 돌볼 수 없으니까, 하지메, 잘 부탁해."라고 말했던 것을 하지메는 사십 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어도 아직 잊지 않고 있었다.

혼자서 태어나 자랄 수 없듯 서서히 죽어가는 길도 혼자일 수 없는, 그리고 혼자이길 바라지 않는 바람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다.

누가 먼저 점을 향할지, 누가 누구를 위하여 준비해야할 지 모를 아득한 순간을 위해 곁에 있자, 너무 멀어지지 말자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전 작인 #여름은오래그곳에남아 #우아한지어떤지모르는 과는 이야기의 결과 구조가 상당히 다른 작품이었다. 시간의 순서가 아닌 그때그때 있어야 할 순간들로 이어지는 소설이다.

p.s. 일본의 인구문제와 노년층에 대한 성찰도 중요한 화두로 다룬다.

#우리는모두집으로돌아간다 #光の犬 #마쓰이에마사시 #비채 #김영사 #일본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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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전하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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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성 작가들이 수상자의 대다수이냐면
작가가 될 뻔했던 남성들은 다행히 인터넷에 댓글이나 달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은 되도않는 나르시시즘에 빠져있거나요. 더욱이 이 상이 시작된 이후로 구매자 분포만 봐도 이 결과는 지극히 합리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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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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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92 <눈빛이 없어>
천천히 옥상을 둘러본 우재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면 읍내에 나가 술을 마시고, 조별 회식에도 빠지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이 도무지 이해 가지 않는다며 삶이라는 것이 원래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계속 이어지는 영화와도 같은 것이라면 지금 자신의 삶은 앞뒤가 잘려 나간 필름 낱장에 불과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고 말한 그가 놋쇠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김이 폴폴 올라오는 청주를 홀짝였다.

문장은 더없이 침착하고 견고하게 조직되어 있으며, 지나가는 시간이 사건의 형세 위에 더께가 되어 쌓이지 않도록 섬밀하게 매만진다.

소수자와 의료윤리(#그들을정원에남겨두었다 ), 낙태와 당사자성(#다른세계에서도 ), 경찰국가와 반공성(#라이파이 ), 탈북민과 지방병원(#부태복 ), 법조계 계급성(#컨프론테이션 ), 김용균 씨와 지방대학(#눈빛이없어 ), 5월 광주와 간호사(#너를따라가면 ), 교정시설의 음화(#참 )

희소한 전문직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본질에까지 질문을 던졌고, 던지는 지점과 이슈를 이야기로 지어 샅샅이 꿰어내는 관찰자로서의 조직력을 따라가다보면, 일종의 허탈감마저 든다.

p168 <컨프론테이션>
육욕이나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내포할 텐데, 그렇다면 사랑은 스스로를 얼마나 속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데 실패해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면서.

이현석 작가는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으로 처음 읽었는데, 이후 김ㅂㄱ 씨의 개인정보 사적활용 이슈 때 실명으로 sns계정을 만들어서 출판사와 담당자의 책임을 요구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첫 수록작이 환자의 정보를 사적인 블로그와 저작에 사용했던 다른 두 작가에 대한 비판이 일기 전에 쓰였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직업과 관심사, 창작 윤리에의 기준과 역할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을지 짐작케 한다.

소위 '젊은 작가군'에 속하는 작가 중 따로 애호하는 남성 작가는 없었는데, 이 책은 어떤 확신을 들게 만든다.

'질문 앞에 서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아름답다.', '새로운 계보의 리얼리즘을 촉발할 것'이라는 #조해진 #박민정 작가의 추천사에서 흔하디 흔한 주례사적 문구와는 무게가 다른 엄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추천 #추천도서 #추천 #이현석 #자음과모음 #자모단 #한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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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건너뛰기 트리플 2
은모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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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5 <쾌적한 한 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게이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런 순간을 위해 그는 몇 가지의 핑곗거리를 준비해두고 있었다. 이를테면...

세 편의 단편과 작가의 에세이, 평론가의 해설을 담은 트리플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다.

나는 둘째 편의 은우가 무성애자인지 게이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무성애자라는 단어가 뒤에 담긴 에세이와 해설에 쓰였지만 앞서 읽었을 때는 '마땅히' 은우가 게이로 읽혔기 때문인데, 새럼은 자기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듯하다.

그런데 그것도 말이 된다고요.

소비에 독특할 정도로 긍정적인 경호와 결혼식을 건너뛰고 살고있는 수미는 그의 다정함이 그런 돌발적인 소비와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는 하는데...

비슷한 사례가 주변에 있어서 몇몇의 얼굴을 경호에게 씌워봤다. 아무개, 아무개 형, 누구의 남편. 나는 돈 한푼에 긴장하는 부모를 겪은 수미와 가깝기에 그 복잡한 심경, 자신을 더 인색하게 만드는 듯한 주변인에게 느끼는 불편함과 열등감.

은모든 작가의 이야기엔 특유의 매끈한 전개가 있는 듯하다. 주변에 있는, 있을 만한 소재로 유연하게 흘러간다. 어쨌든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흘러가야 하니까, 그런 유연함.

깨지지 않을 정도의 분위기.

#트리플시리즈 는 계속 읽을 수 있을 듯하다. 첫번째 책인 #박서련 작가의 이야기들이 작가 초기의 작품들의 거친 면까지 담고 있어서 그런 의도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 의미는 아니었나 보다.(물론 초기작 탐구도 좋다)

내가 바라는 출판의 방향성과는 다르지만, 출퇴근이나 가벼운 산책에서도 읽을 정도의 분량으로 작가의 특색과 경향을 보여주는 시리즈.

p.s. 왠지 첫 주자였던 박서련 작가의 용기가 생각나기도 했고, 은모든 작가는 초록과 인연이신 듯.

#오프닝건너뛰기 #은모든 #박혜진 #자음과모음 #트리플 #한국소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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