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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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p192 <눈빛이 없어>
천천히 옥상을 둘러본 우재는 매일 출근하고, 퇴근하면 읍내에 나가 술을 마시고, 조별 회식에도 빠지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이 도무지 이해 가지 않는다며 삶이라는 것이 원래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계속 이어지는 영화와도 같은 것이라면 지금 자신의 삶은 앞뒤가 잘려 나간 필름 낱장에 불과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고 말한 그가 놋쇠 그릇을 두 손으로 받쳐 김이 폴폴 올라오는 청주를 홀짝였다.

문장은 더없이 침착하고 견고하게 조직되어 있으며, 지나가는 시간이 사건의 형세 위에 더께가 되어 쌓이지 않도록 섬밀하게 매만진다.

소수자와 의료윤리(#그들을정원에남겨두었다 ), 낙태와 당사자성(#다른세계에서도 ), 경찰국가와 반공성(#라이파이 ), 탈북민과 지방병원(#부태복 ), 법조계 계급성(#컨프론테이션 ), 김용균 씨와 지방대학(#눈빛이없어 ), 5월 광주와 간호사(#너를따라가면 ), 교정시설의 음화(#참 )

희소한 전문직에 있으면서도 우리의 본질에까지 질문을 던졌고, 던지는 지점과 이슈를 이야기로 지어 샅샅이 꿰어내는 관찰자로서의 조직력을 따라가다보면, 일종의 허탈감마저 든다.

p168 <컨프론테이션>
육욕이나 다른 선택의 가능성을 내포할 텐데, 그렇다면 사랑은 스스로를 얼마나 속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데 실패해온 것은 아닌지 자문하면서.

이현석 작가는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으로 처음 읽었는데, 이후 김ㅂㄱ 씨의 개인정보 사적활용 이슈 때 실명으로 sns계정을 만들어서 출판사와 담당자의 책임을 요구했던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첫 수록작이 환자의 정보를 사적인 블로그와 저작에 사용했던 다른 두 작가에 대한 비판이 일기 전에 쓰였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의 직업과 관심사, 창작 윤리에의 기준과 역할을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을지 짐작케 한다.

소위 '젊은 작가군'에 속하는 작가 중 따로 애호하는 남성 작가는 없었는데, 이 책은 어떤 확신을 들게 만든다.

'질문 앞에 서게 한다는 점에서 놀랍도록 아름답다.', '새로운 계보의 리얼리즘을 촉발할 것'이라는 #조해진 #박민정 작가의 추천사에서 흔하디 흔한 주례사적 문구와는 무게가 다른 엄정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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