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케미스트리 2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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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68 - "감자 껍질에는 글리코알칼로이드가 가득합니다. 파괴할 수 없는 독소죠. 굽거나 튀겨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자에도 독이 들었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는 사방에 위헣시 널려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을 수 있습니다. 위험에 대처하는 최고의 방안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존중하는 겁니다."
그녀는 칼을 들고서 덧붙였다.
"위험을 처리해보십시오."

정말 오랜만에 파죽지세로 몰아가는 소설을 읽었다. 얼마만인지 찾아보니 작년 10월에 읽은 #박완서 작가의 #도시의흉년 이후로 처음.

매들린을 홀로 키우는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가 딸 매드의 학교 짝꿍의 아버지이자 방송국 pd인 월터에게 그 맛과 영양을 인정받은 '화학적 도시락'을 통해 요리 방송의 진행을 맡게 되고, 특유의 직설적이고 도전적이며 진지한 멘트를 통해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으며 승승장구한다.

물론 어떻게든 능력있는 여성을 멋대로 휘두르려는 ✌남자✌들의 가스라이팅을 뚫고서.

저자의 자전적 경험을 통해 특별히 조명되는 분야는 학계, 미디어, 종교.

성별에 따른 지적 능력의 차등을 의심 않는 과학계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성상을 포기 않는 미디어,
말을 하면 입만 아프고 손가락만 귀찮은 종교계.

소설의 배경인 '50년대를 반추하지 않아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오만가지 조작된 '정상성'의 망령은 마치 감자를 포대로 까보면 늘상 있는 글리코알칼로이드 꼬다리 같은 것이라 늘 신경을 세우고 처리해야만 하는 피곤한 존재이지만, 어쨌든 감자를 포기할 순 없지 🤷‍♂️

그나저나 엘리자베스는 추방당한 과학자, 미혼모 같은 딱지만 붙었으나, 한국이었다면 어땠을지 생각하게 된다. 🔥오... 하지 말자.🔥

인용면에서처럼 엘리자베스는 주변의 잔가지들은 단호하게 차단하거나 배제시킨다. 우선순위, 가장 중요한 목표와 가능한 자원을 구별해낼 수 있는 논리적 과정을 완성시킨다.

결말에서 엘리자베스에게 찾아오는 선물 세트는 반가우면서도 사알짝... 아주 살짝... '우리 회장님 아버지는 왜 아직도 날 안 찾아오시나'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소설이 첫 장면에서 이미 요리 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해서 마치 추리소설처럼 사건과 사건이 치밀하게 호응하며 읽힐 수 있도록 만드는 작가의 구성 능력과도 맞닿는 지점.

사건과 사건, 사건의 조각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균일하게 모여든다. 이 소설이 재빠르게 흥행과 판권 경쟁의 세례를 받게 된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어서 빨리 드라마가 완성 되고 흥행해서 페미니즘의 기본값, 아주 몹시 매우 기본값이 되는 상태에 관하여 논쟁을 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p85 - "그럼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평등해지기 위해 특별해져야 한다면... 여전히 뒷맛이 쓰다.

p.s. ebs의 #건축탐구집 을 보면 아직도 부인의 공간은 부엌, 남편의 공간은 서재다. 대부붇의 에피소드에서 전혀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이 전근대적인 차별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이 잘못한 세계라니 🤦‍♂️ 이 슈밥바비빔밥들아 설거지나 제대로 하렴.

#레슨인케미스트리 #레슨인케미스트리2 #보니가머스 #심연희 #lessonsinchemistry #bonniegarmus #다산책방 #다산북스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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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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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디자인만큼 '쨍'하다.

'50년대 미국의 화학계에서 어렵사리 석사 학위를 받은 재능있는 여성 #엘리자베스조트 는 캘리포니아의 헤이스팅스 연구소에 간신히 취업을 하지만 학계와 산업계의 전반적인 여성차별과 착취, 희롱에 매일매일이 (읽기만 해도) 징글징글하다.

같은 연구소의 #캘빈에번스 는 약간 또라이 같은데도 능력껏 자기 연구 성과도 올리고 간섭받지 않는 연구실도 제공 받는데...

소설의 1권은 얼리자베스 조트가 이 둘의 로맨스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긴급하게 동거와 장례식(!?)과 엘리자베스의 임신으로 직진한다.

여성 과학자의 연구는 쓸모가 없고 연애는 성과를 훔치기 위한 꼬리치는 작업이며, 규정과 법을 무시하고 후려쳐도 되는 대상이라고 여기는 개도라이들도 쉴새없이 등장한다.

어쨌든 그래서 태어난 매드 조트와 엘리자베스의 난데없는 TV 요리쇼 출연까지.

#roevswade 판결이 뒤엎어진 부조리하고 역겨운 시기에 읽는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 질주하는 이야기 자체가 이런 상황을 긍부정 상관없이 빠르게 무시하고 지나쳐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조트의 심정을 은유하는 것만 같았다. 나라도 나에게 쿨해져야 버틸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더불어 캘빈을 통해 소개되고 배우게 되는 '조정'이 이 소설에 부치는 의미가 남다르다.

p276 - "조정도 육아도 인내심과 지구력, 힘과 헌신이 필요하니까요. 우리가 어디로 가게 될지 보지 못한다는 것도 그래요. 오로지 우리가 어디까지 왔나만 볼 수 있죠."

#레슨인케미스트리 #레슨인케미스트리1 #보니가머스 #심엲디 #bonniegarmus #lessonsinchemistry #다산북스 #다산책방 #미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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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 미군정기 윤박 교수 살해 사건에 얽힌 세 명의 여성 용의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1
한정현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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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p77 - "다 듣지는 못했지만, 얼핏 듣기로 선주혜 씨가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내가 아무리 빨갱이로 낙인찍혀 남조선에서 살 수 없게 된다해도 너에게 몸을 바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협박으로 몇 명의 조선 여인들을 죽게 한 것이냐'라고요."

작가의 전작인 #나를마릴린먼로라고하자 와 이어진 소설로 읽었다.. 그리고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생존자와 떠난 자를 성(性)과 이름을 교차하여 드러낸다.

남은 자는 떠난 자의 이름을 지고 살아가지만, 소설에서도 말했던 바(p182) 낙관, 세계는 더디더라도 진보한다는 낙관을 심어놓는다.

미군정기 남조선 첫 선거날, 여성 유권자를 후려치는 조선남의 폭력에서 시작한 소설은 여성 검안의 연가성(연가희)이 문학 교수 윤박의 살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진의를 드러낸다.

여성 셋(윤선자, 선주혜, 현초의)이 용의자로 지목되지만 사실 범인은 미군.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남성 권력자의 폭력 피해자를 악마화하는 부조리와 미군정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조작이 겹친 데서 소설은 시작한다.

이 소설이 추리소설의 면모를 띄는 것은 이 이면에서 벌어진 진상이 무엇이냐를 조사하는 것이 하나요, 검안의 연가성과 친우(?)인 권운서의 관계와 더불어 이들에게 내재한 성평등주의와 소수자성이 역사에서 왜 배제되는가를 구조적으로 쌓아내는 것이 둘째다.

미군정기라는 혼란한 시기에 식민지 잔재, 성불평등, 소수자 혐오, 극우독재 정권의 정치성 등의 틈바구니에서도 말려죽이지 못한, 살아 숨쉬고자 하는 생명력, 어떤 순간의 제스쳐들.

결국 이 땅을 떠나야만 가능했던 것들이기도 함을 보여주는 (한정현의 여러 소설들의) 결말부는 사실 #광장 보다 절박한 존재의 증언으로 들린다.

불확실하지만 한번이라도 자유롭게 살아보고자 하는 선택을 포기하지 않는 낙관.

p.s. 베란다 청소를 하며 배수구를 봤는데, 폭우 때 위층에서부터 쏟아지는 이것저것이 통과하면서 뭐가 틈새에 쌓였는지 더운 날씨가 겹쳐 싹이 자라고 있었다. 소설의 끝에 이게 생각이 났다.

#마고 #미군정기윤박교수살해사건에얽힌세명의여성용의자 #한정현 #아키비스트 #현대문학 #현대문학핀시리즈 #핀시리즈 #한국소설 #퀴어문학 #퀴어소설 #퀴어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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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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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1952년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

딸은 엄마의 재혼을 적극적으로 반대하여 망치고
엄마는 딸의 결혼을 방관함으로 불행을 방치한다.

생활은 언어로 표현하자면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인 애증의 가족관계...

구조적인 대비가 빼어나지만, 추리 소설 특유의 심리적 밀실(협소한 인간관계)이 작동하고, 이것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이 있다.

더욱이 미혼의 한남인 내가 모두 이해하기엔 한계도 있고.

홀로 딸 세라를 키운 앤 프렌티스는 세라가 스위스로 스키여행을 떠난 사이에 리처드 콜드필트와 약혼을 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세라는 리처드에게 강하게 반발하고 앤의 재혼은 무산된다.

세라는 나이가 한참 많은 로렌스 스틴의 청혼을 받고 앤에게 넌지시 의견을 묻는다. 앤의 대답은 '결혼은 네 책임'.

서로의 간섭과 무관심이 일으킨 불행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결말부의 다툼이 압권이다.

다행히 세라의 대모이자 앤의 멘토인 데임 로라와 앤과 세라를 오래 지켜온 가정부 이디스가 관찰자이자 냉감과 온감을 오가는 적절한 조언으로 소설의 예감과 온당한 결론으로 이끈다.

문제는 지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듯하다. 종종 고통스럽지만 경험과 시간의 힘은 늘 압도한다.

#딸은딸이다 #adaughtersadaughter #애거사크리스티 #애거서크리스티 #agathachristie #공경희 #포레 #문학동네 #심리소설 #영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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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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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어떤 비극도 살아있는 삶을 이기지 못한다.

p530 - "작별 인사를 하면 못 떠나, 비올레트. 기차역에서 나와 부둥켜 안고 작별할 수 있겠어?"

위탁 가정을 전전하다 필리프 투생을 만나 열아홉에 딸 레오닌을 낳고 건널목 지기를 하던 비올레트는 아이를 잃는다.

천상 오입쟁이인 남편을 견디고 생활을 꾸리며 셀리나, 스테파니, 사샤 같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아이를 잃었다.

사샤의 뒤를 이어 아이가 묻힌 묘지의 묘지지기가 된 비올레트의 일상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어린 비올레트가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잃고 터전을 옮기고 남편이 떠나고 새 연인을 만나고 연인의 어머니의 변곡점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묘지는 비극과 죽음의 장소인 동시에 새로운 관계가 태어나고, 고통받고 고통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에 공명하며 위로와 내일을 바라게 만드는 재생의 장소로 정의된다.

누구의 삶도 이유없이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나는 새로운 날들로 보여준다.

다소 역설적인 메세지는 소설을 현재(묘지지기)에서 과거를 오가는 역설적인 구성으로 진행시킨다. 그리하여 현재에는 완결된 사건들이 과거 시점에선 호기심을 일으키며 추리소설 같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비올레트가 겪는 비극들의 원인이나 결론과 그 구성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각자 비극의 고통을 지나며 살아내며 살아지는 삶이야말로 이 소설의 빛나는 조각 조각들이다.

우리는 서로 전혀 모르는 것 같지만, 아직 알지 못한 곳에서 같은 곳을 지나왔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 닫을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심지어 기억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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