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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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ㅣ증정도서ㅣ

어떤 비극도 살아있는 삶을 이기지 못한다.

p530 - "작별 인사를 하면 못 떠나, 비올레트. 기차역에서 나와 부둥켜 안고 작별할 수 있겠어?"

위탁 가정을 전전하다 필리프 투생을 만나 열아홉에 딸 레오닌을 낳고 건널목 지기를 하던 비올레트는 아이를 잃는다.

천상 오입쟁이인 남편을 견디고 생활을 꾸리며 셀리나, 스테파니, 사샤 같은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아이를 잃었다.

사샤의 뒤를 이어 아이가 묻힌 묘지의 묘지지기가 된 비올레트의 일상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어린 비올레트가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낳고 잃고 터전을 옮기고 남편이 떠나고 새 연인을 만나고 연인의 어머니의 변곡점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묘지는 비극과 죽음의 장소인 동시에 새로운 관계가 태어나고, 고통받고 고통받은 사람들이 서로의 고통에 공명하며 위로와 내일을 바라게 만드는 재생의 장소로 정의된다.

누구의 삶도 이유없이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나는 새로운 날들로 보여준다.

다소 역설적인 메세지는 소설을 현재(묘지지기)에서 과거를 오가는 역설적인 구성으로 진행시킨다. 그리하여 현재에는 완결된 사건들이 과거 시점에선 호기심을 일으키며 추리소설 같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하는데... 비올레트가 겪는 비극들의 원인이나 결론과 그 구성이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각자 비극의 고통을 지나며 살아내며 살아지는 삶이야말로 이 소설의 빛나는 조각 조각들이다.

우리는 서로 전혀 모르는 것 같지만, 아직 알지 못한 곳에서 같은 곳을 지나왔다. 살아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 닫을 수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심지어 기억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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