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일록의 아이들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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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이케이도 준의 초기 연작집으로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에 근무하는 은행원들이 겪는 보신주의와 조직 제일주의 등등을 다루는데... 2007년에 나왔다가 절판된 #은행원니시키씨의행방 의 복간판이라는 건 수록된 열편의 이야기 중 두번째 편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찾아보니 내가 읽은 건 '19년 6월.

이때는 이케이도 준의 흥행작 #한자와나오키 1권이 #인플루엔셜 에서 나오기 직전.

처음 읽었을 땐 은행 내 여러 문제, 승진에의 초조함, 횡령, 은폐, 페이퍼 컴퍼니, 위장 대출 등등의 문제에 관한 소설로만 읽었는데, 이제 보니 이건 작가의 #은행혐오 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발성 소설집이다.

은행 지점의 핵심 업무는 영업이고, 실적 압박으로 인해 악성 정신질환에 빠진 엔도의 에피소드 #시소게임 을 읽으니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돈을 다루는 직종이니 기계적인 절차 엄수에 고개를 끄덕일 만한 구석이 없진 않지만... 하여간 읽는 나도 이렇게 질리는데 (전직 은행원인) 작가는 얼마나 복잡한 심사였을까.

이렇게 열 개의 이야기를 써놓고도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만 다섯 권에, #루스벨트게임 과 #일곱개의회의 에도 은행이 등장하고, #변두리로켓 시리즈도 전혀 무관하지 않는데... 돌고 돌아 이 초기작을 읽으니 작가가 은행에 느끼는 이 징글징글한 보수성에 나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요새 #도박중독자의가족 을 보면서 인간의 끔찍한 면을 굳이 재확인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경마'가 등장한다. 아무리 절차를 중시해도 망가져가는 인간에게 방법은 있고, 어느 정도는 조직이 의도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방치한 문제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하늘을나는타이어 도 복간될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 이케이도 준의 최고작. 꼭 읽어보시라.

p.s. 정말 은행 싫어하는 게... 이제야 보인다. 징그럽고 지긋지긋한, 사람 잡는 돈벌레 같은 느낌으로.

#샤일록의아이들 #이케이도준 #ikeidojun #민경욱 #일본소설 #기업소설 #은행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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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1
우오토 지음, 하성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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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게오르그루카치 <소설의 이론> p27
별이 총총한 하늘이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들의 지도인 시대, 별빛이 그 길들을 훤히 밝혀주는 시대는 복되도다.

지동설을 주장했던 당대의 학자들이 모두 이런 가혹한 고문과 살해 위협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핵심을 파고들기를 고민하지 않았던 #케플러 는 평생을 가난에 시달려야 했다.

12세의 라파우가 지동설에 매혹될 수밖에 없게 만든 진리라는 아름다움.

다소 거친 그림체와 선악을 가로지르기 위해 가학성을 사용하는 방식이 불편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결말에 뒤통수가 얼얼하면서도 루카치의 유명한 저 문장이 떠올랐다.

진리의 열망이 자신의 발자국을 선명하게 밝히는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거부할 수 있을까.

#지구의운동에대하여 #우오토 #하성호 #문학동네 #문학동네코믹스 #일본만화 #과학만화 #지동설 #만화책 #만화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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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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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p16 - 모든 게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소도시가 지나치게 더럽고 어두웠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곳의 거리들은 뒤틀린 채 서로 포개져 있었고, 발효되어 끓어오르는 친밀함이 남긴 부패한 찌꺼기에 단단히 휘감겨 있었다.

시나 음악은 시작부터 찬란하게 솟아오를 수 있으나, 소설의 그것은 드러나기를 기다려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이룰지 헤매기를 주저하지 않고 글자 사이의 길을 건너다 보면 예리하게 뻗쳐나온 문틈의 빛이 그 길이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이 건네는 찬란함이 여기 있다.

의도적으로 왜곡된 길을 따라가다 멈칫하게 됐던 두 지점 (라티프의 플리머스 도착과 살레 오마르가 이 이야기의 끝에서 분명 미소 지으며 했던 생각) 앞에서 돌아보면, 이 이야기는 줄곧 식민지 역사의 시민과 난민, 이방인과 아프리카 무슬림 흑인의 정체성을 줄곧 직시하며 진행됐다.

p388 - 나는 우리의 법률을 신뢰하지 않았고 내 인생에서 더이상의 소란은 감당해낼 힘이 없었으므로

무엇보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문을 열고 닫을 때의 우아함, 솔직함을 두루 보여준다. 그래서 인물의 종교적 태도뿐만 아니라 종교 경전의 플롯이 소설 전반에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읽을 수 있었고, 이 또한 다분히 의도된 구성이라고 여길 있도록 만든다.

역자도 밝혔듯이 번역의 어려움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독자가 느끼는 읽기의 어려움은 역자의 다시쓰기의 어려움과 직결되는 동시에 작가의 써서 밝혀내기의 어려움인데 이를 증명하는 소설이다. (정말 깊은 고생이 느껴진다.)

아프리카와 잔지바르, 영국(유럽)의 관계를 전보다 입체적으로 생각하도록 인도한다.

#바닷가에서 #bythesea #압둘라자크구르나 #abdulrazakgurnah #황유원 #문학동네 #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 #세계문학전집 #영국소설 #식민지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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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 편 가르기 시대 휘둘리지 않는 유권자를 위한 정당정치 안내서
에즈라 클라인 지음, 황성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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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왜냐하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정책 로드맵이나 상호 복합적인 비전 자체가 불분명한 후보를, 역시 근거가 불분명한 분노와 계량할 명분도 없는 가ㆍ상ㆍ의ㆍ부ㆍ동ㆍ산 수익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에 그들을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다.

속았기 때문에 병사 봉급도 복무기간 단축도 깨지고 명분도 없는 집무실 이전에 한강 다리만 막히는 것이다.

여기에 쓸 말은 아니지만, 부동산도 경기가 좋아야 오르는 거고 심지어 미국 금리도 따져야 하는 건데 도대체 뭘 기대하고 뽑았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알아서 하겠지.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난 그런 대출은 없다.
코인도 안 한다.

p158 - 결국에는 누군가가 나타나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주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2016년에 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정치인이 2020년 혹은 2024년에 그렇게 했을 것이다. 압력은 계속 쌓일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의 양당 체제에서 지지자들이 왜 양극화 되는지와 계속해서 양극화 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부추기는 정치인ㆍ미디어ㆍ언론 환경과 인구(인종)구조 변화에 주목한다.

집필 당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지금은 좋겠네요)

지지자가 양극화 되고, 선거구에서 자기 진영의 색을 진하게 띨 수록 후원금이 많이 걷히고 지지세가 강해진다는 점, 정치적 관습을 어겨도 지탄받지 않았던 (오바마 후반기 대법관 추전을 거부한 공화당 상원의장) 사례를 통해 극단화의 양상을 요약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진보, 그러니까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상당히 왼쪽이다. 그렇기 때문에 늘어나는 이민자와 비백인 인구의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다양성으로 지지세를 확장하는 민주당의 방향을 공화당(백인 기독교 타겟)의 그것보다 높이, 그리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물론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msnbc와 cnn 같은 언론사가 부재한 한국 땅에 발붙이고 사는 나는...)

저자는 정책도 이성도 '분노'와 '소속감'을 이길 수 없음을 트럼프 당선과 이를 해석해주는 사례 실험으로 보여준다.

유럽의 다당제보다 양당제가 낫다는 (의료보험도 복지도 뒤처지고 양극화가 더 심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주장이 석연치 않지만, 정치 구조가 상당히 닮은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한 곳이 상당히 많다.

물론 우리는 nyt나 wp, msnbc 등이 없지만.
(폭스와 그 종편 채널들을 비교할 수도 없다)

저자는 (당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주의였지만, 나는 좀 비관적이다. 아직도 60대 이상에선 518이나 1987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잔혹한 폭력에 희생됐는지 관심조차 없는 사람이 태반이며, 내 나이대의 사람들도 상당수가 그러하다.

그리고 돈, 돈, 돈. 집, 아파트, 부동산, 재개발.
당장 자녀의 교육 복지, 양친의 노후 질병에 대한 답도 없는데 그랬다.

집무실 이전하고 출퇴근 난리라고 하니 "대통령은 퇴근하면 안 돼?"라는 대답도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p.s. 뭐 알아서들 잘 살아라. 내가 책임질 애가 있기를 해, 엄청난 빚이 있기를 해, 양친이 연금이 없기를 해. 나는 망해도 나 하나 죽으면 그만인데, 뭘.

#우리는왜서로를미워하는가 #에즈라클라인 #황성연 #whywerepolarized #ezraklein #윌북 #정치 #대중정치 #미국정치 #양당제 #정치사회 #정치사 #미국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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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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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4 - 다 잘되자고 그런 거였어! 한 사람이라도 현실적이어야 하잖아! 신경쓸 자식들이 있었잖아.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렇게 처신한 것이 아니었다.

명불허전.

변호사 로드니 스쿠다무어와 결혼한 조앤은 세 아이를 키워 독립시킨 뒤 중상류층의 안락한 삶을 살던 중 세 번 결혼하고 자진해서 아이의 양육권도 내던지고 사는 고교 동창 블란치와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p26 - "조앤, 문제는 네가 죄인이 아니라는 점이야. 그러니까 넌 그 기도와도 연이 없어."

자신에 비하면 부정해 보이기까지 한 블란치는 편안한 생활을 즐기는 조앤의 삶이 과연 아무렇지 않아서(?)인지를 슬며시 지적하고, 이는 조앤의 삶에 작은 파동이 되는데...

p25 -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마침 바그다드에 사는 셋째 딸 바버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폭우로 기차가 지연되며 인도의 숙소에 발이 묶이게 되고, 블란치의 말에서 시작된 삶의 되새김질을 하면서 서스펜스가 시작한다.

농사를 짓고 싶은 남편의 바람을 뭉갠 것, 아들 진로를 반대한 것, 딸의 연애를 후려친 것, 친구들을 비하하고 고용인들을 인간이 아닌 용도로 대한 것 등.

본인이 옳다는 생각에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고 외면했던 행각이 조앤의 머리속을 휘젓는다.

가족들이 각기 가진 싹이 움트는 '봄'같은 시간에 자신은 완전히 참여하지 못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자신의 기준으로 횡포를 부린 것이다. 기억해야 할 봄, 그래서 다시 돌아올 '봄'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

물론 피상적인 현모양처 역할을 강조하던 빅토리아 시대 여성상의 문제가 명백한 것을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동시에 노동하는 여성, 자유로운 여성, 스스로 결정하는 여성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조앤의 깨달음을 돕는 것도.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조앤의 내적 변화를 대하는 가족들 각각의 입장이다. 살인도 어떤 범죄도 없이 벌어지는 서스펜스의 온도가 이렇게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온도가 처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메리웨스트매콧 이라는 필명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의심 받을 만한 감각이다.

#봄에나는없었다 #애거사크리스티 #애거서크리스티 #agathachristie #absentinthespring #공경희 #포레 #문학동네 #심리소설 #영국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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