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 개정판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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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증정도서ㅣ
p234 - 다 잘되자고 그런 거였어! 한 사람이라도 현실적이어야 하잖아! 신경쓸 자식들이 있었잖아.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렇게 처신한 것이 아니었다.

명불허전.

변호사 로드니 스쿠다무어와 결혼한 조앤은 세 아이를 키워 독립시킨 뒤 중상류층의 안락한 삶을 살던 중 세 번 결혼하고 자진해서 아이의 양육권도 내던지고 사는 고교 동창 블란치와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p26 - "조앤, 문제는 네가 죄인이 아니라는 점이야. 그러니까 넌 그 기도와도 연이 없어."

자신에 비하면 부정해 보이기까지 한 블란치는 편안한 생활을 즐기는 조앤의 삶이 과연 아무렇지 않아서(?)인지를 슬며시 지적하고, 이는 조앤의 삶에 작은 파동이 되는데...

p25 -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마침 바그다드에 사는 셋째 딸 바버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폭우로 기차가 지연되며 인도의 숙소에 발이 묶이게 되고, 블란치의 말에서 시작된 삶의 되새김질을 하면서 서스펜스가 시작한다.

농사를 짓고 싶은 남편의 바람을 뭉갠 것, 아들 진로를 반대한 것, 딸의 연애를 후려친 것, 친구들을 비하하고 고용인들을 인간이 아닌 용도로 대한 것 등.

본인이 옳다는 생각에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완전히 배제하고 외면했던 행각이 조앤의 머리속을 휘젓는다.

가족들이 각기 가진 싹이 움트는 '봄'같은 시간에 자신은 완전히 참여하지 못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자신의 기준으로 횡포를 부린 것이다. 기억해야 할 봄, 그래서 다시 돌아올 '봄'에도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사실.

물론 피상적인 현모양처 역할을 강조하던 빅토리아 시대 여성상의 문제가 명백한 것을 감안해서 읽어야 한다. 동시에 노동하는 여성, 자유로운 여성, 스스로 결정하는 여성들을 곳곳에 배치해서 조앤의 깨달음을 돕는 것도.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조앤의 내적 변화를 대하는 가족들 각각의 입장이다. 살인도 어떤 범죄도 없이 벌어지는 서스펜스의 온도가 이렇게 뚝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 온도가 처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메리웨스트매콧 이라는 필명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의심 받을 만한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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