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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 회생 전략 - 도산 32개월 만에 재상장에 성공한 이나모리 가즈오式 혁신 매뉴얼
인도우 마미 엮음, 윤은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경제 위기 때마다 자주 '대마불사'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말 그래도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뜻인데 아무리 대기업은 경제가 어려워도 도산하지 않는 의미로 쓰이는것 같아요. 물론 그 기업이 탄탄하기 때문에 위기가 닥쳐도 스스로 헤쳐나가는 것 보다는 그 기업이 도산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연쇄 효과들, 즉 그 기업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그 기업에 납품하는 2차, 3차 기업들도 같이 도산하면서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대기업도, 경제 전문가들도, 관료들도, 대기업은 살릴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와 경제 구조가 비슷한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세계적인 항공사인 JAL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항공이 갑자기 도산 우려가 있어서 주식을 상장 폐지하고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적자가 아무리 적자가 누적되어도 설마 일본 1위, 세계에서도 탑 수준인 항공사가 도산할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데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충격이고, 불과 2년여만에 다시 상장했다는 것도 충격이네요.
아버지 세대에서는 보통 취직하면 사원, 대리, 과장, 부장을 거쳐서 정년까지 다니고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승진하는게 당연했습니다. 이러한 경영 문화는 동양의 고유한 문화를 접목시킨 것으로 일본이 세계 경제 시장을 재패하게 되자 세계의 유명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일본을 배우자는 열풍이 크게 불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일본을 모델로 경제 성장 정책을 펴면서 동일한 문화가 도입되었고, 비슷한 방법으로 성장을 했구요.
하지만 기업이 커질수록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른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JAL에서도 나타납니다. 각 조직은 담당 업무에만 충실할뿐 다른 조직과 거의 협력 관계가 없고, 회사의 경영 전략은 일부 전문가들이나 세우는 탁상공론일뿐 현업의 사정과는 전혀 무관하며, 나서서 일한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용 절감이나 경쟁력 향상 등은 남의 얘기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한마리 거대한 공룡은 점점 내부에서부터 병들기 시작했으며 결국은 법정관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때 일본 최고의 경영자 중 한명인 이나모리 가즈오가 JAL의 수장이 되면서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세우고 적극 실행하면서 결국 아무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했던 JAL의 회생을 정말 짧은 시간에, 그것도 우수한 성과로 이루어 내었네요.
책에서 본 내용중에 인상 깊었던 부분이 JAL의 경영철학 중 가장 앞에 나오는 내용 '전 직원의 물심양면이 행복을 추구한다'입니다. 보통 경영철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추상적인 구호를 나열해서 정말 그 회사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뜬구름 잡는 느낌인데 가장 앞선 내용이 직원들에 대한 문구이니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직원들도 회사가 나를 인정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앞장서서 노력하는 것 같아요.
또 회사에서 '기획', '전략' 등의 이름이 붙은 조직을 보면 대단한 스펙을 가진 사람들이 회사는 이래 저래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이 되지 않고, 그러다보니 뭔가 문서로 나온 결과물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지, 그리고 실천을 체크하면서 어떻게 보완해 나갈지는 고려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한해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기획, 전략들을 쏟아내기 시작하구요. JAL도 이런 상황이었지만 이나모리 가즈오가 취임하면서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조직간의 벽을 허물어 내면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 전 직원이 제대로 습득하게 되네요.
이러한 과정에서는 리더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있던 JAL이 한 명의 리더가 새로 취임하면서부터 완전히 체질이 달라져 지금은 과거의 JAL을 전혀 찾아볼 수 없으며 이는 상장 폐지후 최단 기간에 재상장이라는 결과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를 믿고 따르면서 변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임한 직원들도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나라도 IMF 이후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었으며, 현재도 재벌 기업으로의 부가 집중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등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회사는 비용을 줄이려다보니 직원을 필요한 만큼 최대한 이용하려고 하고, 직원들은 내가 곧 회사라는 생각보다는 월급을 받으니 일을 하고, 월급이나 대우가 더 좋다는 곳이 있으면 금방 이직합니다. 일본 경제를 모델로 성장해온 만큼 우리에게도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할텐데 시사하는 점이 많네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JAL의 회생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의 직원 중 한명으로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도 많이 있는데 두고두고 읽어봐도 좋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