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학 수업 - 우리가 다시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 이은주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톨스토이가 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면 행복한 가정은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자상하고 형제들은 부모님께 효도하고 우애가 깊습니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아버지나 어머니에 문제가 있기도 하고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불화가 생기기도 하고 자식간에 수많은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문제가 있으면 현실에 불만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서 윤리에 어긋나게 비뚤어 가능성이 큰 것 같아요.

이 책 죽음학 수업에서도 수많은 학생들이 등장합니다. 아버지가 정신 이상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그 장면을 본 사람도 있고, 어머니의 계속적인 자살 시도로 개인적인 삶이 피폐해진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거리의 삶에 내몰리게 되고 소년원이나 교도소에 갔다오는 것을 의례겪는 통과 의례로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헌신적인 한 대학교사의 Be the change 프로그램을 통해서 과거의 생활을 반성하면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죽음학 수업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죽음이 무엇인지, 죽음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대학교 정규 수업 과정을 통해서 이론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보호소 등에서 실습을 통해 알아갑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나 청소년, 그리고 젊은 세대들은 죽음에 대해 고민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자신과는 먼 일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모님의 죽음을 목격하기도 하고 불의의 사고로 주변 사람들을 잃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서서히 죽음이 멀리있는 것이 아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나 이야기하는 것은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가능하면 피하려고 합니다. 이 세상에서 더이상 살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정든 것과 작별해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통입니다. 하지만 다년간 간호사로 있었던 작가는 병원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였으며, 죽을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특징들인 대략 비슷한데 가장 마지막에는 세라토닌과 도파민, 그리고 노르에피네프린이 분비되면서 첫사랑의 만날때와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두려움이지만 마지막 순간에 최고의 행복을 준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네요.

책은 전반적으로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중심이 되어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전부 사실이라는 게 더 놀랍네요. 하지만 그들이 절망하거나 실의에 빠져 있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누도록 공유하고, 그러면서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보면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헌신적이면서 감동적으로 도와 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작가 자신도 어릴때 불행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네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도 하기 전에 아이(작가)를 먼저 낳았으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자식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쳐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힙니다. 어릴때 받은 충격은 커서도 트라우마가 남는데 작가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생일 근처만 되면 다른 사람들과 일체의 연락을 끊고 혼자 지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혹독한 성장 과정을 거쳤기에 남들을 더 잘 이해하면서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제 삶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네요. 작가만큼은 아니지만 제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대해서도 좀 더 신경을 써야 겠습니다. 부모님께도 더 자주 연락을 들이고 찾아뵈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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