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하는 현대미술 컬렉팅
베아트릭스 호지킨 지음, 이현정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년부터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 갔었어요. 사실 미술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릴때부터 좋아해서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자주 갔었거든요. 특히 예전에는 유명 화가들의 이름을 걸고 하는 전시회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러시아나 남미 화가, 알폰소 무하, 그리고 얼마전 뭉크까지 전시의 폭이 넓어져서 즐겁게 다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가 KIAF에 가보자고 해서 가봤는데 액자에 걸린 고상한 미술 작품만 보다가 다양한 오브제로 만든 작품, 갤러리 내부 뿐만 아니라 동선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현대 미술도 정말 재미있을 수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현대 미술 작품에 대한 책들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상상을 뛰어넘네요. 커다란 캔버스에 단색으로 칠한 사각형이 엄청난 금액에 거래되기도 하고, 썪어가는 소의 머리에 파리들이 날라다니는 것도 작품이고, 특히 변기에 사인만 한것도 엄연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어요. 이처럼 현대 미술은 기존의 캔버스에 그리는 틀에서 벗어나 모든 것이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고, 그냥 작품 자체를 즐길 수 있는게 많은것 같네요.

최근에 읽는 쉽게 하는 현대미술 컬렉팅이란 책은 현대 미술 작품들을 보는것 뿐만 아니라 어떻게 소유할 수 있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음악과 미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악은 한번 녹음을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습니다. 어느 한 명이 독점할 수 있는게 아니죠. 하지만 미술작품은 딱 하나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판화처럼 무한정 찍어낼 수 있지만 일정 수량 찍으면 작품의 희소성을 위해 원본은 폐기한다고 하네요. 세상에서 나 혼자만 가질 수 있다는게 매력적인것 같아요. 이러한 미술작품은 초보 미술 애호가라도 다양한 가격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주로 설명하는 방식은 갤러리를 통한 구입과 경매 참여입니다. 인사동이나 삼청동에도 갤러리가 많은데 일반 사람들이 들어가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게 사실입니다. 책에 쓰인 표현처럼 직원들이 손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도 부담이고, 옆에 붙어 있으면서 너무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도 부담이죠. 하지만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사상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아는게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갤러리에 부담없이 들어가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게 꼭 필요하다고 하네요.

경매의 경우도 일반 사람들이 참여하기에는 가격대가 높지만 인터넷으로도 참여할 수 있고 크리스티나 소더비처럼 유명 작품을 경매하는것 뿐만아니라 이베이에서도 저렴한 가격대의 미술 작품 경매가 자주 열리니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것 같네요. 이외에도 대학교 졸업 작품 전시회에 가서 학생들의 작품을 보고 관심이 있으면 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오늘은 학생이지만 언제 데미한 허스트나 트레이시 에민처럼 유명해질지 모르고, 또 초기에 구입하면 그만큼 희소성이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투자의 목적 보다는 정말 작품이 좋아서 구입하는게 가장 좋겠지요.

책에서 소개하는 방법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게 관심있는 사람들끼리 작품을 공동으로 구입해서 같이 돌려보거나 한달에 한번 미술 작품을 대여해 주는 프로그램이네요. 미술작품을 사면 처음에는 좋다가도 계속 보면 조금 질릴 수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집안에 계속 새로운 분위기를 내면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과 분야를 찾아갈 수 있을것 같아요. 또 저렴한 가격대이기 때문에 젊은 미술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효과도 있구요.

수백만원을 내고 미술작품을 선뜻 구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잘 찾아보면 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많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현대 미술이 어떻게 유통되는지, 그리고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떻게 구입하고 소유할 수 있는지 재미있게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책의 저자가 서양 사람이라서 그쪽의 현실을 주로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미술품 구독 등은 좋은 아이디어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해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