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 청소년 심리와 자기 돌봄 발견의 첫걸음 2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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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대학에서 교육학개론을 학생들에게 강의하면서 교육학 관련 과목을 수업하고 있는 요즘~

특히 교육심리학에 대한 이해로 몇 주의 시간을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는 날들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퇴근 후 책을 잡았는데 요즘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는 아동과 학생들의 심리적 측면의 내용이 이 책에 이입이 된다.

감정 연습이라!

 

청소년의 심리와 자기돌봄에 대한 온화한 이야기다.

저자가 의학 전문 분야 학자라 오랜 내담자와의 경험을 통해 과학적인 데이터가 밑받침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가자 책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개념은 학자와 이론가들의 논의만으로 구체화 될 수 없고 임상실험 등의 경험에 의한 연구 결과가 있어야 개념이 대중화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정신건강의학 분야 저자의 글은 내가 요즘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는 인간 발달과 학습이란 주제와 같은 맥락을 이루며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쪽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은 기쁨, 슬픔, 분노, 공포, 경멸, 놀라움으로 나눌 수 있다. 십 대 이후에는 이 기본 감정들이 조금씩 변화하고 조합을 만들어서 수백 가지 다양한 감정들이 만들어진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걸어가고 있는 십 대의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그 힘든 시기를 그나마 위안받으며 조금 편안히 건너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감정은 근육과 같아서 여러 근육을 골고루 쓸 줄 알아야 튼튼하고 건강해진다.

쓰던 근육만 쓰면 한쪽만 두꺼워지고 균형이 깨져 버리듯이 감정에 대해 잘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섬세하고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단다.

 

감정의 이름을 모르고 무심코 지나가며 전전긍긍 혼자서 힘들어했을 십 대의 청소년들에게 좋은 길잡이 같은 책이다.

성격의 기본 토대를 이루는 기질의 차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면 외향적인 성격인 사람과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의 차이에서 불거지기 쉬운 트러블도 극복할 수 있다.

 

우리 정신의 한 뿌리에서 나온 자존심과 자존감에 대한 설명도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쉽게 웹툰을 이용해서 쉽게 풀이해 놓았다.

내가 경험하는 마음 상태를 평가하는 자존심과 자존감!

누군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상황이 자존심이라면 남이 아닌 나 자신과의 비교에서 느끼는 감정은 자존감이다. 자존심에 비해서 자가 발전이 가능한 감정이라 자존감을 더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행복에 관한 이야기도 풀어내고 있다.

우리 삶에서 긍정적이고 기분 좋은 감정을 짧고 강하게 느끼는 기쁨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반면에 전체적으로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는 기분은 크게 즐거운 일은 아니나 전반적으로 잘 지내고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다.

 

짧고 강한 기쁨과 전반적으로 느끼는 만족감 속에서 우리는 행복이 영원하길 바란다.

하지만 행복이라는 감정은 영원할 수는 없다. 우리 인간의 욕심 때문일까?

그래서 우리는 일상에서 행복이 불행보다 훨씬 적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행복이 불행보다 훨씬 적을 것 같지만 숨어있는 다행을 찾아보라고

행복한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참 다행이네라는 말을 한 번씩 하면서 지내는 삶!

행복한 삶일 것 같다.

 

용기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용기는 위험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본능적으로 느끼는 두려움을 조절하는 감정이다. 그렇지만 용기는 두려움에 저항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지 두려움이 없는 것 이 아니라고 미국의 문학가 마크 트웨인은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이 책은 십 대의 시대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의 감정을 위로하는 책이다,

좋은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을 불편해하지 말고 그 시간의 감정에 최선을 다하면 어떨까? 그 시간의 감정들은 내 마음이 감정의 거울에 비추어진 것이란 것을 알고 이해하면서 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요즈음 복잡했던 타인에게서의 불편했던 내 감정들도 눈 녹듯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책은 우리에게 지혜를 준다.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 지혜 말이다.

참 고마운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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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당신들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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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당신들~ 
 
아침 저녁 쌀쌀한 기온이 늦가을의 풍경을 온 몸의 온도로 느끼게 하는 날들이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6월에 보낸 쪽지를 9월에 확인하고 답장을 보냈는데도 감사하게도 작가님께서 책을 보내주셨다. 
 
시인을 꿈 꾸시던 작가님의 에세이라 문장 한 올 한 올이 너무나 시적이다.
작가님의 삶의 모든 시간들이 한 권의 수필에 녹아들어가 있는 느낌이라
한 번도 뵙지 않은 미지의 작가님에 대한 상상이 바로 눈 앞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딸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삶의 모든 고비를 관통하며 그려내는 책 속의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특별한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요즘 같이 하루 두 건의 외부 강의로 저녁이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고군분투의 시간속에 독서의 위로와 함께 탑승해서 며칠을 내 가방 속에서 바깥세상을 같이 다녔던 고마운 책이다.  
 
수필은 고백의 문학이며, 자아 성찰의 문학이라고 해설을 붙여준 책 마지막의 어느 수필가의 이야기처럼~ 
 
이 책은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세상의 다른 이야기들을 살포시 얹어가고 있다.
어느 부분은 나의 이야기와 닮아 있고 주위 지인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은 문장들 속에서 같은 공감으로 다가가본 시간들! 
 
"사소한 것들이 늘어선 별일 없는 나날은 우리 생에 얼마나 잔잔하고 실팍한 근육인가" 
 
타고나기를 내뱉는 것보다는 안에 품는 것에 더 어울리는 성정이라고 말씀하신  작가님의 세계가 한 여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딸로서 독자인 나를 감동받게 한다. 
 
책이 내 손에 도착하던 날 
작가님께 감사의 문자를 보냈는데
답변이 너무 검소하셔서........ 
 
'참 마음이 따뜻한 분이실 거야' 하는 나의 생각은 작가님의 책 속에서 거듭 확인이 된다. 
 
세상의 당신들! 
 
"당신은 곱기도 하고 밉기도 하다.
때론 가장 가깝기도 하고 가장 멀기도 하다.
더없이 가까운 당신이기에 또한 낯선 타인이 될 수도 있는
예민한 '당신',
너무 가까워서 뭉개지고 또는 너무 멀어서
참혹해지는 이름이다." 
 
문장의 모든 순간이 시적이라서 
아껴서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작가님의 모든 문장들과 마주했다. 
 
지금 준비중인 나의 책이 나오면 내 책도 작가님께 한 부 보내 드려야지 하면서
택배 박스에 적힌 주소를 사진으로 담아둔다. 
 
작가님의 사위가 보낸 몇 줄의 쪽지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 지는 책 한 권을 
2022년 가을 함께 한다. 
 
언어 이전의 언어로  인생의 문장을 다듬고 매만져서 독자들에게 건네 주는
#세상의당신들
 
잠시 이 책의 시적 문장들을 여행하며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당신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진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신변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예술이라는 이야기들의 모티브는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우리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대변해주는 이주옥 작가님의 수필집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여유가 생기면 이 책 몇 챕터를 필사하고 싶다.
내 마음을 정화하고 단단히 여미고 싶다. 
 
세상의 모든 당신들~
당신은 내가 아닌 누구!
세상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예술을 가공해 작품으로 태어나는 순간
작가는 신변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진실이 독자의 마음에 와 닿기를 바라며 자신의 부끄러움을 희생하는 것이다. 
 
푸른 가을 하늘과 함께 기분이 맑아지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 책 세상의 당신이 더 아름다운 이유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요즘의 날 만큼이나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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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오케이! 보고서 작성법 - 만화로 배우는 문서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것
도영태 글, 곽승훈 만화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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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에 오케이 ! 보고서 작성법 
 
만화로 배우는 문서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것 
 
아주 재미있는 책 한권을 읽었다.
직장인들에게 혹은 나 같은 강사에게 유용한 꿀팁이 되는 만화 이론서~ 
 
따분하고 머리 아플 것 같은 직장에서의 보고서와 기획서 프레젠테이션을 쉽고 간단하게 작성할 수 있는 정보들을 재미있는 만화와 함께 들려주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기획서? 보고서? 
 
막상 이런 문서를 작성해야 될 때 스트레스부터 쌓이기 시작하는 직장인들!
'문장을 묶어서 구조화'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구조화 하는~ 
 
맞춤형 보고서는
읽기 쉬워야 한다!
알기 쉬워야 한다!
쉬운 용어로 기술되어야 한다!
눈에 띄어야 한다! 
 
구구절절하고 두서없이 적은 내용들을 이 틀에 맞추어 작성해 보니 정말 간단하고 간결하고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눈에 들어오는 기획서가 작성이 된다. 
 
나 또한 신문에 칼럼을 기고할 때 항상 문장을 늘어뜨리는 습관이 있는데
글을 간결하게 자르고 보니 훨씬 읽기 쉽고 이해도 쉽다. 
 
보고서의 부피 줄이기 이론을 내 글에 바로 대입해 보면 정답이 보인다는 말이다. 
 
큰 틀에서 생각하는 거시적 관점과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다루는 미시적 관점까지 만화와 곁들여 설명해 주니 쉽게 인지가 된다. 
 
영감을 얻어 작성하는 예술작품과 달리 보고서는 표현이 아닌 소통의 수단이다. 
 
방향을 잡고, 분석하고, 큰 틀을 짜고, 핵심을 설계하고, 레이아웃, 다듬기, 평가 및 활용 등의 단계를 세우고 이 틀 안에 단계별 전략을 활용하면 보고서 작성이 어느정도는 완성이 된다. 
 
보고서의 구조에 맞춰서 기획하고 보고하는 과정까지 아주 상세하게 안내해 주는 참고서다. 
 
글을 못 쓰는 사람도 몇 단계의 단락을 만들어 놓고 단계별 대입을 해서 마무리 작성을 한다면 보고서의 억압에서 해방될 수 있을 듯 하다. 
 
나는 이 책에서 보고서의 살을 붙이는 에이아웃 기술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고서를 쓸 때 두서 없이 내용을 써 내려간다면 상사는 보고서의 핵심인 주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짜증이 올라올 것 같다. 
 
필수적인 내용을 누락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보이지 않도록 그리고 사족과 같은 불필요한 내용은 배제를 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특히 예전보고서나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절대 금물! 
 
이 책은 기업의 현장에서 인적자원개발팀을 이끌기도 하고 기업강연도 하면서 현장에서 보았던 여러가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에 필요한 보고서 작성 등에 관한 이론을 만화와 곁들여 아주 이해하기 쉽도록 서술해 놓았다. 
 
저자의 이야기대로 이 책은 보고서의 기술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만화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은 글을 덧붙여 보완하기도 하면서 보고서 작성법과 유형별 노하우와 실전 예제 들을 열거해 놓았다. 
 
현장에서 터득한 작성비법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녹아 있어 직장인들의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학에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돌려서 읽도록 해야겠다.
기획력과 문장력과 논리력까지 아주 흥미롭게 서술해 놓은 책이다. 
 
#부드러운독재자 #한번에오케이보고서작성법 #직장꿀팁 #보고서 #기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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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 - 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 암실문고
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서제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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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삼부작 3 의존~ 
 
덴마크의 여류 작가 토베 디틀레우센의 문학세계는 중독성이 강한 문체와 더불어 그녀의 작품 세계에 대한 궁금증이 나에게 새로운 시선을 가져다 준다. 
 
코펜하겐 삼부작 중 #어린시절 과 #청춘 을 읽고 마지막 세 번째 이야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던 중 드디어 세 번째 책 #의존 이 내 손에 들어왔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조금은 불편한 내용에 책을 읽는 도중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토요일 주말의 다섯 시간을 주방 식탁의 의자에서 꼼짝 하지 않고 읽다가 마지막 장을 넘기고 고개를 들어보니 베란다 창으로 토요일 밤이 어둠 속으로 아스라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의 인생을 담아낸 이 책 마지막 시리즈는 나에겐 반전이고 충격이다.
 
'시'를 향해 끊임없이 삶의 방향을 항해하던 그녀가 드디어 첫 시집과 함께 그녀의 '시'를 세상 밖으로 선보인 비고 F. 묄레르와 30살이 넘는 나이차이를 극복하고 결혼 한다. 
 
첫 장부터 나의 예상을 단번에 깨어버리는 스토리가 충격적이었지만 그녀의 마지막이 이렇게 비극적으로 이어질 거라고는 1%의 예상도 하지 못했다. 
 
시를 쓰고 예술을 향해 열려 있는 사고의 남다름이 독자의 정서를 모두 이해 시킬 수는 없지만 나는 도저히 디틀레우센의 삶을 이해할 수 가 없다. 
 
비극의 뼈대만 남겨둔 이 마지막 시리즈에서 이질적인 황량함은 극에 달한다. 
 
그녀는 젊은 예술가 클럽에서 만난 피에트 헤인과 단번에 사랑에 빠지고 비고 F에게 
이별을 통보하지만 그녀의 새로운 연인은 다시 그녀를 두고 떠나 버린다. 
 
대학생 신분의 에베의 아이를 가지고 딸 헬레를 낳고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도중 결핵 환자의 무도회에서 만난 의사 카를과의 하룻밤 외도로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를 원치 않았던 그녀는 당시 불법이었던 낙태수술을 몰래 하기 위해 카를의 연구소로 간다. 
 
그녀의 돌이킬 수 없는 그때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낙태수술을 위해 수술 전 맞았던 마약성 진통제 데메롤에 중독되면서 그녀는 에베를 떠난다.  
 
그녀는 카를에게 매료되지 않았지만 그가 낳아주는 진통제 데메롤만 있으면 기꺼이 에베와 이혼하고 그와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 이후 5년간의 그녀의 삶을 읽어 내려가는 시간은 충격 그 자체였다. 진통제를 맞기 위해 멀쩡한 귀 수술을 하고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 위험도 감수하고 그녀의 삶은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카를은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그녀 또한 요양소에 감금 된다. 
 
그렇지만 그녀의 약물 남용은 남은 생애 내내 디틀레우센의 삶을 뒤흔들었다. 
마지막 남편이었던 빅토르와도 이혼을 하고 그녀는 자살을 시도한다. 
 
남들보다 특별한 독보적인 글 재주를 가진 여류 예술가의 정신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나에겐 충격의 시간이었다. 
 
우리와 정서적 차이가 있는 네덜란드 여성의 삶에 대해서도 이질감이 느껴졌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삶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상 세계에 대한 드라마 같은 스토리가 책 중간 읽기 힘들 정도로 그녀를 이해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충격적인 문장의 속도와 질감을 지나며 독자는 이 글에 완전히 몰입되고 빠져버린다. 마법 같은 그녀의 문장들은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삶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그녀의 천재성을 남겨둔다. 
 
독자들은 그녀의 글에 빠져든다. 이 황량하고 충격적인 내용들을 비집고 그녀의 아름다운 문장들은 빛을 발한다. 
 
그녀에게 글을 쓰는 즐거움은 삶의 고통으로 연결되었을까? 
 
순간의 감정을 시로 표현하고 주변의 인물들을 엮어 솔직 담백하게 적어 내려간 그녀의 소설들은 그녀 삶의 건강을 갉아먹고 태어난 소산물인가? 
 
가끔 나는 예술가의 삶이 일반 범인들의 삶과 다를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예술에 영감의 원천을 불어넣어주는 무언가를 항상 갈구하는 그들의 삶이 결코 평범하지 않으리라는 이해를 해 본다. 
 
코베 디틀레우센의 시와 소설을 향한 그녀의 갈망은 그녀의 평범하지 않은 삶에서 발취한 산물이다. 
 
특별한 삶의 경험,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들이 녹아 있는 책에서 독자들은 열강 한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그 세계를 간접 경험하며 좌절하고 기뻐하고 충격에 빠진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과연 디틀레우센은 작가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그의 삶은 행복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어쩌다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하거나 약국 진열장을 지나칠 때면 내 오랜 갈망은 여전히 희미하게 되돌아온다. 절대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것이(약물중독)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이었던 정신병을 앓았던 의사 카를을 난 용서할 수가 없다.  
 
"사랑에 있어서 끔찍한 점이 있다면 그거예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없어진다는 거요."
 
#부드러운독재자 #도서협찬 #코펜하겐삼부작 #의존 #에세이 #에세이추천 #시인에세이 #디틀레우센 #소설 #예술 #작가 #책 #독서 #독서모임 #을유문화사 #시 #시인 #실화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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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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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또 한권의 철학서와 만났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사물의소멸 
 
몇 해전 그의 책 '폭력의 위상학'을 읽고 단번에 그의 세계에 매료되었다.
폭력에 대한 개념을 이렇게 확장해서 설명할 수 있는 철학자가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다음해 그의 또 다른 책 '땅의 예찬' 을 읽으면서  그의 사고에 대한 덕후가 되었다. 
 
이번에는 '사물의 소멸' 이다. 
 
앞의 책들 보다 더 난해하고 만만치 않은 책이었지만 어제부터 이 책을 잡은 이후 늦은 심야!
급기야 오늘의 새벽과 오전을 몽땅 이 책에 할애한다. 
 
그의 심오한 사고의 세계에 문학적 필력이 더해져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엄청난 세계를 나에게 보여준다. 
 
오전의 일정으로 잡혀 있던 강의를 정중하게 거절하고 난 후 나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 이 위대한 한 권의 책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진다. 
 
한병철 ! 그는 이 책에서 디지털화를 비판한다. 
 
나 또한 디지털 세계에 접속해 한창 활동을 하고 있는 시기라서 
"어!" 하고  반문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의 산파술에 완전히 압도당한다. 
 
소크라테스와 토론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의 글을 따라 가며 완전히 두 손을 들었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 하이데거의 이론을 많이 인용하고 있다. 
 
하이데거의 현존재 분석과 기술 비판에 대한 명쾌한 풀이로 디지털시대의 반사물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면서 정보화 물결에 휩쓸려 가는 인간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반문할 수 없게 만든다. 그의 명쾌한 설명에서 독자인 나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다. 그를 이길수가 없다.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에서 펼친 현존재 분석은 "세계 안에 있음" 을 '손 '안에 있거나 '손' 안에 있는 사물들을 다루면서 그것들과 '사귀기' 로서 실현된다. 
 
'디지털' 이란 단어의 어원은 라틴어 '디기투스' 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기투스' 는 손가락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손가락을 가지고 수를 계산하지만 디지털은 인간의 본질적인 영역인 손에서 벗어나 있다. 
 
한병철은 이야기 한다.
"정보가 생활규정을 지배하는 우리는 이제 땅과 하늘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어스와 구글 클라우드에 거주한다." 고~ 
 
세계는 더 이해할 수 없고, 더 구름으로 자욱하고 더 유령 같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작가 '오가와 요코' 의 '잃어버린 기억들의 섬' 이란 소설에서는 그 섬에 있는 사물들이 사라진다. 머리띠, 모자, 유표 등 ......... 그러면서 사물과 함께 기억도 사라진다. 사람들은 영원한 망각과 상실의 겨울을 살아가며 모든 것이 해체되어간다. 급기야는 신체의 일부도 사라지고 결국엔 몸 없는 목소리들만 공중에 떠돌아다닌다. 
 
생각만 해도 정말 끔찍한 상상이다. 
 
한병철은 디지털화는 세계를 탈사물화하고 탈신체화하고 결국엔 탈실재화 한다고 한다.  디지털은 기억을 없애고 우리는 기억을 되짚는 대신에 데이터와 정보를 축적하면서 이 정보들이 결국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사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사물에서 우리는 추억을 회상하고 자신의 신념을 투영할 수도 있다. 우리 곁에 오래 머물수록 자신과의 애착관계와 신뢰는 돈독해 진다.   
 
그러나 디지털화된 정보는 현재성을 띠는 기간이 아주 짧다. 정보는 시간에 취약하다.
하루가 지난 정보는 유용성을 상실하는 것이 오늘날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있나?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해 진다.
결국 인간은 정보의 데이터 속에 휩쓸려 우주를 배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가끔씩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은 인간에게 안식처를 제공한다. 무상한 인간의 삶에 안정성과 연속성을 부여하며 우리는 그 사물 곁에 하염없이 머무를 수 있다. 
 
매일 새벽 내가 책을 읽기 위해 책상에 앉듯이 말이다....... 
 
그러나 정보 곁에 우리는 과연 머무를 수 있을까?
정보는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 버린다. 정보는 우리를 영원한 현재성의 현기증 속으로 몰아넣는다. 
 
한병철은 책에서 정보를 '반사물'로 명명한다. 
정보 권 안에는 사물처럼 확실히 잡히는 것이 전혀 없다. 개념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디지털 소통은 인간관계를 심각하게 지배하고 그 결과 우리는 현재 어디에서나 연결망에 속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코 결합되어 있지 않다. 
 
하이데거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태어나서 노동하고 죽었다." 라 말했다.  여기서 노동은 생각하기다.
인공지능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정답은 no다 !
 
하이데거의 손은 디지털 질서에 맞서 땅의 질서를 결연히 방어한다. 
한병철은 하이데거의 이론을 빌려 '발'의 유용성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거친 바람 아래 멀리 까지 단조롭게 뻗은 밭고랑들을 가로지르는 느린 걸음의 억셈이 신발이라는 도구의 묵직하고 탄탄한 무게에 쌓여 있다. 가죽 위에 축축한 흙이 두껍게 앉아 있다. 신발 바닥 아래로는 해 지는 저녁을 헤쳐가는 들길의 외로움이 밀려간다. 신발 안에서 비밀에 부쳐진 땅의 부름이 윙윙거린다. 땅이 익어가는 곡식을 조용히 선물하는 소리가, 겨울들의 황량한 휴식기에 땅이 설명 없이 단념하는 소리가 윙윙거린다." 
 
이런 끝없는 철학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그의 문체들에 완전히 매료된다. 
 
디지털화 시대 !
세계를 받아들이는 각자의 시선은 다르다.
그러나 한번 쯤 현재를 돌아볼 필요는 있다.
나의 거침없는 행보에 잠시 생각의 우물을 파게 하는 책이다. 
 
사유의 접점에 다다를 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필력에 계속해서 질문하며 이 책의 난해하고 어려운 구절들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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