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된 자연 -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 이야기
김우재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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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플라이룸의 저자인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 교수님이 들려주는 총 26종의 모델생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델생물은 생물학자들이 자연을 탐구하는 플램폼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의 생물을 연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모델생물의 사용은 생물학자들이 연구하고 싶어했던 연구 주제와 그 연구 주제를 위해 해당 모델생물이 얼마나 편리한가라는 유용성의 기준으로 결정되어진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물학자들이 연구 대상으로 한평생을 받쳐 모델생물을 찾아 위험을 감수하며 일구어낸 학문이 생물학이란 학문임을 새삼 인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생물학자로 세상과 마주한다는 점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를 저자는 글의 초입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을 쓰는 지금은 이미 초파리 유전학으로 대학에서 버틴다는 게 불가능함을 깨달은 이후다. 이 책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시기엔 내 삶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것이 모델생물의 운명이자,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초과학자의 운명이기도 하다

 

모델생물이 무얼까? 저자의 독백과 같은 글을 읽으며 이 책에 소개된 모델생물에 몰입하게 되었다.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효모, , 제브라피시처럼 생물학의 현상을 연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특별히 선택되는 생물이 모델생물이다. 자연에서 선택된 모델생물들은 과학자들에 의해 자연에 숨겨진 비밀들을 보여주며, 한편으론 과학사의 방향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6종의 모델생물에 얽힌 이야기를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시선으로 조화롭게 풀어나가고 있다. 각 모델생물의 독특한 특징에서 과학적 놀라운 발견과 생물학의 흐름까지를 파헤쳐가며 내일의 생물학과 사회에 대한 저자의 진지한 고찰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따분하게만 생각했던 생물학의 세계에 흠뻑 빠져 들어감을 느낀다. 26종의 모델생물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풍부한 모델생물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되며 나아가서는 자연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희열을 느낄 정도다.

이 책은 나에게 생물학의 재발견과 같은 책이다.

초파리의 연구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의 기초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으며, 여러 모델생물에서의 새로운 발견들이 융합되었을 때 생물학이 더 진보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선택된 자연으로부터 자연선택이라는 생물학의 원리를 발견한 찰스 다윈도 모델생물 덕분에 자연선택이론 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길수 있었다고 하니 모델생물의 중요성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특히 26종의 모델생물을 소개하면서 등장하는 과학자와 현장의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생물학의 세계에 푹 빠지게 한다.

 

붉은빵곰팡이는 생화학유전학의 탄생을 가져왔으며, ‘은 발생학의 화려한 부흥을 알렸으며, 20세기 중반에 생물학자를 찾아온 군소는 아가미 수축이라는 단순한 시스템을 이용해 학습과 기억에 대한 연구의 시작으로 헤브의 이론을 증명하는데 성공하며 기억의 연구를 분자수준으로 설명하기에 이른다.

이 책을 읽을 말미에는 모델생물의 연구가 우리 삶의 많은 과학적 근거의 역사를 만들어냄을 보며 나와는 별개의 분야로 생각했던 생물학에 완전 매료되었다. 모델생물은 과학에서 의학의 하위 분야로 이행하는 과정을 투사하기도 하며, 과학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어둡고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모델생물학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고 생물학이 의생명과학의 시대를 지나 미래의 다윈들이 위대한 발명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상상해 본다. 그 중심에 선택된 자연 속의 생물학이 사랑한 모델생물이 있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저자 김우재 교수님의 고민을 따라 한국 과학자의 화려한 부흥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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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재 2020-02-26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훌륭한 서평입니다. 책을 쓴 보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쁜비올라 2021-03-31 22:2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사실 제가 생물학, 특히 학창시절 자연계 과목을 엄청 힘들어 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생물학이란 분야가 그렇게 재미없는 과목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렇지만 초파리 유전학자로 살아가는 교수님의 끝없는 도전에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인기가 많지 않은 분야지만 학문 탐구를 위해 정진하는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한다는 것이 언젠가는 후대의 역사로 남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책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