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 돌봄과 상실 너머, 다시 시작된 사랑의 모험
천희란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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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두고 간 세계 
 
나는 어릴 적부터 고양이나 개 등의 동물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1남 4녀의 딸 부자집 맏이인 내가 동물을 무서워하다 보니 동생들도 모두 동물을 무서워한다. 
 
언젠가 아버지가 장날에 작은 강아지를 한 마리 사오셨다.
우리는 그 당시 유행하는 이름을 강아지에게 지어주었다.
'메리'
아버지는 유독 동물을 무서워하는 우리 딸들이 강아지와 친해지기를 바랬지만
5년을 같이 산 강아지와 우리는 끝내 인간과 다른 종인 메리와 친해지지 못했다. 
 
우리는 학교 갈 때 마다 좋다고 따라오는 메리가 더 무서워 메리를 피해 담을 타고 집 대문을 나서곤 했는데 끝내 메리와 친해지지 못한 우리 딸들을 포기하셨는지 메리가 우리 집에 온 지 5년 이후 아버지는 메리를 아버지 사무실 마당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메리를 무서워 했는데도 나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일부러 아버지 사무실 건물을 지나 매일 먼 발치에서 사무실 마당에 묶여있는 메리를 보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 사무실 마당에 메리가 없는 것을 보았다,
메리의 울음 소리가 불길하다고 민원이 들어와서 먼 곳의 지인에게 메리를 보냈다는 아버지의 말씀에 그날 밤 이불을 덮어쓰고 한 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그때  우리 집에 왔던 메리와 친해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졌다.
책의 저자는 20년 가까이 우을증과 불안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적고 있다.
또한 늘 밀려오는 자살 충동으로 그리고 실행으로 병원 생활을 한 부분을 적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키운 고양이를 상상해 보았다.
'루이'와 '아라'는 어떤 고양이였을까?
그리고 지금 그들을 보내고 새로 입양한 친구들인 '테오'와 '디오'는 어떤 고양이일까? 
 
고양이를 떠나 보낸 저자의 상실감이 나에게도 밀려와서 반려 동물을 키우는 보호자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인간과 다른 그들은 인간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 나는 진작 몰랐을까? 
양파망에 넣어서 버려진 고양이의 입장으로 돌아가 보니 그들 또한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인류의 한 종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들 또한 인간과 다름없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생명이자 존재이며 애당초 인간에게 그들을 사거나 팔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저자는 비인간 동물과 살아가는 의무를 더 많은 인간이 나누기를 원한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솔직히
"뭔 소리야" 라고 외면했을테다. 
 
지금도 이 시간에도 인간의 횡포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 더 많은 개체의 삶이 있다는 것을,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 된다면 우리 인간의 삶이 그렇듯 다양한 형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을..... 
 
"너희를 향한 사랑이 자라는 만큼 내 안에 차올랐던 상실감마저 너희의 특별한 선물이었다는 걸"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반려묘 '루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작가가 그의 반려묘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편지 글을 읽으며 그들도 평화로움을 좋아하고 다정함을 좋아하고 행복을 추구한 인간과는 다른 하나의 종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게 한다. 
 
그들은 말한다. 
고양이가 우리에게 와 함께 살다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꿈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고양이의 세계에 잠시 초대 받았던 것이 아닐까? 하고, 
 
고양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다른 방식으로 계속 존재하며 인간 곁에 남는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떠난 고양이를 통해 인간은 다시 한 번 본인의 삶을 열어보게 된다는 것을, 
 
고양이를 통해 저자는 새로운 사랑을 배웠다고 한다.
고양이 입양은 그들에게서 배운 사랑의 실천이고,
그 사랑을 실천할 때, 
비로소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는 동안에도 숨겨져 있던 공간으로
이동하는 작은 문이 우리에게도 열린다는 것을,  
 
루이! 아라 ! 꼼!
그곳에서도 늘 평안하기를 나도 빌어줄께 
 
#김영사 #고양이가두고간세계 #천희란 #도서협찬_김영사 #책추천 #책스타그램
#독서 #독서모임 #반려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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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벌써 번아웃이라고? - 청소년을 위한 회복 가이드 발견의 첫걸음 15
나오미 피셔 지음, 일라이자 프리커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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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벌써 번아웃 이라고?
 
나는 한 달에 1회 지역 교육지원청 wee 센터에서 학교 폭력이나 학교 부적응 학생 대상으로 음악치료 수업을 진행한다. 
 
매번 새로운 학생들을 만날 때 마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그들의 고민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다음 회차 수업에서도 같은 아이를 또 만날 때면 나의 조언이나 노력이 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나? 
"우리 다음에는 여기서 말고 다른 곳에 보자"
하며 학생들이 학교로 잘 복귀 하기를 바랬던 나의 마음에도 작은 상처가 생겨서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나의 수업을 떠올려보며
"그때 그 아이에게 이 말을 전해줄 걸"
그랬다면 아이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책 내용 중에 무엇보다 와 닿았던 것은 '번아웃'이 나타났을 때 개인을 바꾸려 하기 보다는 환경을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 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 학교로 돌아가기를 매번 반복했던 것 말고 
"직접 해 보자! 지금 이 자리에서! 가진 것을 활용해!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
이렇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학교 생활을 잘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어"
"사회에 나가면 변명이 필요하지 않아,"
"그렇게 하는 것은 너 자신을 실망 시키는 일이야"
"넌 지금도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그걸 할 수 있으면 이제 학교에 다시 가자" 
 
이런 말들은 번아웃이 온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
책을 읽으며 깊이 반성했다. 
 
오히려 포기해도 괜찮다는 말이 번아웃 회복에 도움이 되고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걸 시도하기가 훨씬 쉬워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승자는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는 쉬운 선택이다"
"포기하는 사람은 절대 이길 수 없다"
이런 말 대신
"승자는 오히려 많은 것을 포기한단다"
"포기는 어려운 선택일 때가 많고 오히려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단다"
"어떤 것을 포기하면 다른 것을 쟁취할 기회가 열리기도 해!,
인생은 승패가 다가 아니란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다른 방식을 알아차린다.
감정을 통해서, 생각의 변화로, 몸의 감각으로, 일상의 변화로 스트레스를 감지한다.
스트레스는 주변 세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이자,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준비하는 방식이다.
또한 각자 스트레스는 다르게 반응한다.
반면에 '번아웃'은 주변 세상의 요구를 감당하려 오랫동안 애쓰다 결국 한계를 넘었을 때 몸과 뇌가 보내는 "이제 그만 !"이라는 신호다.
스트레스는 적당하면 도움이 되지만 너무 오래 계속되면 힘든 감정에 갇혀 예전의 괜찮은 느낌으로 돌아가기 여려워진다.
그러면서 번아웃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번아웃을 부정적 감정, 피로감, 무력감이 특징인 직업 관련 현상으로 정의하며, 개인에게 요구되는 바와 개인이 가진 자원 사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많은 한국 청소년의 상태는 이미 번아웃이다. 
학교와 학원, 입시 경쟁!
그 결과는 번아웃일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현재의 모든 것을 잠시 쉬고 싶다고 했을 때 
그들이 가장 원했던 말은 
"그래도 괜찮다"가 아니었을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걸 알지만 그들은 아직 어리기에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 신호가 왔을 때 우리는 든든한 그들의 조언자가 되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번아웃에서 회복되는 과정을 자동차와 도로에 비유해 설명한다.
번아웃의 회복 단계는 네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고장 단계에서는 압박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리 단계에서는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시작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수리 단계가 끝나면 지난날을 돌아보며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세 과정을 지나고 나면 비로소 앞으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 어떤 변화를 시작할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청소년기 자꾸만 지치고 좋아하던 일도 즐겁지 않게 되었을 때
고장 난 마음을 회복으로 이끄는 번아웃 처방전이다. 
 
책에는 다양한 사례를 들어 번아웃이 왔을 때 우리가 또는 당사자가, 또는 부모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무엇보다 그것들이 문제가 될 때 어떤 신호가 나타나는지, 회복할 때 어디에서 자주 막히는지, 무엇이 도움이 되고 안 되는 지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 
 
책의 저자들의 어린 시절 경험과 어려움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책이라 더욱 신뢰감과 공감이 간다.
나 또한 교육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많은 생각을 이끌어내게 한 책이었다. 
 
#내가벌써번아웃이라고 #번아웃 #책추천 #독서 #책스타그램 #청소년 #필독서 #심리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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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약사의 우리집 구급상자 - 병원보다 빠르고 약국보다 가까운 상비약 다 골라드림
동공이 약사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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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이 약사의 우리집 구급상자 
 
이 책은 서울대 출신 약사이자 유튜브 채널 '동공이 약사'를 운영하고 있는 작가님이 출간한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건강과 관련한 약학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책 마다 귀여운 캐릭터의 그림이 등장하는데 그림 또한 작가님이 직접 그렸다. 
 
가정마다 하나씩은 구비되어 있는 구급상자.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언제 받았는지 모를 처방 약봉지와 유통기한이 훌쩍 지난 연고들이 뒤엉켜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 또한 평소에 연고류의 약은 유통기한을 확인하지 않고 수시로 사용했던 경험이 많다. 또한 감기약도 먹다 남으면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면 상비약처럼 복용했던 적도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우리가 상비약이라고 집에 구비한 약들은 몸이 아플 때 가장 먼저 손이 가지만, 정작  구급상자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이처럼 방치되기 쉬운 가정 내 상비약의 올바른 사용법부터, 일상에서 흔히 겪는 증상에 대한 대처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가정용 의약 종합 안내서'다. 
 
얼핏 전문적인 약품의 이름으로 딱딱하고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 의학 용어를 친근한 이웃집 약사의 시선으로 독자에게 전해준다.  
 
책은 단순히 "이럴 땐 이 약을 먹으라"는 식의 단편적인 처방에 그치지 않는다.
감기, 두통, 소화불량, 상처 등 일상적인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설명하고,
증상에 맞는 성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  
 
특히 타이레놀과 부루펜의 차이처럼 대중적이지만 헷갈리기 쉬운 해열진통제의 교차 복용법이나, 상처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습윤 밴드 선택법 등은 당장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다. 
 
또한 그동안 나 같은 사람이 약에 대한 지식도 없이 접근했던 ‘과잉 복용의 경계’와 ‘올바른 약 관리’에 대한 내용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기도 했다. 
 
책에는 약의 효과 만큼이나 부작용과 오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안전한 복용 습관을 가질 것을 권한다. 또한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의약품의 유통기한과 폐기법을 상세히 다루어, 약을 잘 먹는 것 만큼이나 잘 버리는 것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지키는 올바른 폐기법은 가정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지침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시간이었다. 
 
초연결의 시대 가짜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이 책은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책의 구성 또한 직관적이고 가독성이 높아, 급한 순간에 필요한 페이지를 바로 찾아보기 편리하다. 집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가정용 상비 도서’로 손색이 없다.  
 
책을 통해 새삼 알게 된 정보는 여행용 상비약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는 1년 중 학교의 겨울 방학에는 한 달 간 외국에서 지낸다.
외국을 나갈 때 마다 혹시 타지에서 아프면 어떡할까? 하고 여러 상비약을 챙겨가는데 중국 같은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종합 감기약에 들어간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마약 원료로 사용될 수 있어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흔한 감기약이 다른 나라에서는 반입 금지 품목일 수 있고, 해외에서 구입한 기침약이 공항 출입국장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나의 몸과 가족의 건강을 스스로 돌보는 주체적인 태도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약을 오남용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기피하는 대신,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다룰 때 약은 비로소 우리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서재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면 필요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정에서 한 권 정도 비치해 두고 종합 의약서처럼 사용해도 좋겠다. 
 
#동공이약사의우리집구급상자 #동공이약사 #김영사 #독서 #책스타그램 #책추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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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 우리가 서로를 적이라 믿게 만드는 마음의 함정
커트 그레이 지음, 제효영 옮김 / 김영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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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이 느끼는 분노의 기원을 심리학적, 인문학적 시선으로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건설적이고 현명한 지혜의 에너지로 전환할 것인지를 제안하는 책이다. 
 
책에서는 현대인을 잠식하고 있는 '분노'라는 감정이 단순히 개인의 성격 결함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와 심리적 결핍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임을 역설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분노를 세 가지 층위로 분석한다. 
 
첫째는 '인정 욕구의 좌절'이다.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거나 자신의 가치가 훼손되었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방어 기제로서의 분노를 다룬다.  
 
둘째는 '비교와 상대적 박탈감'이다. SNS와 고도화된 정보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느끼는 무력감이 어떻게 분노로 변질되는지 추적한다.  
 
마지막으로는 '정의의 왜곡'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옳다는 확신이 타인에 대한 혐오나 공격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경고한다.  
 
책은 단순히 화를 참으라고 조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결핍'을 대면함으로써 분노의 불꽃을 자기 성찰의 등불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분노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소한 층간소음부터 온라인상의 익명 비난,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에 이르기까지 분노는 우리 일상의 가장 흔한 풍경이 되었다.

커튼 그레이의 '나와 당신은 왜 분노하는가'는 이 파괴적인 감정의 민낯을 냉철하게 파헤치면서도,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나약함과 갈망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안는 수작이다. 
 
저자는 분노를 무조건 제거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분노는 우리 마음이 보내는 강력한 구조 신호임을 강조한다.  
 
"나는 지금 존중받고 싶다"
"나는 지금 상처받았다"는 외침이 분노라는 거친 언어로 표출된다는 분석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특히 서술 과정에서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로 조명하며, 독자가 마치 상담사 앞에 앉아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다가왔던 점은 분노의 '정당성'에 대한 경계였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정의롭기 때문에 화를 낸다고 착각하지만, 그것이 사실은 자신의 불안을 감추기 위한 갑옷일 수 있다는 통찰은 가슴 서늘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내가 누군가에게 분노를 쏟아낼 때, 그것이 정말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에너지가 맞는지, 아니면 그저 나의 결핍을 메우기 위한 내면의 폭발에 불과한지 자문하게 되는 시점이다. 
 
이 책은 분노라는 감정의 통로를 통해 '나'를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여정을 안내한다. 분노를 억누르는 법이 아니라 분노와 대화하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에서, 감정의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어떨 때 분노하는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돌아본다. 분노의 근원을 알게 되면 그 분노를 가라앉히는 해답도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지혜를 배운다. 
 
불같이 화를 내는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겁에 질린 아이'가 숨어 있다.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까 봐, 혹은 이 상황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까 봐 두려울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결국 분노는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 입는 가장 단단하고 거친 갑옷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면 타인의 분노를 마주할 때 조금은 더 객관적이고 연민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분노는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이 에너지를 밖으로 쏟아내면 타인을 다치게 하고, 안으로 삭이면 나 자신을 병들게 한다. 하지만 이 분노를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해 세상을 바꾸는 운동이 시작되기도 하고, 자신의 무능력함에 화가 나 스스로를 단련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분노를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그 뜨거운 에너지를 어디로 흘려보낼지 결정하는 조절 능력이 성숙함의 척도가 될 것이다. 
 
결국 분노를 다스리는 힘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나 자신과 타인의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내 안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을 다스리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잔잔한 호수 같은 위안과 명쾌한 해답을 동시에 안겨준다. 
 
결코 쉽게 읽혀진 책은 아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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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을유세계문학전집 149
마이클 온다치 지음, 김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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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 북부의 한 버려진 수도원(빌라 산 지롤라모)을 배경으로 4 명의 부서진 영혼들이 모여들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책을 읽고 오랜 시간 감동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좋은 책이 가져다 주는 감정의 무게는 오래도록 그 책의 시선에 머물게 한다.
이른 새벽 동이 터 오를 무렵까지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5일 정도 이 책을 잡고 있었는데 200페이지를 넘기면서 잠시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가 힘들다. 
 
솔직히 책의 첫 부분은 이해하기가 힘이 들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뒤죽박죽으로 얽혀있는 느낌이었다.
이야기의 중반을 넘어서며 이야기의 연결을 이해하고 부터는 저자 '마이클 온다치'에 대한 존경심이 이루 말할 수 가 없다.
이런 방대한 공간의 서사를 다루는 작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부커상 수상작 중에서도 최고의 걸작에 해당된다는 의미가 이런 걸작에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4명의 주인공 중에서 21살 간호사 해나에 대한 궁금증이 소설 처음부터 왜? 라는 질문으로 계속 이어졌다. 
 
그녀가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화상을 입은 알마시를 끝까지 간호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아버지의 죽음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소설의 말미에서 알게 되면서 순간 코끝이 찡해졌다. 
 
사실 이전까지 그녀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에 대한 미안함보다 그녀의 헌신에 눈물이 났다.  
 
해나의 아버지인 패트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전선에서 전사했다. 그는 군대에서 복무하던 중 화상으로 목숨을 잃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어 아버지의 마지막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모두가 떠난 빌라에 그녀를 남겨두게 했다. 
 
영국인 환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전신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모두 그를 두고 떠났다.
해나에게 알마시를 간호하는 행위는 단순히 환자를 돌보는 것을 넘어, 임종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에게 바치는 뒤늦은 속죄이자 헌신이었다. 
 
전쟁이 끝나가면서 다른 부대원들은 모두 이동하지만, 해나는 그를 두고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카라바조는 해나의 아버지인 패트릭과 절친한 친구 사이였으며, 해나를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온 가족 같은 존재였다. 
 
친구인 패트릭이 세상을 떠났기에, 카라바조는 그의 딸인 해나를 안전하게 캐나다로 데려가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꼈다.
카라바조는 과거 정보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독일군에게 협력했던 스파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으며, 해나가 돌보고 있는 정체불명의 환자가 혹시 자신이 쫓던 그 스파이가 아닐까 의심한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화상을 입은 실제로는 헝가리의 백작인 알마시는 사랑하는 연인 캐서린의 시신을 수습하려 할 때 영국군이 그의 이름 때문에 스파이로 체포하면서 삶 자체가 꼬이기 시작했다. 
 
특히 실존 인물인 라슬로 알마시 역시 헝가리 귀족이었으며, 실제로 사막 탐험가이자 고고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작가 마이클 온다치는 이 실존 인물의 '국적을 넘나드는 방랑자'적 기질을 가져와, 전쟁이라는 거대한 국적 싸움 속에서 길을 잃은 비극적인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공병인 킵이 빌라를 떠난 결정적인 계기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 소식이다. 그는 인도인으로서 영국군에 자원해 폭탄 제거반으로 복무하며 목숨을 걸고 서구의 문명을 지켜왔다. 그러나 원자폭탄 소식을 듣는 순간, 그는 이 전쟁의 본질을 깨닫는다. 그의 감정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훨씬 복잡하고 비극적인 환멸과 각성에 가깝다.
킵은 서구 열강이 결코 유럽 내에서는 원자폭탄 같은 끔찍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게 된다. '갈색 피부'를 가진 아시아인들에게 망설임 없이 투하된 폭탄을 보며, 자신이 충성했던 서구 문명의 잔인함과 이중성에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 
 
이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국가와 정체성, 그리고 전쟁이 파괴한 사랑을 시적인 문체로 그려낸다.
소설 전체적인 그림이 너무 아름다워 오래도록 마음 속에 여운으로 남는다.
전 세계를 휩쓴 전쟁이라는 거대한 서사에 휘말렸던 인물들의 삶을 어떻게 이렇게 환상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킵이 오래 시간이 지난 후 해나를 생각하는 마지막 장면이 화면으로 다가와 내 가슴에 오래도록 머물러있다.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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