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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 바츨라프 스밀의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
바츨라프 스밀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25년 5월
평점 :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식량 과잉과 기아가 공존하는 모순의 시대
모두가 배고프지 않은 세상을 위한 해법은 있는가? 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식량은 넘치는데,
왜 여전히 굶주리는가?'에 대한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있다.
세계는 인구 대비 식량을 30% 더 많이 생산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 중에서 3분의 1이 버려지고, 11명 중 1명은 굶주리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장 역설적인 문제,
즉 식량 과잉과 기아의 공존을 날카로운 통계와 냉철한 분석으로 해부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바츨라프 스밀은 체코 플제니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다. 에너지, 환경, 인구 등 거시적 관점에서 현대 문명의 작동 원리를 탐구해 온 석학답게, 우리의 식탁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경제, 정치, 환경 문제와 복잡하게 얽힌 총체임을 책에서 보여준다.
책은 충격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지구는 충분하고도 넘치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풍요로움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가량이 버려지고 있으며,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현대 문명의 거대한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스밀은 이러한 불균형이 식량 자체의 부족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생산, 유통, 소비 시스템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저자는 현대 농업 시스템의 발전을 면밀히 살피면서도 그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지적한다. 녹색 혁명 이후 농업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 물, 화학 비료 투입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집약적 농업은 단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특히, 생산된 곡물의 상당 부분이 인간의 식량이 아닌, 가축 사료로 사용되어 육류 소비를 부추기는 비효율적인 구조는 인류의 식량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우리의 풍족한 식탁이 지구 자원과 환경에 어떤 부담을 지우고 있는지, 그리고 그 부담이 어떻게 전 세계적인 불균형으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인 바츨라프 스밀은 미래 식량 대안으로 주목 받는 배양육이나 곤충 단백질, 심지어 유기농 농업에 대해서도 맹목적인 낙관론을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기술들이 인류의 식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며, 오히려 기존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유기농이 생산성을 떨어뜨려 대규모 식량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그의 주장은, '친환경'이라는 막연한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오직 데이터와 현실에 기반하여 문제를 바라본다. 그는 식량 문제 해결이 특정 기술 혁신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보다 거시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또한 이러한 비판에서 멈추지 않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낙후된 유통 인프라를 개선하며, 농업 기술이 미흡한 지역에 대한 국제적인 기술 전수와 종자 보급을 통해 식량 분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축 사료로 사용되는 곡물 중 일부를 인간의 식량으로 전환하는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세계를 먹여 살리는 법'은 단순히 식량 문제에 대한 통계적 보고서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윤리적 소비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한다.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이 모순적인 명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니 인류가 직면한 식량이라는 거대한 과제를 직시하고, 그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길을 모색하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성은 삶의 양념이라고 말하지만, 큰 규모에서 따질 때 인류가 대량으로 필요로 하는 것들은 대개 한정된 공급원을 통해 조달된다."
지금도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기아는 식량 부족이 아니라 식량 분배 시스템의 실패가 주된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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