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떠나는 사람 - 태원준 여행 산문집
태원준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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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떠나는 시간 
 
내 삶의 철학 중에 여행이 있다. 
나는 책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세상이란 큰 문을 열고 그 지혜를 경험하는 것이 '여행' 이라고 평소에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 또한 여행을 삶의 중요한  행위로 인식하고 매년 새해가 시작되는 한 달은 해외 한 달 살기를 하고 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 책을 읽으며 여행 생활자의 삶에 동경과 존경과 감탄이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세상은 두 발로 여행하는 자에게 스스로 드러낸다" 
책의 초입에 인용된 이 문구를 보면서 우리의 삶에서 여행만큼 지식을 현장에서 체득하는 그 무엇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책의 저자는 여행을 준비하기 전 이미 그곳의 많은 것을 공부한다고 했다.
사실 찐 여행자라면 여행을 통해 우리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고 여행이 담고 있는 지식의 보고가 앞으로의 삶에 다양한 시각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책의 내용이 보편적인 여행 안내 책자와는 달라서 좋았다.
그 도시에서 느낀 작가의 부분적인 시각과 당시의 감정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어 어떤 부분은 내가 말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매번 여행지의 밤, 그날의 일상을 꼼꼼히 정리한 덕분에 책을 출간하는데 어렵지 않았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보고 다음 여행지에서 나도 꼭 실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작가가 25년 간 109개국 900 여 도시를 누비며 쓴 기록이다.
아마도 작가는 이 책에서 풀어내지 않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평생 가지고 삶을 다양한 부분에 투영하며 살아갈 것이다. 
 
부럽다는 생각에 앞서 경이로운 존경심이 앞 선다.
본인이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500일 넘게 80 여 개국 세계 일주를 엄마와 함께 하는 대한민국의 아들이  또 어디있을까? 
 
책의 내용 중에 TV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캄보디아 시엠립에서의 말벌 공격 사건은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깔깔거리고 웃으며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일 순간에 수 백 마리의 말벌이 동시에 공격했던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아마 재미있게 시청했을 것 같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크리스마스 날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공감의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2005년 독일에 머물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기억이 있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엄청나게 멋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는데 유럽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의미가 강해서 오히려 크리스마스 날에 가게들이 다 문을 닫고 관광지도 한적하다. 무엇보다 대중교통 운행도 대폭 줄어 유럽에서의 멋진 크리스마스 날의 추억을 만들고자 했던 나도 당시에 얼마나 황당했었든지^^ 
 
책에서 저자가 적고 있듯이 평탄하기만 하면 여행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죄충우돌 현장에서 뜻하지 않은 다양한 경험이 결국은 여행에서 가장 오래도록 남는 기억이 된다. 
 
작가가 수집하는 사적인 기념품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다. 
여행지에서 받은 다양한 종이 영수증!
한국에 돌아온 뒤 일상에 치여 마음속이 스트레스 찌꺼기로 부대낄 때 종이 영수증의 시시콜콜한 구매 내역을 들여다 보고 소소한 행복감을 잠시 느낀다는 마음에 크게 공감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 영수증 잉크가 옅어져 갈 때면 그 여행을 놓아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는 ~~ 
 
아제르 아재행 비행기 기내에서 만난 보드카 친구들과의 '딱 한 잔' 으로 시작된 43도짜리 보드카의 일화도 책에 실린 당시의 한 장 사진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했는데 나는 당시 상황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오는 걸 어쩔수 없었다^^ 
 
길 위에서 1분 1초도 설레지 않는 순간이 없었다는 작가의 소개글을 보면서 다양한 여행지에서 경험한  저자의 삶의 의미들이 책에 담겨져 있어 하루 만에 책 한 권을 단숨에 읽었다.  
 
여행은 스스로의 성장을 돕는다는 말이 있다.
책을 읽으며 여행과 영화를 좋아했던 소년의 25년 간의 삶의 여정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도시를 여행한 노련한 작가의 책에 소개한 도시 덕분에 중국 쓰촨성의 '황룽 풍경구'는 언젠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의 버킷리스트에 담았다. 
 
설산이 둘러싼 고산 지대에 탄산칼슘이 쌓여 만들어진 석회암 구덩이가 만들어낸 계단식 논 같은 풍경에 내 시선이 오래도록 책 속의 사진에 머문다.
 
머물던 세상을 떠나면 머물던 세상에 없는 다른 풍경이 보이고, 다른 문화가 펼쳐지고 다른 일이 벌어진다.
엄마와 함께 한 여행지 사하라 '시와' 마을의 이야기도 여행지에서 만난 뜻하지 않은 풍경에 섭씨 50도가 넘는 사막에서 선풍기 없이 일주일을 머물렀다는 사연도 흥미로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여행을 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 읽기를 권한다.
저자의 소소하지만?은 않았던 다양한 여행 경험이 한 권의 책 속에 담겨져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김영사 #매일떠나는사람 #태원준 #책 #여행 #독서 #독서모임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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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는 사회 - 사회적 부검으로 들여다본 한국인의 고독사
송인주 지음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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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죽는 사회 
 
마지막까지 혼자 견디는 사회 우리는 서로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사회적 부검을 통해 홀로 죽은 이들의 삶을 기록하며 가족과 공동체가 희미해 져가는 시대에 도시는 우리를 어떻게 홀로 남기고,  어떻게 홀로 죽게 만드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사회복지 연구자 송인주 작가의 기록이다. 
 
책을 읽는 내내 착잡한 심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독사는 곧 다가오는 미래의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의 순간에 누군가 곁에 있다는 것, 마지막 과정을 함께 견디는 손길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책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느낀다. 
 
아무도 찾지 않는 죽음,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 가족해체의 결과물 옆집에서도 모르는 죽음....... 
 
'고독사'란 가족, 이웃, 친구와의 왕래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혼자 살던 사람이 홀로 임종기를 거치고 사망 후 방치되었다가 발견된 죽음을 말한다. 
 
책에서 소개한 고독사의 사례 중에 어떤 죽음은 죽은 지 한 달 뒤 발견되기도 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생존의 움직임이 없는 그 누군가의 죽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라는 생각에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지 어떤 제도적 장치가 이런 일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사후 발견된 시점, 그리고 사망 과정에서 아무 도움과 지원이 없었던 죽음들!
2014년~2024년 까지 사망 원인 통계의 성별과 연령 별 특성을 살펴보면 80세 이상이 차지하는 건수가 가장 많다.  
 
그런데 고독사는 다르다.
고독사 전체 사망 건수의 80%가 50~60대 남성으로 전체의 54%를 차지한다.  
 
'왜 중장년 남성은 고독사 비율이 높을까?' 
 
실패와 실업으로 인한 정체성의 상실과 경제적 어려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책에서 소개한 고독사 사례의 대부분도 50~60대 남성이다. 
 
서울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홀로 생활하다가 숨진 뒤 열흘 만에 발견된 50대의 남성과  경기도의 한 원룸에서 숨진 채 발견된 60대의 남성 등이 중장년 남성의 실패와 재기의 어려움이 어떻게 고독사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은 혼자 힘으로 건너기 어렵다.
또한 고립 속에서도 삶은 이어진다. 
홀로 아픔을 견디며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을 때 집주인에게 감사의 편지를 남기고 보증금을 주고 싶다는 유서를 남긴 A씨의 사례를 보면서 단절된 관계 속에서 새로운 연결의 희망이 그들을 기댈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언제나 한 발 늦은 일들이 너무 많다.
사회의 무관심과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그들은 쓸쓸하게 죽음으로 돌아갔다. 
 
고립되어 자기를 돌보지 않게 되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때 자신을 버티게 하는 것은 일상의 힘이라는 저자의 글귀를 보며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통해 '자기돌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하게 굳어진 삶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그 익숙한 생활방식에 젖어 있다 보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면 변화를 이끌 힘과 계기가 필요하다. 
그런 계기가 없다면, 일상은 자신을 돌보지 않는 방향으로 굳어진다.
결국 우리가 '그 까짓것' 하고 가볍게 넘겼던 일들이 사실이 중요한 일이다. 
 
내 가족과 이웃에게 엄습하는 죽음과 소외의 현실을 책에서 발견한다.
다른 얼굴과 이름으로 태어나 쓸쓸하게 살아가는 또 다른 나에 관한 이야기일 수 도 있다. 
 
그들의 죽음을 더 이상, 이 사회가 모른 척 해서는 안된다.
세상에 빗장을 걸고 물러나 있던 사람들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되지 않을까! 
 
한국 사회의 고독사를 ‘사회적 부검’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혼자죽는사회 #김영사 #고독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죽음 #1인가구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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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 극단주의와 확증편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데이비드 팩먼 지음, 김내훈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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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 
 
이 책은 미국의 정치 평론가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데이비드 팩먼이 

현대 사회의 정보 왜곡과 정치적 양극화 현상을 분석한 책으로 'The Echo Machine'의 한국어 번역본이다.  
 
책의 원 제목인 ‘Echo Machine’은 사람들이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반복적으로 접하며 기존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사회적 구조를 의미한다.  
 
저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동시에 거짓 정보와 음모론도 빠르게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치적 목적을 가진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노출하면서 사회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특히 우익 미디어와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 어떻게 시민들의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도 설명한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간다.
뉴스, 유튜브,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과 의견을 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 모든 정보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가짜 뉴스, 그리고 극단주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 되는지? 날카롭게 분석한 사회 비평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소비한다. 여기에 sns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반복적으로 제공하면서 기존 신념을 더욱 강화한다. 결국 사람들은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감정과 정치적 입장에 맞는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저자는 정치 제도, 언론 환경, 플랫폼 알고리즘, 선거 시스템 등 사회 구조 전반을 함께 살펴보며 왜 현대 사회가 '탈진실' 시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 규명에 있어 단순히 특정 정치 세력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왜 허위 정보에 쉽게 노출되는지 심리학적·사회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또한 실제 사례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통해 독자들이 현재의 정보 생태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서 문제 진단과 함께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책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강화, 다양한 관점의 정보 접촉, 비판적 사고 능력 향상, 그리고 지적 겸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이 정보 소비 습관을 점검하고, 자신의 신념을 끊임없이 검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 책은 미국 정치 상황, 특히 우익 극단주의와 보수 미디어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기 때문에  다소 편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 사회 역시 정치적 양극화와 가짜뉴스, 온라인 혐오와 진영 논리로 인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미국 정치 이야기로만 읽기보다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오늘날의 문제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라는 점에서 충분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백 개의 뉴스와 게시물을 접한다. 그러나 정보의 양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진실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의 시사점은 다양한 논의의 확장을 가져다 준다.  
 
우리가 어떤 정보를 믿고 공유하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우리의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특히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 있는  디지털 시대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믿믿사 #믿고싶은것만믿는사람들 #창비 #책 #독서 #독서모임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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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여행 을유세계문학전집 150
로런스 스턴 지음, 김정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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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여행 
 
책을 읽으며 '로런스 스턴'이란 작가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괴테는 그의 시대에서 가장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작가로 스턴을 평가했다.
나아가서 니체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라고 했다.  
 
"큰 소리로 자주 웃는 것은 우둔함과 부적절한 매너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팽배한 시대, 스턴은  이 책을 통해 특유의 코믹하고 희극적인 터치와 풍자를 담아, 당대를 지배하던 냉소적인 여행 문학과 경직된 계몽주의적 이성 중심주의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출생부터 신사 계층 주변부였으나 스턴은 반대 방향을 택했다.
희극이야말로 고통이 산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지탱 시키는 힘이 됨을 그는 글을 통해 보여준다.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대주교를 역임한 당당한 집안 출신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어려운 삶을 살았다. 
그의 글이 그런 고통 속에서도 희극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 한편으론 미스터리라는 생각이 든다. 
 
스턴의 시대 영국의 지식인들과 귀족들 사이에서는 유럽 대륙을 돌며 유적을 평가하고 지식을 쌓는 ‘그랜드 투어’와 이를 기록한 여행기가 대유행이었다. 
 
이 책에서 주인공 요릭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여행길에 올랐다.  화자는 유적지의 크기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대신, 여행길에서 만난 부랑자, 하인, 수도승, 가게 점원 등 평범한 이들과 나누는 찰나의 감정과 교감, 인간미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며 진정한 여행이란 지식 자랑이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것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주인공 요릭을 통해 여행 중에 경험하는 사랑의 감성이란 어떤 성격을 지니며, 이를 통해 사람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순화시키는지를 통찰한다.
 
18세기는  이성과 합리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신고전주의와 계몽주의가 정점이었던 시대다. 스턴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가 인간을 너무 건조하고 기계적으로 만든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도덕성과 관계의 회복은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동정심과 감수성에서 온다고 믿었다. 
 
다만 이를 너무 엄숙하게 주장하면 지루해지기 때문에, 주인공 요릭의 입을 빌려 시종일관 가볍고, 위트 있고, 때로는 엉뚱한 코믹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재미있는 점은 스턴이 당대의 이성 중심주의를 반박하기 위해 감성을 내세웠으면서도, 동시에 알맹이 없는 '가짜 감상주의' 역시 희극적으로 꼬집었다는 점이다. 
 
요릭은 스스로 엄청나게 자비롭고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인 척하지만, 예쁜 여성을 보면 한눈을 팔거나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감성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감싸곤 한다. 
 
스턴은 이러한 요릭의 얄팍하고 이중적인 모습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묘사함으로써, 당시 유럽사회에 만연해 있던 도덕적 위선을 희극적으로 풍자했다.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다.
감성 여행은 겉보기에는 가벼운 에피소드 중심의 코믹 소설 같지만, 그 이면에는 지식 적 측면만 늘어놓던 냉소적인 여행가들과 인간의 감정을 메마르게 만든 이성 중심의 18세기 주류 사회를 향해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유머러스한 교감과 감수성에 있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로렌스 스턴은 삶의 그늘과 우울함이 깊을수록, 인간은 눈물에 잠기는 대신 웃음과 위트를 통해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믿었으며 그것을 글로 실천한 작가다. 
 
그는 평생을 결핵이라는 잔인한 질병과 싸웠다. 피를 토하는 극심한 고통과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죽음의 공포가 늘 그를 지배했다. 
 
게다가 불행한 결혼 생활과 경제적 궁핍까지 겹쳐 그의 삶은 온통 우울한 일색이었다. 
 
하지만 절망에 빠지는 대신  세상에서 가장 엉뚱하고 유쾌한 소설 '트리스트럼 섄디'와 '감성 여행'을 썼다.  
 
그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매 순간 다가오는 죽음을 웃음으로 받아치고 있네.
내가 웃을 수 있는 한,
죽음의 신도 나를 완전히 꺾지는 못할 걸세." 
 
이 작품이 미완성으로 끝났다는 점은 아쉬움이 있지만
오히려 독자들의 상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더 가치가 부여된다.
 
"우리 삶이 우울할수록 더 유쾌하게 웃어야 영혼이 파괴되지 않는다"는
스턴의 메시지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지친 독자들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을유문화사 #을유세계문학전집 #을유문화사_서평단 #감성여행 #독서 #독서모임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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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 - 신과 인간의 거대한 연대기를 한 권으로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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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 
 
이 책은 그동안 대중에게 역사적 사실을  쉽고 명쾌하게 전달해 오면서 역사 대중화 열풍을 불러일으킨  박영규 저자가 출간한 책이다.
이번에는  '신화'라는 거대한 인류의 유산으로 시선을 돌려 수천 년의 시공간을 종횡무진하는 유일무이한 초압축 신화 모음으로 독자들에게 흥미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한다. 
 
신화는 문학과 예술, 철학의 원천이자 인간의 무의식이 담긴 보물창고다.
하지만 그리스·로마, 북유럽, 이집트, 인도, 그리고 동양의 신화까지 그 방대함과 복잡함 때문에 나와 같은 일반 독자들이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다.
왜나하면 수많은 신들의 이름과 복잡한 계보 속에서 이야기의 중심에서 길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측면에서  이러한 혼란을 단숨에 잠재우기에 충분하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읽은 수 있는 짧막한 단편과 무엇보다 엄청난 분량의 다양한 신화를 한 눈에  접할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복잡하게 꼬인 역사적 사건들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구조화하여, 책 한 권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신화를 신박한 정리로 완성해 놓았다.
 
무엇보다 여러 문화권의 신화를  세계의 창조, 신들의 대결, 인간의 탄생, 대홍수, 그리고 영웅의 여정과 사후세계라는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 세계 신화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배치하여 신화의 역사를 책 한 권으로 마스터한 느낌이다.
 
이러한 주제별 구성 덕분에 독자는 그리스의 제우스와 북유럽의 오딘, 동양의 옥황상제가 가진 권력의 속성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덕분에 문화권마다 기후와 지형, 삶의 방식은 달랐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인간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얼마나 닮은꼴이 많은지 책을 통해 이해하게 되었다. 
 
평소 역사와 신화에 관한 책을 즐겨있는 나로써는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배가되는 느낌이었다. 자칫 학술적이고 딱딱해질 수 있는 신화적 담론들을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유쾌하고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어 대중성과 이야기의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신들의 시기와 질투, 사랑과 배신은 오늘날의 거대한 판타지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주어서 500여 페이지의 두꺼운 책도 지겹다는 느낌 없이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책은 신화를 순수한 옛날이야기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신화가 당대 인간들의 정치, 사회,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날카로운 인문학적 통찰로 짚어낸다.
나아가 이 서사들이 오늘날 명화, 클래식 오페라 같은 고전 예술부터 현대의 영화, 웹툰, 디지털 콘텐츠 창작에 까지 연결되어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상의 모든 신화 신박한 정리' 는 지적 충만감과 읽는 재미를 완벽하게 결합한 인문 교양서다. 신화라는 거대한 숲에서 길을 찾고 싶었던 독자에게는 친절한 지도가 되어주고, 문화·예술·역사를 융합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거나 교육현장에서 학습자와 만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서사적 영감을 가져다 준다. 
 
2학기 대학원 수업에서는 이 책을 부교재로 사용하여 학생들과 다양한 담론을 이어가고 싶다,  
 
복잡한 지식의 파편들을 하나의 거대한 세계관으로 엮어내는 짜릿함을 경험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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