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에 싸인 아이 산하어린이 151
이상권 지음, 신지수 그림 / 산하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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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권님의 글은 문장이 깔끔하고 세련되서 좋아하는 편입니다. 게다다 아이들의 성장을 다룬 작품이라 6학년 아들에게 읽히고 싶었습니다. 작가를 믿고 책을 사서 아들에게 책을 읽으라했더니 이상한 아이가 어찌어찌했고 하면서 재미있다고 평을 해주더군요. 그래 잔뜩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처음부터 공감이 잘 안되더군요. 왜냐하면 시골에서 서울로 전학온 주인공 시주에게 일기장만이 친구였다는 제목이 있는데, 과연 요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일기를 쓸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한도전같은 프로, 그들의 도전보다 그들이 나누는 의미없는 말싸움과 과장된 못짓이나 보며 히히덕거리는 아이들처럼 텔레비젼이 유일한 친구였다면 아마 설득력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아이들이 작가가 주고 싶은 메세지를 진지하게 공감하며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의문이 들더군요. 초등생아이들 10명 중에 9명이 연애인이나 프로 게임어가 되고 싶어하는 현실을 뒤로 하고 시주의 꿈이 시인인 것도 참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입니다. 주인공은 초등생 남자아이인데 정신연령은 17세 여학생같으니 좀 어울리지 않는듯합니다. 이렇듯 여러가지 공감하기 힘든 상황이 등장하는데 무엇보다 비밀에 쌓인 아이 영재가 집을 나온 이유가 설득력이 약하고 영재가 죽을 이유가 없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마음을 잡고도 또 만나게 되는 난관을 썼다는 더 낫지 않았을까요?

  여러가지 아쉬운 맘이 들어 어떤 점이 재미있었냐고 아들에게 물었더니 도둑질하고 망보는 것이 재미있었답니다. 그런 행동이 아이들은 궁금한 걸까요?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사실 그림이었습니다. 분명 작가는 시주앞에 영재가 나타날때 파란색 옷을 위 아래로 입었다고 했는데, 자주색 스워테에 짙은 살색반바지를 입었더군요. 삽화 한 장 한 장이 맘에 듦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 그림작가의 태도가 많이 많이 서운합니다. 내가 작가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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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이우정 그림, 서정오 글 / 현암사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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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생각이 자주 납니다. 행여 방바닥 온기가 날아갈까 깔아놓은 담요를 덮고 옛날 얘기를 듣던 기억, 기껏해야 두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듣고 또 듣고 했던 모양입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지겨워하지도 않고 몇 년을 듣고 지금껏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이야기와 함께 할머니의 사랑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참 다정합니다. 비록 옛날에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없지만 누군가 아직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선생님은 듣고 즐기는 옛날 이야기 속에 옛날 풍습이나 사회에 대한 지식을 살짝 넣어 주기도 하고, 농을 걸어 교훈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백 편이라는 많은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이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우리 어린이들과 말, 글, 옛 이야기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합니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고, 까막까치가 말할 적에' 혹은 '옛날에....'로 시작하는 첫머리와 '~ 하더래'하는 이음새, 책을 읽다보면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과 같이 따스함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끝내는 대목 역시 '그저께 까지 잘 살다가 어제 죽었다네. 어제 그 집에 가서 술 한잔 얻어먹고 왔지,'하고 능청을 부리시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합니다.

요즘은 유치원 다니는 아들에게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대신 불을 끄고 누워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유치원 아이가 이해할만한 이야기를 고르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해주다 보면 나 자신도 아이와 같이 즐거워집니다. 선생님의 수고로운 작업이 들판에 풀씨가 번져가듯 무성하게 자라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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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네 집 꽃밭 민들레 그림책 2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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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다 이제 오우?'
'저, 읍내장에 다녀 왔어요.'
'당신, 아까 회오리 바람에 날려 갔잖소?'
'아니에요. 제 발로 걸어서 여기저기 구경했는 걸요.'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회오리 바람에 날려간 아내를 걱정하고 있던 오소리 아저씨와 부끄러워 시치미를 뚝 떼는 아줌마. 참 재치있고 정겹다. 부끄러운 듯 살짝 웃는 아줌마의 모습. 나도 요렇게만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짧지만 많은 정보와 메세지를 전하는 책이다. 지금은 보기 힘든 동물인 오소리에 관한 이야기, 예를 들면 굴에 살고 40리 밖에서도 같은 종족의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몸길이와 무게 수명 등등. 또 우리 나라의 여러가지 패랭이며 잔대꽃, 도라지꽃 등 들꽃들의 종류와 모양과 그들이 피는 시기, 20-30년 전 삶의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알려준다. 또한 온갖 꽃들이 피는 오소리네집 꽃밭은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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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없는 날 - 정두리 유아동시
정두리 글, 이한중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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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들을 위한 동시란 말과 알라딘의 소개글들만 보고 두 권을 샀다. 한 권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다른 한 권은 이제 막 돌이 된 친구의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그런데 선물을 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 동시들의 좋은 점은 시의 소재들이 아이들의 생활 속에 있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이 닦기, 머리깍기, 생일, 이뽑기, 주사, 오줌싸는 것 등 등.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이 동시가 된다는 사실이 굉장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막 즐거워하고 자신이 맘에 드는 부분을 펼쳐놓고 읽어 달라고 떼를 썼다.

'아플 것 같아/참아도 아플거야//선생님이 웃고 계셔도/엄마가 달래주셔도//나는 울게 될 거야/소리 낮추어 울고 말거야'

이 시는 '이 뽑는 날'이란 시의 전문이다. 아이들이 이 시를 듣고 자기도 울 것처럼 아픈 표정을 지었다. '생일'이란 시를 들려 줄 때는 네 살된 딸아이도 자기 생일은 언제냐고 물으며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의 생활 모두가 동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엄마인 나도 놀랐다. 특히 '파, 마늘 양파'에서 생김새는 따로따로인데 같은 땅 속에서 자랐는데 무얼 먹고 자라서 서로 다른 맛을 내는가 하는 부분이나 '이상한 물'의 맥주는 얼굴빛 붉게 하는 물이라든가 '하나 둘 셋'의 사진찍기를 소재로 한 시에서 카메라 속에 누가 있길래 모두 카메라 구멍을 향해 방긋 웃느냐는 내용의 시들은 기존의 시들과 다른 기발함들이 숨어 있다. 생활을 시로 만들기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보기, 이 동시집을 읽으면 아이들은 쉽고 재미있는 자신의 동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하기를 꺼렸던 것은 이 동시집에 실린 시들의 운율감 때문이었다. 유아들도 동시를 즐길 줄 안다. 자기맘에 드는 시는 엄마도 모르게 혼자 외운다. 그런데 이 시집의 시들을 외우기가 적당치 않다. '-- 하니까요'로 자주 끝나는 시들은 우선 말이 길어서 외우기 힘들고 동시라지만 시의 여운을 막는다. 더 무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는 노래가 반 밖에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기도 하다. 또한 시의 어조가 아이들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듯 하지만 실은 엄마들의 타이름조가 많이 드러난다.

생각의 자유로움과 재미없는 운율. 점수를 매기기가 참 곤란한 시집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동시를 읽어 줄때 내 맘대로 고쳐서 읽는다. 아이들이 더 즐겁게 감상하라고. 다음엔 생각도 말도 다 재미있는 동시집을 좀 엮어달라고 정두리님에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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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 - 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
백창우 엮음, 굴렁쇠아이들 노래 / 보림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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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을까 노래들 때문이었을까 강운구의 사진들 때문이었을까

시가 죽었다고들 한다. 부를 만한 노래가 없다고도 한다. 세상이 온통 유행가 가사천지다. 유행가 가사처럼 사랑하다 유행가 가사처럼 헤어지고 우는 것이 우리 시대 삶의 모습들 아닌가.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사랑하면 남녀간의 사랑만 있는 줄 알고 사춘기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사랑의 에너지를 이성에 쏟아 부으며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사는 게 우리들 아닌가 싶다.

그런데 이 노래집은 우리에게 사랑할 게 참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준다. '은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내 고향 바다','마루에 누워 주무시는 엄마'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씨감자도 염소도 버들붕어도 미나리도 모두 사랑이 된다. 온통 초월이거나 죽음만 이야기하는 시인들, 그래도 최고의 지성인냥 우쭐대는 사람들 보시라. 이원수 시에 붙인 노래들.

아이들 정서에 좋겠다고들 한다. 사실 아이보다 어른들 정서에 더 좋을 것 같다. 서늘하고도 따듯한 바람, 노래를 듣고 있으면 30년 전 40년 전 산과 강, 바다에 불던 바람이 오늘 우리 집 안방에도 분다. 이 바람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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