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1
이우정 그림, 서정오 글 / 현암사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다보면 어린 시절 생각이 자주 납니다. 행여 방바닥 온기가 날아갈까 깔아놓은 담요를 덮고 옛날 얘기를 듣던 기억, 기껏해야 두 세 가지 정도의 이야기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도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듣고 또 듣고 했던 모양입니다. 똑같은 이야기를 지겨워하지도 않고 몇 년을 듣고 지금껏 좋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이야기와 함께 할머니의 사랑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서정오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참 다정합니다. 비록 옛날에 내가 들었던 이야기는 없지만 누군가 아직 옛날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선생님은 듣고 즐기는 옛날 이야기 속에 옛날 풍습이나 사회에 대한 지식을 살짝 넣어 주기도 하고, 농을 걸어 교훈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백 편이라는 많은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이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우리 어린이들과 말, 글, 옛 이야기에 대한 열렬한 사랑을 가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가 합니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고, 까막까치가 말할 적에' 혹은 '옛날에....'로 시작하는 첫머리와 '~ 하더래'하는 이음새, 책을 읽다보면 읽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과 같이 따스함이 절로 느껴집니다. 이야기를 끝내는 대목 역시 '그저께 까지 잘 살다가 어제 죽었다네. 어제 그 집에 가서 술 한잔 얻어먹고 왔지,'하고 능청을 부리시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케 합니다.

요즘은 유치원 다니는 아들에게 자기 전에 동화책을 읽어주는 대신 불을 끄고 누워서 옛날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유치원 아이가 이해할만한 이야기를 고르기가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해주다 보면 나 자신도 아이와 같이 즐거워집니다. 선생님의 수고로운 작업이 들판에 풀씨가 번져가듯 무성하게 자라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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