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날 - 정두리 유아동시
정두리 글, 이한중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유아들을 위한 동시란 말과 알라딘의 소개글들만 보고 두 권을 샀다. 한 권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다른 한 권은 이제 막 돌이 된 친구의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그런데 선물을 하면서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이 동시들의 좋은 점은 시의 소재들이 아이들의 생활 속에 있는 일들이라는 것이다. 이 닦기, 머리깍기, 생일, 이뽑기, 주사, 오줌싸는 것 등 등. 아이들은 자신의 생활이 동시가 된다는 사실이 굉장히 즐거운 모양이었다. 제목만 들어도 막 즐거워하고 자신이 맘에 드는 부분을 펼쳐놓고 읽어 달라고 떼를 썼다.

'아플 것 같아/참아도 아플거야//선생님이 웃고 계셔도/엄마가 달래주셔도//나는 울게 될 거야/소리 낮추어 울고 말거야'

이 시는 '이 뽑는 날'이란 시의 전문이다. 아이들이 이 시를 듣고 자기도 울 것처럼 아픈 표정을 지었다. '생일'이란 시를 들려 줄 때는 네 살된 딸아이도 자기 생일은 언제냐고 물으며 동시에 관심을 보였다. 아이들의 생활 모두가 동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엄마인 나도 놀랐다. 특히 '파, 마늘 양파'에서 생김새는 따로따로인데 같은 땅 속에서 자랐는데 무얼 먹고 자라서 서로 다른 맛을 내는가 하는 부분이나 '이상한 물'의 맥주는 얼굴빛 붉게 하는 물이라든가 '하나 둘 셋'의 사진찍기를 소재로 한 시에서 카메라 속에 누가 있길래 모두 카메라 구멍을 향해 방긋 웃느냐는 내용의 시들은 기존의 시들과 다른 기발함들이 숨어 있다. 생활을 시로 만들기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보기, 이 동시집을 읽으면 아이들은 쉽고 재미있는 자신의 동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하기를 꺼렸던 것은 이 동시집에 실린 시들의 운율감 때문이었다. 유아들도 동시를 즐길 줄 안다. 자기맘에 드는 시는 엄마도 모르게 혼자 외운다. 그런데 이 시집의 시들을 외우기가 적당치 않다. '-- 하니까요'로 자주 끝나는 시들은 우선 말이 길어서 외우기 힘들고 동시라지만 시의 여운을 막는다. 더 무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는 노래가 반 밖에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기도 하다. 또한 시의 어조가 아이들의 목소리로 얘기하는 듯 하지만 실은 엄마들의 타이름조가 많이 드러난다.

생각의 자유로움과 재미없는 운율. 점수를 매기기가 참 곤란한 시집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 동시를 읽어 줄때 내 맘대로 고쳐서 읽는다. 아이들이 더 즐겁게 감상하라고. 다음엔 생각도 말도 다 재미있는 동시집을 좀 엮어달라고 정두리님에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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