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의 몽타주 새움청소년문학 1
차영민 지음 / 새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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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안,
그 녀석은 학교에서 전설이다. 신이다. 빵뚫기의 신이다. 빵뚫기가 절대불가능한 요새로 유명한 학교 앞 슈퍼를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하루만에 뚫었다. 이후로 녀석은 어리고 죄많은 고딩들에게 빵를 주는 자, 빵을 얻고자하는 학생들은 모두 그에게로 간다. 일학년이나 삼학년이나 모두 그를 막냇삼촌이라 부르며 매일 그를 따르고, 빵을 사달라고 조른다. 학교 선생님들마저도 그에게 매를 대거나 벌을 주기를 어색해한다. 무의식중에 녀석에게 존대말을 쓰는 선생님이 있을 정도로 녀석에게는위엄이 있다.

그러나 녀석이 학교를 나오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녀석은 신이 아니다. 신은 커녕 범죄자 취급을 받기 일쑤다. 백오십만원도 아니고 백오십원 때문에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멱살을 잡히고 파출소로 끌려간다. 나이가 여섯 살이나 더 많은 술취한 누나를 업어서 데려다 주건만 원조교재를 하는 치한으로 오해받고, 엄마를 찾으러 노래방에 갔다가 도박꾼 누명을 쓰고 또 경찰서행이다.

이 모든 것이 다 녀석의 이름처럼 안동안이기 때문이다. 녀석은 아직 민증도 없는 파릇파릇한 열일곱 살, 대한민국의 평범한 고등학교 1학년생이건만 눈에 띄게 큰 머리와 겉늙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신이 되기도 하고 범죄자로 여겨지기도 한다. 눈을 가려도 나쁜 사람을 잘 가려내야 할 경찰조차도 그의 말을 잘 믿어주지 않으니 억울한테, 그 녀석의 집에는 녀석의 얼굴을 아주 잘 이용해먹는 삼촌까지 있다. 매일 집 앞 슈퍼로 담배 심부름을 보내고, 이러저러한 부모님이 모르면 좋을 사실들을 미끼로 용돈도 뜯고 별별 심부름을 다 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삼촌이 급기야 자기 대신 선을 보러 가 달라고 부탁을 한다. 성적표 협박에 하는 수 없이 녀석은 선을 보러 가는데 ..

최근 읽은 책들 중 가장 개성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읽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중고딩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이 간단하고 이야기는 흥미롭다. 작가가 사용하는 어휘나 말투가 진짜 고등학생이 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가벼워보이고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 그러나 작가가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안동안의 얼굴만큼이나 진중하고 성숙하다. 작가 소개를 살짝 보니 89학번도 아니고 89년생이다. 이 청년 작가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 안동안의 얼굴만큼, 아니 그보다 더 속으로 늙은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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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ld Be Worse!" (Paperback)
Stevenson, James / Greenwillow / 198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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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의 매력은 어디서 올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옛이야기는 다른 어떤 이야기들 보다 아이들을 이야기 속으로 흠뻑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다. 왜 그럴까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매력을 알 것도 같다.

맨날 똑같은 말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할아버지, 무슨 일이 있어도 "Could be worse!" 라고만 한다. 할아버지는 왜 그 말밖에 안하냐며 심심해하고 지루해할때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Guess what"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얘들아, 있잖아. 내가 어젯밤에 ᆢ"
할아버지가 어찌나 능청스럽게 이야기를 꾸몄는지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산전수전 겪고 돌아온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가 매일 쓰던 지겨운 말 could be worse!를 외칠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아이들 말로 표현하면 거짓말이고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허구가 할아버지 이야기의 재미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빠져 속아넘어가는 아이들을 보는 게 이 책의 재미다. 이 책을 보자니 옛이야기의 매력은 황당무계한 것 같은 거짓말과 그런 거짓말에 언제든지 속아넘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들과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이 모아져 만들어진 듯하다. 현실과 허구를 분간 못하게 정신을 뺏어가는 옛이야기의 매력을 우리 옛이야기 그림책이 아니라 원서 그림책에서 찾게 된 이유는 뭘까?

아마도 could be worse가 무슨 말일까 짧은 영어실력으로 고민하다보니 생각지 못한 답도 얻게 된 듯하다.
Could be worse!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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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Going on a Bear Hunt (Paperback) - 느리게100권읽기: 2차 대상도서
마이클 로센 지음, 헬렌 옥슨버리 그림 / Walker Books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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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원서 그림책을 읽어준 경험이 있는 이라면 어떻게 읽어줘야 아이들이 좋아할까 한번쯤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말 그림책에 익숙해서인지 아이들이 원서 그림책 한 권 읽기를 아주 힘겨워하기 때문이다. 처음 한 두쪽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아이는 답답해서 몸을 꼬고 신경질을 내고 그러다간 빨리 우리말로 읽으라고 소리를 지르기 일수다.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이 답답해 하지 않았다. 유투브에서 글 작가 마이클 로젠이 직접 읽어주었기 때문이다. 뜻은 잘 몰라도 마이클 로젠의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매우 즐거워했고 자기들도 따라 읽기까지 했다. 노래처럼 챈트처럼 반복적인 리듬을 타며 읽어주는데 연기가 아니라 그냥 좀 수다쟁이가 까불어주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재미있게 다 듣고 나니 아이들이 스스로 따라 읽으려고 애쓴다. 흉내내는 말도 아주 즐겁게 따라한다.

  다른 책들도 고렇게만 읽을 수 있다면 아이들이 참 좋아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잘잘잘을 아무 가락없이 그냥 읽는다면 ... 줄넘기 노래를, 두껍아 두껍아를 그냥 책 읽듯이 읽는다면 얼마나 지겹고 졸릴까 하는 생각, 우리가 원서 그림책을 읽을 때 노래를 그냥 글씨로만 읽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로젠의 읽기처럼 듣기 좋고 편안한 리듬과 가락을 만들면 다른 원서그림책도 요 책만큼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책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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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Movie (Hardcover, Revised)
Avi / Atheneum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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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전 미국은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약속된 땅이었다.어떤 이들은 모험을 원하고, 또 어떤 이들은 자유를 찾아, 어떤 이들은 더 부유한 삶을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스웨덴의 구스타프의 가족 역시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아버지가 먼저 떠났다. 구스타프와 엄마도 배를 타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뉴욕항으로 떠났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돈 마져도 도둑에게 빼앗기고 만다. 새로운 땅, 새로운 삶을 기대했던 가족에게 닥친 이별. 그리고 가난.
그러던 어느 날 구스타프는 마지막 남은 돈을 훔쳐간 도둑과 마주친다. 도둑을 잡으려다 구스타프는 우연히 '도둑'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자의 눈에 띄어 배우가 된다. 아들을 찾다가 싸구려 무성영화를 보던 아버지가 영화 속에서 아들을 찾아 가족이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다.
판화와 같은 느낌. 흑백의 그림들이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을 준다. 새로운 땅에서 가족을 잃은 막막함과 가족을 찾는 애절한 마음들, 그리고 오래된 이야기라는 것을 이 흑백의 그림들이 너무나 잘 표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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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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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어처구니가 산다 라는 작가의 특이한 소설에 반한 이후 그의 소설에 대해 높은 기대가 있다. 신선, 유머, 풍자, 해학등 작가에게 바라는 게 너무 많다보니 여간해서는 만족스럽지가 않다. 첫키스의 날카로운 추억을 두번 세 번 재탕한들 그 맛이 날까마는 그래도 그의 작품이라면 얼른 읽어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또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 만땅으로 모기가 피를 빨아 먹고 참새만큼 커졌다는 뻥을 즐기며 읽기는 읽었는데 작가가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다 못 알아들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소설이 아니고 영화였다면 영필이 부르는 노래와 지천벽 용소와 강변 세트마을과 아르마니의 깡패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더 풍성해지고 즐거웠을까? 영필이 부르는 클래식 음악을 알았더라면 훨씬 더 만족하며 감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작가는 영상시대에 어울리는 소설을 썼건만 노래를 모르는 독자가 활자로만 읽고 판단하려니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뻥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어준다면 그때 정말 그의 노련한 입담과 재치가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바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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