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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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에 저장된 1만 장의 사진 중 온전히 '내 사진'(타인과 함께 찍지 않은)은 1%, 아니 0.1%도 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 종종 '자연스러운' 자기 모습이 찍힌 사진을 올리는 친구들을 보며 항상 의아했다. 저 자연스러움이 결코 자연스러움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으므로. 그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는지 또한.

그 의문을 조금은 해소해 주는 책, 황의진 작가님의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를 함께했다.


📖
#빈틈없이자연스럽게 는 1920년대, 사진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때부터 시작하여 개개인이 모두 카메라를 하나씩은 소유하게 된 휴대폰의 시대를 거쳐, SNS가 일상이 된 현재로 이어진다.

자기 사진을 찍는 수많은 여성과의 대화를 담아내며 다양한 시선,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특히 흥미로웠다.

"갤러리를 구성하는 사진의 보정과 선별을 거치며 삶의 어려움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숨겨진다. (...) 현재 겪고 있는 슬픔이나 어려움을 일시적인 감정처럼 느끼게 만든다." _p.160


📷
N번방, 성 착취, 온라인 성희롱 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사진을 찍는 여성들.

'내 사진'이라고 생각하고 표현하지만, 실제로 SNS에 공유하는 그 사진들은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끊임없이 평가된다. '내 사진'이지만 '나만의 사진'은 아닌 셈.

하지만 그 안에는 사진을 공유하는 '타인과의 관계'가, 그저 목적 없는 습관이 녹아들어 그 모든 게 '내 사진'의 일부가 된다.

작가는 말한다.
"왜 자기 사진을 찍는가?"에서 시작해 "왜 나는 찍지 않는가?"를 되묻게 되는 책이라고.


😶‍🌫️
책을 덮고 나를 돌아봤다.
오늘도 아침부터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지인들 만나 밥을 먹고, 꽤 느낌 있는 여러 장소를 돌아다녔지만 단체 사진을 제외한 '내 사진'은 딱히 없다.

그러나 어쩌면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읽는 책을 공유하는 나도(그냥 혼자 읽고 말면 그만임에도) 어쩌면 이 '자기 사진 찍기'의 맥락 속에 함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지금보다도 개인을 더 많이 존중해주는,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려 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물론 그 모든 게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고, 불법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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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과 풍경 - 조선이 남긴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시간여행
안희선 지음 / 효형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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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숲 사이로 떠나는 시간 여행,
경복궁에서 시작해서 덕수궁까지 이어지는 안희선 작가님과 함께하는 조선으로의 여정 『궁궐과 풍경』 :)


🪶
서울에는 다섯 개의 궁궐이 있다.
지어진 순서대로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시대별로 '정궁(궁중 의식 - 왕이 조회를 열던 궁)'으로 여겨진 궁궐이 다르고, 임진왜란 때 한양의 모든 궁이 불타 소실/훼손되어 복원하였기 때문에 지어진 순서가 크게 의미는 없다고 한다.

그중 지난주 다녀온 덕수궁 투어의 여운이 남아
고종이 사용한 덕수궁(경운궁)과 창덕궁의 이야기를 살짝 옮겨본다.


🔸️
[도심의 여백, 덕수궁]
원래는 '경운궁'이라 불렸으며, 1897년 대한제국이 출범하며 고종이 거처를 이곳으로 옮겼고, 전각들을 갖추기 시작한다.

1907년 순종이 즉위하며 창덕궁으로 정궁을 옮겼고, 순종이 고종에게 바친 '덕수'라는 이름을 따 '덕수궁'으로 궁호가 변경된다.

1910년 돌로 만든 석조전을 지으면서 전통과 근대 서양 건축이 공존하는 독특한 궁궐로 재탄생했으며, 일제의 영향으로 훼손된 부분들을 2038까지 복원하겠다는 문화재청의 발표가 있었다.


🔹️
[낙엽이 아름다운, 최후의 황궁 창덕궁]
경복궁과는 다르게 자연의 곡선을 담고 있으며, 당시 백성들이 거주하던 기와집/초가집과 비슷한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는 창덕궁.

한국적인 미가 가장 전형적으로 보이는 궁으로,
그 아름다운 후원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
궁에 관해 너무나도 새로운, 좋은 정보들을 많이 듣고 배울 수 있던 책과 투어라서 그 모든 면을 담고 싶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으므로 아쉽게도 생략한다.

작가님이 설명해 주신 덕수궁의 이모저모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권력을 잃어버렸다는 건 공간을 관리하는 능력을 잃었다는 것." 조선 후기, 일제에 많은 것을 빼앗기던 시기였기에 덕수궁은 유난히 많은 훼손이 있던 궁이고, 현재도 복원 중이다.

복원이 완료된다는 2038년, 덕수궁이 온전한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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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마음 - 내 아이의 수학 정서를 높이는 초등부모의 대화법
강미선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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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기 수포자 계신가요..? 👀

자문자답해 보자면 그 수포자가 바로 나다.
어릴 때는 수학을 꽤 좋아했었다. 초등학교 시절, 취미가 퍼즐 맞추기였는데(100번도 넘게 완성해 본 커다란 공룡 퍼즐이 아직도 집에 있다), 수학은 그 퍼즐과 같았다.

이렇게 저렇게 맞는 풀이 방법을 대입해서
짜잔✨️ 완성할 때의 그 쾌감이란.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자주 만점을 받고는 했고,
그냥 그게 어느 순간 당연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더 이상 만점을 받지 못했던 순간. 재미가 없어진 순간. 혼이 나기 시작했던 순간.


📖
강미선 작가님의 『수학의 마음』.
수학 교육 에세이로 유명한 『수학은 밥이다』가 인기에 힘입어 무려 4차 개정판을 맞아 새로운 이름으로 푸른향기에서 출간되었다.

핵심은 수학 문제 풀이 능력이 아니라,
수학을 대하는 '정서', '태도',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양육자인 '부모'의 태도라는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
몇 년 전 <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연예인의 형이 해외 유명 대학 수학과에 재학 중인 모습이 등장했다.

해외 대학이라는 점도 인상적이었으나,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대학에서 '수학을 대하는 태도'였다.

수학 문제를 딱 주면 흰 종이에 빽빽하게 수식을 써 내려가며 문제를 푸는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그곳의 학생들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칠판의 수학 문제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머릿속으로 '아 이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 푸는 거구나'를 정리하면 다음 문제로 넘어간다.
그들에게는 답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과정'이었다.


🎮
수학뿐 아니라, 교육뿐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이거 아닐까.

그에 대한 '좋은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계속하게' 만드는 것. 문제가 생기면 적절히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

어릴 때는 수학 점수가 세상의 전부일 수도 있으나, 삶 전체를 놓고 본다면 그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고, 우리는 그보다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며 삶을 살아야 하니까 :)

돌이켜보면 수학 문제 푸는 게 살면서 마주하는 해답지도 정답도 없는 난제들보다 훨씬 쉬웠던 것 같다.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
수학은 평생 우리와 함께한다.
가계부, 대출, 이자, 요즘은 주식, 부동산, 통계 등.

평생 함께해야 한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걸 '문제'가 아닌 '친구'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만큼 좋은 길이 있을까.

단순한 수학 공부를 넘어 '태도'를 알려주는 책,
초등학생, 혹은 곧 초등학생이 될 아이들을 육아하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정말 좋은 책, 『수학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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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앤드 산문집 시리즈
이소연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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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나의 존재들에게 내가 본 '윤슬'이 한 가득 담긴 이 책을 바친다." _p.216, epilogue 中

화려하고 특별한 단어보다,
애써 포장하고 단장하여 꺼내놓는 말보다,
더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이소연 시인의 산문집,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다.


📖
겨울에서 시작해 온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단단한 에필로그를 맞이하는 이야기. 실제로 계절은 책의 초반, 20페이지가 채 안 되게 나오지만, 읽는 내내 어떤 계절 속을 걷는 듯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 다시 맞이한 겨울은 훨씬 더 따뜻했고, 충만했다. 봄이 곧 또 올 거라는걸, 나는 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동료 시인들과 낭독회를 하고, 학생들을 만나고, 여행을 가고, 때로는 과거의 그림자에 발을 들인다.

가볍게 웃고 넘어갈 이야기도, 슬픔에 마음이 우는 이야기도, 분노와 부조리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
개인적으로 3부의 이야기들이 가장 좋았다. 물론 모든 글이 다 좋았지만, 아마도 내가 꽤 T인 사람이라 몽글몽글,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보다 현실이 녹아있는 글이 더 좋은가 보다.


#쓰레기낭독회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국제생태미술전을 관람한 후 작가님과 '켬' 동인은 서울에서 '쓰레기 낭독회'를 연다. 쓰레기를 입장료로 받아 간직하고, 2회 때는 포스터와 소책자조차 만들지 않는다. 2022년, 그리고 2023년. 올해도 꼭 열렸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우리 때문에 물고기들의 식탁에 쓰레기가 올라간다. — "너희의 식탁에 쓰레기가 올라온다면 짜증이 안 나겠니?" _p.191


#세계의수평을맞추기위해
강의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페미니즘 성향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 집안일을 많이 하는 남편에게 "불쌍하다"말하는 사람. 물론 농담이었을 수도,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힘이 약한 사람들이 강한 상대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손에 손을 잡고 밑에서부터 속삭여야 한다고 한다. (...) 한쪽으로 기울어진 세계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우리 시대 젊은 여성 시인 이소연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_p.201


✍️
때로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같고,
때로는 봄바람 같고, 때로는 청량한 여름 바다 같고,
때로는 발끝에서 바삭거리는 낙엽 같았던 책.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고 싶은 책,
이소연 시인님의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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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비치
레이철 요더 지음, 고유경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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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Bitch'
놀랍게도 영어권 국가에서 비속어로 사용하는 그 'Bitch'가 맞다. 개가 된 엄마의 이야기다, 어렴풋이 알고 시작했지만 이건 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이야기였다. #레이철요더 의 『나이트비치』다.


📖
대한민국에서도 아주 흔히 일어나는 일이 미국이라고 일어나지 않을 리가 없다.

결혼을 하고 아들을 출산한 후 본인의 직업이던 '예술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던 여자. 아이는 울고, 남편은 무관심하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이 희미해지던 어느날 밤, 주인공은 '나이트비치(Night-Bitch)'가 된다.

"예술가이자 여자이자 괴물 엄마가 되고 싶다. 괴물이 되고 싶다." _p.279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으니 사람이 아닌 게 될 수밖에.



🗡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여성들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만약 그 선택이 가족을 위한 것이라면 여성들은 '신성한' 모성을 가졌다고 칭찬받는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선택을 한다면 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커리어와 가정 사이를 저울질해야 하는 책임은 여성에게만 전가된다." _p.321

몇 년 전, 몇몇 사건들로 인해 '모성애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공공연해졌다. 하지만 지금 성인이 되어 육아 전선에 뛰어든 많은 여성들이 자라던 시절에는 흔히 하던 말이었다.

왜 여성은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자신을 놓아야만 하는가? 왜 그걸 '선택'할 수 없는가?

#나이트비치 의 주인공도 처음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 도와주는 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포기하기 전까지.



👤
『나이트비치』의 주인공 이름은 끝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그저 '나이트비치'인 한 사람일 뿐이다.

이 책이, 주인공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아마 그 주인공은 이 책을 읽는 누구든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싶었던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들(비단 여성만은 아니다. 어떤 집단에 매몰되어 개인의 정체성을 놓을 수밖에 없던 사람들)이 나이트비치가 되어서라도 자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진흙탕을 구르고, 사냥을 하고, 무언가를 잃을지라도 그 끝에서는 분명 더 나은 걸, 많은 걸 얻을 수 있을테니.

양육자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게 나의 믿음이기도 하다.



-
주인공은 결국 자신의 정체성이던 '예술'을 찾는다.
나도 최근 몇 년 간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찾느냐 꽤 오랜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분명 그 시간은 가치 있었고, 후회하지 않는다. 돌아갈 수 없으니, 돌아가고 싶지도 않으니. 내가 찾은 그 정체성을 믿고 - 미래의 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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