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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ㅣ 앤드 산문집 시리즈
이소연 지음 / &(앤드) / 2024년 4월
평점 :
"반짝이는 나의 존재들에게 내가 본 '윤슬'이 한 가득 담긴 이 책을 바친다." _p.216, epilogue 中
화려하고 특별한 단어보다,
애써 포장하고 단장하여 꺼내놓는 말보다,
더 소중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있다.
이소연 시인의 산문집,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다.
📖
겨울에서 시작해 온 계절을 한 바퀴 돌아 단단한 에필로그를 맞이하는 이야기. 실제로 계절은 책의 초반, 20페이지가 채 안 되게 나오지만, 읽는 내내 어떤 계절 속을 걷는 듯했다.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
그리고 그렇게 돌아서 다시 맞이한 겨울은 훨씬 더 따뜻했고, 충만했다. 봄이 곧 또 올 거라는걸, 나는 이 겨울을 잘 이겨낼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동료 시인들과 낭독회를 하고, 학생들을 만나고, 여행을 가고, 때로는 과거의 그림자에 발을 들인다.
가볍게 웃고 넘어갈 이야기도, 슬픔에 마음이 우는 이야기도, 분노와 부조리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는 이야기도 있었다.
📍
개인적으로 3부의 이야기들이 가장 좋았다. 물론 모든 글이 다 좋았지만, 아마도 내가 꽤 T인 사람이라 몽글몽글, 아름답기만 한 이야기보다 현실이 녹아있는 글이 더 좋은가 보다.
#쓰레기낭독회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국제생태미술전을 관람한 후 작가님과 '켬' 동인은 서울에서 '쓰레기 낭독회'를 연다. 쓰레기를 입장료로 받아 간직하고, 2회 때는 포스터와 소책자조차 만들지 않는다. 2022년, 그리고 2023년. 올해도 꼭 열렸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우리 때문에 물고기들의 식탁에 쓰레기가 올라간다. — "너희의 식탁에 쓰레기가 올라온다면 짜증이 안 나겠니?" _p.191
#세계의수평을맞추기위해
강의에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낸 페미니즘 성향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 집안일을 많이 하는 남편에게 "불쌍하다"말하는 사람. 물론 농담이었을 수도, 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줘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힘이 약한 사람들이 강한 상대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손에 손을 잡고 밑에서부터 속삭여야 한다고 한다. (...) 한쪽으로 기울어진 세계의 수평을 맞추기 위해 우리 시대 젊은 여성 시인 이소연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_p.201
✍️
때로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같고,
때로는 봄바람 같고, 때로는 청량한 여름 바다 같고,
때로는 발끝에서 바삭거리는 낙엽 같았던 책.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고 싶은 책,
이소연 시인님의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