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 - 예민한 나에게 필요한 반경 5m의 행복
나오냥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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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이렇게 예민해?"

몇 년 전 나를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했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별명 중 하나가 '거북이'였던 만큼
친구들은 대부분 나를 느리고 무던한 애라고 이야기했는데, 난생처음 나에게 '지나치게 예민하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생긴 거였다.

엄청난 충격에 지인들을 붙잡고 물었더니 "타인을 불편하게 할 정도로 예민한 건 아닌데, 찬일님만의 선이나 스타일은 확고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 나는 좀 예민한 사람이구나.'

그리고 여기, 그 '예민함'을 인지하고 삶의 방향을 재정비해서 나가는 작가님이 있다. #나오냥 의 『오늘도 밖에는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지만』이다 :)



📖
출판계에서 일하던 나오냥 작가님.
자신을 깎아 먹던 그 시간을 지나 휴직 끝에 퇴사를 선택, 프리랜서 그림책 작가로 살다가 무심코 시작한 X(구 트위터)에서의 일상 그림 에세이로 바다 건너 한국에까지 이렇게 책을 내는 작가가 되었다.

지금도 나오냥으로, 그림책 작가로 KPOP을 사랑하는 팬으로, 고양이 집사로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멀티 페르소나를 인정하고 발전시키며 살고 있다.

#오늘도밖에는한발짝도나가지않았지만 은 그런 나오냥 작가님의 HSP(Highly Sensitive Person) 적인 모습을 담으며 회사에,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고 있었다 :)



🙌
HSP라는 용어는 꽤 생소하지만, 몇 년 전 #매우예민한사람들을위한책 이 인기였던 걸 생각하면 용어만 낯설지 현상 자체는 이미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이들은 창의력이나 공감 능력이 뛰어나지만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지치거나 좌절하는 단점도 있다. 아론(HSP 개념을 처음 도입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인구의 15~20%가 이렇게 예민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20%라니. 어제 만난 나의 다섯 친구 중 한 명은 HSP일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매우 높은 수치여서 놀라웠다.

꼭 자신이 HSP가 아니어도 회사와 사회에 지친 사람이라면,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봤으면 좋겠는 144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였다 :)



기억하고 싶은 나오냥의 이야기 중 극히 일부를 옮겨본다.

📍 마음의 소리를 들을 것
📍 나와 맞지 않는 일은 망설임 없이 포기할 것
📍 시선을 달리할 것. 이왕이면 나에게 좋은 쪽으로

📍 새로움에 도전할 것
📍 마음은 주관적인 영역. 타인의 기준에 맞추지 말 것
📍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
최근 일하기 시작한 회사에서 만난 동료가 내가 출근한 지 얼마 안 되어 회사를 그만뒀다. 한 달 차 신입이던 그는 사수의 갑작스러운 퇴사, 지나치게 호전적인 상사라는 가혹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개인적으로 연락해 보기는 어렵지만, 그 친구가 읽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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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김민환 지음 / 솔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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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이 우리한테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어. 그야말로 동학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우리한테 새길을 밝힌 것이여. 내가 주인이 되어야 해. 백성이 주인이 되어야 해. 또한 우리 민족이 주인이 되어야 해." _p.201

무려 1945년생, 언론인이기도 한 작가님이라서 그런지 사건의 사실적 묘사가 특히 인상 깊었던 책, #김민환 『등대』는 어린 시절 역사 시간에 한 번은 배웠을 '동학' 사상과 '동학농민운동'을 다루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최제우로부터 창시되었으며, 현대에 와서는 천도교라고 불리는 종교와 일제 강점기의 한복판으로 떠나는 시간이었다 :)


📖
전남 완도군에 속한 남해의 작은 섬 소안도. 1894년 동학혁명 휴 소안도로 피신해서 훈련을 이어가던 동학군에 소안도 청년들이 합류한다. 당시 소안도의 남쪽이 있는 좌지도에는 일본이 조선의 침략을 위해 등대를 세우고 있었고, 동학군 청년들과 소안도 주민들은 좌지도의 등대를 파괴한다.

이른바 '당사도 등대 습격 사건'이라고 불리는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이 348페이지의 『등대』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쉰다.



🇰🇷
지금도 일 년 내내 태극기가 휘날린다는 섬 소안도.
2천여 명이 살고 있는 작은 섬이지만 그중 1%인 22명이 독립운동 서훈자로, 독립운동의 성지라고도 할 수 있는 섬.

안타깝게도 그 22명 중 동학농민운동으로 서훈받은 사람은 없지만, 현재 그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정부에서 진행 중이라고 한다.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3년 간의 집필 끝에 세상에 나온 김민환의 #등대.

매우 섬세한 묘사로 동학과 당시 활동했던 이들의 심리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어 몰입도가 굉장히 높았던 작품이다 :)



🕯
학생 때는 이론으로만 배웠지만, 남녀를 넘어 사람과 사물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동학이 지금은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일상 곳곳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1909년 등대 습격 사건 이후 살아남은 이들이, 5~10년이면 해방될 거라 생각했던 그들이 부디 1945년까지 살아 고향으로 돌아갔기를 바란다.

"일본은 사죄해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님의 말에 깊게 공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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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꼭 안아줄 것 - 영원한 이별을 가르쳐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
강남구 지음 / 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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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아이는 서로 끌어안은 채 각자 가진 상처를 눈물로 어루만져주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뼛속 깊이 새기게 하는, 그리고 그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에 관한 책, 강남구 작가님의 『지금 꼭 안아줄 것』이다.


📖
갑작스레 아내를, 엄마를 떠나보낸 두 사람이 있다.
일에 매달리느라 가정에 소홀했던 가장은 절규 속에서 지난날을 후회했고, 죽음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모를 5살 아이는 그저 엄마가 보고 싶었다.

일과 함께 가정을 챙겨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가장도,
마지막 인사와 어린이날 선물 모두를 챙기지 못하고 떠났던 아내, 아이가 보여주는 날 것 그대로의 슬픔에 마음이 미어졌다. 어른은 무의식적으로 감추려고 하는 그 슬픔을 아이는 여과 없이 드러냈다.

후회와 슬픔으로 점철된 깊은 수렁이었다. 불안했고, 외로웠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다음을 향해 나아간다.

상실을 받아들이고, '삶'을 되찾는다.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삶을.


💧
아주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아직 없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항상 불안이 잠들어 있다.
고된 일을 하시는 아버지, 언제나 불안정한 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만약을 생각한다.

나에게도 너무 익숙한 나머지 잊고 있던 것들을 다시 찾아보는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강남구 작가님이 그랬듯, 소중한 모든 이들과의 첫 만남을 되짚어보며.

이 책을 어머니와 동생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외가 쪽 어른들을, 20년지기 친구를 잃은 둘에게.

가까운 이를 잃은 이들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며 .


-
지금 더 소중하고 중요한 건,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니까. 오늘, 우리의 시간을 사랑으로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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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탄생 -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허은순 지음 / 현암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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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하는 것도 습관, 포기하는 것도 습관. 습관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나의 삶을 지배한다. 결국 습관이 나를 지배하는 셈이다." _p.203


67년 생의 신인류, 허은순 작가님의 『신인류의 탄생』. 무엇보다도 부제목이 가장 인상적이다. '늙어도 낡아지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지 않고 영원히 젊게 살아가는 건 아직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늙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늙을지언정, '낡아지기'까지 할 것인가?

PTSD, 공황장애, 수없이 부서질 수밖에 없던 57년의 삶. 그 삶의 중간에서 적어낸 허은순 작가님의 짧은 글들이다 :)



📖
크리에이터이자 작가, 모델이자 사진가, 선생님 등.
그가 거치지 않은 직업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이력을 가진 작가님.

하지만 그 이력만큼이나 찬란한 신인류로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 허은순.

나의 부모님과 비슷한 연배이신데 '신인류'라니, 하는 궁금증에 시작한 책이었다.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 들어가 보니 이미 내가 인스타에서 여러 번 보았던 분이었다. 볼 때마다 '와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사람, @허은순

나이 드는 건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
정말 많은 자기계발서와 성공 신화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허은순 작가님도 말한다. 계속해서 '도전할 것'. 도전에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으니,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고.

"내가 왕년에 말이야!"
"라떼는 말이야!" 처럼 과거의 영광으로 현재를 꾸역꾸역 버텨내는 짓은 하지 말자고, 언제까지나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 되자는 메시지는 특히나 인상 깊었다.

내가 처음에 인용했던 말처럼, 결국 내가 살면서 만든 습관이 '나'라는 사람 자체를 만들어낸다.



💣
근 2주간 굉장히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만들어놨던 2년 여의 루틴이 와장창, 부서졌으나 기뻤다. 해가 하고자 했던걸 했기에, 나아가고 싶던 방향으로 한 발자국 나아갔기에 일어난 변화였으니까.

하지만 습관이 사람을 만든다는 작가님의 말을 들으니
지금의 나는 조금 큰 일 난 듯도 싶다🤣

하지만 꽃은 언제나 지고 또 피는 법이니까.
잘 먹고, 잘 자고, 광합성도 잘 해준다면 분명 다시 피어날 계절이 찾아올 테니. 지금 설령 힘든 상황에 놓여있더라도, 우리는 모두 피어나는 중임을 잊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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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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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팔로마를 세 번 불렀습니다. ··· 죽음이 세 번째로 팔로마를 부른 것은 도시에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였어요. ··· 그때 죽음이 팔로마의 귀에 노래를 흥얼거렸고, 그 노래가 태양처럼 명징했던 까닭에 그날 오후 6시, 기어이 죽음이 도래했고, ···" _p.11

'팔로마'라는 여인이 살해당한다. 젠더 폭력. 여성에 대한 살인과 폭력, 강간. 팔로마는 그 맥락 속에 서 있었다.

은행나무 출판사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이다.




📖
이야기는 팔로마의 죽음에서 시작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치유'에 대해 말한다.

팔로마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조에'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팔로마의 친척 '펠리시아나'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샤먼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치유자라고들 하지요. 나더러 마녀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요." _p.21, 펠리시아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장녀가 된 조에,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슬픔과 상처. 결국 지금의 조에는 타인의 죽음을 열정적으로 파헤치고 다니는 기자가 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베일에 꽁꽁 감추어 둔다.

팔로마는 펠리시아나를 '언어의 치유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이름답게 펠리시아나를 만난 조에는 서서히 치유된다.



🧧
샤먼, 의식, 치유.
나에게는 꽤 생소한 단어들의 연속이었다. 배경이 되는 멕시코 또한.
그래서 더욱 기묘했고 오묘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읽으면서 문득 멕시코의 #죽은자의날 풍습이 떠올랐다. 그를 다룬 영화 〈코코〉도 함께.
어쩌면 그 행사도 죽은 자를 위한, 그리고 남아있는 자들의 마음을 위한 의식이자 치유가 아닐까.

"언어는 만물에 질서를 부여합니다. 씨앗이 움틀 수 있도록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것처럼, 언어는 비옥한 여름의 나날을 몰고 옵니다. 우리가 겪은 일들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재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요." _p.210



-
자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마음의 한 조각을 건드리는 이야기,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 .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었던 #우주의알 못지않게 묘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추후 출간될 #환상하는여자들 의 『Y/N』, 그리고 『나무좀』도 꼭 챙겨 읽겠다고 다짐하며, 책을 덮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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