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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 ㅣ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평점 :
"죽음은 팔로마를 세 번 불렀습니다. ··· 죽음이 세 번째로 팔로마를 부른 것은 도시에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졌을 때였어요. ··· 그때 죽음이 팔로마의 귀에 노래를 흥얼거렸고, 그 노래가 태양처럼 명징했던 까닭에 그날 오후 6시, 기어이 죽음이 도래했고, ···" _p.11
'팔로마'라는 여인이 살해당한다. 젠더 폭력. 여성에 대한 살인과 폭력, 강간. 팔로마는 그 맥락 속에 서 있었다.
은행나무 출판사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두 번째 책,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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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팔로마의 죽음에서 시작하지만, 이 책은 본질적으로 '치유'에 대해 말한다.
팔로마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 '조에'와 취재 과정에서 만난 팔로마의 친척 '펠리시아나'를 중심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샤먼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치유자라고들 하지요. 나더러 마녀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요." _p.21, 펠리시아나
아버지의 죽음 이후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장녀가 된 조에,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한 슬픔과 상처. 결국 지금의 조에는 타인의 죽음을 열정적으로 파헤치고 다니는 기자가 되었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베일에 꽁꽁 감추어 둔다.
팔로마는 펠리시아나를 '언어의 치유자'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이름답게 펠리시아나를 만난 조에는 서서히 치유된다.
🧧
샤먼, 의식, 치유.
나에게는 꽤 생소한 단어들의 연속이었다. 배경이 되는 멕시코 또한.
그래서 더욱 기묘했고 오묘하게 다가온 작품이었다.
읽으면서 문득 멕시코의 #죽은자의날 풍습이 떠올랐다. 그를 다룬 영화 〈코코〉도 함께.
어쩌면 그 행사도 죽은 자를 위한, 그리고 남아있는 자들의 마음을 위한 의식이자 치유가 아닐까.
"언어는 만물에 질서를 부여합니다. 씨앗이 움틀 수 있도록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것처럼, 언어는 비옥한 여름의 나날을 몰고 옵니다. 우리가 겪은 일들에 질서를 부여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현재를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요." _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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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마음의 한 조각을 건드리는 이야기,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 . 환상하는 여자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었던 #우주의알 못지않게 묘하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추후 출간될 #환상하는여자들 의 『Y/N』, 그리고 『나무좀』도 꼭 챙겨 읽겠다고 다짐하며, 책을 덮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