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바깥바람 11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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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정 지음

바람의아이들 출판사

 

어린이 책에 대하여 어린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점이나

어린이 책을 읽고 고르고 번역하는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된 시사점을 다룬 비평서이며,

어린이 책들에서 보이는 작가나 출판사의 태만함을 비판하며,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고

그 관심이 참된 어린이 독서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꼼꼼히 짚어나가며

기록한 책이다.

    

최윤정 작가는 어린이 책에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우리 어린이문학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동안 쓴 책으로 어린이문학 평론집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을 포함하여

100여 권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작품을 번역했다고 한다.

저자 최윤정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어린이·청소년 문학 평론가부터 번역가, 평론가, 출판기획자

그리고 출판사 바람의아이들 대표까지 그 이름들은 저자 최윤정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기름진 땅을 일구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감히 짐작케 한다.

현재 저자의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로서

어린이 책을 고르는 독자들에게 단단한 믿음인 동시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지표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렇게 잘 알려진 저자가 쓴 책은 내용에 대한 강한 신뢰를 갖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뜻 구입하고 읽어보기에 머뭇거려지는 게 사실이다.

저자가 오랜 기간 동안 일구어 온 이야기를

문외한인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을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첫 장을 넘겨보기로 했다.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하고자 어린이 책을 읽기 시작한 한 부모라면

어떤 책을 고르느냐는 문제는 끊임없이 이어져온 질문일 것이다.

급변하는 정세에 발맞추기라도 하듯 어린이 문학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이 바뀌고 있지만,

독자의 고민과 좋은 책에 대한 열망은 변함없다.

 

아이에게 책을 매일 읽어 주면

정서적인 면이나 지적 성장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제는 일반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그러나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그림책이나 동화책 중에서

좋은 책을 고르기란 쉽지가 않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관심대상이 서로 뚜렷하거니와

아이들을 불량식품으로부터 보호하듯 수많은 책들 속에서

정말 아이들에게 읽힐만한 책을 골라 주는 역할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다분히 부모의 몫으로 남는 숙제라고나 할까?

 

특히,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전집류와 단행본들 중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베스트셀러 항목 중에 수록된 책이나

도서전문단체에서 추천하는 책 목록에 의존해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편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갑고 고마운 이유가 되었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

어린이 문학을 다각도에서 살펴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어본 독자라면 당연이 느꼈을 낮은 문턱이

이 책을 보다 저 편안하게 보다 더 친근하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 점은 겉으로 보이는 두꺼운 두께와 작고 빽빽한 글자에 겁먹은(?) 독자들을

기만하는 사랑스런 책이라고 생각 든다.

    

 

본문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첫 장을 열면 빼곡히 들어 선 글자들......바로 1내 안의 아이이다.

현재 우리 아이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조심스런 문제일 수 있는 과 청소년 문학의 역할, 아직까지 아무도 고려하지 않았던 독자의 권리에 대한 고찰, 그림책으로 체험하는 성장 그리고 어린이 문학을 향한 근본적인 질문 등이 실려 있다.

여기에서 주목해봐야 할 점은 부모의 역할의 재조명이라고 생각 든다.

어린이 책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입장이었던 부모를

책을 읽는 독자로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서 어린이 문학이 실제적인 독자층을 가지게 됨으로써

한층 더한 발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생각 든다.

    

 

2책 밖의 어른3책 속의 아이에는

초판본에 수록되어있던 글을 비롯해,

저자의 다른 평론집 <슬픈 거인>의 초판본에 실려 있었으나

개정판에는 빠진 원고를 가져왔다.

이미 많은 독자로부터 공감을 샀지만

현시대 어린이 문학이 궁금한 독자들에게도 도움 되기 충분한 이야기들이 가득가득하다.

    

 

이 책은 평범한 부모이면서,

예리한 통찰력을 지닌 평론가이면서,

한국과 프랑스를 넘나드는 번역가로서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저자의 넓은 시야로 어린이 문학의 전반을

따뜻하고 정교한 안목으로 활짝 열어젖힌다.

그동안 어린이 문학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찬찬이 돌이켜보며,

어린이 문학을 두드리는 부모와 독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뿐만 아니라 자기 안에 오랫동안 고착되어있던 어린 시절의 문제를 다시 만나도록 돕는다.

 

그래서일까?

아이를 어른의 과거를 생각하며 키울 것이 아니라,

아이의 입장에서 항상 생각해 볼 것을 강조하며 부모가 아이들 책을 직접 읽어봐야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가려줄 수 있다는 걸을 강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책읽어주는 엄마로서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활용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은 한편 한편씩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책을 고르는 기준이나,

책에 관한 주관 같은 것이 없는 독자를 위해

책을 보는 좀 더 넓은 눈을 제시해준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국내의 어린이 관련 책 편집자들이 가진

바람직하지 못한 편견 및 오만 등에 대해서도

볼 줄 아는 안목을 나름대로 갖게 되었다고 생각 든다.

육아교육에 관련 수많은 대부분의 강좌에서

"책이 길이고 책이 정답이다"는 결론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와 관련된 서적도 여러 권 발매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골라주고,

책을 비판해 볼 수 있는 미약하지만

독자들 개개인의 주관을 갖도록 해주었다고 생각 든다.

 

아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일은

평생을 두고 같이할 동무를 얻게 해주는 일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책을 읽으며 재미있어 하는 것을 보면서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얻어내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을 방해할뿐더러

독자를 상대적으로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고 하니 살짝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문제는 부모들~~??

부모들은 아이들 책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즐기며 평생을 같이할 동무로 여기게 하기보다는

책을 읽으며 교과적 지식을 쌓거나 글을 쓰는 실력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대학 입학을 위해 논술이니 글쓰기에 중점을 두고

아이들에게 책읽기를 강요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이들이 책 읽는 것을 공부처럼 여겨서는 안 될 것이며,

어른들도 아이들을 '보다 낫게' 키우려고 책 읽기를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이라서 찬찬히 읽고 또 읽었던 부분이다.

아이들 스스로 책의 재미를 느끼고 가까이 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먼저 책을 가까이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 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정보였지만

여기에 한가지 덧 붙여

좋은 동화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먼저 아이들의 책을 읽어 보고,

아동문학 비평서들도 읽어 보라는 권고내용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던 대목이다.

 

종합정리 해본다면,

무언가 배우고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겁기 때문에 책을 읽는 아이들은 분명 행복할 것이고,

아울러 그런 경험을 한 아이들은 누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저절로 책과 가까이 할 것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 스스로

생각의 움직임이 머릿속에 저절로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책을 읽는 중이나 읽고 난 후 교훈이나 지식 관련하여 질문을 하려는 행위는

아이들로 하여금 온전히 책 속 이야기와 만나는 일을 방해할 뿐이라는 것이다.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스스로 빠져나오는 일을 할 수 있을 때에

어린이는 그만큼씩 성장한다는 지당한 마무리~~~.

책을 읽고 즐기면 충분하다는 말은 항상 옳다”~~ !

 

그러므로

아이들 책읽기와 독서 지도를 제대로 하고 싶은 부모라면

책 읽고 난 후의 토론이나 독후감 쓰기 같은 것보다는,

먼저 좋은 책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어떨까?

좋은 책 고르기보다는 좋지 않은 책의 공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또한 아이들의 책 읽는 즐거움을 앗는 또 다른 원인으로

편집자로 대표되는 출판사의 과잉 친절을 거세게 비판하기도 하고,

옥석을 가리기 힘들게 난립한 출판사 및 유통구조, 진실한 평론의 부재 등을 꼽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읽는 내내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독자들의 행동을 다소 부끄럽게 만들어줌으로써 앎의 폭을 넓혀주는 부분이었다.

앞으로는 한 권의 책을 보더라도 이리저리 생각해보는 신중함을 실천해볼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선정해 읽히는 것은

만연한 안전불감증 식품들 중에서 안전하고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불안전한 식품이 몸에 병을 일으킬 수 있듯이

바르지 못한 책들이 청소년기를 맞이할 우리아이들에게

정신과 마음의 병을 초래하게 될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이 든다.

 

아이들 책에 관심이 있는 부모라면 무조건 책만을 읽으라고 강요할 게 아니라

왜 좋은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여기에서도 찾지 않을까?

 

좋은 책을 골라 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어

그림책을 선택하기 전에 먼저 비평서들을 읽어보았더니

오히려 어느 면에서는 선입견을 갖게 해주었다.

생각지 못한 곤란함도 느끼고 오히려 더욱 책 선택의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책을 먼저 보고, 비평내용은 그 후에 보기로 결정해 보았다.

모든 책에서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분명한 줏대(판단)를 가지고

비평서들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진짜 좋은 책을 고를 수 있으리라.

 

이 책은 여느 다른 책들과는 다른 차별성을 갖는다.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본다면~~

/우선 번역가인 작가답게 어린이 책 번역의 문제점과 기획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를 다뤘다는 점이다.

/국내 창작 동화 보다는 외국 번역물이 더 많이 출간되는 현실상 번역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이 저절로 간다.

/구체적으로 외국번역 그림책들을 비판하면서도 국내 창작물이 비평은 없어서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또한 그림책 내용을 한 예로 들어가면서 시대상 따라 변하는 생각의 변화양상을 비교했는데 아주 재미있으며 솔깃한 매력이 좋았다.

 

아이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어른은 그 자체로 풍요로운 어른이지만

자연스럽게 보다 나은 양육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다.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이 책의 미덕은

저자가 직접 아이들을 키우며 느낀 독서 지도에 대한 어려움과 그 해결책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나눠서 썼다는 점이다.

 

내 아이와 내 아이와 어울릴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 좀 더 나아지길 바라며

저자의 진심을 차곡차곡 빈틈없이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은 어린이 문학에 다가가는 길이 쉽고도 흥미롭고

또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른도 어린이 문학에 관심이 많아지며

내 아이내 안의 아이모두를 위한 안내서를 자처한다.

 

이 책은

우리 아이들이 책과 함께, 책을 권해주는 어른과 함께 행복해지길 바라며

길지만 알찬 여정을 마무리 한다 .

 

늘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길러 줄 책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차에

문학비평서인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가 찾아왔다.

세련된 문장들로 꾸려져있거니와 냉철하면서도 쉽게 이해를 돕는 비평으로

읽는 내내 편안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더불어 어설프고 모호하게나마 세워 두었던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도 확고해지고,

좋은 책을 판별하는 안목도 조금은 생긴 듯하다.

 

우리 아이에게 좋은 책을 읽히고 싶고,

내 아이가 책 읽는 재미와 책 속 감동에 젖어보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엄지 치켜세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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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말을 하는 곳
윤병무 지음, 이철형 그림 / 국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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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말을 아시나요??

책 표지 속, 눈내리는날 방문 앞처럼 '눈 속에서의 말"을 의미하는 걸까?

새로운 어휘에 ''이 저절로 커진다.

 

눈으로 하는 말눈속말.

사람과는 눈빛으로 주고받는 말.

나무나 바위나 달에게는 건네기만 하는 말.

그럼에도 때때로 건네고 싶은 담백하거나 간절한 말

 

눈속말이라는 다소 생소하고 낯선 낱말이 있다.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눈으로 주고받는 말은 눈속말이란다.

눈속말은 눈으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니므로,

상대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어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일상생활 속에서 수 없이 만나는 공간을 배경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장소>라는 단순한 관계에서 비롯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을 성찰해보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서 관가하면 안 되는 포인트가 있다.

흔히, 그 어떤 공간이나 장소는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표면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를 품을 수 있는 열린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들려준 TV 에피소드에 빗대어 해준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다소 진지하게 내려앉게 도와주기 충분하다.

 

더불어, 책 속 곳곳에는 내용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삽화가 에피소드마다 한 편씩 그려져 있다. 마치 원래 같이 있던 이야기의 연속처럼 그림이 이야기 같고 글이 그림 같다.

아마 같은 톤의 색감을 이용한 연필화라서 그럴까? 잔잔한 물결 같은 애수어린 삽화에 한 표 던지게 된다.

 

그래서 일까?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아 숨소리까지 고르게 해주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온몸을 감싸는 패딩처럼 따스함이 고루고루 퍼져나가 세상을 보는 눈빛이 여유로움을 더하게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지난해 봄부터 가을까지 인터넷 과학 매거진 <동아사이언스>에 연재되었던 산문을 고치고 다듬고 더해서 새로이 묶어 발간했단다.

 

서른 편의 주옥같은 에세이들이 책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그 시간들과 그 공간들의 이야기에 마음을 보태어 엮고 보다듬었을 과정이 짐작되어 감사와 존경을 보내드리고 싶다.

    

 

시인인 작가가 주목한 들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바빠서 눈여겨보지 못한 희로애락의 현장이다.

그곳은 절망과 희망이 함께 사는 점집이기도 하고,

두 운명의 향방이 갈리는 우편함이기도 하고,

얼룩말이 누워 불행을 경고하는 횡단보도이기도 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꼭 필요한 집골목이기도 하고,

이라는 마음의 저울이 있는 전통시장이기도 하고,

독립된 마음이 자라는 다락방이기도 하고,

단돈 몇 십 원으로 언어 예절을 배웠던 공중전화부스이기도 하고,

거울 속으로 걸어들어갈 수 있는 산책공원이기도 하고,

웃는 법을 가르쳐 주는 옥상이기도 하다.

 

그 다양하지만 새로울 것 없이 항상 주변에 있는 서른 곳의 현지로

작가의 마음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들의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희미한 추억이 소환되어

자연스럽게 눈 속 깊은 곳에서부터 말을 걸어 올 것이다.

 

특히, 공감가고 눈이 많이 머물렀던 책속 을 소개해 본다.

 

같은 어머니의 배속에서 같은 시간에 태어난 쌍둥이의 사주는 같아도 쌍둥이 개인의 인생사는 다르게 전개됩니다. 이러한 지적에 혹자는,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적 관계맺음이 제각각이어서 다양한 관계와 영향을 주고받기에 쌍둥이이더라도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반박하겠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사주는 못 고쳐도 팔자는 고칠 수 있다라는 옛말이 생겼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고의 사주팔자는 평범하고 무탈한 생활에 있지 않을까요? (절망과 희망이 사는 곳, 점집)

 

    

영화는 소설보다는 시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줄거리를 보는 게 아니라 장면을 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영화관을 나와서도 여러 날 동안 머릿속에서 맴도는 감흥은 인상적인 장면이 자꾸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관람자가 미처 몰랐던 삶이 뒤편을 그 장면에서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영화는 관람자가 다 살아볼 수 없는 다양한 인생의 스펙럼을 보여줍니다. 그 재미에 우리는 영화를 보는 터입니다 (하고많은 인연이 두 시간마다 돌아가며 사는 곳, 영화관).

    

천년의 세월동안 그 철제여래좌상 앞에서 간절한 마음을 꺼내놓은 중생들이 얼마나 많았을까요? 저절로, 난생처음 저는 불상을 향해 절을 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거기가 거기 같아 보이는 고찰에 가서 찬찬히 둘러보면, 곳곳마다 다른 시대와 색다른 자연환경에서 이룬 역사 문화가 조금씩 다르기에 다양한 세부가 보입니다. 문틀마저 쇠못 하나 쓰지 않고 지은 전북 부안 내소사 대웅보전에 다흔 손길의 촉감은 누군가의 삐걱거리는 마음을 세워줍니다.

(신앙 없이도 눈속말을 하는 곳, 고찰)

    

넉넉지 않는 불고기는 자식들에게 양보하시고 정작 자신은 막소주 한잔을 입안에 털어 넣어시고는 양파나 당근에 젓가락을 가져가셨던 아버지께서도 작고하시고 당신의 부모묘소에 바로 아래에 묻히신 지 벌써 14년이 되었습니다....... 선친 묘소에 가면 보랏빛 제비꽃에 내려앉은 봄볕이, 그런 제 머리도 가만히 쓰다듬어줍니다. 훗날, 그곳은 제가 마지막으로 이사한 집이 될 것입니다. (누구나 마지막으로 이사한 곳. 묘소)

 

우리 집골목은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집 안팎으로 드나드는 고즈넉한 통행로였지만 어린 제게는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였습니다. 훗날에는 선친께서 그곳에 팔각형 보도블록을 깔아 궂은 날에도 질척이지 않았지만, 이전에는 흙바닥이었기에 맨땅에서 하는 놀이는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아서 제가 끼어 있는 한 우리 집골목은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였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꼭 필요한 곳, 집골목)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도 있을까요? 있다면 그곳은 외가가 아닐까요? 우리가 출생하기까지의 고향은 어머니의 배속이었고 갓난아이였을 땐 그 품속이었으니 우리의 첫 고향은 어머니일 것이고, 어머니의 고향은 외가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의 뿌리인 외가는 그리움의 진원지일 텝니다.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 외가)

    

아마도 지금 40대 중후반 이상의 남성이라면 자신의 유년기에 이발소마다 벽면에 걸려있던 액자사진 풍경을 기억할 겁니다. 그 액자는 대개는 세 개쯤이었는데, 그중 하나는 간혹 시내버스 운전석 위에도 종종 걸려 있었습니다. 그것은 액자 속 사진 하단에 손 글씨로 오늘도 무사히하고 씌어 있던 레이놀즈의 그림 <어린 사무엘>이었습니다. 이발소에 걸려있던 또 다른 액자는 열 마리쯤 되는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어미 가족 그림이었습니다. 그렇게 평온풍요를 소망하는 이미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소박한 서민가장들의 꿈입니다. (가장 편안한 15분이 있는 곳, 미용실과 이발소)

 

보편적으로 장모는 왜 사위일까요? 사위를 백년지객이라고 일컫는 이유를 먼저 살펴야 할 듯합니다. 사위는 왜 백년 동안이나 손님일까요? 전통사회에서는 딸은 혼인을 하면 출가외인이 되었기 때문이겠습니다. 내가 낳아 기른 사랑하는 딸이 어느 날 신부가 되어 출가해 남의 집사람이 되었으니 보고 싶어도 쉽게는 만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는데, 그 딸이 어느 날 사위와 함께 친정에 왔으니 얼마나 기쁘고 반가웠을까요? 그런 애틋한 딸과 동행한 사위는 또 얼마나 대견하고 예뻐 보였을까요? (백 년 동안 손님을 맞이해 주는 곳, 처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문화유산이라는 은 인류의 지성과 감성을 진화시켜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저술가와 독자이지만,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경구의 가교 역할은, 다시 말해서 사람과 책’, ‘책과 사람사이에는 출판사와 서점이 존재합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은 일부 지역에서 독립서점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점+찻집도 있고, 치맥을 패러디해 책맥하는 서점+맥줏집도 생겨나 혼술집에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수천년의 이야기의 모여 있는 곳, 서점)

    

그런가하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반가운 지인을 빈소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 날은 마치 고인이 떠나며 두 사람의 친분을 다시 단단히 묶어 두기라도 한 듯이 마음이 더욱 살가워져 명함을 주고받거나 바뀐 전화번호를 저장하고는 밤늦도록 마주 앉아 빈 술잔을 채우며 상가가 잔칫집인양 이야기꽃을 피우게 됩니다.............그래서 흔히 경사에는 불참하더라도 애사는 꼭 챙겨야한다는 지당한 말이 있는 겁니다. 기쁜 일은 함께하는 이가 많지 않아도 그 자체로 기쁘지만, 슬픈 일은 위로하는 이가 많을수록 슬픔을 견뎌내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슬픔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곳, 빈소)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사람들이 침구에서 벗어나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그곳은 자녀가 잠들어 있는 옆방이기도 하겠고, 밤새 잘 주무셨는지 궁금한 부모님의 방이기도 하겠고, 아침 공기로 집 안 환기부터 하려고 다가선 창문이기도 하겠습니다만, 다수의 분들은 몸의 요구를 따라 곧장 화장실로 향하지 않을까요? 부족한 잠을 쫓으며 하루의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 찬물로 세면도 하고 용변도 해결하는 곳이 그곳일 테니까요.........이렇듯 누군가의 은밀한 게시판이 되기도 하고, 그 게시판은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있어 온 댓글이 시작된 곳이기도 한 공중화장실은 어디든 밀폐된 채 이용자의 공덕행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소입니다. 화장실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혼자만의 공간, 즉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유일한 곳,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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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한 인생의 여정 에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쓰거나 책을 일이라고 한다.

이 말처럼 <눈속말을 하는 곳>은 이전 세대를 살아보지 못한 독자일지라도 쉽게 읽히고 자연스럽게 공감되는 글과 그림으로 인해 마치 그 인생을 살아본 것처럼 생각의 확장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극히 담백하게 쓰여진 나레이션같은 글체이다.

 

작가는 마치 독자를 앞에 두고 잔잔히 읽어가듯 이야기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마치,

세상만사가 복잡 미묘할 것 같지만

사실 살아본 일상은 모두에게 그렇듯 신기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물 흐르듯 평범한 일상이 제일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 일상에서 삶의 질을 확장하는 일은 이렇듯 좋은 책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히, 하나의 에피소드가 마무리 될 때마다 덧말을 추가해서

작가의 개인적인, 소소하지만 진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았으며

그 에피소드 주제에 걸맞는 다양한 사실을 언급해주면서

자세한 의미도 풀이해주는 친절함을 쏟아놓았다.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눈이 가고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나의 <눈속말을 하는 곳>은 어디일까??

예전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들....

매일매일 뛰고 달리느라 주변조차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고 오고가던 지하철역이기도 했고,

어느 때는 친구가 어느 때는 연인이 보낸 편지가 도착하는 작은 상자, 우편함 앞이 되기도 했고,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돌아오는 가로등 환한 집골목 어귀이기도 했고,

기다리면 하염없고 배웅할 때는 바로바로 도착해버리는 엘리베이터 안이기도 했고,

어떨 때는 시원한 냉수가 어떨 때는 따뜻한 온수가 반가운 사워기 아래이기도 했고,

 

중년이 된 지금의 <눈속말을 하는 곳>은 어디일까?

많은 빨래를 탈탈 털어 널고는 뻘래 사이사이 보이는 푸른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베란다이기도 하고,

밀린 설거지하며 흥겨운 최신가요에 귀가 쏠리는 주방 개수대이기도 하고,

남편, 아이 모두 나간 뒤 홀로 커피내리며 잡고 앉아 여유부리는 식탁이기도 하고,

봄이면 씨앗뿌리고 여름이면 잡초 뽑고 가을이면 고구마캐는 재미가 있는 텃밭이기도 하고.....

이 책을 핑계 삼아

찾아보고 생각해보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이렇게 <눈속말을 하는 곳> 책 안에서는 여러 장소에서의 에피소드와 추억 그리고 이야기하는 무언가를 다시금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 소중한 책이다.

 

세상 곳곳, 눈속말을 꺼내는 작가의 낮은 목소리가 모여서 만들어진

제목은 낯설지만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동행하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주는 책.

일상생활에서 시간적, 공간적 소재를 찾아 쓴 이야기라서 부담 없이 더욱 정감가고

저절로 공감의 추억에 빠져들게 해서 미소를 불러오는 책.

양파의 껍질처럼 보면 볼수록 새로운 생각과 추억이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책,

그러기에 손길이 자꾸만 머무는 책이다

   

'출판사 국수' 

세상에~~마무리까지 재치가 넘치는 책이다.

 

점 점 추워지는 날씨, 곁으로 성큼 다가선 겨울.

<눈속말을 하는 곳>을 펼쳐놓고

따뜻한 모과차 한잔과 함께 한다면

다가오는 추위도 향기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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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게이츠와 개좀비 1 - 개좀비 밴드의 탄생 톰 게이츠와 개좀비 1
리즈 피숀 지음, 김영선 옮김 / 사파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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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43개국 판권 수출, 700만 부 이상 판매라는 대기록

로알드 달 퍼니 상’, ‘워터스톤즈 아동도서 상’, ‘레드하우스 최우수 아동도서’, ‘스펙세이버스 베스트셀러 상등 많은 상을 휩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동화,

이것은 바로

<톰 게이츠와 개좀비>의 메가톤급 열풍을 두고하는 말이다

 

대체 어떤 책이길래 독자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재미있고, 창의적이다! - 선데이타임스(The Sunday Times)

그림 하나로 독자를 압도하는 책! -The Times

유머와 독창성으로 가득하다! -The Daily Telegraph

어린이들이 배꼽을 잡고 웃는 톰 게이츠 이야기 -The Independent on Sunday

낙서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책 -Sunday Express

글로 읽기에도 좋고, 그림으로 보기에도 좋은 환상의 조합! -The Mail on Sunday

    

<톰 게이츠와 개좀비>

우주 최강 개구쟁이 톰 게이츠의 신나고도 통쾌한 이야기란다.

장난 일등, 말썽 일등, 악동, 지각 대장, 군것질 대장, 핑계 대장, 사고뭉치 = 톰 게이츠

이쯤 되면,

톰 게이츠가 너~~~무 궁금해진다???

특별나지 않는 평범한 이름, 평범한 외모, 초등 5학년 남자아이.

 

! ! !

하는 행동은 하나하나는 그 누구의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 최강 개구쟁이다.

 

톰 게이츠의 취미(?) 잠깐 소개해보자면,

- ‘아침에 누나보다 먼저 화장실 차지하고 버티기’,

- ‘숙제 안 해 놓고 개한테 공격받은 척 핑계 대기’,

- ‘엄마 글씨를 흉내 내 선생님에게 가짜 편지 쓰기.

- ‘다 먹은 비스킷 포장지를 도로 감싸 안 먹은 척하기.’ 등등

 

이렇듯 톰의 장난과 말썽은 끝이 없다.

그냥 일상이 장난이고 일상이 말썽인거죠.

공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전교 밉상 마커스와 툭하면 티격태격하고,

세계 최고 록 스타를 꿈꾸며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개좀비밴드를 만들어 온갖 폼을 다 잡는 아이

    

그런 톰 게이츠가 그래도 열심히 하는 게 하나 있으니,

바로 하루하루를 짧은 메모 글과 재미난 그림으로

자신의 생각과 일어난 일, 앞으로의 계획 등을 고스란히 남기는 것입니다.

틈만 나면 낙서하듯 일기를 쓰기에 톰의 일기에는 날짜기록이 없다.

일기가 아니라 끄적거리는 낙서라고 하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그러나 또 낙서라고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알차다.

한마디로 버릇처럼 습관이 된 메모하기.....

그때그때의 사건과 느낌과 생각을 기록합니다.

이런 톰의 메모를 모아 모아 묶은 것이 바로 톰 게이츠와 개좀비이다.

 

그러기에 책을 펼치면

톰의 시각으로 바라본 가족의 모습, 친구들과의 좌충우돌 일상, 웃음이 빵빵 터지는 톰의 학교생활 이야기가 그대로 보여 진다.

 

크게 별다를 것 없는 지극히 평범한 내용인데도

등장인물들의 생생하면서도 코믹한 얼굴표정과 다소 과장된 상황 묘사가 웃음을 이끌어낸다.

 

매번 그렇듯 수업 시간에 딴 생각을 하며

수업과는 상관없는 내용을 노트에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톰의 그림낙서(?)는 읽는 모든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한바탕 웃음을 선사한다.

아직 어리다면 어린 톰의 마음 변화를 여과없이 그대로 드러낸

상상력 넘치는 그림이 아이들의 눈과 마음을 바로 사로잡는다.

읽는 내내 몰래 톰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묘한 스릴감^^과 재미가 있어

책에서 손을 못 떼게 붙들어 준다.

 

톰 게이츠와 개좀비의 가장 큰 매력을 손에 꼽는다면,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이 고스란히 투영된 재치 넘치고 익살스런 개성 만점 그림과

알맞은 글밥의 완벽한 조화라고 생각한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창의적인 그림으로 새로움을 선사하며,

글자 모양도 한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모양을 감정 상황에 맞춰 쓰고 있어

전체적으로 보면 마치 하나의 큰 그림처럼 보여 진다.

 

그래서일까?

진짜로 톰게이츠의 일기장을 실제로 펼쳐 보는 느낌을 받을 뿐 아니라,

읽는 내내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되는 마법 같은 일이 생기는 듯하다.

톰게이츠에게 일어난 일인데도 나에게 일어난 일처럼 긴장되기도 하고 속상해서 좌절하기도 하고 그리고 깔깔 통쾌한 웃음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다.

다른 책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경험이라 신선하게 빠져들었다.

      

 

 

5학년 5반 톰게이츠!

방학이 지나고 개학 첫날 모범생들에게 VIP석이라는 자리에 배정받는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인 톰게이츠는 수업시간에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아 실망하지만 좋아하는 친구 에이미 옆이라 기분은 좋다.

전교밉상에다 바보라고 마커스 멜드루가 또 다른 옆 짝꿍이라 영 기분은 안 나지만 말이다.

그리고 개좀비 밴드를 함께 운영하는 데릭 (인물이 성격이 별로 표현되어있지 않음).

 

콧수염 난 워싱턴선생님 (여자선생님임) 자화상에 콧수염까지 그려주는 배려아닌 배려 덕분에 톰게이츠는 따로 벌을 받게 되는데,

어릴적 선생님의 눈을 피해 선생님의 흉을 봤다거나 이름이나 사진에 낙서해본 경험(?)자라면 너무 공감되는 부분은 아닐까??

모처럼 추억소환으로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톰케이츠가 시험지에 잉크 쏟거나 숙제에 물을 부어서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대범한 행동에서는 기발하다~~ 창의적이다~~”라고 연발하다가도

실제 우리아이들이 이런 상황을 연출한다면 어떨까?? 라는

걱정이 순간 엄습해 와서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톰게이츠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 누나인 델리아!가 아닐까?

등장 첫머리에서부터 티격태격 남매의 면모를 보이며

서로를 괴롭히는 못난(?)모습 일색이었다.

델리아 누나가 톰게이츠를 골려주는 장면이라든지

델리아 누나가 너무 싫어서 복수차원에서 개좀비 밴드에서 부를 노래를 만들어 내는

통통튀는 아이디어 맨, 톰게이츠!

실제 이런 남매가 있다면 어떨까?? 집안이 잠시라도 바람 잘 날 없겠지??

그게 사는 재미는 아닐까?? 아이들을 키우는 통과의례는 아닐까??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기에 내심 책의 끝 부분에는 사이가 좋아지지 않을까? 바랬지만....바람으로 끝이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게이츠가 만든 개좀비 로고는 매력덩어리 그 자체라서 머리를 토닥토닥 칭찬해주고 싶을 심정이다.

    

자세히 따져보면 특별할 것 없는 톰의 학교생활과 가족, 주변 이야기가

톡톡 튀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건 바로, 마치 가족, 친구, 주변인들 같은 친근한 인물들의 일상이 얽히고설켜

모자이크마냥 입체적이고 짜릿한 생동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하루하루 쉼 없이 수많은 사소한 사건들이 일어나더라도

그때마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톰케이츠의 엉뚱하지만 기발한 모습과,

사건사고 때마다 안절부절 하며 매번 꾸짖음으로 일관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을 속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지켜봐 주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톰게이츠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다.

 

첫 장을 넘기고 나서부터 신나게 웃음 짓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장을 덮게 된다.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손에서 책을 놓을 때까지 긴 여운으로 이어지지만

끝이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너무 커서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어 책 겉표지를 뚫어지게 봤었다.

 

톰게이츠의 장난기와 뛰어난 상상력을 담은 이 책은

힘든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잠시나마 그 힘겨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웃음과 재미가 가득한 선물보따리가 되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5학년 5반 톰 게이츠처럼

우리아들도 같은 5학년 5반이다

톰게이츠처럼 장난기가 많고 그림그리기도 좋아하고 친구라면 밥먹기보다 더 좋아하는 성장기아이다.

이 책을 학교로 가져가서 반 아이들과 재미있게 보고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고 자랑을 늘여놓았다.

그리고는 그린 그림을 내놓았다.

    

책속 하나하나 그려진 그림들이 모두 재미나고 기발해서 버릴게 없을 정도로 소중함을 느낀다. 톰게이츠의 엉뚱하고 기발한 행동들이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 읽는 내내 유쾌했다.

 

멋 훗날 톰게이츠가 본인의 일기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지금의 우리처럼 한바탕 웃음을 터트릴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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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빈 가든 봄나무 문학선
에이미 새리그 킹 지음, 유시연 그림,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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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선정,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책!

뉴욕 공공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시카고 공공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텍사스 도서관 협회 블루보넷 북 선정

    

 

30년에 걸쳐 쓰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나와 마빈 가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던 작가의 어두운 학창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한다.

 

아름다웠던 것이

새롭고 더 편리한 무언가로 바뀌는 걸 본

십 대 어린이의 상실감과 분노는

이 책 집필의 원동력이 되었다.”

 

책의 겉 표지에서 보이듯

마빈 가든은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를 먹고 사는 소속모르는 동물이고,

그와 소통을 의미하듯 뒤를 따르는 유일한 인간인 열한 살 소년,

오비의 주변 일상생활 이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비 데블린~

샛강 근처에 살며, 주로 집 근처 샛강에서만 논다.

사람들이 아무렇게 버린 쓰레기를 주우며 작은 불만을 표시하는 조용한 아이,

 

단짝친구였던 토미가 새로 이사 온 친구들에게 휩쓸리자

순식간에 외톨이가 되어버린다.

 

어느 날 오비는 샛강에서 기이한 동물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난생 처음 보는 종(species), 생김새 또한 너무나 특이하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그 동물은 플라스틱을 먹고 있었다는 것.....

오비는 특이한 동물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끼게 되죠.

이심전심, 통했을까??

그 괴이한 동물 역시 오비를 경계하는 대신 친근하게 다가와서는 따르기까지 한다.

 

 

오비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난 후 걸핏하면 코피를 흘리게 되고,

재개발이 너무 싫어 아빠랑 하는 모노폴리게임을 하면서도

절대로 건물을 짓지 않아 매번 지고 만다.

 

아이들과 모노폴리게임을 하면서도 이기기 위해 은행을 터는 아빠.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만으로 아이들 앞에서도 싸움을 이어가는 엄마.

달관한 듯 세상사에 기대없이 무관심 일색인 누나.

조금이라도 앞서보이기 위해, 강해보이기 위해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공격하는 친구들.

주변 사람들은 녹록치 않게 각양각색, 오비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일까? 오비의 행동을 순수한 눈으로 봐 주지 않는다.

대부분 그렇듯 오비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주변에 있었다.

    

오비와 마빈 가든이 처음 만난 날,

비록, 첫 느낀 감정은 공포와 불안감이었지만

공통점을 발견하고서는 불안은 곧바로 연민으로 바뀌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인간들 사이보다 더 깊은 교감을 나누는 각별한 친구가 된다.

잘 모르겠어, 마빈.

너는 아주 다르고 이상해서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

우리 둘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

 

오비는 동물에게 <마빈 가든>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는데

마빈 가든은 부동산 게임의 일종인 모노폴리의 한 지역으로

백 년 전까지는 오비 가족의 삶의 터전이었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 버린 후 재개발되는 현실을 보며

한탄스런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또한, 점점 심해지는 환경오염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을 먹는 이 동물이

세상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정해준 이름이다.

하지만 오비의 이런 희망적인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치명적인 난관에 부딪친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된 부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빈가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지만,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먹은 뒤 소화한 후 배출한 것은

놀랍게도 너무나 유독한 것이었기에 큰 고민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다.

 

친구 토미의 운동화 밑창이 녹아버리고,

주방 타일바닥이 뚫리는 일대 큰 사건이 발생하자,

오비는 범인으로 지목되어 곤혹을 치르게 되지만

담담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현명한 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차분하고도 영리한 오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오비는 집에서 우유 통과 비닐봉지를 챙겨 샛강으로 간다.

오비가 건넨 플라스틱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 마빈을 보면서

혹시, ‘마빈이 환경 오염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세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마빈과 같은 동물이 다 먹어 치운다면

태평양을 오염시키고 이는 쓰레기들이 더 이상은 문제화 되지 않겠지?

책 읽으면서 오비의 마음과 일치되는 간절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와 마빈 가든]은 플라스틱을 먹는 동물을 통해

요즘 현대인들이 날마다 피부로 느끼는 환경오염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편리함을 이유로 한 플라스틱 남용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땅속으로,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내지고 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목숨을 잃은 수많은 생물들의 모습에서

마빈의 존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플라스틱에서 비롯된 환경문제 뿐 만아니라,

무분별한 택지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 또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 든다.

혹시, 작가는 오비와 마빈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걸 잃고 나서 얻은 새로운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닐까?

책의 뒷장을 덮을 즈음에는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흥미로운 구성을 꼽는다면,

인간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던 농토가 주택지로 바뀌어 가는 현실을,

백 년 전에 있었던 오비의 집안 내력과 교차해 들려주니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호기심과 흥미까지 더해준다.

마치 책 2권을 동시에 읽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듯하다.

    

[나와 마빈 가든]에서 제일 간과해서는 안 되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으로 살기, 올곧이 나답게 살기가 아닐까?

따돌림과 친구의 배신(?)등으로 상실감이 너무 컸을 텐데도

주인공 오비는 꿋꿋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믿고 주변상황을 극복한다.

그렇기에 한걸음 더 성장했고 자신의 미래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다른 아이들과의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비는 마빈 걱정으로 안절부절 하다가 마침내 마빈을 구해 내고 나서는

절망, 어려움, 고민 등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이만큼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래집단에 휘둘리기 쉬운 십대 친구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많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와 마빈 가든] 첫 만남에서는 겉표지의 핑크빛 부드러운 색감 때문에

책의 내용이 따분하고 지루한 이야기는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으나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본 표지의 그림은

예상하고는 전혀 다르게

건설 중인 주택단지들, 드높은 기중기들, 모래벌판, 전체를 뒤덮을 듯 널려 있는 온갖 쓰레기들... 그리고 그 사이를 걷고 있는 한 아이와 앞서가는 정제모를 작은 동물.

충격적인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표지를 보니

이 책이 말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설명되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가슴이 아픈 장면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비의 코피의 원인이 큰 질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마빈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 오비의 상상의 친구는 아니었을까?

책의 끝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궁금증과 불안함이 가슴 저 깊이 도사리고 있어

걱정도 컸지만 가끔은 이로 인해 흥미로움을 배가 되게 해주었다.

 

혹시 세상 어딘가에,

마빈 가든같은 동물이 살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못 알아보고 있지는 않을까?

진정한 발견은 새롭게 땅을 찾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져야한다

 

책 첫 장에 실린 문구가 새삼 큰 울림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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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1 - 강치와 신비한 사람들 마음 잇는 아이 4
김미승 지음, 홍선주 그림 / 마음이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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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상상력의 힘을 어디까지 실감하시나요?

 

미국의 한 저명한 잡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오늘날의 첨단과학 기기는 대부분 과거의 SF소설이나 만화에서

상상했던 일들이 실현된 케이스

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양 상상력의 원천이란 평을 받고 있는

산해경란 과연 어떤 책일까?

우리나라 고조선을 최초로 언급하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개념도 산해경에 처음 나왔다고 하니 더욱 궁금증이 샘솟는다.

 

산해경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전에 성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신화집이며, 지리서다.

대체로 기원전 3~4세기경에 써진 이 책에는

중국과 변방지역의 기이한 사물, 인간, 신들에 대한 기록과 그들에 대한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이 만들어진 동기에 대해서는 무당들의 지침서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고 고대의 여행기라는 설도 있다.

지은이나 제작 시기는 정확히 모르지만, 전통적으로는 한나라의 유향, 유흠 부자가 정리해 발간한 총 18권의산해경이 최초의 판본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근대 이후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책은 종교적으로 샤머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산해경에 주목해야할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오늘날의 중국신화와만 상관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근의 여러 민족들, 한국, 일본, 티베트, 몽골 등 동아시아 전역의 고대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산해경의 신화가 형성되던 시대의 대륙은

결코 오늘날과 같은 하나의 중국이 존재했던 장소가 아니고

수많은 종족이 이합집산을 거듭했던 무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산해경을 중국 신화집으로만 보지 않고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원천이자 상상력의 뿌리로 간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산해경의 신화세계를 짧게나마 소개해 본다.

    

신들의 세계를 보게 되면 산해경에도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신들이 등장하며

신선한 지역, 머나먼 이방 등에서

언제나 일상을 초월한 기이한 형상의 신화적 사물 또한 등장한다.

예를 들면 능양의 못에 사는 염유어란 물고기는 물고기의 몸, 뱀의 머리에 발이 여섯이며 눈은 말의 귀와 같다. 이것을 먹으면 가위에 눌리지 않고 흉한 일을 막을 수 있다”.

염유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다.

물고기, , 말의 신체적 특징을 합쳐놓은 데다가 발까지 달려있어 양서류 같기도 한

기이한 동물이다.

신화적 동물은 대개 이러한 잡종(hybrid) 형상으로 묘사하는데,

그것은 그 동물이 갖는 비범한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염유어를 먹으면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이 물고기가 상상계에 대해서도 힘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는 이로써 고구려 고분벽화에 왜 염유어가 등장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죽은 자의 편안한 내세를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산해경에는 신화적 사물과 마찬가지로 신화적 인간 역시,

일상의 주거지역이 아닌 곳에서 기이한 형상으로 출현한다.

예를들면 남쪽변방에 있다는 관흉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에게 대한 묘사부분을 보면

관흉국 동쪽에 있으며 그 사람들은 가슴에 구멍이 나 있다”(해외남경).

관흉국 사람들 중 신분이 높은 사람은 웃옷을 벗고 천민들로 하여금 대나무 막대기로 가슴을 꿰어 들고 다니게 한다고 하니 상상하기 쉽지 않는 부분이다.

 

또 다른 기이한 모습은 저인국 사람들에 대한 묘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저인국이 건목 서쪽에 있는데 그들은 사람의 얼굴에 물고기의 몸이고 발이 없다”(해외남경).

깜짝 놀랄만한 사실로는 동양의 인어는 예쁜 아가씨가 아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저절로 눈이 커졌던 부분이다.

산해경 속 그림을 보면 저인국 사람은 서양과 같이 예쁜 인어가 아니라,

무뚝뚝하게 생긴 남자 인어이다.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왜 서양에서는 인어를 여성으로 보고 중국에서는 남성으로 인식했을까? 궁금하다~!!

그것은 바로 문화적, 풍토적 차이는 아니었을까?!!

 

몇 가지 더 소개해보면,

동쪽으로 300리 가면 청구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남쪽에는 옥이, 북쪽에서는 푸른 흙이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런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 (남산경).

 

그리고 코끼리의 몸에 얼굴이 없는 엉뚱한 모습을 하고 있는 기이한 동물도 등장한다니 상상력의 규모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러나,

산해경에는 온갖 괴물들이 제각기 출현하지만 일정한 줄거리가 없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행진일 뿐이다.

이미지에 의존하며 이야기가 구조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뭇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 원인이 된 걸까??

 

그러나 그 단편적인 이미지 하나하나는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비록,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기도하고 얼개가 엉성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서양문화권의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열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슬슬~~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첫 번째 이야기는 강치와 신비한 사람들이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대나무 밭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달뫼골을 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치 할아버지는 대나무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바구니, 참빗, 대피리, 채상장, 부채 등

못 만드는 게 없어 사람들은 대영감이라 부른다. 대영감의 유일한 혈육은 강치로 고집이 세고 좀 버릇이 없는 아이다. 요구를 들어줄 때가지 빽빽 울어 대고 하는 일이라곤

대밭에서 대피리 불며 노는게 전부다. 그리고 어느 해 대영감이 데려다 키운 아이, 바우가 있다. 강치보다 세 살 위인 바우는 성격이 온순해서 강치에게 늘 져주곤 했으며 든든한 울타리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대영감은 중국 사신에게 선물할 채상장을 만들게 되는데 임금님이 요구한 날짜와 맞추기 위해 대영감과 바우는 열심히 일하지만, 강치는 허구할 날 대밭에서 대피리만 분다.

그런데 어느 날 대밭의 새파랗던 댓잎이 누렇게 시들어 버린 일이 벌어지고,

가까스로 황 부자에게 돈을 빌려 대밭을 사게 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영감이 대나무를 베다 그만 낫으로 자기 발등을 찍고 만다.

발등의 상처는 다리까지 번져 갔고 대영감은 거동조차 못하고 사경을 헤매게 되고

바우는 강치를 대신해 황 부자로 머슴살이 가고

슬픔이 잠긴 강치에게 산신령이 나타나 할아버지를 살릴 방도를 알려준다.

강치와 바우는 할아버지를 살릴 약초를 구하기 위해

눈멀고 귀먹은 노파가 사는 옥뫼로 길을 떠난다.

산신령이 준 대막대기를 땅에 내리쳤더니 한껏 부풀어 오른 대나무 속은 커다란 동굴이 되어 강치와 바우를 동굴 안으로 빨아 들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머리가 셋 달린 삼수족 마을,

촌장이 주관하는 재판에서 강치가 재치를 발휘하여 구름다리로 향하게 된다

꿈틀거리는 구름다리를 건너 도착한 곳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관흉족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심장을 파먹는 이무기와 싸워 이무기를 물리치고

마을에서 내준 나룻배를 타고 물구십리의 건너게 된다.

바다 메기의 습격으로 배가 뒤집히고 그 때 저인족 마을에 사는

인어 아이를 만나 목숨을 건진다.

자신의 비늘을 떼내어 비단 옷을 만들어 서왕모에게 받치는 인어 아이와 함게 옥뫼로 향한다. 옥뫼 입구는 귀가 큰 토끼와 네 개의 눈을 가진 매가 지키고 있어 강치와 바우가 들어가지 쉽지 않을 듯 했다.

강치는 꾀를 내어 서왕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매와 토끼의 마음을 이용하여

둘을 싸움붙이고 어리석게도 토끼와 매는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곤두박질친다.

 

강치와 바우는 서왕모에게 옥뫼까지 찾아온 이유와 할아버지를 살릴 약초를 묻는다.

할아버지의 병을 낫게 할 약초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누구라도 쉽게 예상하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집으로 돌아온 강치와 바우는

그 약초로 죽을 쑤고, 차도 끓이고 나물, 국도 끓여 드렸더니 할아버지 병은 씻은 듯 낫는다.

대영감과 강치는 열심히 채상장을 만들어 임금님께 보내고 채상장 값을 받자마자

황 부자네로 달려가 빌린 돈을 갚고 바우를 데려오게 된다.

 

며칠 후, 대영감은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집 앞 양지바른 곳에 새로운 묘를 두 개 만든다.

바로, 강치 증조할아버지 묘와 임자 없는 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절대 필요한 아이콘 상상력”~!!

<산해경> 만큼 기이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키워줄 이야기책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동양 신화집, 동아시아 지리서이자 고대 문화의 비밀 열쇠인 산해경

상상을 뛰어 넘는 수많은 이미지들로 창작자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독자에게는 고전에서 깨닫는 삶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서양의 그리스로마신화에 견줄 만한 동양의 신화라고 하니 왠지 더 호기심이 생긴다.

 

산해경에 대해 더 생각해볼 부분은 없을까?

산해경은 신화로서의 성격 뿐 만아니라

지리서로서의 기능도 지니고 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산해경이 민속학, 종교학, 역사학 등과 깊은 관련이 있고

최근 주장되어진 UFO, 첨단과학 등과의 관련성 때문은 아닐까?

이와 같이 복잡한 성격을 지닌 산해경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하는 훈련이 된다.

 

또한, 산해경은 우리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가?

동이계 신화의 내용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산해경에는

우리의 신화 및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고 한다.

고구려고분벽화에 표현된 염제”, “인면조”, “거인 과보”, “삼족오등 산해경 신화의 모티프들은 이의 훌륭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산해경의 신화적 상상력을 오늘날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문화산업에서 신화적 소재를 많이 필요로 하고 있으나

대부분 서구 신화나 중세의 마법 등을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해경의 기이한 이야기와 독특한 이미지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서양 상상력 중심의 문화산업을 벗어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대단한 책이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실정이다.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산해경”: 강치와 신비한 사람들은

스토리로 다시 태어난 산해경 동화에

신화이면서도 지리서인 옛 산해경의 형식과 특징을 작품에 녹여 냈다고 하니,

서양의 사고 체계에 둘러싸인 우리 어린이들에게

동양의 방대한 상상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이 산해경 동화가 무궁무진하 아이들의 순수한 사고와 어우러져

무한한 창의성을 끌어내는 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산해경 속에서 주인공 강치가 모험한 곳은 미지의 세상이 아닌

강치가 사는 달뫼골이었다.

한바탕 모험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사는 곳, 내 주변의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을까?

 

혹시, 내가 사는 곳의 산, 하천, 전설 등을 알아 가면

나만의 산해경이 탄생하기도 한다는 뜻이라고 풀어 해석해도 될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니

더욱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전에 있던 산해경이 빈약한 스토리와 이해의 어려움 있어

어린이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다는 단점을 과감히 보완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짜인 재미와 스토리를 한 번에 잡은 책이라고 생각 든다.

 

특히, 동양권에서 중요시하는 조상공경이나 명당에 대한 집착(^^)

이야기가 주요 주제로 나오고 있어서 동양문화를 쉽게 이해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전개도 흥미진진할 뿐더러 기이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채우고 있어

지루함 없이 술술 읽혀 나가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책이다.

 

그동안 서양신화만 알고 지냈다면

이번 기회를 빌려

산해경과 함께 동양신화에 대해서도 알아가 보는 건 어떨까?

 

신화로는 그리스로마 신화만 알고 있는 아이들이,

산해경이야기를 만난다면 색다른 동양의 상상력을 접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전통 신화까지도 관심의 폭이 넓혀질 것이라고 생각 든다.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판이하고

우리 전래동화와도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산해경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모습으로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까??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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