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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1 - 강치와 신비한 사람들 ㅣ 마음 잇는 아이 4
김미승 지음, 홍선주 그림 / 마음이음 / 2018년 10월
평점 :
당신은 “상상력의 힘”을 어디까지 실감하시나요?
미국의 한 저명한 잡지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오늘날의 첨단과학 기기는 대부분 과거의 SF소설이나 만화에서
상상했던 일들이 실현된 케이스
라고 한다.
그렇다면, 동양 상상력의 원천이란 평을 받고 있는
산해경란 과연 어떤 책일까?
우리나라 고조선을 최초로 언급하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개념도 산해경에 처음 나왔다고 하니 더욱 궁금증이 샘솟는다.
산해경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오래전에 성립된 중국의 대표적인 신화집이며, 지리서다.
대체로 기원전 3~4세기경에 써진 이 책에는
중국과 변방지역의 기이한 사물, 인간, 신들에 대한 기록과 그들에 대한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이 책이 만들어진 동기에 대해서는 무당들의 지침서라는 설이 가장 유력하고 고대의 여행기라는 설도 있다.
지은이나 제작 시기는 정확히 모르지만, 전통적으로는 한나라의 유향, 유흠 부자가 정리해 발간한 총 18권의『산해경』이 최초의 판본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근대 이후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책은 종교적으로 샤머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산해경에 주목해야할 것은 이 책이 단순히 오늘날의 중국신화와만 상관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근의 여러 민족들, 한국, 일본, 티베트, 몽골 등 동아시아 전역의 고대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산해경의 신화가 형성되던 시대의 대륙은
결코 오늘날과 같은 하나의 중국이 존재했던 장소가 아니고
수많은 종족이 이합집산을 거듭했던 무대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산해경을 중국 신화집으로만 보지 않고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원천이자 상상력의 뿌리로 간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산해경의 신화세계를 짧게나마 소개해 본다.
신들의 세계를 보게 되면 산해경에도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다양한 능력을 가진 신들이 등장하며
신선한 지역, 머나먼 이방 등에서
언제나 일상을 초월한 기이한 형상의 신화적 사물 또한 등장한다.
예를 들면 “능양의 못에 사는 ‘염유어’란 물고기는 물고기의 몸, 뱀의 머리에 발이 여섯이며 눈은 말의 귀와 같다. 이것을 먹으면 가위에 눌리지 않고 흉한 일을 막을 수 있다”.
염유어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다.
물고기, 뱀, 말의 신체적 특징을 합쳐놓은 데다가 발까지 달려있어 양서류 같기도 한
기이한 동물이다.
신화적 동물은 대개 이러한 잡종(hybrid) 형상으로 묘사하는데,
그것은 그 동물이 갖는 비범한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염유어’를 먹으면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이 물고기가 상상계에 대해서도 힘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는 이로써 고구려 고분벽화에 왜 ‘염유어’가 등장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죽은 자의 편안한 내세를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산해경에는 신화적 사물과 마찬가지로 신화적 인간 역시,
일상의 주거지역이 아닌 곳에서 기이한 형상으로 출현한다.
예를들면 “남쪽변방에 있다는 관흉국이라는 나라의 사람들에게 대한 묘사부분을 보면
관흉국 동쪽에 있으며 그 사람들은 가슴에 구멍이 나 있다”(해외남경).
관흉국 사람들 중 신분이 높은 사람은 웃옷을 벗고 천민들로 하여금 대나무 막대기로 가슴을 꿰어 들고 다니게 한다고 하니 상상하기 쉽지 않는 부분이다.
또 다른 기이한 모습은 저인국 사람들에 대한 묘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저인국이 건목 서쪽에 있는데 그들은 사람의 얼굴에 물고기의 몸이고 발이 없다”(해외남경).
깜짝 놀랄만한 사실로는 “동양의 인어는 예쁜 아가씨가 아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저절로 눈이 커졌던 부분이다.
산해경 속 그림을 보면 저인국 사람은 서양과 같이 예쁜 인어가 아니라,
무뚝뚝하게 생긴 남자 인어이다.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왜 서양에서는 인어를 여성으로 보고 중국에서는 남성으로 인식했을까? 궁금하다~!!
그것은 바로 문화적, 풍토적 차이는 아니었을까?!!
몇 가지 더 소개해보면,
“동쪽으로 300리 가면 청구산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 남쪽에는 옥이, 북쪽에서는 푸른 흙이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런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 (남산경).
그리고 코끼리의 몸에 얼굴이 없는 엉뚱한 모습을 하고 있는 기이한 동물도 등장한다니 상상력의 규모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러나,
산해경에는 온갖 괴물들이 제각기 출현하지만 일정한 줄거리가 없다.
파편화된 이미지의 행진일 뿐이다.
이미지에 의존하며 이야기가 구조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다.
그래서 뭇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 원인이 된 걸까??
그러나 그 단편적인 이미지 하나하나는 동아시아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비록, 이야기는 비현실적이기도하고 얼개가 엉성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동서양문화권의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열등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제 슬슬~~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 “산해경”>
첫 번째 이야기는 “강치와 신비한 사람들”이다.
집집마다 크고 작은 대나무 밭을 하나씩은 갖고 있는 달뫼골을 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치 할아버지는 대나무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 바구니, 참빗, 대피리, 채상장, 부채 등
못 만드는 게 없어 사람들은 ‘대영감’이라 부른다. 대영감의 유일한 혈육은 강치로 고집이 세고 좀 버릇이 없는 아이다. 요구를 들어줄 때가지 빽빽 울어 대고 하는 일이라곤
대밭에서 대피리 불며 노는게 전부다. 그리고 어느 해 대영감이 데려다 키운 아이, 바우가 있다. 강치보다 세 살 위인 바우는 성격이 온순해서 강치에게 늘 져주곤 했으며 든든한 울타리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대영감은 중국 사신에게 선물할 채상장을 만들게 되는데 임금님이 요구한 날짜와 맞추기 위해 대영감과 바우는 열심히 일하지만, 강치는 허구할 날 대밭에서 대피리만 분다.
그런데 어느 날 대밭의 새파랗던 댓잎이 누렇게 시들어 버린 일이 벌어지고,
가까스로 황 부자에게 돈을 빌려 대밭을 사게 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영감이 대나무를 베다 그만 낫으로 자기 발등을 찍고 만다.
발등의 상처는 다리까지 번져 갔고 대영감은 거동조차 못하고 사경을 헤매게 되고
바우는 강치를 대신해 황 부자로 머슴살이 가고
슬픔이 잠긴 강치에게 산신령이 나타나 할아버지를 살릴 방도를 알려준다.
강치와 바우는 할아버지를 살릴 약초를 구하기 위해
눈멀고 귀먹은 노파가 사는 옥뫼로 길을 떠난다.
산신령이 준 대막대기를 땅에 내리쳤더니 한껏 부풀어 오른 대나무 속은 커다란 동굴이 되어 강치와 바우를 동굴 안으로 빨아 들였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머리가 셋 달린 삼수족 마을,
촌장이 주관하는 재판에서 강치가 재치를 발휘하여 구름다리로 향하게 된다
꿈틀거리는 구름다리를 건너 도착한 곳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관흉족 마을이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의 심장을 파먹는 이무기와 싸워 이무기를 물리치고
마을에서 내준 나룻배를 타고 물구십리의 건너게 된다.
바다 메기의 습격으로 배가 뒤집히고 그 때 저인족 마을에 사는
인어 아이를 만나 목숨을 건진다.
자신의 비늘을 떼내어 비단 옷을 만들어 서왕모에게 받치는 인어 아이와 함게 옥뫼로 향한다. 옥뫼 입구는 귀가 큰 토끼와 네 개의 눈을 가진 매가 지키고 있어 강치와 바우가 들어가지 쉽지 않을 듯 했다.
강치는 꾀를 내어 서왕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매와 토끼의 마음을 이용하여
둘을 싸움붙이고 어리석게도 토끼와 매는 피투성이가 되어 땅바닥에 곤두박질친다.
강치와 바우는 서왕모에게 옥뫼까지 찾아온 이유와 할아버지를 살릴 약초를 묻는다.
할아버지의 병을 낫게 할 약초는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누구라도 쉽게 예상하지 않을까? 자문해본다.
집으로 돌아온 강치와 바우는
그 약초로 죽을 쑤고, 차도 끓이고 나물, 국도 끓여 드렸더니 할아버지 병은 씻은 듯 낫는다.
대영감과 강치는 열심히 채상장을 만들어 임금님께 보내고 채상장 값을 받자마자
황 부자네로 달려가 빌린 돈을 갚고 바우를 데려오게 된다.
며칠 후, 대영감은 과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집 앞 양지바른 곳에 새로운 묘를 두 개 만든다.
바로, 강치 증조할아버지 묘와 임자 없는 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절대 필요한 아이콘 “상상력”~!!
<산해경> 만큼 기이하고 엉뚱한 상상력을 키워줄 이야기책은 찾기 힘들지 않을까??
동양 신화집, 동아시아 지리서이자 고대 문화의 비밀 열쇠인 『산해경』은
상상을 뛰어 넘는 수많은 이미지들로 창작자들에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독자에게는 고전에서 깨닫는 삶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서양의 그리스로마신화에 견줄 만한 동양의 신화라고 하니 왠지 더 호기심이 생긴다.
산해경에 대해 더 생각해볼 부분은 없을까?
산해경은 신화로서의 성격 뿐 만아니라
지리서로서의 기능도 지니고 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산해경이 민속학, 종교학, 역사학 등과 깊은 관련이 있고
최근 주장되어진 UFO, 첨단과학 등과의 관련성 때문은 아닐까?
이와 같이 복잡한 성격을 지닌 산해경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상상력을 발휘하는 훈련이 된다.
또한, 산해경은 우리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가?
동이계 신화의 내용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산해경에는
우리의 신화 및 문화와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고 한다.
고구려고분벽화에 표현된 “염제”, “인면조”, “거인 과보”, “삼족오” 등 산해경 신화의 모티프들은 이의 훌륭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산해경의 신화적 상상력을 오늘날 활용할 수 있지는 않을까?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문화산업에서 신화적 소재를 많이 필요로 하고 있으나
대부분 서구 신화나 중세의 마법 등을 이야기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해경의 기이한 이야기와 독특한 이미지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서양 상상력 중심의 문화산업을 벗어나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렇게 대단한 책이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널리 알려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실정이다.
“잊혀진 신들을 찾아서-산해경”: 강치와 신비한 사람들은
스토리로 다시 태어난 산해경 동화에
신화이면서도 지리서인 옛 “산해경”의 형식과 특징을 작품에 녹여 냈다고 하니,
서양의 사고 체계에 둘러싸인 우리 어린이들에게
동양의 방대한 상상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분명하다.
이 산해경 동화가 무궁무진하 아이들의 순수한 사고와 어우러져
무한한 창의성을 끌어내는 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산해경 속에서 주인공 강치가 모험한 곳은 미지의 세상이 아닌
강치가 사는 달뫼골이었다.
한바탕 모험을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사는 곳, 내 주변의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을까?
혹시, 내가 사는 곳의 산, 하천, 전설 등을 알아 가면
나만의 산해경이 탄생하기도 한다는 뜻이라고 풀어 해석해도 될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과 주변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니
더욱 소중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이전에 있던 산해경이 빈약한 스토리와 이해의 어려움 있어
어린이를 비롯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어려웠다는 단점을 과감히 보완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짜인 재미와 스토리를 한 번에 잡은 책이라고 생각 든다.
특히, 동양권에서 중요시하는 조상공경이나 명당에 대한 집착(^^) 등
이야기가 주요 주제로 나오고 있어서 동양문화를 쉽게 이해하는데
충분한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 전개도 흥미진진할 뿐더러 기이한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채우고 있어
지루함 없이 술술 읽혀 나가는 재미까지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책이다.
그동안 서양신화만 알고 지냈다면
이번 기회를 빌려
산해경과 함께 동양신화에 대해서도 알아가 보는 건 어떨까?
신화로는 “그리스로마 신화”만 알고 있는 아이들이,
“산해경” 이야기를 만난다면 색다른 동양의 상상력을 접하게 될 것이며,
우리의 전통 신화까지도 관심의 폭이 넓혀질 것이라고 생각 든다.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판이하고
우리 전래동화와도 또 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산해경”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어떤 모습으로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까??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