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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마빈 가든 ㅣ 봄나무 문학선
에이미 새리그 킹 지음, 유시연 그림, 이혜선 옮김 / 봄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워싱턴 포스트'선정, 어린이를 위한 최고의 책!
뉴욕 공공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시카고 공공 도서관 선정, 올해 최고의 책!
텍사스 도서관 협회 블루보넷 북 선정

30년에 걸쳐 쓰인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나와 마빈 가든].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삶의 터전을 잃고,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했던 작가의 어두운 학창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한다.
“아름다웠던 것이
새롭고 더 편리한 무언가로 바뀌는 걸 본
십 대 어린이의 상실감과 분노는
이 책 집필의 원동력이 되었다.”
책의 겉 표지에서 보이듯
마빈 가든은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를 먹고 사는 소속모르는 동물이고,
그와 소통을 의미하듯 뒤를 따르는 유일한 인간인 열한 살 소년,
오비의 주변 일상생활 이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비 데블린~
샛강 근처에 살며, 주로 집 근처 샛강에서만 논다.
사람들이 아무렇게 버린 쓰레기를 주우며 작은 불만을 표시하는 조용한 아이,
단짝친구였던 토미가 새로 이사 온 친구들에게 휩쓸리자
순식간에 외톨이가 되어버린다.
어느 날 오비는 샛강에서 기이한 동물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난생 처음 보는 종(species), 생김새 또한 너무나 특이하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그 동물은 플라스틱을 먹고 있었다는 것.....
오비는 특이한 동물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끌리는 것을 느끼게 되죠.
이심전심, 통했을까??
그 괴이한 동물 역시 오비를 경계하는 대신 친근하게 다가와서는 따르기까지 한다.
오비는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난 후 걸핏하면 코피를 흘리게 되고,
재개발이 너무 싫어 아빠랑 하는 모노폴리게임을 하면서도
절대로 건물을 짓지 않아 매번 지고 만다.
아이들과 모노폴리게임을 하면서도 이기기 위해 은행을 터는 아빠.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생각만으로 아이들 앞에서도 싸움을 이어가는 엄마.
달관한 듯 세상사에 기대없이 무관심 일색인 누나.
조금이라도 앞서보이기 위해, 강해보이기 위해 서로를 믿지 못하고 공격하는 친구들.
주변 사람들은 녹록치 않게 각양각색, 오비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일까? 오비의 행동을 순수한 눈으로 봐 주지 않는다.
대부분 그렇듯 오비가 힘들어하는 이유가 주변에 있었다.

오비와 마빈 가든이 처음 만난 날,
비록, 첫 느낀 감정은 공포와 불안감이었지만
공통점을 발견하고서는 불안은 곧바로 연민으로 바뀌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인간들 사이보다 더 깊은 교감을 나누는 각별한 친구가 된다.
“잘 모르겠어, 마빈.
너는 아주 다르고 이상해서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어.
우리 둘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
오비는 동물에게 <마빈 가든>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는데
마빈 가든은 부동산 게임의 일종인 모노폴리의 한 지역으로
백 년 전까지는 오비 가족의 삶의 터전이었던 땅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되어 버린 후 재개발되는 현실을 보며
한탄스런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또한, 점점 심해지는 환경오염에서 플라스틱과 비닐을 먹는 이 동물이
세상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정해준 이름이다.
하지만 오비의 이런 희망적인 생각은 생각지도 못한 치명적인 난관에 부딪친다.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된 부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빈가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지만,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먹은 뒤 소화한 후 배출한 것은
놀랍게도 너무나 유독한 것이었기에 큰 고민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다.
친구 토미의 운동화 밑창이 녹아버리고,
주방 타일바닥이 뚫리는 일대 큰 사건이 발생하자,
오비는 범인으로 지목되어 곤혹을 치르게 되지만
담담하게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노력하고,
현명한 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차분하고도 영리한 오비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매일, 오비는 집에서 우유 통과 비닐봉지를 챙겨 샛강으로 간다.
오비가 건넨 플라스틱을 우적우적 씹어 먹는 마빈을 보면서
혹시, ‘마빈이 환경 오염의 해결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 세상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마빈과 같은 동물이 다 먹어 치운다면
태평양을 오염시키고 이는 쓰레기들이 더 이상은 문제화 되지 않겠지?
책 읽으면서 오비의 마음과 일치되는 간절함에 미소가 지어진다.

[나와 마빈 가든]은 플라스틱을 먹는 동물을 통해
요즘 현대인들이 날마다 피부로 느끼는 환경오염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편리함을 이유로 한 플라스틱 남용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이 땅속으로, 강으로, 바다로 흘려보내지고 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을 먹고 목숨을 잃은 수많은 생물들의 모습에서
‘마빈’의 존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플라스틱에서 비롯된 환경문제 뿐 만아니라,
무분별한 택지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 또한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 든다.
혹시, 작가는 오비와 마빈의 만남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걸 잃고 나서 얻은 새로운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닐까?
책의 뒷장을 덮을 즈음에는 마음이 평온해짐을 느끼는 이유도 여기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흥미로운 구성을 꼽는다면,
인간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던 농토가 주택지로 바뀌어 가는 현실을,
백 년 전에 있었던 오비의 집안 내력과 교차해 들려주니
몰입도와 긴장감을 높여주는 동시에 호기심과 흥미까지 더해준다.
마치 책 2권을 동시에 읽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듯하다.

[나와 마빈 가든]에서 제일 간과해서는 안 되는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으로 살기, 올곧이 나답게 살기’가 아닐까?
따돌림과 친구의 배신(?)등으로 상실감이 너무 컸을 텐데도
주인공 오비는 꿋꿋이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믿고 주변상황을 극복한다.
그렇기에 한걸음 더 성장했고 자신의 미래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여기에 다른 아이들과의 확연한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비는 마빈 걱정으로 안절부절 하다가 마침내 마빈을 구해 내고 나서는
절망, 어려움, 고민 등 힘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자신이 이만큼 해낼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래집단에 휘둘리기 쉬운 십대 친구들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많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와 마빈 가든] 첫 만남에서는 겉표지의 핑크빛 부드러운 색감 때문에
책의 내용이 따분하고 지루한 이야기는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으나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본 표지의 그림은
예상하고는 전혀 다르게
건설 중인 주택단지들, 드높은 기중기들, 모래벌판, 전체를 뒤덮을 듯 널려 있는 온갖 쓰레기들... 그리고 그 사이를 걷고 있는 한 아이와 앞서가는 정제모를 작은 동물.
충격적인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그래서 더욱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다시 표지를 보니
이 책이 말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설명되는 그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 볼수록 너무나도 가슴이 아픈 장면이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함을 감출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오비의 코피의 원인이 큰 질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마빈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 오비의 상상의 친구는 아니었을까?
책의 끝부분으로 가면 갈수록 궁금증과 불안함이 가슴 저 깊이 도사리고 있어
걱정도 컸지만 가끔은 이로 인해 흥미로움을 배가 되게 해주었다.
혹시 세상 어딘가에,
‘마빈 가든’ 같은 동물이 살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못 알아보고 있지는 않을까?
“진정한 발견은 새롭게 땅을 찾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져야한다”
책 첫 장에 실린 문구가 새삼 큰 울림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