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0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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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신(神)을 죽일 수 있는 검(劍)이 있습니다. 이 세계는 신(神) 때문에 멸망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명제가 던져진다면 검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죠. 문명이 고도로 발전한 별(星)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죠. 이 에너지는 그 별을 재생(유지?) 하는 에너지였습니다. 어느 여성은 주장합니다. 에너지를 쓰면 쓸수록 별이 망가진다고, 사람들은 무시합니다. 그러다 진짜 별이 망가지게 생겼고, 그제야 정신 차린 사람들은 기도를 올립니다. 살려 달라고, 신(神)은 살려 줄 테니 제물을 바치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위험성을 주장한 여성을 제물로 받쳐 버립니다. 이세계 시스템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망가져가는 재생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시스템. 여기까지 보면 사람 하나로 별 하나를 살렸으니 수지맞는 일이다 같이 남 얘기하듯 하겠죠. 그러나 신(神)은 관대하지 않았습니다. 신(神)이 구축한 이세계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사람들 영혼(대충 비슷)을 갈아 넣어서 유지하는 시스템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별을 살리기 위해 인간의 영혼을 받쳐라. 뒷통수 맞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행할 일은 하나밖에 없죠. 신(神)을 죽이자. 이세계를 다스리는 상위 신은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D입니다. 그리고 지구 어느 고등학교 한 개의 반에 폭발이 일어나죠.



9권에서 여주인공의 진짜 정체는 약간 충격을 안겨 주었었습니다. 사실 어렴풋이 위화감은 있었지만 설마 그런 식으로 그녀의 정체를 밝힐 거라고는 상상을 못했었군요. 스포일러라서 밝힐 순 없으나, D의 대타 정도로만 언급해 두겠습니다. 9권에서 기억을 더듬어 가며 자신의 본질을 깨닫게 된 여주가 D를 만났지만 어찌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고, 10권에서는 D에게 복종하며 살 것인가, 우주 끝까지 도망칠 것인가, 맞설 것인가 기로에 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하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힘이 있어야 하기에 아직은 몸을 사리게 되죠. 완전하게 힘을 되찾은 건 아니거든요. 그녀는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났기에 시스템 보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나날이 집착과 의존증이 심각해지는 흡혈녀 소피아의 정서를 안정 시켜야 하고, 마왕을 타도하기 위한 불온한 움직임도 막아야 합니다. 몇 년을 밖으로 싸돌아다니고 왔더니 왜 돌아왔냐며 쿠데타 일으키려 하는군요. 마왕은 돌아오자마자 인족에 전쟁을 일으키려 합니다. 여기서 단순히 종족의 특성에 따라 마왕이니까 인간과 싸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하겠지만, 마왕은 태초부터 이세계에서 살아왔죠. 즉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거쳐 그 시절의 인간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이며, 이세계 시스템 탄생 비화도 알고 있다는 말이 됩니다.



이세계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D가 만든 이세계 시스템은 다단계 판매와 같습니다. 밑 돌을 빼 위로 올리는 식으로, 인간의 영혼을 갈아 넣어 별의 재생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은(사실 좀 더 복잡하지만 지면상 설명 생략), 인간의 윤회(환생)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날이 갈수록 갈아 넣을 영혼이 부족해진다는 거죠. 그렇담 어떻게 될까. 재생 에너지가 부족해져서 별은 소각되겠죠. 그렇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세계 시스템을 없애야죠. 시스템을 없애고 원래 별이 가진 에너지로 별의 재생을 유지시킨다. 이렇게 하면 별도 살고 인간도 살고. 하지만 지금 당장 시스템을 없앤들 별의 에너지가 돌아오는 건 아닌데? 자칫 시스템을 없앤 순간 모조리 다 소각될 판. 이번 10권에서는 그걸 해결하기 위한 판을 짜갑니다. 일단은 이세계 시스템이 없어도 될 만큼 에너지를 모아 재생 시스템에 투입하면 뒤는 알아서 유지되는 그런 구조 같습니다만. 솔직히 필자 머리가 나빠 제대로 이해를 못 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필요한 에너지를 어디서 구해 오느냐죠. 여주인공은 마왕에게 은혜 입은 걸 갚으려 합니다. 처음엔 적으로 만나 사생결단을 냈지만 몇 년이나 같이 여행을 하며 정이 쌓였고, 신화를 이뤘을 때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를 보살펴 주었으니 여주에게 있어서 마왕은 생명의 은인입니다.



대뜸 마왕에게 은혜를 갚다니 뭔 소리인가 싶겠습니다만, 태고 때부터 살아오며 인간들의 못 볼 꼴을 많이 봐온 마왕은 인간들 따위 업보나 받으라는 식으로 별을 살리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려 하죠. 그러니까 별이 망가진 원인은 고대 인간들 때문이고, 고로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닌 뭐 그런 상황? 이쯤 언급하면 마왕이 하려는 짓이 뭔지 아시겠죠. 이렇게 되게 여주가 부추긴 것도 있지만, 정확한 건 앞으로의 스포일러라서 지금은 언급이 힘드니 양해 바랍니다. 아무튼 여주인공은 이쯤 오면 마왕에 푹 빠져서 서포트를 자처하게 됩니다. 결국 마왕이 처음 계획했던 대로 친절하게 대해서 내편 만들어야지가 성공한 샘이군요. 일단 판은 짜여가지만 우선적으로 엘프를 갈아 버려야 합니다. 작 초반엔 시골 촌락 나부랭이인 줄 알았던 엘프가 날이 갈수록 초거대 빌런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실 본 내용에서는 여주인공 일행을 그렇게 괴롭힌 건 없는데 어느새 악당이 되어 있군요. 여주인공이 아주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습니다. 성가시게도 엘프들은 마법 무효화하는 결계까지 가지고 있어서 마법 위주인 여주인공에게는 상극 그 자체죠. 이번에 마왕 타도 쿠데타를 뒤에서 지원하다 발각되어 마왕도 제일 먼저 소각 시켜버리겠다고 벼르게 되는데, 아마 이게 4권인가 5권인가로 이어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맺으며: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반 아이들과도 조우하며 작 초반 서슬 트릭으로 교차 시켰던 여주와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합쳐가기 시작하는군요. 선생님은 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어 가지만 이 모든 게 아버지(엘프 족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고, 주변으로부터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다는 걸 전혀 인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하죠. 사실 '넌 그런 아이가 아니야'라며 상대 평가를 자기 생각에 맞추는 성격이다 보니 좀 극혐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밝혀지기를 선생님은 여주에겐 또 한 명의 생명의 은인이 되어 이야기의 키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쯥... 여주의 진짜 정체를 밝히지 않고 리뷰 하려니 많이 두루뭉술 해지는군요. 이세계를 놀이판으로 취급하는 D와도 아마 끝장을 볼 거 같은데, 그렇지만 D가 있었기에 지금의 여주가 있기도 하니까 이걸 어떻게 풀어낼지 엄청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아무튼 별을 살리기 위해 악이 되려는 마왕의 고뇌, 그런 마왕과 선생님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려 하는 여주의 마음. 모든 건 유희를 위해라며 생명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는 D의 만행 등 라이트 노벨 치고는 꽤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 외의 소소하게는 공각 기동대처럼 의식을 부캐로 옮기는 여주에게서 한 가지, 생물이라는 존재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무엇인가, 영혼인가 데이터인가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게 했다는 것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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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9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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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족령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었던 마의 산맥을 넘다가 만난, 고블린 -> 오거로 진화했던 남학생(반 친구이자 전생자, 이하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흡혈녀 '소피아'는 격침, 신화를 거치며 이세계 시스템에서 튕겨 나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거미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실을 뽑아낸 덕분에 간신히 위기를 넘겼었죠. 고블린은 이후 어디론가 가버렸고, 여주 일행은 드디어 마족령에 당도합니다. 일단 당면 목표가 마족령이었긴한데, 막상 도착하니 뭘 해야 하나. 평범한 인간이 된 여주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될 상황이지만 그나마 실 뽑기 덕분에 밥 벌이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실이 질겨서 방어구로 쓸 수 있다나요). 흡혈녀 소피아는 아기 때부터 같이 지내온 면면이 면면인지라 정서불안을 안고 있었죠. 이에 마왕은 그녀에게 예법을 가르치고 학교에 보내 정서 안정을 꾀합니다만 효과는 미미할 걸로 보여졌습니다. 이미 성격은 고착되었고, 지금 한창 미운 7살이거든요. 아기 때부터 길러준 여주에게 엄마라고 불러도 좋으련만 알고 보면 둘이 나이는 같죠. 보살핌 받았다는 자각은 있는지 여주가 안 보이면 걱정 정도는 해주는 착한 딸이기도 합니다.



진화의 끝을 달려 귀인인지 뭔지로 진화한 고블린의 이야기. 여주와 싸우다 그녀가 일으킨 얼음 붕괴에 휘말려 산 아래로 굴러간 고블린은 여전히 분노 스킬에 먹혀 앞뒤 분간을 못하고 닥치는 대로 살육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흡혈녀 소피아가 반드시 없애 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여느 작품이었다면 남자 주인공 자리는 꿰찼을 정도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죠. 그러나 무의미한 살육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관리자의 개입이 시작되지만, D(사신)의 간섭으로 이도 저도 못하다 결국 여주에게 오더가 넘어갑니다. 이쯤 여주는 원래의 힘을 되찾게 되지만, 찾게 되는 과정이 너무 어이없어서 설명은 생략하고요. 그녀가 나선 이상 두 권에 걸쳐 진행되었던 고블린의 이야기도 싱겁게 끝이 납니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줄 수 있는 게, 고블린이 분노 스킬에 먹혀 폭주하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개연성을 넣어 두었다는 것, 그로 인한 인간은 가해자이고 고블린이 피해자라는 선악의 구분, 관점을 달리하면 여타 작품에서 모험가에게 사냥 당하는 고블린의 심정을 십분 헤아릴 수 있는 설정들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리뷰에선 많이 다루지 않았던 D의 이야기. 이세계를 관리하는 관리자들의 상위 관리자(神)이자 이세계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 고대 시절 여러 종족이 치고받고 싸우는 통에 망가져 가던 별을 접수해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안정을 꾀했던 사신. 여주를 거미로 환생 시켜 개고생하게 하고 그것을 보며 재미있어하는 변태.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이세계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희생 시키는 걸 마다하지 않는 냉혹함. 여기서 엘프가 왜 관리자들을 배척하려는지, 선생님이 왜 전생자(반 아이들)들을 보호하려는지 윤곽이 잡힙니다. D는 자신의 재미를 위해서, 이세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희생 시키려 하죠. 고블린 사태를 키운 것도 D의 의향이 들어가서이기도 합니다. 사람들 희생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게 재미있으니까라는 이유로 방관하고, 개입한 끝에 여주를 투입해 사로잡게 하였죠. 그래서 이 작품의 최종 보스는 D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D는 너무나 오래 살아서 뭘 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늘 새로운 걸 갈구하고 있었죠. 최소한으로 이세계를 유지하고, 그 대가인지 재미를 추구하는...



맺으며: 거미가 거미인 이유. 여주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여주는 D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듣습니다. 1권부터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일이긴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지금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순응하고 살아야 하는 여주가 안타까웠군요. 이세계로 전생하기 전부터 이미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었고(정체는 스포일러라서), 죽고 나서도 D에 이용당하고, 이세계에 넘어가서도 티비 개그맨처럼 열심히 D를 웃겨 주어야 했던 광대 같은 여주. 힘을 되찾고 D와 독대하고도 자신의 정체가 정체였기에, 되레 전생 시켜준 걸 고맙게 여겨야 하는 이 기분은 자신의 감정일까 심어진 감정일까.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D는 자신의 책무를 다한 여주를 없애기보다 앞으로도 계속 티비 개그맨처럼 광대 역을 바란다는 것. 하지만 이세계는 붕괴 중이라는 것. 여주는 D가 만든 이세계 시스템에서 벗어났기에 D의 개입을 받지 않게 되었지만, 다른 이들은? 이세계 시스템에 충실히 따르려는 마왕은 전쟁을 준비 중이고, 엘프는 이세계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 준동하고,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게 D가 재미를 위해 계획한 세계관이라면?라는 느낌을 들게 하는 9권이었군요.

아무튼 매 권마다 리뷰가 다르게 작성되는 듯한데, 필자의 머리가 녹슬어서 판단과 분석을 제대로 못한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이전까지 엘프와 선생님을 나쁘게 표현하기도 했습니다만(아닌 게 아니라 엘프 족장의 행동은 글자 그대로 악당인데?). 이번 9권에서 D의 행동과 성격을 보고 있으면 그들의 행동은 선은 아닐지언정 관리자들을 배척하려는 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세계 하위 관리자들이 D(상위 관리자)의 뜻에 무조건 동조하는 건 아니었기에 관리자들이라고 해서 뭉텅 그려 나쁘다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 9권에서 단지 D의 능력이 너무나 넘사벽이기에 하위 관리자들은 대들지 못한다고 역설하고 있기도 하죠. 다만 이전에 보여주었던 서슬 트릭에서 알 수 있듯이 독자로 하여금 가령 저쪽 길이 맞다는 것처럼 진행하다가 진짜 길은 이쪽이라고 하는 특징이 있는지라, 정말로 D의 성격이 그러한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반 아이들을 말려들게 하여 이세계로 전생한 원인도 지금은 D의 입장에서만 풀어놓고 있는지라, 이번 여주의 정체처럼 또 뒤통수 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경직된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위에 것만 쓰면 칙칙해 보이니까 좀 더 개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낯가리는 여주를 짝사랑하는 마족이 등장합니다. 나이는 먹을 대로 먹었으면서 동정인지 자꾸 엇나가는 게 소소한 재미로 다가오죠. 참고로 그는 여주의 집을 태운 두 번째 인간이 되었습니다. 여주의 집은 여주의 역린이죠. 오랜만에 대미궁에 갔더니 자식들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엄마(여주)를 반기는 새끼 거미들이 귀엽죠. 근데 인간화된 여주가 인간하고 맺어지면 태어나는 아이는 인간의 아이일까 거미일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미줄(실)은 왜 손가락에서 나오는 걸까, 거미일 때는 엉...에서 나왔는데, 아무래도 작가가 인간형이 된 지금의 여주에게 거기까지 표현하기는 무리였나 봅니다. 소피아는 미운 7살이 되어 반항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여주가 보이면 보이는 대로 잔소리하고, 안 보이면 안 보인다고 잔소리하고. 자고 있는 여주 방에 쳐들어가 억지로 깨워 예법 훈련을 시키지 않나, 마왕과 여주가 그렇게 찍지 말라 했던 스킬을 찍어 어이없게 만들고, 그로 인해 향후 마돈나가 되어 학교 남학생들 후리고 다니지나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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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이, 지뢰 포함 3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네코뵤 네코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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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세계로 전이하고 맨땅에 헤딩하듯 살아가는 주인공과 그 일행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세계를 관장하는 거 같은 사신(死神)은 아이들을 돌보기는커녕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치트를 남발하는 바람에 많은 아이들이 리타이어 되어 버렸죠. 사실 욕심부리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마냥 사신을 욕할 처지도 아니긴 합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겠다는 거처럼 욕심에 치트를 선택해서 음흉한 마음을 품고 있었으니 벌받은 격이죠. 참고로 이 작품에서 치트는 지뢰와 동의어입니다. 치트 = 지뢰. 알짜 치트엔 그만큼 불이익도 따라붙는다는 건데, 예로 강함을 선택하면 필요한 경험치가 보통의 수백 배 된다든지. 문제는 히로인 '하루카'가 받았던 [도움말] 같은 설명서가 없으면 어떤 지뢰가 걸려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최고의 치트 = 사망, 공식인 스킬을 사용했다가 죽어버리는 일도 벌어졌었죠. 사실 이런 설정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지만 필자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수십 명이나 되는 아이들을 일일이 다 표현하기 힘들어 가지치기 하듯 잘라 버린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긴 합니다. 그야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는 초반 시리어스를 무색게 하는 평범한 슬로 라이프거든요. 욕심 없이 무난한 스킬을 받은 주인공 일행은 견실하게 몬스터를 잡고, 약초를 채집하는 등 밑바닥부터 열심히 노력 중에 있습니다. 지금은 샐러리맨의 공통사항인 집을 장만하기 위해 한눈팔지 않고 노가다에 뛰어들고 있죠. 



히로인 '나츠키'와 '유키'를 영입하여 3인 체재에서 5인 체재가 되었습니다. 5인 체재가 되었다고 해서 특출하게 드래곤 잡으러 가고 그런 건 아니고요. 일손이 늘어나서 집 장만하는 속도가 조금 더 올랐을 뿐입니다. 참, 치트 = 지뢰 공식인 세상에서 파티원도 함부로 늘리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정확히는 반 아이들). 파티원이 치트 썼는데, 그게 사망 공식인 치트라면 말려들어 동반 자x이 되어 버리거든요. 사실 치트만이 아니라 내 입 풀칠하기도 힘든데 객식구를 함부로 늘릴 수 없다는 현실성도 있습니다. 거기에 이 작품의 설정에는 남에게 민폐 끼치기도 있어서 남 등 처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이렇듯 기본 바탕에 치트 = 지뢰라는 공식과 남에게 민폐 끼치기가 깔려 있다 보니 선량한 아이들은 몸을 사리게 되고, 주인공 일행도 그런 것들을 경계하다 보니 이야기는 경직되어 가고,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자기들끼리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그 속에서만 행동하는지라 이야기가 제한적이 되어 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요컨대 마을 사람들과는 경제 관련으로 관계를  맺어 가지만 모험가들이나 반 아이들 소문이 들려오면 피하는 경향을 보이게 되죠. 그러니까 우물 안에서만 행동하다 보니 이야기는 고만고만해진다는 것입니다. 이번 3권에서도 이야기는 확장되지 않고 집 장만하기 위해 사냥과 채집과 마법에 관련된 이야기만 이어집니다. 이젠 별 어려움 없이 몬스터를 잡고, 약초와 버섯을 따다 팔아 돈을 벌어가죠.



맺으며: 남자 둘에 히로인 셋이 있는데 이와 관련한 러브 코미디는 없습니다. 나중에 관계가 정립되는 모양인데 3권이나 왔고, 같이 부대끼며 못 볼 꼴도 많이 봤을 텐데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엄청 아끼는 경향을 보이죠. 사실 경박한 판치라를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서로 의지하며 그에 따른 청춘 러브 코미디를 보여줄 만도 할 텐데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게 재와 환상의 그림갈이라는 작품이죠. 부모와 떨어지고 법률이 없는 세상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의 파티원들뿐이라면 좀 더 위기의식을 갖고 진지하게 해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치 전이 전의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누구 자취방에 모여 할 일 없이 떠드는 그런  모양새라 이게 재미있는지, 흥미 있는지도 모를 평범한 일상물처럼 흘러가고 있느니 읽고 있으면 잠이 솔솔 쏟아집니다. 약초와 버섯 따기는 그렇다 처도. 작가가 야생 동물에 대한 지식도 미천한지 가령 겨울철 이외의 야생 동물은 노린내 때문에 먹기 힘들다 같은 게 있는데, 이세계니까 퉁치는 건지 그런 건 전혀 언급이 없어서 아쉽죠. 뭐만 하면 스킬에 의존하고, 그 설명에 지면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얘들도 스킬을 얻었다지만 그래도 다른 작품에서는 함부로 못하는 오크 같은 걸 아무렇지 않게 잡아 현실성을 떨어트리고, 집 장만해야 돼서 아껴야 된다면서 식당에서 호의호식하는 건 또 뭔가 싶은 게요. 작가가 서민의 생활을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닌가 싶더군요. 강박증 걸린 것처럼 생활 패턴도 여관 - 사냥 - (식당)길드 - (식당)여관 이런 식이라서 식상하기 그지없습니다. 개그도 없고, 마음 졸이는 러브 코미디도 없고, 유희도 없고, 사냥도 별 어려움 없이, 남 등 처먹는 반 친구라도 투입해서 흥미를 좀 끌던지.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스킬, 능력 설명은 독자들이 굳이 알아야 되나? 같은 느낌이고, 한 눈 팔지 않고 견실하게 살아가는 현실의 보통 사람들을 표현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얘들처럼 이런 삶을 살으라면 숨 막혀 죽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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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5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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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글이 좀 깁니다.





배은망덕이라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일까요. 구 베로니카 파벌이 숙청 당할 때 아이들만이라도 살려 달라는 로제마인(여주)의 청이 받아들여져 살아났으면 그렌젤을 박으며 충성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괴소문을 퍼트리는 행위는 무엇인가. 그것도 빌프리트라는 어엿한 약혼자가 있음에도 페르디난드(남주)와 불륜을 저지르는 거 아니냐는, 이번 5부 5권은 검은 머리 시키들은 거두어들이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제 로제마인도 나이를 먹어 언제까지고 아이의 모습으로 있을 수 없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기 시작하는데요. 요컨대 규수(閨秀)가 되었으니 처신 잘하라는 것이죠. 여기까지라면 몸가짐만 조심하면 끝이지만, 이 소문을 진정시키고 와이프(로제마인)를 감싸야 될 빌프리트가 그 소문의 선두에 서서 널리 퍼트리고 있다는 것. 이 시키도 원래라면 유폐되어 죽을 때까지 햇빛 한 점 못 볼 운명이었는데 로제마인의 변호로 살아났으면 그녀의 편이 되어야 하건만 삐져서 말도 안 하는 상황이죠. 페르디난드(빌프리트에겐 삼촌)와 살갑게 지내는 와이프(로제마인)를 보고 있자니 배알이 꼬여버린 것입니다. 사실 로제마인은 신식이라는 마력이 폭주하는 병으로 인해 죽을뻔하였으나 페르디난드의 보살핌 덕분에 살아났죠. 생명의 은인에다 수년간 귀족의 삶 등, 앞으로 살아가기 위한 지식의 길라잡이까지 해준 그에게 정이 더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빌프리트는 정치적인 입장으로 묶인 것일 뿐 남사친보다 못한 존재. 그러니 소중함이라는 무게를 저울에 올린다면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자명할 것입니다. 로제마인 입장에서 빌프리트는 그저 아는 동생뻘쯤 될 뿐이었죠.



왕족의 의뢰로 중앙 신전에서 성결식 등을 치르고 서고에서 고어를 현대어로 번역하는 등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그리고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죠. 그동안 여러 사람들에게서 제발 튀는 행동 좀 하지 말라고 그렇게 들었건만 붕어 3초 기억력인지 돌아서면 잊어버리곤 사고를 처댔는데 이번에는 그 스케일이 무척이나 커집니다. 로제마인의 영지만이 아니라 왕족들도 대규모 숙청으로 인해 인력이 줄어버려 마력이 부족해져 나라 운영이 힘든 상황이고(바보 아님?), 왕의 증거(구르트리스하이트라는 책)를 보유 못한 현 왕은 진정한 왕으로 추대 받지 못하는 상황이죠. 현 왕은 그렇다 치고, 차기 왕은 무조건 왕의 증거인 구르트리스하이트를 보유해야만 하는데 이게 어디 처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이 구르트뭐시기만 손에 넣으면 평민도 왕이 될 수 있다네요? 여기까지 읽으신 분은 감이 잡히겠죠. 그렇습니다. 로제마인이 획득하게 되죠. 이제 그녀는 왕족, 나아가 차기 왕? 근데 좋아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세상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죠. 평민도 왕이 될 수 있다며? 장난해?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구르트뭐시기가 있는 곳에 가기 위한 단서는 다 모으게 했으면서 정작 알맹이는 왜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데? 같은 상황이 연출됩니다. 자, 이제 로제마인을 먼저 줍는 사람(왕족)이 차기 왕이 되는 겁니다. 왕족만이 구르트뭐시기를 손에 넣을 수 있고, 로제마인은 죽 쒀서 개준 꼴이 되어 버렸죠. 근데 로제마인은 왜 구르트뭐시기를 손에 넣으려 했는가, "그저 읽고 싶어서". 필자의 뇌피셜이 아니라 진짜로 언급되는 부분입니다. 취미 때문에 나라의 미래를 좌지우지.



아무튼 로제마인의 입장에서는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할까. 로제마인은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있는 문 열쇠(진짜 열쇠는 아니고 비유 하자면)를 가지게 되었죠. 양도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이 열쇠를 끼워 돌릴 수 있는 사람은 왕족 한정이죠. 열쇠는 복수로 존재해서 왕족도 로제마인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걷는다면 열쇠를 얻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인쇄와 책에 목숨을 걸고 있는 로제마인을 따라 하기엔 벅차죠. 책을 위해서 죽기보다 싫은 약을 먹어가며 필사적으로 신(神)들을 향해 기도를 올렸거든요. 이게 몇 년이나 누적되었고 이에 신들이 감명받아 거의 프리 패스로 그녀에게 열쇠를 줘버린, 이걸 왕족이 몇 년을 따라 하라고? 사실 현재 마력 부족으로 나라가 붕괴 직전에 있다는군요. 그래서 마력 덩어리인 로제마인 확보에 열을 올리는 상황인데 여기에 몇 년이나 기도를 올리라고? 겉몸이 달아가는 왕족. 왕의 증거인 구르트뭐시기가 눈앞에 있는데 줍지를 못하니 미치고 환장합니다. 로제마인에게 이 상황은 바라 마지않는 최고의 기회로 다가오죠. 로제마인은 페르디난드 처우와 맞바꿔 협상에 나섭니다. 사실 로제마인에게 있어서 페르디난드는 이세계에 떨어지고 친가족 이외에 가장 정을 붙이고 기댈 수 있는 나무였죠. 그걸 빼앗아 간 데다 아렌스바흐에서 불합리를 당하고 있으니 왕족에 대한 이미지는 곱창 난 상태고, 이걸 무기로 해서 왕족에게 불경에 가까운 조건을 내걸어가는 게 이번 5부 5권에서의 핵심 흥미 포인트가 됩니다.



페르디난드가 가 있는 아렌스바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다시금 구 베로니카 파벌의 준동, 숙청 때 죽은 줄 알았던 구 베로니카 파벌 귀족 몇몇이 살아 있고, 그들의 집에서 마력을 튕겨내는 천이 발견되면서 불안한 전운을 감돌게 하죠. 이 세계는 마력으로 사람을 지키고, 영지를 지키고, 땅을 기름지게 합니다. 이 마력을 무력화하면 그 근간이 흔들리게 되죠. 마력 덩어리이자 폭주하면 주변이 초토회 되는 로제마인을 무력화할 수도 있습니다. 대대로 아렌스바흐(구 베로니카 파벌 본거지)는 에렌페스트(로제마인 영지)를 눈에 가시로 여기고 있으니 조만간 큰일 나갔다는 느낌이 들었군요. 그러나 지금은 왕족의 구르트뭐시기 찾는 것에 더 중점을 둡니다. 대대로 이것을 가진 자가 왕이 되어 왔고, 이것이 없는 왕은 정당한 왕이 아니라고 공공연히 떠드는 사람들도 있는 형편입니다, 왕족이면서 마력이 부족해 나라 운영이 곱창 나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아직 미성년인 로제마인에게 부탁하는 처절함이 있죠. 그러다 코 꿰여 된통 이용당하는 왕족이 웃기기도 한데요. 물론 그런 로제마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왕족도 있고요(옛날에 기껏 도와줬더니 뒷통수 치려는 중). 아무튼 페르디난드를 정말로 좋아하면서 자각이 없는 로제마인이 그를 구하기 위해 왕족과 협상해가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아렌스바흐의 영애(페르디난드 약혼녀)가 왕족에게 불경을 저지르는 바람에 약혼자인 그도 숙청 대상이 되었거든요. 이를 막으려고 로제마인은 발품을 팔지만 녹록지가 않습니다. 해결 방법은 그녀가 왕족의 사람이 되어 구르트뭐시기를 손에 넣고 차기 왕의 정당성을 세우는 수밖에는...



맺으며: 그저 책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읽고 싶어 환장한 로제마인이 어쩌다 왕의 증거 구르트뭐시기의 단서를 얻게 되고 바로 앞까지 도달하게 되는 이야기의 최종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리뷰에선 거의 언급 안 했지만 꾸준히 복선으로 나왔었죠. 왕족이 그렇게 찾아 헤맸던, 하지만 책이 모셔진 방에는 왕족만 만들어 갈 수 있어서 열쇠가 있어도 못 들어가는 로제마인과 왕족은 기도가 모자라 못 들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시추에이션인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5부 5권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를 그립니다. 근데 여기서 필자는 낙동강 오리알을 보았죠. 바로 로제마인의 약혼자 빌프리트.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로제마인 약혼자인 빌프리트가 제일 불쌍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다음 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점점 메인 빌런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페르디난드 약혼녀는 머리가 쭉정이로 되어 있는지 신전에서 차기 왕으로 선택되었다며 왕족에게 불경을 저질러 가는 게 또 하나의 포인트입니다. 로제마인처럼 절차 밟아가며 열쇠(참고로 열쇠는 비유적입니다)를 얻어야 된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는 게 희극이죠. 그로 인해 숙청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덩달아 그녀의 약혼자인 페르디난드도 연좌제에 묶이게 되면서 로제마인은 겉몸이 달아갑니다. 결국 페르디난드를 살리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만 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지고지순을 엿볼 수 있었군요. 그리고 제3왕자가 로제마인에게 푹 빠져서 뭔가 저지르는 게 아닐까 하는 두근거림도 있습니다. 애도 약혼녀가 있으면서 바람피우려는 중이죠. 아무튼 그동안 인쇄와 책의 이야기가 주류였다면 지금부터는 정치적인 역학 관계에 묶인 인간관계에 중점을 두는군요. 가령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로제마인의 페르디난드에 대한 열정이 과부하 걸릴 정도로 열을 올려 가는 게 특징입니다. 하지만 가족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라고 억지로 선을 긋고 있어서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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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4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김예진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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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벌써 4~5년은 같이 지냈으면서 아직도 관계에 진전이 없는 건 니들이 무슨 러브 코미디 주인공이라서 그런 거냐? 같은 소리를 할 수 없는 게 이 작품이죠. '진시'는 아이를 가져도 좋다고 싶을 정도로 마오마오를 그리는 마음이 앞서갔고,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도 아이가 생기면 아이와 내가 죽을걸?라는 심정(심정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마오마오'는 온갖 피x 제품을 들고 '진시'의 거처에 찾아갔었죠. 진시는 좋아하는 여자가 현실적으로 나오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어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권력이란 그런 거죠. 내가 권력에 마음이 없다고 해도 주변이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으니까요. 진시와 마오마오 사이에서 아이, 그것도 아들이 태어난다면 차기 황권은 수라장으로 돌입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왕자를 낳아 차기 황권 1순위를 달리고 있는 현 황후는 마오마오를 끔찍이 아끼고 있으니 대놓고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은 다르게 생각할 테고요. 상급 비인 리화 비도 왕자를 낳았는데, 이쪽도 차기 황권을 노린다고 봐야죠. 리화 비에게 있어서도 마오마오는 생명의 은인이라 역시 파벌 싸움은 하지 않겠지만, 주변이 문제. 결국 아들을 낳는 순간 마오마오는 이들의 파벌에 의해 죽게 되는 운명이라 봐야겠죠. 이건 필자 뇌피셜이 아니라 13권에서 언급된 부분이기도 합니다.



진시가 황족이라는 족보를 버리고 멀리 도망가서 살면 되지 않을까. 이번 14권에서는 그것도 쉽지 않다는 걸 역설합니다. 마오마오는 오빠의 꾐에 넘어가서 어느 일족의 화합 장소에 들리게 되죠. 거기서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의 후예 집안을 만나 그들의 가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금은 잃어버린 그 가보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마오마오에게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가보를 찾는 것보다도 그 속에 숨겨진 뜻입니다. 작중이나 작가는 언급이 없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시추에이션을 진시와 마오마오에게 빗대 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이 가보는 몇 대 전 황제가 내린 황족의 증거이고, 그렇다면 이걸 가진 자가 황위 계승권도 있지 않을까 하는 답이 돌출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의 황제에겐 불경이고 역모에 해당하죠. 몇 대 전 어느 왕자가 몸이 허약하다는 이유로 황위 계승권 등 모든 황족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출가를 하였다고 합니다. 가보는 그때 받은 것이고, 이 왕자가 마오마오에게 의뢰한 집안의 조상이죠. 그럼 이 왕자를 진시에게 빗대어 본다면? 진시와 마오마오에겐 그럴 뜻이 없다 해도, 아들이 태어난 순간 새로운 황제 운운하며 역모 꾸밀 놈은 얼마든지 생기겠죠.



이번 14권은 시종일관 그런 흐름을 보입니다. 마오마오 일행이 1년 넘게 서도에 갔다 돌아와보니 군부가 황후 파와 황태후(현 황제의 어머니) 파로 나뉘어 자중지란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 이면엔 차기 황위 계승권이 있었고요. 거기에 방계 중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으로 인해 여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차기 황위 계승권을 두고 내란(이건 필자 각색)이 일어나는 거 아닐까 하는 분위기를 풍겨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과연 진시와 마오마오는 맺어질 수 있을까? 이 작품이 재미있는 건 그런 분위기를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지 생각해 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13권 리뷰에서 필자가 언급했던 야반도주하면 어떨까 같은. 하지만 현 황제에 의해 진시의 출가는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고(진시가 하도 열받아서 불로 자신의 옆구리 지지기도), 진시의 출생의 비밀은 둘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죠. 이번엔 진시의 출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결정적인 인물이자 외할머니가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만. 사실 마오마오에게 있어서 아무래도 좋은 거지만요. 그보다 1급 기밀 그 이상의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일개 관녀에 지나지 않는 마오마오가 기밀사항인 황족과 나라 중추 이름있는 집안들의 흥망성쇠를 몸소 겪으면서도 무사하다는 의미에서 대단하다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맺으며: 진시가 황족의 지위를 버리고 마오마오와 맺어진들 과연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14권입니다. 방계 중에 방계 황족을 찾는 사람이 있고, 황후 파와 황태후 파의 파벌 대립 이면에 황위 계승권이 걸려 있다는 개연성을 보여주며 이들(진시와 마오마오)의 미래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서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방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자식에 해당). 그래서 사실 파벌 싸움의 진상이자 엔딩은 맥이 끊어 놓을 정도로 싱겁습니다.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애초에 황후는 진시와 마오마오의 열혈한 팬이고, 황태후도 온건파로서 마오마오에게 힘을 실어줬으면 줬지 위해를 가할 인물이 아니죠, 이건 사실 기억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좋다면 황궁에서 진시와 마오마오가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테고, 이번 14권의 주된 이야기인 파벌 싸움도 성립 안 된다는 걸 알 테니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파벌 싸움을 선동하는 놈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리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보면 그 선동하는 놈을 잡는 게 이번 14권의 요점이라면 요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13권에서의 일 때문에 다시 서먹서먹해저버린 진시와 마오마오가 서로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꿔가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빠를 거짓말 탐지기로 쓰고, 집안싸움에 불구경 한다든가, 새로운 후배가 들어와 일을 가르친다든가, 이번 14권은 이야기가 알차게 들어가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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