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흉란영애 니아 리스톤 01 - S Novel+ 흉란영애 니아 리스톤 1
미나미노 우미카제 지음, 지샤쿠 그림, 이소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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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과거 강자를 찾아다닌 영웅이 있었습니다. 천수를 누리다 갔는지는 모르겠고, 후대가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의인은 아니어도 선인 정도는 되는 모양입니다. 근데 작중에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는 않는군요. 아무튼 옛날에 죽긴 죽었는데 반혼술로 이 세상에 다시 불려 나왔습니다. 원래 성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아직 밝히고 있진 않지만 말투로 보아 남자가 아닐까 싶군요. 사실 이건 중요하지 않고(중요한가?), 그 남정네 같은 영웅이 반혼술로 영혼이 누구에게 깃든 것인가가 중요하죠. 뭐 표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4살짜리 여자애에게 깃들었습니다. 이름은 '니아 리스톤' 귀족 영애라고 하는군요. 병약해서 침대 생활을 했었습니다만. 주인공(영웅)이 깃들었을 때 사망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병치레를 이기지 못한 것이죠. 그래서 주인공이 깃들고 한동안은 병을 고치고 체력을 기르는데 고생 좀 합니다. 부모는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죠. 딸애가 살아났다고 기뻐하는 부모에게 굳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시대 배경은 중세 시대 판타지를 기본 바탕으로 해서 과학이 조금씩 발전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선이 보편화되어 있고, TV 개념의 매직비전이 보급 중에 있습니다. 사실 TV 개념이라기보단 들고 다니는 태블릿? 통화 기능은 없어서 폰의 역할은 못합니다.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송출하면 매직비전으로 볼 수가 있죠. 하지만 우리네 70년대에도 그랬듯이 TV 보급이 막 시작되었을 때 가격이 장난 아니었던 것처럼 매직비전도 귀족과 일부 상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고 있는 형편입니다. 니아 리스톤(이하 주인공)의 부모는 이 매직비전 보급에 사활을 걸고 있죠. 한마디로 미래 먹거리 같은 뭐 그런 것인데 잘만 되면 경제적 효과는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반 근로자 몇 년 치 월급을 모아야 살 수 있는 매직비전 가격이 발목을 잡고 있죠. 많이 팔릴수록 단가가 내려가는 경제 원리상 많이 팔아야 하는데, 비싸서 사람들이 구입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형국입니다. 방송 프로그램도 얼마 안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필요한 게 아이돌. 마침 아주아주 귀엽고 이쁜 여자애가 있군요. 속은 강자를 찾아 킬리만자로 산(山)에도 오르길 마다 하지 않는 무인, 겉은 4살짜리 여자애. 병치레할 때 부모가 매직비전을 통해 살려만 주면~을 호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술사 나부랭이 덕분에 경위가 어쨌든 병이 어느 정도 호전된 지금 인사차 방송에 출연한 주인공의 인기도는 단숨에 고공행진. 오는 팬레터는 나랑 결혼해 줘, 20살 차이 나도 괜찮아? 같은 호로 자슥 저리 가라 하는 변태들만 꼬이는군요. 일단 컷트.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매직비전 보급에 앞장섭니다. 사실 너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바람에 집이 망하게 생겼거든요. 그래서 매직비전 한대라도 더 팔리도록 방송에 출연하기로 하였죠. 반응은 좋습니다. 연극에도 출연하게 되었군요. 선배의 텃세는 좀 있지만, 아니 5살짜리(시간 경과로)에게 청소 시키는 건 아동 학대 아닌가? 뭐 본인이 상관없다고 했으니 상관없겠죠. 수 틀리면 손가락으로 다 홍콩 보내면 되니까요.



맺으며: 1권은 유X브 같으면서 아X리카 DJ 같기도 한, 매직비전에 출연하는 이야기만 이어집니다. 과거 주인공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기억이 애매하다며 밝히질 않는군요. 프롤로그에서 나중에 무인으로 성장하여 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긋는다고는 하는데, 언제일지는 기약이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실력을 판가름해서 손가락으로 간단히 이길 수 있겠구먼 하면서도 실상은 조금만 걸어도 헉헉거리는 저질 체력. 그래도 후반에 들어서서 체력이 많이 붙는 거 같지만 아무래도 좋습니다. 알맹이가 아저씨(아마도)여서 그런지 기껏 4살짜리 여자애로 회귀 시켜놓고 귀염성은 하나도 없고, 애늙은이처럼 모든 일에서 척척해나가는 모습들은 현실미가 없습니다. 개그도 거의 없고, 오늘은 무얼 했습니다 같은 일기장의 느낌이 강했군요. 매직비전에 출연하면서 그에 따른 어려움이나 라이벌이라든지 같은 게 없어서 약간은 무미건조했군요. 부모가 깔아준 레일 위로 안전하게만 흘러가니 위기에 빠진다 같은 흥미진진한 것도 없습니다. 강한 자를 찾는다면서 동네 양아치들을 급습해 요절내는 건 또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그럴 바엔 과거 다른 영웅들도 주인공처럼 어린애로 만들어 주인공과 티격태격하게 했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그럴 가능성(복선)은 좀 보였습니다만, 단칸방의 침략자라는 작품처럼 몇 권 지나야 좀 재미있어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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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간은 가열해라 5 - Shift Novel
사카이 타쿠마 지음, 토사카 아사기 그림, 이경인 옮김 / YNK MEDIA(만화)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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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법사들이 득세하여 서로 싸움박질하던 암흑의 시대, 수천만 명이나 되던 인구가 수십만으로 줄어들 정도였다면 인류라는 종은 그냥 멸종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지금의 왕조를 다스리는 왕의 조상이자 시조인 '바티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태곳적 지보인지 뭔지를 손에 넣어 악의 마법사들을 도륙하고 세계에 평화를 가져왔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쁜 것은 어디까지나 전쟁을 일으킨 마법사이건만, 마법사라면 싸잡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마녀 사냥하듯 모조리 섬멸해버린 결과. 바티스 사후 백수십 년이 지나 그녀(바티스)가 이룩했던 평화는 거짓으로 판명되고 왕조는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마법사 자질을 보이는 아이들(주로 여자애)의 기억을 지우고(봉인?) 8살에 각지로 보내 노예와 같은 삶을 살게 하고 16세가 되는 해에 왕도로 귀환하도록 한 예스마 제도. 또다시 암흑시대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마법사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었으나, 알고 보니 억압의 상징이었죠. 100명이 귀환 길에 오르면 1명이 도착할까 말까 한, 예스마들에게 있어서 지금도 고난의 행군으로 작용하는 이 예스마 제도로 파생된 비극의 주인공 노트(이캐맨). 그는 몇 년 전 연인(예스마)을 왕조의 탄압과 예스마 사냥꾼에 잃어야만 했죠.



사실 보통 여느 작품에서든 노트 같은 잘생긴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는 것은 작품의 주인공(돼지)과 메인 히로인(제스)의 관계를 가속 시키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이 작품에서 노트(이캐맨)의 경우 연애 계열보다는 본 이야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연인(예스마)을 왕조의 탄압과 예스마 사냥꾼에게 잃은 결과 복수심에 사로잡혀 있었죠. 마침 돼지와 제스의 시간선에 끼어들어 왕도로 귀환하는 제스의 호위를 맡게 되었고, 제스를 노리던 어떤 예스마 사냥꾼을 없앤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왕조에 복수를 바라는 또 다른 복수귀의 태동을 불러오고 말았습니다. 인과관계가 상당히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일일이 다 설명하는 건 무리가 있고, 노트의 행동으로 방아쇠가 당겨지게 되었다는 것만 말씀드릴 수 있군요. 그리고 그 복수귀에 의해 침공을 받아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왕조. 거기에 휘말리는 돼지와 제스. 노트도 자기가 방아쇠를 당긴 것인 줄도 모른 채 휩쓸려가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돼지와 제스가 왕도로 귀환 길에 올랐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죠. 머리 좋던 돼지는 이제서야 깨닫습니다. 하지만 귀환하지 않았다면 제스가 예스마 사냥꾼에 납치되어 죽었을 테죠.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싸움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번 5권에서는 또 다른 복수귀에 의해 왕조가 함락되고 그 복수귀에게 지금의 왕의 몸이 빼앗기자 되찾기 위한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행하면서 예스마의 참상을 직접 두 눈으로 봤으면서도 예스마 제도라는 끔찍한 제도를 만든 왕조와 왕(조상이 도입했지만)을 구원하기 위해 움직이는 돼지와 제스. 시조 바티스가 남긴 기록을 따라 지금의 왕조와 왕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물론 쉽게 쉽게 해결되면 작품성을 의심받을 테죠. 그래서 예스마 제도가 도입된 배경을 밝혀가고, 그 과정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마법사들을 도륙했던 시조 '바티스'는 결코 선인이 아니라는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금 왕조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원인도, 노트(이캐맨)가 복수심에 불타는 것도, 또 다른 복수귀가 태동한 것도 시조 바티스의 무차별 마법사 사냥이 시발점이었다는, 옳은 일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의 옳은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그래서 침공 받는 왕조가 피해자임에도 피해자 같지 않은 느낌을 보여주죠. 진짜 피해자는 무고하게 죽어간 사람들과 예스마들(마법사). 그들을 헤아리지 않은 지금의 왕조와 왕. 필연적으로 저항을 받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완성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쓸쓸한 결말을 향해 달려갑니다.



맺으며: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5권에서는 왕의 몸을 되찾기 위한 여정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인가, 그 필요한이라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많이 생각하게 합니다. 누군가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있어야 존재가 성립되는 이공간에서 돼지와 제스가 온전했던 이유. 그리고 온전하게 성립되지 못하는 한 사람. 이번 5권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어느 남자의 슬픈 이야기입니다. 아, 노트(이캐맨)는 아닙니다. 그를 강한 마음으로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를 묻고 있기도 하죠. 그리고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게 아닌, 마주 보는 거라고. 돼지와 제스를 서로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돼지의 팬티, 다리, 가슴으로 이어지는 색드립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한데,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려는지 좀 화려하게 들어가 있어서 호불호가 좀 갈리지 싶군요. 아무튼 흥미로운 건 그동안 주인공(남자)을 돼지라는 식용 동물로 등장시켜 이종족간 연애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선을 지켜서인지 은근히 싸구려 느낌은 없는 게 희한하였습니다만, 5권쯤 오니 서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되었고, 이종족간 연애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느낌으로 부비부비 대고 있어서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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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Ex 2 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8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L노벨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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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 아리엘은 본편에서 여주 거미 양의 인생(거생?)을 드리프트 하게 만든 장본인이죠. 일단 계보상 여주의 친할머니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여주나 마왕이나 처음엔 가족이라는 유대는 거의 없다시피 하여 애초에 엄마는 새끼(여주)를 잡아먹으려 했고, 여주는 그런 엄마를 재끼겠다고 정신 공격을 해댔으니까요. 그러다 사생결단으로 엄마를 재끼는데 성공한 여주, 딸(여주 엄마)이 당하자 손녀 재끼겠다고 초음속으로(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날아와 손녀(여주)를 공중분해(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시켜버린 할머니(마왕). 이야~ 이 정도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죠. 이후 엄마에게 걸었던 정신 공격이 할머니에게도 미치는 바람에 성격이 변해버린 할머니와 어찌저찌 화해 아닌 화해 속에서 같이 지내게 되었습니다만. 야생 동물은 물론이고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도 새끼 - 유년기라는 성장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 애미애비도 몰라보는 관계가 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마물 계열인 이들에게도 가족이라는 유대는 크게 찾아볼 수는 없었죠. 할머니는 손녀에게 이름(시로)을 지어준 것도 이름 부여를 통한 사역이 가능한가 같은 실험 성격이 강했다고 하니 적과의 동침은 이런 건가 싶었을 겁니다. 참고로 여주에겐 그런 거(이름 부여로 사역)는 통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이 지내며 이세계 시스템(스킬, 레벨링)에 관하여 할머니가 깊은 관계로 맺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전에 금기 레벨이 10이 되면서 이세계에 시스템이 도입된 배경을 알아버린 여주는 마왕(할머니)을 적극 도와주는 노선으로 인생(거생?)을 걸게 되었죠. 그리고 할머니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여기서 얄궂게도 이세계 시스템을 도입한 장본인인 관리자 D와 여주의 관계성을 볼 때 인생(거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걸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번 EX2는 본편 완결된 16권 이후 마왕은 어디서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과거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 아포칼립스 상황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좋은 인생이었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왕은 자신을 돌봐준 여신 사리엘을 구하는데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았었죠. 과거 엘프 족장에 의해 키메라로 태어나 여신 사리엘에게 구해지고, 키메라 부작용으로 평생을 휠체어에서 살아야 했던 마왕. 그런 그를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고, 아무런 내색 없이 보살펴준 사리엘. 그리고 별의 에너지를 고갈 시켰던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시스템 중추가 되어버린 여신 사리엘. 사람들에게 별의 에너지를 고갈 시키도록 사주한 엘프 족장. 그 엘프 족장이 사리사욕으로 탄생한 키메라(마왕)의 관계.



마왕은 엘프 족장을 없애고, 이세계 시스템을 붕괴 시켜 여신 사리엘을 구하고자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을 온 힘을 다해 더욱 불사르는 바람에 지금은 주변의 도움 없인 일어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습니다. 애초에 이렇게 살아 있는 것도 기적. 모든 일이 끝나고 과거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의, 다른 아이들(마왕과 같은 키메라 출신)과 지냈던 고아원에서 이제는 홀로 지내는 마왕을 찾아온 흡혈녀 소피아와 고블린 소년. 그들에게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마치 손주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는 할머니처럼 인자하게 설명해 주는 마왕. 과거 이세계 시스템이 도입된 직후, 그때까지의 문명(과락이 고도로 발전한 문명국가)은 붕괴되었고 이에 사회의 혼란은 극에 달하게 되었죠. 마왕 일행을 보살펴 주었던 여신 사리엘은 이제 없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들이닥치는 악의. 악의에서 아이들은 똘똘 뭉쳐야 했고, 그래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하나둘 쓰러지는 상황, 안타까운 이별을 보여줍니다. 마왕은 같은 처지였던 아이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내새에서는, 이번엔 내가 찾을 거라고. 처절한 싸움 끝에 시스템 중추로 지내다 사그라질 운명이었던 여신 사리엘을 구해냈고, 짧은 만남 뒤에 내새를 기약하며 이별을 마친 마왕의 좋은 인생이었다고 말하는 장면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기 충분했군요.



맺으며: 좋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필자는 많은 생각을 했군요. 실험실에서 다른 아이들과 구해져 운명 공동체로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삶. 사람들의 악의에 끝나버린 삶. 차례차례 다 떠나버리고 홀로 남겨진 마왕. 기나긴 시간을 들여 끝끝내 자신과 아이들의 의지를 관철하여 엄마와 같았던 사리엘을 구해내고 편안함 잠을 들게 해준 마왕. 그리고 이번엔 그 뒤를 따라가려는 마왕. 내새에서 같이 지냈던 아이들을 찾겠다는 의지. 그러니까 마왕에게 있어서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이만하면 좋은 인생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가짐.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마왕은 좋은 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되겠죠. 손녀(여주)도 살아 있고, 비록 자신들에게는 친절하지 않았지만 여신 사리엘이 지키고자 했던 이세계도 시간이 지나면 어찌어찌 원래대로 돌아올 테고. 그렇다면 이제 미련 없이 다른 아이들을 찾으러 가야겠다는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리뷰를 이렇게 길게 한 만큼 내용도 길지 않을까 싶지만 사실 EX2편에서 마왕의 분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전달되는 메시지의 임팩트가 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만. 2/3가량은 각종 특전에 수록된 외전들의 소소한 이야기들입니다. EX1에서 바랐던 여주가 거미일 때의 일러스트는 거의 없어서 아쉬웠군요. 여주의 뒷얘기도 일절 없어서 더욱 아쉬웠고요. EX3가 나오길 간절히 바라야 할 부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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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RUNHILD 01 : 용을 죽인 브륀힐드 BRUNHILD : 용을 죽인 브륀힐드 1
아가리자키 유이코 지음, 아오아소 그림, 이승원 옮김 / 노블엔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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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느 섬에 용(龍)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용은 섬에 떠내려온 여자아이를 줍습니다. 용은 그 아이를 친딸처럼 길렀습니다. 딸이 16세가 되던 날, 섬을 노리고 인간들이 쳐들어 왔습니다. 용은 분전했지만 과학이 발달한 세계에서 뒤떨어진 판타지 세계의 존재인 용은 대적할 수 없었습니다. 용은 마지막 숨이 다할 때 딸에게 인간을 원망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용이 지키는 섬은 인간들에게 전설의 섬이라 불리는 [에덴], 보물이 가득한 섬. 먹으면 지혜를 올려주는 신비한 열매가 있는 섬. 무궁무진한 에너지가 산재한 섬. 하지만 무시무시한 용(龍)이 수호신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감히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인류는 몇 번이나 전멸을 하면서도 끈질기게 공략에 나섭니다. 그도 그럴게 그 섬에는 달콤한 열매가 있으니까요. 그리기를 수십 번이나 되풀이 하면서 인류는 과학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리고 인류는 찾아냈습니다. 전설의 드래곤 슬레이어를. 과학과 드래곤 슬레이어 조합은 무시무시했던 용의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류는 용을 죽이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마치 식민지 쟁탈전을 치르는 것처럼 인류는 경쟁적으로 산재해 있는 용의 섬을 찾아 떠나죠. 인류는 그런 그들을 칭송합니다.



소녀는 친딸처럼 길려주었던 용의 죽음을 눈앞에서 허무하게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아빠(용)를 따라 소녀도 결사항전에 나서지만 과학과 드래곤 슬레이어 앞에서는 한낱 어린애에 불과합니다. 숨이 끊어진 아비(용)에게서 흘러나온 피를 마시며 소녀의 가슴에는 오로지 하나의 감정만 자리 잡게 되죠. '복수'. 소녀는 군인들에게 거둬져 인간들의 세계로 나옵니다. 사람들은 늑대에게 길러진 아이가 돌아왔다며 동물원의 동물을 보듯이 하죠.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늑대에게서 구해 주었으니 은혜를 느끼겠지? 여기서 작가는 발상의 전환을 가미합니다. 늑대에게 길러진 아이는 늑대를 죽인 인간을 증오한다는 것을. 그러나 소녀에겐 복수할 만한 힘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소녀는 인간 세계에 순응하는 척을 합니다. 언젠가 숨겨진 발톱을 꺼내 휘두를 것이라고 자신의, 지금의 감정을 죽이고 착한 아이처럼 지내며 뒤로는 만반의 준비를 해갑니다. 소녀의 착한 겉모습에 인간들은 열광합니다. 가십을 찾아, 흥미를 찾아 동물원의 동물을 보는 것처럼. 소녀는 시간을 들여 복수의 칼날을 갈아갑니다. 그동안 마음에 든 인간도 만납니다. 어릴 적 헤어졌던 친족도 만납니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누굴 만나든 가슴속에 자리 잡은 복수의 불꽃은 꺼질 기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그 복수 대상자가....



사실 용은 딸이 복수라는 어두운 감정을 가지는 걸 우려했죠. 자신은 곧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고, 당하기 전에 딸을 인간의 세상에 돌려보내려 했지만 딸이 용을 이성적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용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게 됩니다. 결국 소녀도 인간이었고, 신(神)의 계열에 있는 용하고는 사고방식의 차이로 서로 이해하는 게 불가능하다는걸. 여기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지만 좀 난해해서 두루뭉술하게 표현 못 하는 게 아쉽군요. 아무튼 용은 목숨에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사후 세계에서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여기엔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딸에게도 그것을 전하며 착하게 살기를 바라죠. 하지만 딸은 복수심에 빠지게 되고, 죽은 용은 사후 세계에서 껍질을 벗어던지고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갑니다. 딸아 바랐던 사랑도 사후 세계에서라면 이루어질 수 있었지만. 용과 같이 살며 용의 지혜를 습득하며 인간 그 이상으로 진화한 생물이 될까 했던 소녀의 이야기는 결국 용의 우려대로 굉장히 슬프게 흘러갑니다. 용과 인간의 사고방식이라는 차이를 소녀를 통해 담담히 풀어내는 게 인상적입니.



맺으며: 제일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면 소녀가 어릴 적 섬에 흘러들었을 때 용이 잡은 고래를 훔쳐 먹는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용을 겁내면서도 못 먹게 하면 어쩌지 하며 전전긍긍해 하는. 빼빼 마르고 황달끼가 있었던 소녀가 용의 보살핌으로 건강해지고 섬의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는 짧은 시간은 에덴의 동산을 연상케 하죠.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식민지 개척의 시대를 보는 듯했군요. 용의 섬(에덴)은 황금의 땅(신대륙)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고, 차지하면 온갖 자원은 내 것이 되는,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그것(용의 섬 에덴)으로 인류는 발전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착취 당하는 자(이 작품에서는 용)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여주인공은 그런 식민지 출신으로서 침탈 당하여 가족(용)이 죽자 복수에 나서는 원주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복수의 끝에 뭐가 있는지 밝히려 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수를 한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올까? 같은 입바른 이야기가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피해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말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진짜로 던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해서 엔딩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좀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옴니버스식으로 1권에서 끝이 납니다. 단권으로 끝나는 건 아니고 2권은 다른 이야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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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단칸방의 침략자!? 25 - L Novel 단칸방의 침략자! 27
타케하야 지음, 원성민 옮김, 뽀코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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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24권에서 하차한다고는 했습니다만, 6년 만에 25권을 들고 온 이유는 단순합니다. e북 가격이 저렴했거든요. 작품 내용적으로 솔직히 불판에 올려진 오징어처럼 배배 꼬게 만드는 부끄러움은 왜 읽는 자의 몫인가 하는 의문점 투성이인 작품이죠. 주인공 남자 하나를 두고 열에 가까운 히로인들이 들러붙어 낯간지러운 대사도 아무렇지 않게 해대는 꼴이었으니까요. 요즘처럼 과감하게 2세를 만든다든지 같은 진도를 빼는 것도 아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몇 평 되지도 않는 단칸방에서 열에 가까운 히로인들과 부대끼면서도 사고가 안 난다는 것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하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사실 당시 러브 코미디류 정석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보니 히로인들의 호감도는 올려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게 특징인 작품이었으니까 뭐 어쩔 수 없겠죠. 당시에는 이런 작품이 꽤 잘 먹혔으니까요. 하x테처럼이라든가, 마법선생 네x마라든가. 그리고 노려볼만하죠.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만들어지면 같은. 결국 안 만들어진 거 같지만요. 저마다 개성 강한 캐릭터로 차별화를 꾀하지만 돌이켜보면 연애물에서 나올법한 -마법 소녀, 외계인 소녀, 모녀, 왕족, SF, 유령, 판타지, 시간 여행-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가 있었으니 상상의 나래는 펼치게 해도 크게 주목받진 못했죠.



아무튼 25권에서도 여전히 히로인 중 한 명 '티아'의 고향인 '포르트제'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주인공 일행은 과거 주인공에 의해 쫓겨났던(외전 7.5권 참조) 망령에 의해 티아의 어머니(현 국왕)가 실각하자 지구에서 머나먼 포르트제까지 날아가 사건에 뛰어듭니다만. 과거의 또 다른 망령, 에우렉시아(외전 7.5권 참조)는 주인공 대책에 만전을 기한 상태였죠. 쉽지 않은 전투가 이어지고, 히로인이 쓰러지는 등 궁지에 물려 가면서도 타개책을 찾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2천 년 전 포르트제를 구하고(외전 8.5권 참조) 전설을 만든 '청기사'의 대두는 포르트제 국민에게 희망으로 작용하죠. 그러나 쿠데타를 진압하려면 필연적으로 전투를 치러야만 하고, 2천 년 전부터 주인공과 티아의 조상(일라이아, 7.5권, 8.5권 참조)의 소망이 국민들을 지키는 것이었던지라 무고한 국민들이 전투에 휘말려서 희생되는 것은 언어도단. 그렇기에 전투는 힘겹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일어서는 게 당시 히어로물에서 보여주는 최고의 카타르시스였죠. 요즘 시각에서 보면 답답한 느낌이 없잖아 있을 것입니다. 돌려 말하면 기승전결이 아쉽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적을 무찔러도 다음에 또 보자로 귀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맺으며: 결국 적을 무찌르는 히어로 물에서 결말은 주인공이 승리하는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요점은 과정이 되겠죠. 혼자보다는 여럿이 힘을 합치는 것.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 히로인들. 이 작품의 특징이 단순히 러브 코미디로 끝나지 않고 히로인들 저마다 주인공 곁에 서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너무 무르익어서 목숨을 버리는 것도 쉽게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요. 이번 25권에서도 주인공 대책에 만전을 기한 에우렉시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고, 활로를 찾기 위해 목숨 버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으려는 히로인들에게서 숭고한 정신보다는 약간의 광기를 엿보았군요. 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것을 두고 볼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그런 히로인들 때문에 주인공은 두 배로 고생하는 거 아닐까 하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것들 가만히 내버려두니 자꾸 주인공을 보호하겠답시고 방패 역할을 주저하지 않으니 그녀들이 다치는 걸 싫어하는 주인공은 그만큼 더 노력해야만 하죠. 작가도 은근히 사디스트 성향이 있는 듯한? 욕이나 비하가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아무튼 이번 25권에서 새로운 히로인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하렘 진영에 참여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만난 지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호감도는 기존 히로인들과 뒤지지 않게 되었군요. 어중이떠중이 엑스트라는 아닌 듯하고, 아마 이번 쿠데타가 해결되면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지 않을까 하는 그런 히로인이죠. 이번 25권에서 하나의 사건(핵심 스포일러러 언급이 힘듦)이 해결되면서 쿠데타 에피소드는 이제 반환점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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