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의미 6 - 신세계의 레종데트르, S Novel
아카츠키 카케야 지음, 정선옥 옮김, 시라비 그림 / ㈜소미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학생들과 일반인이 정체불명의 돔에 갇혀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최종 에피소드입니다. 학교에서, 수족관에서, 백화점까지 3번에 걸쳐 돔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토와는 환상 속에서나 나올 법한 생물 소울 테이커와 그 생물보다 더 잔혹한 살인마의 출현으로 그때마다 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툭 까놓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일련의 소동이 왜 일어나야만 했는지 또 주모자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그에 따른 최종 보스를 쓰러 트려 '다다이마(다녀 왔슴다.)'의 클리셰 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 다 그렇듯 어째 이 작품도 이럴 거 같은 기분은 들었군요.

 

주인공 토와는 4권에서부터 등장했던 신유겐의 야메미코(수습 무녀)들과 히메미코(대장 무녀)를 만나 복선을 키워 왔습니다. 5권에서 돔에 갇혔을 때 그녀(야메미코)들을 구해주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토와는 돔을 형성해 사람 죽이기는 신(神) 강림에 필요한 영혼 사냥이었다는 걸 알아 갑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건 지나가는 과정이었을 뿐이었고 진짜 진실은... 미래일기(만화)처럼 세계의 재구성과 인간 세계로 강림을 원하는 신(神)과 주인공 토와의 정체 까발리기였다는 게 밝혀지는데요.

 

사실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소울 테이커를 이용한 대량의 살상의 비밀과 그 비밀 뒤에 숨어서 조종했던 신을 사랑하고 신이 되지 못한 자의 이야기와 거기에 맞서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거기에 히로인이 말려 들어서 비명횡사는 덤이고요. 그래서 아래부터는 이 작품의 문제점과 느낀 점을 써 보겠습니다.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느낌을 써야 될지 한동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야 좋은 점 보다 태클 걸 부분이 엄청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 이런 이야기가 들어간 신화를 얼핏 본 거 같은데 신화를 모르는 필자에겐 적잖은 거부감이 왔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토와가 4촌하고 정사를 나누는 것, 일본은 4촌부터 결혼이 가능하다지만 요즘은 지양하는 편이고 우리나라 실정엔 맞지가 않는 것이죠. 근친이 아닐까요. 거기에 전 연령 가라는 것에서 쇼킹했군요.

 

갑자기 바뀌어 버리는 주인공 성격, 세 번에 걸쳐 사선을 넘어오며 좋아하는 여자부터 해서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돔을 형성하는 이능력자를 색출해 반드시 죽이고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1)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해놓고 그 주모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4촌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눈 까뒤집고 도주극을 펼치는 장면은 기가 막힙니다. 어제의 동료를 서슴없이 죽이고, 소울 테이커에 엄마가 죽어도, 이제까지 좋아했던 여자들이 다 죽어도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4촌만을 위해 달아나는 장면은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친동생이 죽는 것도 빤히 바라만 봅니다.

 

지루하고 장황한 이능력 설명, 6권이 완결인데 뭐에 쓸려는지 갑자기 '이능력에 대해 알고 싶지?'라는 듯 거기에 관련된 정신계를 주구장창 설명하는 장면은 작가가 설명을 좋아하는 교수인가? 하는 느낌이 매우 강했습니다. 심할 때는 분위기를 끊어버릴 정도고요. 그럼에도 후반에는 아무래도 좋아식 진행은 이제까지 뭣땜시 그런 설명을 했음메?라며 고통에 몸부림치며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알고 보니 애비가 잘 못 했네, 그러고 보니 토와의 아버지가 한 번도 안 나왔군요.

 

그래서 이번에 토와와 그의 여동생 이치카의 아버지로 보이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기업 회장 할애비가 등장할때 뭔가 싸 했습니다. 토와의 엄마가 할애비의 비서였고 이치카가 태어나자 퇴직해서 지금은 아나운서 라는 것에서 우려가 사실로, 이거 설마 그런 관계는 아니지? 했는데 후반 할애비가 이치카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 이거 정말... 답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할애비는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고로 불륜은 아님... 뭐 확정 지은 듯한 이야기는 없어서 순전히 필자의 망상에 가깝지만 정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만큼 히로인들이 개고생하는 것도 없을 듯하군요. 거기에 버스 갈아타듯 히로인의 이 다리 저 다리 막 넘어 다니는 주인공도 없을 듯하고요. 토와가 제일 좋아 했던 아오바, 토와를 좋아했지만 아오바에게 양보했던 네네네, 은발 트윈 긴가, 소꿉친구 슌카, 그리고 5권에서 애인 관계로 발전한 중1 시모츠키, 접점은 있었지만 히로인 포지션이 좀 애매한 야요이, 토와에게 가슴을 습격 받은 마유라, 그리고 대망의 표지모델이기도 한 4촌 카리모까지 전적이 매우 화려합니다. 아! 마코는 버려졌군요.

 

그녀들은 주인공 토와와 엮이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네네네와 슌카는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죠. 이후 네네네는 깨어나서 돔에서 당했던 일들은 무효화되었긴 합니다만... 읽으면서 '내가 사실 흑막이야 메롱!'이라느니 너님들 다 퇴출이라며 지구를 모에화한 여자애가 등장해서 범 지구적으로 놀 땐 뭐 이런 dog같은 경우가 다 있냐며 욕도 하였고, 일본은 신격화하는 걸 왜 이리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주인공은 신의 자식이고, 이 땅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같은 창조론이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필자는 진화론자입니다. 그렇다고 창조론을 까고자 하는 게 아닌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웃긴 게 뒤로 가면 이것도 흐지부지되어 논점이 뭔지 종잡을 수가 없어집니다.

 

맺으며, 이 작품 자체가 워낙 시리어스해서 작중 내내 해피한 상황은 없습니다. 히로인도 예외 없이 막 구르고요. 때론 지독한 일도 당합니다. 그래도 주인공에게서 보답을 받으면 그나마 해피한 상황이겠지만 그것도 없고요. 이것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합니다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지구를 모에화 해서 만들어 놓은 여자애는 그나마 주인공의 마수(?)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때론 사도의 길을 가는 주인공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상당히 어긋나 있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여자(사촌)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고 때론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못 본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다 지키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아군을 죽이는 짓까지 벌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죽어간 사람에게 적어도 미안한 생각을 가지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돔에 관련해서 일련의 흑막을 쫓다가 여자 때문에 갑자기 바뀌어버리는 주인공 성격,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식 급작스럽게 신(神)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앞의 일들은 다 깡그리 무시하는 듯한 진행과 뜬금없는 몰살은 세절기가 있었다면 몇 번이고 갈아 버렸을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이거 무슨 에반게리온인가 했군요. 그러곤 다다이마, 장난하시나요.


 

  1. 1, 돔 안에서 죽으면 영혼이 빠져 나가서 현실에서는 식물인간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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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게임 노 라이프 9 - 게이머 남매는 한 턴 쉬겠다는데요, Novel Engine
카미야 유우 지음, 김완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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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연합 무녀의 몸에 깃들어 있던 올드데우스 '호로'에게서 승리를 이끌어낸 소라와 시로는 그녀를 에르키아에 데려와(1) 느닷없이 아이돌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이유는 이마니티(인간)보다 더 우월한 종족을 몇 개나 먹었고 이젠 신(神)까지 꺾었으니 평범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뒷배(첩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해당자 호로는 죽을 맛입니다. 일본식으로 풍자하자면 그림자 무사를 내세우는 격인데 생전 처음 보는 옷에 아이돌 춤과 노래를 해라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지만 하란다고 꾸역꾸역 하는 호로가 또 귀엽게 다가옵니다.

 

그렇게 아이돌 프로젝트를 착착 진행하던 어느 날, 엑스마키나 13기가 찾아옵니다. 6천 년 전 슈비의 정신과 마음을 이어받아 대전을 종식 시킨 그들은 대뜸 소라에게 '우리 번식하자'라며 거침없는 대시를 시작해서 아연실색케 하는데요. 엑스마키나들은 리쿠를 사모했던 슈비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득한 시간을 견디며 살아 왔습니다. 수천 년 전 진즉에 수명이 다해서 살아져야 될 존재들인 이들이 이때까지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리쿠의 환생체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 남은 개체는 남성형 1기와 여성형 12기.

 

이들은 소라와 시로가 신(神) 올드데우스를 쓰러트린 날 우리가 바라 마지않던 리쿠의 환생체를 찾았다는 기쁨에 소라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대뜸 이제야말로 짝짓기를 통해 '우리 자손을 늘려요'이럽니다. 그러기 위해서 슈비는 가지지 못했던 삐~를 정교하게 만들어 두었으니 문제없음, 그리고 신조 장치가 있어서 아기 만드는 것도 문제없음, 태어나는 건 엑스마키나 같지만, 그러나 이게 최소 15금이었다면 야구 동영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었겠는데 아쉽게도(?) 전연령가라서 우리가 바라는 그런 므흣한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 이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격전과 집요한 얀데레의 시작입니다. 엑스마키나들은 리쿠 이외의 남자, 정확히 리쿠 환생체 이외와는 동침하지 않겠노라 6천 년 전에 프로그램 락을 걸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소라를 리쿠의 환생체라 단정하고 달려왔습니다. 우리랑 맺어지지 않으면 후손이 없어지게 되어 우린 멸망함, 그러면 난처한 건 너님(소라&시로2)들, 그런고로 '우리랑 아이 만들자?' 소라는 게임으로 이겨서 엑스마키나의 락을 풀려고 하나 패함, 이제 엑스마키나와 동침은 시간문제, 하지만 도주극 발생, 리쿠라는 콩깍지를 벗겨내 리쿠는 리쿠 소라는 소라라는 서로가 별개라는 콘택트렌즈를 끼워 넣어야 되는 공백의 고행길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소라가 리쿠의 환생체가 진짜 맞나 하는 문제점이 나옵니다. 엑스마키나는 리쿠 환생체 이외와는 동침하지 않겠노라 했는데 소라의 마음이 변해 기껏 동침했더니 리쿠가 아니라고 판명 나면 프로그램이 거부해서 멸망 테크, 언제까지 동침해야 되는지 정하지 않았으니 소라는 이대로 도망 다니면 됩니다. 하지만 엑스마키나는 다른 남자와 동침하지 않겠노라 했으니 이대로 놔둬도 곧 멸망 테크, 동침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놔두지도 못하는 이제까지 없는 위기가 닥쳐 옵니다.

 

이제 남은 방법, 또다시 게임으로 어떻게든 이겨서 엑스마키나 스스로 걸은 락을 풀게 하여 다른 남자들과 동침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라는 리쿠의 환생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 그런고로 2차전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이제까지 없는 위기인 반면에 그렇게 큰 위기감은 없습니다. 왜냐, 엑스마키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거든요. 소라가 리쿠가 아닐 가능성을, 스스로가 가능성을 뭍어 놓고 그저 슈비가 남겨 놓은 감정에 휘둘려 왔다는 것을...

 

소라의 타블릿 PC에 저장된 19금 만화를 보고 그게 연애의 진실인 것마냥 들이대기도 하고, 남성체 1기에도 슈비의 마음이 업로드되는 바람에 변태 호모가 되어 버리는 등 엄청 웃겨 줍니다. 끊임없이 짝짓기 하자며 들이대는 호모에게 소라가 물어봤습니다. 이성 간 정상적인 행위를 너랑도 가능하냐고, 대답: '아니오!! 내 것은 네 것이랑 같은데?' 더 이상 자세한 설명 생략.

 

​여성체 대표 이미르아인은 소라의 타블릿 PC에서 19금 만화를 보고 따라 하는 통에 아청법에 아슬아슬한 선까지 갑니다. 이렇게 하면 동침할 수 있어!라며 초등학생의 몸으로 속옷을 벗어 재끼는 통에 이거 정말 전 연령가 맞나 싶었습니다. 왜곡된 성 지식은 몸에 좋지가 않습니다.

 

맺으며, 6권의 여운을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6권 에필로그로 봐도 되지 싶군요. 슈비의 마음을 이어받은 엑스마키나가 시간이라는 벽을 뛰어넘어 리쿠와 다시 만나는 이야기, 하지만 리쿠는 리쿠, 소라는 소라라는 명확한 선을 그으며 과거와 이별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예전 6권을 읽으며 후세에서 다시 만나 찐한 이야기가 펼쳐질까 했는데 이렇게 선을 그어 버리는군요. 그리고 시로의 복선이 투하 되었습니다.. 지브릴과 아즈릴의 주인인 아르토슈의 환생체가 아닐까 하는...

 

7~8권보다 누그러지긴 했는데 여전히 혼자 말하는 듯한 진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습니다. 사건-> 풀이 과정-> 해답으로 이어지는 형식이 아닌 사건 편만 있고 풀이 과정은 생략한 채 답만 내놓으니 뭔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이번 속 일러스트에 나오는 호로와 이미르아인(엑스마키나)은 임신한 것처럼 배가 불룩한 것처럼 표현되어 있어서 거부감이 상당했고요. 초반 호로를 아이돌로 만드는 장면 또한 첫 소감이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욕이 나왔습니다. 독자를 생각 안 하는 진행 방식 이대로 간다면 10권부터는 생각해봐야 할 정도로 좀 심각했군요. 


 

  1. 1, 대려 왔는지 자발적으로 왔는지 기억이 안나는군요.
    8권은 필자의 독해력을 뛰어 넘어 버렸는지라 기억이 하나도 안 납니다.
  2. 2, 엑스마키나가 멸종하면 테토와 약속했던 13종족과의 게임 클리어가 충족 안 됨
    즉, 그냥 여기서 살아가야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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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1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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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켈로스 파밀리아]에 의해 저질러진 인간의 말을 하는 몬스터 '제노스' 밀수 사건으로 시작된 벨과 비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제노스'의 지상 진출 사태는 종반으로 향해 갑니다. 벨과 기타 친구들(?)의 활약으로 [이켈로스 파밀리아]는 궤멸되어 버렸고요. 이로써 아폴론, 이슈타르에 이어 이켈로스까지 3개나 되는 거대 파밀리아를 부숴버려 이제 파밀리아 브레이커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만 다들 개의치 않으니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비네를 필두로 제노스들을 던전으로 돌려보내기와 일전에 마을 구경하던 비네의 정체가 발각되면서 일대 소란이 일어나고 그걸 감싸는 듯한 행동을 해버린 벨과 그의 동료들은 인류의 적이 되어 가는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요. 상대가 누가 되었던 수천 년 동안 적대 관계였던 몬스터가 지상으로 나왔으니 패닉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몬스터 필리아(외전에서 나옴)에서도 한바탕 소란이 있었으니 공포는 더 했겠죠. 그걸 감싸는 벨과 그 일행은 역적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벨 앞에 [로키 파밀리아]가 막아서면서 사태는 태풍전야로 번져 갑니다. 그들 [로키 파밀리아]도 사람들로 구성된지라 자기도 그랬던 것처럼 말하면 도와줄 것이고 이해시키면 공존의 가능성을 점쳐줄 것이다. 벨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명확한 거부, 이래서는 장사를 할 수가 없게 되겠죠. 서로가 이해해서 뭐 어쩌자고, 그러니까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아 생활하는 오라리오에서 몬스터와 공존은 자멸을 의미합니다.

 

벨이 제노스들을 보호하는 듯한 모습에 몬스터 편이 되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 모험가들과 마을 사람들의 악의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일전까지는 영웅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어 가던 소년은 한순간에 악의 근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멋대로 (벨을) 선망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참 바쁘게도 살아갑니다. 개중에는 벨 주위에 여자들 투성이라 질투심에 나선 녀석들도 있겠죠.

 

뭐 어쨌건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고, 무너지는 하늘에 솟아날 구멍은 있다잖아요. 모두가 으르렁 거려도 벨은 자신의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에서 희망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앞 길을 개척해주고 던전으로 향하는 제노스를 도와주며 몬스터와의 공존은 꿈만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려 갑니다. 의외였던 건 공식은 아니지만 [헤파이스토스 파밀리아]도 벨에게 가담했다는 것이군요.

 

시종일관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요인을 경호하는 것처럼 제노스를 던전 입구까지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벨과 [헤스티아 파밀리아] 일원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실은 조금식 맺어가는 듯하지만 [로키 파밀리아]의 수뇌진과 맞부딪히면서 위기에 봉착합니다. 하지만 비네를 뒤쫓는 베이트를 마주하고 목숨을 마다하지 않은 하루히메라던지 변신의 귀재 릴리의 덕분으로 어떻게든 되어 가는 게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담으로 하루히메의 노력 덕분인지 제일 먼저 앞뒤 분간하지 않고 날뛸 줄 알았던 베이트가 의외로 조용히 지켜보는 것에 상당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외전 소드오라토리아 6권에서도 그러더니 베이트와 하루히메의 상성이 의외로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입은 엄청 험해도 유독 하루히메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제 두 번 밖에 만나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아이즈는 몬스터 관련해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않나 하는 복선이 투하되었습니다. 아이즈에게 몬스터란 '일단 죽여'라는 의식을 안고 있습니다. 이것은 외전 소드오라토리아와 연계되지 싶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벨의 적이 되어 비네를 악착같이 쫓는 와중에 막아서는 벨을 마구 패면서 몬스터는 처치해야 될 존재라고만 여기는 부분은 자신의 출신 성분(1)에 관련이 있어서 그랬지 않나 했습니다. 본편에서는 외전의 이야기가 거의 다뤄지지 않으니 정확한 건 이것도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어쨌건 벨의 외침도 소용없이 비네와 마주한 아이즈는 비네의 눈물 나는 어떤 행동으로 그녀도 결국 제노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야 맙니다. 이게 참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몬스터를 다 잡아 죽일 듯 움직이면서 진정으로 훌리는 눈물 앞에서 칼을 내리는 아이즈의 모습에서 이것은 몬스터와 인간은 서로 공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 뒤 베이트와 조용히 관전 모드인 게 또 인상 깊었고요.

 

류는 하루히메에게 마술(버프)을 받았음에도 아이즈를 상대로 3분 밖에 버티지 못 했습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 5년이라는 시간(공백기)은 뼈아프다는 말을 남기는 걸로 보아 곧 컨버트 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나왔군요. 류 외전도 나왔고 하니 언제가 되었든 본편에서도 류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으로 주신도 아직 하계에 살아 있고 하니 컨버트 하게 된다면 [헤스티아 파밀리아]로 가지 않을까 싶군요. 범죄 기록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요.

 

뭔가 신나게 설칠 줄 알았던 [로키 파밀리아]는 바삐 움직인 것치곤 아무런 성과도 내지 않고 잠정적으로 관전 모드로 들어가면서 점차 벨 쪽으로 승산이 기울어 갑니다. 그러나 [프레이야 파밀리아]가 물 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헤르메스 파밀리아]가 뒷공작을 하는 등 벨이 모르는 곳에서 태풍은 엄청나게 커져만 갑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안도하는 순간 진짜는 지금부터지 하며 주신 헤르메스의 끝나지 않은 못된 짓과 검은 미로타우로스의 등장은 얄궂게도 벨로 하여금 레벨 1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초심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3권 이후부터지 싶은데(8권이 정점) 들어가라는 던전에는 안 가고 여자를 구출하거나 파벌 파밀리아를 때려 부순다거나 같은 일상생활만 이어지면서 작품의 아이덴디티였던 영웅 선망과 모험이라는 두 글자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했습니다. 사선을 넘나들고 던전을 개척하며 모험심을 자극하던 건 어디로 가버렸을까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11권을 접했을 때 이거 본편 맞나 싶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줄곧 외전에서만 느끼던 시리어스 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비네를 비롯한 제노스를 구하려는 벨의 노력과 주변 사람의 헌신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덕을 얼마큼 쌓아야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제노스를 인간으로부터 지켜준 영웅, 검은 미노타우로스를 맞이하여 모험을 하고 인간을 지켜주며 영웅으로의 등극은 이 작품의 아이덴디티를 살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물론 이게 짜여진 각본이라도요.

 

모습이 다를지언정 인간의 말을 하고 이해하고 똑같은 감정을 소유한 제노스들에게서 인간보다 더한 감정을 느껴버린 벨, 그것을 존중해주는 주변 사람과 거기에 감화 되어가는 [로키 파밀리아]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어느 신에 의해 놀아난 꼴이라는 꼬리를 달아버리면서 뒷맛을 씁쓸하게도 합니다. 어쨌건 벨은 제노스와의 만남으로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이전보다 사뭇 다릅니다.

 

덧붙이기, 검은 미노타우로스와의 싸움은 3권에 비해 좀 밋밋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숨소리만 내다가 끝이 난 거같군요. 그리고 이야기를 거짐 500페이지까지 늘릴 필요가 있었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좀 길게 갑니다. 그래도 쪼는 맛은 굉장했습니다. 제노스들이 모험가들, 특히 아마조네스 자매에게 위기에 몰리는 장면을 잘 처리했더군요. 그리고 역자 분이 바뀌고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 내심 걱정했는데 앞전 역자 분 보다 나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요.


 

  1. 1,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고, 아이즈 엄마는 인간이 아닙니다.
    외전 이야기 상당 부분이 아이즈의 엄마와 관련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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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3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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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에 걸친 데일의 친가 방문이라는 여행을 무사히 끝내고 데일과 라티나는 크로이츠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데일의 오랜 지인 헤르미네라는 하프 엘프 미인이 찾아오면서 라티나에게도 데일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데일에겐 라티나의 동족인 마족 토벌이 곧 실행된다는 것, 라티나에겐 작은 체구로 인한 콤플렉스를 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3권 이후에 있을 일을 예견하는 이른바 복선의 투하고요. 후자는 라티나의 일그러진 성의식이 시작되는 분기점이기도 합니다.

 

전자인 마족 토벌이라는 복선은 일단 더 이상 안 나오니 일단 재껴 두고, 후자의 경우 라티나는 헤르미네가 다녀간 이후 자신의 체형이 작다는 것에 유독 신경 쓰기 시작합니다. 누가 작다고 하면 화를 낼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번져가는데 근데 알고 보니 이 작다는 것이 체형이 아니라 특정 부위, 엄마의 가슴이 작았다는 것에 지대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 자신도 크지 않아서 데일이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그동안 라티나는 데일을 한 사람의 이성으로써 의식해왔습니다. 이것이 헤르미네를 만나면서부터 가속화가 되어버리는데요. 하지만 데일은 여전히 라티나를 어린애 취급이고요. 이런 데일의 반응이 라티나의 불을 더욱 당겨버린 것이 아닐까 했습니다. 뜬금없지만 왜 이런 형식의 작품은 하나같이 키잡물로 흘러가는 것일까요. 보석을 토하는 소녀도 그렇고 자신을 주워준 사람에게 은의를 느끼는 건 당연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어째서 연애의 감정으로 변질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토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문득 옛날 어떤 의학 관련 교수 아니면 박사가 썼던 칼럼이 생각 났습니다. 부녀(혹은 삼촌 조카)의 가정이 되었을 경우 남여 경계를 명확히 하라, 자칫 서로가 일그러진 성의식이 생길지 모르니 방이 하나 밖에 없다면 중간에 커튼을 쳐서라도 공간을 분리 시켜라, 애초에 가족에게 그런 마음을 품는다는 게 역겨운 일이긴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데일은 라티나가 14살이 되는 현재에도 같은 방에서 서로 껴안고 자기도 하는 등 데일은 딸바보가 되어 다가오는 남자는 누가 되었든 다 죽여버리겠다며 라티나에게 이성에 대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게 아버지로서 하는 행동이 맞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4살이 된 여자애를 독립된 방에서 지내게 하지 않고 껴안고 잔다는 게 있을 수 있나(1), 물론 이 도서 제목 자체가 그런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지라 어쩌면 본질에 가장 충실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데일의 영향 때문에 라티나는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가능성은 처음부터 막혀 버렸고, 그런 주제에 데일은 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아 이야기는 상당히 꼬여 간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런 작품의 묘미일까요? 어째서 고통을 받는 건 여자여만 하는가? 하는 키잡물의 특성을 고스란히 이 작품에서도 느껴져서 매우 불편하게 된다는 것입니다.(물론 필자 주관적)

 

물론 데일은 밤늦게 축제가 끝나고 클래스메이트인 루디(남자애)가 배웅해 주러 범고양이에 왔을 때 루디에게 보였던 질투심은 아버지로써라기보다 여자를 빼앗긴 남자 그 자체라는 것에서 은연중에 라티나를 여자로 보고 있지 않나 하는 복선을 투하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키잡물 확정?) 사실 데일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고, 헤르미네와 대화에서 더욱 명확 해졌을 겁니다. 그건 필자가 간간이 언급하는 시침과 분침은 서로 같이 갈 수 없다는 지론(?)을 헤르미네에게서 듣고 부녀라는 경계를 더욱 명확히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 또한 있긴 했습니다.

 

종을 뛰어넘어 서로가 맺어져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헤르미네는 결코 그럴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하프엘프가 왜 멸시를 받는가, 인간은 자신보다 오래 사는 하프엘프 자식을 끝까지 키워줄 수가 없습니다. 엘프는 자신들의 절반 밖에 못 사는 하프엘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야 합니다. 이것은 이별의 아픔을 감내할 수 있느냐로 직결됩니다. 그렇지 못하니까 하프는 멸시받는다고.. (정확하지는 않고 비슷할 겁니다.) 만약 데일과 라티나가 맺어졌을 경우 라티나에게 있어서 데일은 찰나의 순간일 뿐입니다. 그러면 남겨진 라티나 마음은?

 

이번 3권은 이런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물론 일상 이야기나 축제 등도 들어가 있지만 주된 이야기는 이것이죠. 이성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해 무방비 해진다거나(2) 같은 과보호의 폐해도 드러납니다. 친구 클로에인지 실비아인지의 꼬드김에 넘어가 데일과 동침(행위)을 하라는 말을 덥석 물어서 실행 할려고 하고요. 심지어 아이도 가지고 싶다는 말까지 합니다. 물론 라티나는 데일을 향한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난 행동일 수 있으나 이걸 제어해야 될 장치가 전무하다는 것, 어쩌면 이 작품은 키잡물중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석을 토하는 소녀의 클루보다 더한 모습을 보여서 필자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거와 별개로 이번 에피소드에서 데일과 인연이 있고 마력 형질이라는 체질을 가지고 있는 '로제'가 찾아오면서 라티나의 엄마에 대한 복선도 투하되었습니다. 로제는 첫 번째 마왕을 살해하고 라티나의 고향 바시리오를 궤멸 시켰던 두 번째 마왕에게 죽을뻔하고 도망쳐서 마왕을 죽일 수 있는 용사라는 직업을 가진 데일의 보호를 받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로제의 에피소드에서 라티나 엄마로 보이는 여자 마족이 등장하면서 저 위에서 언급했던 마족 토벌과 연계되어 드디어 이 작품의 주제인 마왕을 토벌할 날이 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맺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보호도 이쯤 되면 문제가 있다는 것, 사랑에 빠진 여자는 무섭다는 걸 잘 보여준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합니다. 라티나는 친구가 동침하라는 말에 어째서 거부하지 않는 것일까, 선택의 여지도 없이 눈에 콩깍지가 끼였으니 그럴 수 밖에요. 그래서 라티나가 더욱 성장했을 때 데일을 그런 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일까요? 카카오 페이지에서 4권에 이어 5권도 연재 중인데 무서워서 볼 수가 없습니다. 


 

  1. 1, 행여나 오해하실까봐 언급 하는데, 그렇고 그런 관계가 아닌 가족 그자체로서 같이 잔다는 겁니다.
    한 집에 친남매가 같이 살고 있다고 비난 받지 않는 것처럼 그런 행동
  2. 2, 물론 라티나에겐 선의와 악의를 구분할 줄 아는 기능(?)이 탑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데일과 같은 부정(父情)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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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1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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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으니까 오르는 산악인이 있듯이 당연하다는 듯 고블린이 있으니까 죽이는 모험가가 있습니다. 이름은 나오지 않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모험가들은 고블린만 사냥하는 그를 고블린 슬레이어(이하 남자)라 부르게 되었지만 이것은 경외의 언어가 아닌 경멸의 언어입니다. 고블린은 쪼렙들이 사냥하는 것이라며 경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도 길드에서 퀘스트를 수령합니다. 언제부터일까... 무수한 나날을 꼬질꼬질하고 냄새나는 장비만 걸치고 늘 고블린만 잡아온 남자는 어느덧 중견 모험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니까 답을 내놓고 배가 고프니까 밥을 먹습니다. 남자에게 있어서 고블린이란 그런 존재입니다. 남자는 오로지 고블린을 죽이기 위해 살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죽일 수 있을까 만을 생각해 왔습니다. 철저한 준비 끝에 그 수가 얼마가 되든 기어이 전멸 시키고 마는 그에게서 대체 어떤 연유가 있길래 이토록 고블린 퇴치라는 외길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블린, 그것은 그저 칼 한번 휘둘러서 죽이고 경험치 얻는 것에 불과한 최약체 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판타지에선 이게 정석으로 통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개별 개체는 약해도 숫자의 폭력 앞에 설사 그게 사자라도 개미에게도 당한다는 걸 여실히 보여줍니다. 개미 한 마리 밟아서 찌브려 트렸다고 득의양양해진 마을 소년과 소녀가 초보 모험가가 되어 무리에게 도전했다가 전멸 당하는 걸 이 작품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가 매우 참혹하다는 건 덤으로 증정되고요.

 

남자는 그런 초보 파티에서 여신관을 구해줍니다. 파티원들의 죽음에 명복을 빌어줄 시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되는 지독한 현실은 여신관의 어깨를 짓누릅니다. 그리고 금방 태어난 고블린이라도 용서 없이 죽이는 고블린 슬레이어와 그걸 막으려는 여신관에게서 인간과 고블린의 연쇄랄지 고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은 새끼 고블린이 가엽다고 살려주면 그 개체는 악의를 품고 자라 인간을 습격하게 되고, 인간은 그런 고블린을 죽이러 다닌다는 끝나지 않는 연쇄, 그 연쇄 속에서 고블린에게 죽임을 당한 가족의 복수를 위해 모험가가 되어 고블린만 죽이러 다니는 남자가 있습니다. 여담으로 고블린 슬레이어 2호를 만들려는지 여신관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남자의 기행을 엿볼 수 있습니다.

 

뭐랄까 열심히 고블린만 잡아대는 주인공 때문인지 좀 밋밋했습니다. 무뚝뚝함의 대명사처럼 '어, 그래, 그런가' 같은 말만 해대는 통에 분위기를 좀 띄워야 될 여신관은 어리바리합니다. 그래도 여신관 나름대로 실력은 있는지 중요한 때에 빛을 반짝여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주인공이 바뀌지 않았나 싶기도 했군요. 새끼 고블린을 죽이는 남자를 바라보며 연쇄의 고리가 왜 생겨나는지 모르는 장면에서 남자와 대립각을 세우나 했지만 실상을 알고 차츰 이해자로 변신해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공기화 진행 중이어서 이후 어떻게 될지는...

 

남자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하이엘프/드워프/리자드맨과 파티를 짜고 오우거를 토벌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지낸 시간 동안 조금식 남자(고블린 슬레이어)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동료들을 만나가는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언제까지고 혼자였을 거라 생각했던 지난 나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를 불안한 미래 속에서 남자에게 다가온 손길에 얼어붙은 그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는지 앞으로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맺으며, 코믹에서 보여줬던 처절함은 순화되었는지 그리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약하니까 죽는다. 같은 말은 인간이나 고블린이나 똑같이 적용되고 있어서 이건 좋았군요. 그리고 언제까지고 마음을 닫고 살 거 같았던 남자가 소꿉친구와 여신관과 하이엘프 그리고 길드 언니를 만나 조금식 주변과 동화해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일러스트가 수준급이군요. 어디서 읽기론 몇 장이 빠졌다고 하던데 아쉬울 정도로..

 

끝까지 다 읽고 나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멈춰 서서 주변을 돌아 보고 때론 뒤에서 오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건 어떨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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