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11 -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야스다 스즈히토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켈로스 파밀리아]에 의해 저질러진 인간의 말을 하는 몬스터 '제노스' 밀수 사건으로 시작된 벨과 비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제노스'의 지상 진출 사태는 종반으로 향해 갑니다. 벨과 기타 친구들(?)의 활약으로 [이켈로스 파밀리아]는 궤멸되어 버렸고요. 이로써 아폴론, 이슈타르에 이어 이켈로스까지 3개나 되는 거대 파밀리아를 부숴버려 이제 파밀리아 브레이커로 불려도 손색이 없지만 다들 개의치 않으니 아무래도 좋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비네를 필두로 제노스들을 던전으로 돌려보내기와 일전에 마을 구경하던 비네의 정체가 발각되면서 일대 소란이 일어나고 그걸 감싸는 듯한 행동을 해버린 벨과 그의 동료들은 인류의 적이 되어 가는 모습을 다루고 있는데요. 상대가 누가 되었던 수천 년 동안 적대 관계였던 몬스터가 지상으로 나왔으니 패닉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몬스터 필리아(외전에서 나옴)에서도 한바탕 소란이 있었으니 공포는 더 했겠죠. 그걸 감싸는 벨과 그 일행은 역적이 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리고 벨 앞에 [로키 파밀리아]가 막아서면서 사태는 태풍전야로 번져 갑니다. 그들 [로키 파밀리아]도 사람들로 구성된지라 자기도 그랬던 것처럼 말하면 도와줄 것이고 이해시키면 공존의 가능성을 점쳐줄 것이다. 벨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명확한 거부, 이래서는 장사를 할 수가 없게 되겠죠. 서로가 이해해서 뭐 어쩌자고, 그러니까 던전에서 몬스터를 잡아 생활하는 오라리오에서 몬스터와 공존은 자멸을 의미합니다.

 

벨이 제노스들을 보호하는 듯한 모습에 몬스터 편이 되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가진 모험가들과 마을 사람들의 악의적인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일전까지는 영웅처럼 선망의 대상이 되어 가던 소년은 한순간에 악의 근원이 되어버렸습니다. 멋대로 (벨을) 선망하고 멋대로 실망하고 참 바쁘게도 살아갑니다. 개중에는 벨 주위에 여자들 투성이라 질투심에 나선 녀석들도 있겠죠.

 

뭐 어쨌건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고, 무너지는 하늘에 솟아날 구멍은 있다잖아요. 모두가 으르렁 거려도 벨은 자신의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에서 희망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앞 길을 개척해주고 던전으로 향하는 제노스를 도와주며 몬스터와의 공존은 꿈만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려 갑니다. 의외였던 건 공식은 아니지만 [헤파이스토스 파밀리아]도 벨에게 가담했다는 것이군요.

 

시종일관 이런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요인을 경호하는 것처럼 제노스를 던전 입구까지 어떻게든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벨과 [헤스티아 파밀리아] 일원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실은 조금식 맺어가는 듯하지만 [로키 파밀리아]의 수뇌진과 맞부딪히면서 위기에 봉착합니다. 하지만 비네를 뒤쫓는 베이트를 마주하고 목숨을 마다하지 않은 하루히메라던지 변신의 귀재 릴리의 덕분으로 어떻게든 되어 가는 게 조마조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담으로 하루히메의 노력 덕분인지 제일 먼저 앞뒤 분간하지 않고 날뛸 줄 알았던 베이트가 의외로 조용히 지켜보는 것에 상당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외전 소드오라토리아 6권에서도 그러더니 베이트와 하루히메의 상성이 의외로 좋지 않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입은 엄청 험해도 유독 하루히메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제 두 번 밖에 만나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아이즈는 몬스터 관련해서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지 않나 하는 복선이 투하되었습니다. 아이즈에게 몬스터란 '일단 죽여'라는 의식을 안고 있습니다. 이것은 외전 소드오라토리아와 연계되지 싶은 느낌을 받았는데요. 벨의 적이 되어 비네를 악착같이 쫓는 와중에 막아서는 벨을 마구 패면서 몬스터는 처치해야 될 존재라고만 여기는 부분은 자신의 출신 성분(1)에 관련이 있어서 그랬지 않나 했습니다. 본편에서는 외전의 이야기가 거의 다뤄지지 않으니 정확한 건 이것도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어쨌건 벨의 외침도 소용없이 비네와 마주한 아이즈는 비네의 눈물 나는 어떤 행동으로 그녀도 결국 제노스의 존재를 받아들이고야 맙니다. 이게 참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몬스터를 다 잡아 죽일 듯 움직이면서 진정으로 훌리는 눈물 앞에서 칼을 내리는 아이즈의 모습에서 이것은 몬스터와 인간은 서로 공존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이 뒤 베이트와 조용히 관전 모드인 게 또 인상 깊었고요.

 

류는 하루히메에게 마술(버프)을 받았음에도 아이즈를 상대로 3분 밖에 버티지 못 했습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 5년이라는 시간(공백기)은 뼈아프다는 말을 남기는 걸로 보아 곧 컨버트 하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나왔군요. 류 외전도 나왔고 하니 언제가 되었든 본편에서도 류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더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여담으로 주신도 아직 하계에 살아 있고 하니 컨버트 하게 된다면 [헤스티아 파밀리아]로 가지 않을까 싶군요. 범죄 기록은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요.

 

뭔가 신나게 설칠 줄 알았던 [로키 파밀리아]는 바삐 움직인 것치곤 아무런 성과도 내지 않고 잠정적으로 관전 모드로 들어가면서 점차 벨 쪽으로 승산이 기울어 갑니다. 그러나 [프레이야 파밀리아]가 물 밑에서 움직이기 시작하고 [헤르메스 파밀리아]가 뒷공작을 하는 등 벨이 모르는 곳에서 태풍은 엄청나게 커져만 갑니다. 이제 다 끝났다고 안도하는 순간 진짜는 지금부터지 하며 주신 헤르메스의 끝나지 않은 못된 짓과 검은 미로타우로스의 등장은 얄궂게도 벨로 하여금 레벨 1때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게 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초심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아마 3권 이후부터지 싶은데(8권이 정점) 들어가라는 던전에는 안 가고 여자를 구출하거나 파벌 파밀리아를 때려 부순다거나 같은 일상생활만 이어지면서 작품의 아이덴디티였던 영웅 선망과 모험이라는 두 글자를 잃어버린 게 아닌가 했습니다. 사선을 넘나들고 던전을 개척하며 모험심을 자극하던 건 어디로 가버렸을까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11권을 접했을 때 이거 본편 맞나 싶었습니다. 아이러니하지만 줄곧 외전에서만 느끼던 시리어스 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느꼈습니다. 비네를 비롯한 제노스를 구하려는 벨의 노력과 주변 사람의 헌신에서 사람이 살아가면서 덕을 얼마큼 쌓아야 이렇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기게 하였습니다. 제노스를 인간으로부터 지켜준 영웅, 검은 미노타우로스를 맞이하여 모험을 하고 인간을 지켜주며 영웅으로의 등극은 이 작품의 아이덴디티를 살리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물론 이게 짜여진 각본이라도요.

 

모습이 다를지언정 인간의 말을 하고 이해하고 똑같은 감정을 소유한 제노스들에게서 인간보다 더한 감정을 느껴버린 벨, 그것을 존중해주는 주변 사람과 거기에 감화 되어가는 [로키 파밀리아]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그런데 어느 신에 의해 놀아난 꼴이라는 꼬리를 달아버리면서 뒷맛을 씁쓸하게도 합니다. 어쨌건 벨은 제노스와의 만남으로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이전보다 사뭇 다릅니다.

 

덧붙이기, 검은 미노타우로스와의 싸움은 3권에 비해 좀 밋밋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서로 숨소리만 내다가 끝이 난 거같군요. 그리고 이야기를 거짐 500페이지까지 늘릴 필요가 있었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좀 길게 갑니다. 그래도 쪼는 맛은 굉장했습니다. 제노스들이 모험가들, 특히 아마조네스 자매에게 위기에 몰리는 장면을 잘 처리했더군요. 그리고 역자 분이 바뀌고 분위기가 어떻게 될까 내심 걱정했는데 앞전 역자 분 보다 나은 느낌이었습니다.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요.


 

  1. 1, 스포일러라 자세히 언급은 힘들고, 아이즈 엄마는 인간이 아닙니다.
    외전 이야기 상당 부분이 아이즈의 엄마와 관련이 있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