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의미 6 - 신세계의 레종데트르, S Novel
아카츠키 카케야 지음, 정선옥 옮김, 시라비 그림 / ㈜소미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학생들과 일반인이 정체불명의 돔에 갇혀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최종 에피소드입니다. 학교에서, 수족관에서, 백화점까지 3번에 걸쳐 돔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던 토와는 환상 속에서나 나올 법한 생물 소울 테이커와 그 생물보다 더 잔혹한 살인마의 출현으로 그때마다 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툭 까놓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일련의 소동이 왜 일어나야만 했는지 또 주모자가 누구인지 알아가고 그에 따른 최종 보스를 쓰러 트려 '다다이마(다녀 왔슴다.)'의 클리셰 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 다 그렇듯 어째 이 작품도 이럴 거 같은 기분은 들었군요.

 

주인공 토와는 4권에서부터 등장했던 신유겐의 야메미코(수습 무녀)들과 히메미코(대장 무녀)를 만나 복선을 키워 왔습니다. 5권에서 돔에 갇혔을 때 그녀(야메미코)들을 구해주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토와는 돔을 형성해 사람 죽이기는 신(神) 강림에 필요한 영혼 사냥이었다는 걸 알아 갑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는 이건 지나가는 과정이었을 뿐이었고 진짜 진실은... 미래일기(만화)처럼 세계의 재구성과 인간 세계로 강림을 원하는 신(神)과 주인공 토와의 정체 까발리기였다는 게 밝혀지는데요.

 

사실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소울 테이커를 이용한 대량의 살상의 비밀과 그 비밀 뒤에 숨어서 조종했던 신을 사랑하고 신이 되지 못한 자의 이야기와 거기에 맞서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주입니다. 거기에 히로인이 말려 들어서 비명횡사는 덤이고요. 그래서 아래부터는 이 작품의 문제점과 느낀 점을 써 보겠습니다.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떤 느낌을 써야 될지 한동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야 좋은 점 보다 태클 걸 부분이 엄청 많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아내로 맞이하는 것, 이런 이야기가 들어간 신화를 얼핏 본 거 같은데 신화를 모르는 필자에겐 적잖은 거부감이 왔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토와가 4촌하고 정사를 나누는 것, 일본은 4촌부터 결혼이 가능하다지만 요즘은 지양하는 편이고 우리나라 실정엔 맞지가 않는 것이죠. 근친이 아닐까요. 거기에 전 연령 가라는 것에서 쇼킹했군요.

 

갑자기 바뀌어 버리는 주인공 성격, 세 번에 걸쳐 사선을 넘어오며 좋아하는 여자부터 해서 주변 사람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그래서 돔을 형성하는 이능력자를 색출해 반드시 죽이고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들(1)을 원래대로 되돌리기로 해놓고 그 주모자가 자기가 좋아하는 4촌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눈 까뒤집고 도주극을 펼치는 장면은 기가 막힙니다. 어제의 동료를 서슴없이 죽이고, 소울 테이커에 엄마가 죽어도, 이제까지 좋아했던 여자들이 다 죽어도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4촌만을 위해 달아나는 장면은 마치 뭔가에 홀린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친동생이 죽는 것도 빤히 바라만 봅니다.

 

지루하고 장황한 이능력 설명, 6권이 완결인데 뭐에 쓸려는지 갑자기 '이능력에 대해 알고 싶지?'라는 듯 거기에 관련된 정신계를 주구장창 설명하는 장면은 작가가 설명을 좋아하는 교수인가? 하는 느낌이 매우 강했습니다. 심할 때는 분위기를 끊어버릴 정도고요. 그럼에도 후반에는 아무래도 좋아식 진행은 이제까지 뭣땜시 그런 설명을 했음메?라며 고통에 몸부림치며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자신을 보게 됩니다. 알고 보니 애비가 잘 못 했네, 그러고 보니 토와의 아버지가 한 번도 안 나왔군요.

 

그래서 이번에 토와와 그의 여동생 이치카의 아버지로 보이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기업 회장 할애비가 등장할때 뭔가 싸 했습니다. 토와의 엄마가 할애비의 비서였고 이치카가 태어나자 퇴직해서 지금은 아나운서 라는 것에서 우려가 사실로, 이거 설마 그런 관계는 아니지? 했는데 후반 할애비가 이치카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니 이거 정말... 답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할애비는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고로 불륜은 아님... 뭐 확정 지은 듯한 이야기는 없어서 순전히 필자의 망상에 가깝지만 정황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이 작품만큼 히로인들이 개고생하는 것도 없을 듯하군요. 거기에 버스 갈아타듯 히로인의 이 다리 저 다리 막 넘어 다니는 주인공도 없을 듯하고요. 토와가 제일 좋아 했던 아오바, 토와를 좋아했지만 아오바에게 양보했던 네네네, 은발 트윈 긴가, 소꿉친구 슌카, 그리고 5권에서 애인 관계로 발전한 중1 시모츠키, 접점은 있었지만 히로인 포지션이 좀 애매한 야요이, 토와에게 가슴을 습격 받은 마유라, 그리고 대망의 표지모델이기도 한 4촌 카리모까지 전적이 매우 화려합니다. 아! 마코는 버려졌군요.

 

그녀들은 주인공 토와와 엮이면 어떻게 되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특히 네네네와 슌카는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죠. 이후 네네네는 깨어나서 돔에서 당했던 일들은 무효화되었긴 합니다만... 읽으면서 '내가 사실 흑막이야 메롱!'이라느니 너님들 다 퇴출이라며 지구를 모에화한 여자애가 등장해서 범 지구적으로 놀 땐 뭐 이런 dog같은 경우가 다 있냐며 욕도 하였고, 일본은 신격화하는 걸 왜 이리 좋아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주인공은 신의 자식이고, 이 땅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 같은 창조론이 많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필자는 진화론자입니다. 그렇다고 창조론을 까고자 하는 게 아닌 비약이 너무 심하다는 것입니다. 웃긴 게 뒤로 가면 이것도 흐지부지되어 논점이 뭔지 종잡을 수가 없어집니다.

 

맺으며, 이 작품 자체가 워낙 시리어스해서 작중 내내 해피한 상황은 없습니다. 히로인도 예외 없이 막 구르고요. 때론 지독한 일도 당합니다. 그래도 주인공에게서 보답을 받으면 그나마 해피한 상황이겠지만 그것도 없고요. 이것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합니다만... 이번 에피소드에서 등장했던 지구를 모에화 해서 만들어 놓은 여자애는 그나마 주인공의 마수(?)에 걸리지 않아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

 

때론 사도의 길을 가는 주인공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상당히 어긋나 있습니다. 물론 좋아하는 여자(사촌)을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고 때론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못 본채 해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주인공이라도 다 지키지 못하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아군을 죽이는 짓까지 벌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죽어간 사람에게 적어도 미안한 생각을 가지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요.

 

돔에 관련해서 일련의 흑막을 쫓다가 여자 때문에 갑자기 바뀌어버리는 주인공 성격,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식 급작스럽게 신(神)의 영역으로 들어가면서 앞의 일들은 다 깡그리 무시하는 듯한 진행과 뜬금없는 몰살은 세절기가 있었다면 몇 번이고 갈아 버렸을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이거 무슨 에반게리온인가 했군요. 그러곤 다다이마, 장난하시나요.


 

  1. 1, 돔 안에서 죽으면 영혼이 빠져 나가서 현실에서는 식물인간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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