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12 - 그것은 어떤 섬과 용을 둘러싼 전설의 시작,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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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갈(원더 홀)-> 더스크 헬름-> 다룽갈-> 다시 그림갈로 넘어오면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던 하루히로 파티는 고향(?)인 오르타나로 돌아가기 위해 오늘도 남쪽으로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란타라고 불리는 똥 덩어리가 배신 때리고 메리가 사망했다가 뭔가와 섞이며 살아나는 등 이전과 마찬가지로 파란만장한 모험을 했더랬죠. 그리고 지금은 동쪽 바닷가에 왔습니다. 해변가로 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조금은 덜 고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오르타나와 교역하는 도시에 들리면 보다 빠르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넘쳤던 이들, 그런데 이런 그들을 비웃듯 일단의 해적들이 가로막고 서는데요.

 

가짜 수염을 달고 자신을 KMO(1)라 자칭하는 해적 소녀 '모모히나'와의 만남은 이들에게 있어서 희망이 될까 불행이 될까. 다짜고짜 하루히로에게 1:1 대결을 걸며 문답 무용으로 덤벼오는 그녀에 맞서 그동안 나도 산전수전 다 겪었단 말이지 같은 분위기로 덤볐던 하루히로의 결말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초식남이자 소심하고 덤으로 생각이 너무 많은 그는 사실 좋아서 파티의 리더를 맡은 게 아니었죠. 분위기랄까요. 마나토가 죽고 그렇지 않아도 찌끄레기만 모인 파티인데 다들 이대로는 인생 시궁창 일직선일 거 같아 마지못해 리더를 맡은 것뿐이었죠. 그런 마음은 모른 채 다들 하루히로만 쳐다보고 있었으니 마음고생이 참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또 여기서 대(大)자로 뻗게 되고 졸지에 파티는 해적 나부랭이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이 파티엔 여자만 4명이나 돼요. 사실 다 그렇진 않겠지만 이 작품이 최소 15금 이상이었다면 참으로 끔찍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군요. 그야 해적이란 만화 원X스 덕분에 이미지 세탁을 하였다지만 근본적이고 본질은 약탈이니까요. 하지만 작가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게 이들에게 무엇보다 다행히 아니었나 합니다. 무늬만 해적이고 하는 짓은 늑향에서 나오는 교역과 비슷한 이미지만 뿌리고 있어요. 해적 나부랭이가 되어 말단으로써 피와 땀을 쪽쪽 빨릴 일만 남았나 했더니 해적 본거지에 들린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용(드래곤) 세 마리였으니...

 

참으로 팔자 한번 기구하기 짝이 없어요. 해적 본거지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용들을 바라보며 모모히나는 누가 그들(용)의 기분을 건드렸느냐 하는 조사 특명을 하루히로 파티에게 내립니다. 그동안 오크, 불사자(언데드)니 궈렐라(고릴라)등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는 존재와 싸우며 죽도록 고생하고 사선을 넘어오면서 죽음에 대해 이골이 났다지만 용을 상대하라니 미치고 졸도할 일이죠. 이번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하루히로는 탐정이 되어 공존 내지는 서로 모른 채 지내던 인간과 용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조사하는 것인데요. 결과적으로 보면 인간의 욕심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리멸렬한 이야기지만 진짜 이야기는 그게 아니라는 서술하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어두침침 회색빛 일색이었던 이전의 이야기를 탈피해 이들에게 조금은 보상을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그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채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에게 따스한 햇빛 아래에서 차가운 바다에서 뛰노니는 그들의 모습은 힐링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것은 또 하나의 복선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지금이라는 순간을 소중히 같은? 해적 나부랭이가 되었다지만 다행히도 죽도록 부려먹히는 나날도 아니었고, 하지만 용을 상대해야 되는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은 이야기 속에서 이들에게 찾아오는 또 하나의 이별...

 

그것은 덤덤하게 찾아왔습니다. 작가 주몬지 아오식 이별이랄까요. 줄곧 그래 왔습니다. 마나토도 그렇고 모구조에 이어 초코까지...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이별, 하지만 괴로운 이별은 아니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그런 이별입니다. 그녀 스스로 정한 일이기에. 그리고 파티의 성장을 바라는 것이기에 모두 받아들이고 마는, 항상 4차원적인 모습으로 포인트를 잘못 잡아 웃음을 자아냈던 그녀는 누구보다 다정하였죠. 어쩌면 파티가 붕괴하지 않은 것은 그녀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먹먹하게 다가왔군요. 참고로 이번 에피소드 신캐릭터 모모히나는 아닙니다.

 

맺으며, 누구와 이별하는지는 이번 에피소드 핵심 스포일러라 언급하긴 힘들고 13권(정발 된다면)에서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튼 사실 이번 에피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되어 있어요. 하나는 하루히로와 메리의 관계가 되겠군요. 그동안 서로 의식하면서도 여건 때문인지 다가가지 못했던 마음이 조금식 진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그 마음을 말로 내뱉으면 만수위인 댐이 붕괴하듯 단숨에 하류를 향해 달려 가지 싶은데 초식남이 그럴 배짱이 있나 모르겠군요. 한동안&여전히 고생 좀 하겠죠. 그리고 또 하나는 위에서 언급한 갑자기 찾아온 이별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작가가 등장인물 리타이어 시킬 때는 망설임이 없어요. 각자 마음을 표현할 때는 그런가? 그럴지도 그럴 거야 등등 온갖 표현력으로 애간장 태우더니 쩝, 어쨌건 이번 에피소드는 2005년작 킹콩을 보고 읽으면 감정 이입에 도움이 될 겁니다. 작중 하루히로 파티가 겪어 가는 장면 분위기가 딱 그래요. 뭔지 모를 기다란 생물이라던지 갑각류라든지... 작가가 이런 분야에서 표현력이 뛰어나더군요. 그리고 4차원적인 캐릭터를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성단죄 도로시때도 그랬는데 이번 중2병 + 커뮤니 장애를 앓고 있는 모모히나의 임팩트는 대단한데요. 약관 15세에 k&k 해적 상회 사장이자 쿵푸 마스터에 마법사를 겸직하는 그녀와 사하긴은 그야말로 판타지스러운 장면이 아닐까 했습니다.


 

  1. 1, K - 쿵푸
    M - 마법사
    O -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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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용사 성공담 9 - Novel Engine
아네코 유사기 지음, 박용국 옮김, 미나미 세이라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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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참 줏대 없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세계로 소환 당한 것만 해도 억울한데 왕녀 성폭행범 누명에, 하는 말마다 돌아오는 건 빈정이고, 소환당한 본분에 맞게 내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가 위기에 빠지자 힘 좀 써서 사태를 진정시키면 치트나 쓰는 개쓰레기 같은 놈이라는 욕을 들어 먹고 있어요. 게다나 방패라는 온리 디펜스 역이다 보니 남을 때려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겨운 놈들을 그저 바라만 봐야 했죠. 그러면 보통 이 정도 되면 나 몰라라 하고 이세계가 어떻게 되든 내 알/바(금칙어)는 아니라는 듯 뒤에서 관망해도 좋으련만, 구박받는다고 신데렐라가 되는 것도 아닌데 꾸역꾸역 앞으로 나서서 역경에 맞서 싸워 가요. 그래서 자끔 주인공은 무엇을 위해서 허벌라게 달리는가를 묻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번 에피소드는 쿄를 처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야기 결말 편입니다.

 

주인공을 구두만 빼앗긴 구박대기 신데렐라 취급했던 삼용교(용사 찬양 집단)의 지x발광을 잠재우고 숨 좀 돌리나 했더니 뜬금없이 사용사를 죽이려는 괴한(라르크 패거리)의 공격을 받게 되었죠. 어떻게 어떻게 대처하면서 지내던 중 주인공 이름 뭐지... 나오후미가 속한 이세계(A라 지칭)의 타임키퍼 역할이었던 영귀 탈취 사건이 일어나요. 알고 봤더니 라르크 패거리의 세계에서 건너온 '쿄'라는 정신병자가 일으킨 소행, 여기서 자신들을 죽이려 했던 라르크 패거리와 같은 편먹고 또 어떻게 어떻게 쿄를 물리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쿄에 의해 영귀가 날뛰면서 A의 세계는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에 열받은 주인공은 도망간 쿄를 찾아 라르크 패거리의 세계(B라 지칭)로 넘어가게 되죠. 그리고 거기서 주인공 나오후미는 팔자에도 없는 남의 세계까지 구해줘야 되는 막중한 임무를 받게 돼요. 넘어갈 때 쿄의 농간으로 나프타리아와 필로등 동료들과 뿔뿔이 흩어지고 난리도 아니었죠. 그리고 없어진 동료 대신에 새로운 동료인 키즈나(어째 다 여자다?)를 동료로 맞아들이고 이어서 B 세계의 사성용사(중 하나)와 권속기(A,B 세계 모두 각 6명인가 7명인가식 있데요.) 소지자 몇 명도 동료로 맞아들여요(대부분 라르크 패거리). 그리고 쿄의 만행을 알리고 같이 사이좋게 처단에 나서죠. 그런데 말입니다.

 

알고 봤더니 B의 세계는 A의 세계보다 더 난장판이었던 것이었어요. 놔두면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재앙이라 일컬어지는 파도는 나 몰라라 하고 성무기(용사용 무기)와 권속기(성무기 하위 호환)는 개나 소나 적합하다 판단되면 아무나 당첨 시키는지 소지자들이 하나같이 쓰레기들 밖에 없는 겁니다. 재앙에 맞서는 건 안중에도 없고 다들 땅따먹기와 욕망에만 몰두하고 있어요. A세계의 쓰레기 삼용사는 천사로 보일 정도죠. 그래서 착한 주인공과 동료들이 B 세계의 파도에 맞서고 쿄를 처단해야 되는 2중고를 겪게 돼요. 뭐, 얘들도 고난을 헤치며 나름대로 성장을 했기에 파도에 의한 재앙은 맞서 싸워 가는데 이놈의 쿄가 글쎄 최종 보스급으로 매우 강하지 뭡니까.

 

영귀의 기(氣)인지 에너지인지 뭔지를 흡수해서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뭐랄까 가만 보면 주인공은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되어 라데츠를 만나고 베지터를 만나고 프리저를 만나는 기분?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렇게 성장하는 타입이 아닐까 싶더군요. 하여튼 에네르기파를 못 쓰는 반푼이 손오공이라는 게 더욱 문제라는 건 차지하더라도 일개 권속기를 상대로 나름대로 용사인 주인공이 개고생 하는 건 놈 어떨까 싶네요. 아무리 다른 용사(B세계의)를 잡아먹고 영귀의 에너지를 흡수했다지만 이건 마치 턴제인 게임에서 한 턴에 스킬을 두 번 세 번 쓰는 보스 같잖아요. 하지만 이런 보스라도 힐러만 잘 키워놓으면 공략 못할 것도 없긴 하죠.

 

자기를 죽이러 왔던 라르크 패거리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고, 노예에서 졸지에 도를 아십니까의 도가 아닌 도(刀)의 권속기가 된 라프타리아는 뭔가 의미심장한 모습에 활약은 많이 하는데 주인공의 비열하고(?) 음습한 마음에 빛을 바라버려 안타까웠습니다. 남자가 여자에게 데인다는 게 이런 건지도 모르겠더군요. 이세계로 넘어와 동료 하나 없던 시절에 정체를 숨기고 접근해왔던 여자에게 배신 당하고 능욕 당한 끝에 거의 여자 불신에 빠진 거겠죠. 이 녀석 주위에 여자들은 득시글한데 하나같이 연애전선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라프타리아도 이젠 지쳐서 가끔 빈정거릴 뿐 니가 그렇지 뭐, 하는 마음으로 주인공을 대하고 있죠.

 

사실 이 작품은 이거 하나는 좋아요. 연애전선 무(無), 여자들이 많이 나온다고 해서 다 하렘은 아니라고 이 작품은 설파하고 있죠.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나오지만 그럴 낌새는 없어 보이고요. 설마 진 히로인인 라프타리아도? 주인공은 그녀를 아예 딸로서 인식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걸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있으면 될 텐데 꼭 입 밖으로 내놓아서 그녀의 빈정을 사죠. 어릴 때 꼬리를 감췄던 게 바보 같은(무슨 뜻인지는 나중에 밝혀짐), 필로는 마물 취급으로 아예 인간 대접도 안 해주고 있으니 필로가 히로인으로 올라서는 일은 없을 듯하고요. 정말 모토야스처럼 못된 짓을 안 해서 다행이지 안 그럼 진즉에 칼 맞지 않았나 싶습니다.

 

맺으며, 주인공이 쿄와 싸우면서 유치찬란한 설전이 재미있었습니다. 누가 더 초등학생인가 내기를 하는 거 같았군요. 글이 길어져서 구체적인 건 넘어가야 되는 게 아쉽군요. 하지만 쓸데없는 스킬과 무기 설명은 여전해서 지루합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설명에 무미건조하다는 느낌이 없고 개그도 조금 섞여 있는 등 나름대로 작가가 노력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그래도 필자의 리뷰처럼 쓸데없는 부분은 좀 자중했으면 좋겠더군요. 요컨대 기승전결은 있는데 늘어지는 부분이 많다는 거죠. 이번 9권은 약 400P인데 줄이면 300P로도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만큼 사설이 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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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7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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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에필로그입니다. 바실리오에서 돌아온 라티나는 [범 고양이]에서 8살 때 데일에게 구해진 후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요. 그래서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지만,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적인 요인과 마인족 특유의 식생활이 더 해져 바실리오에서 있을 적 끔찍했던 먹을거리에 치를 떨고 크로이츠로 돌아오자마자 먹을 것에 환장하는 그녀를 담담하게 그려 갑니다. 그동안 케니스에게 배웠던 요리 실력을 유감없이 밝휘해 나간다고 할까요. 그리고 빈트에게 동생들이 생겼습니다. 라티나와 데일의 염장질에 더해 빈트의 부모 염장질까지 더해져서 분위기가 한층 유쾌하게 흘러 가요. 거기에 빈트는 멋대로 행동했다가 엄마에게 요절 나는 등 라티나의 주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서술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뭐랄까 결론적으로 보면 백설공주 내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동화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넓게 보면 그렇죠. '라티나'라는 백금의 공주가 악의에 의해 유폐되어 잠에 빠졌다가 용사에게 구출되고 그의 입맞춤에 눈을 뜨는, 그리고 흔히 동화에서의 결말처럼 공주는 용사와 맺어져 미래를 약속하게 되죠. 라티나는 일곱 마왕에 의해 2년간 유폐되어 잠들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딸 바보였고 나이가 들면서 이성으로서 자각했던 그(데일)였기에 당연히 공주를 구하여하는 입장이었긴 하지만 뭐 어쨌건 사소한 건 넘기고 동화적인 분위기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라티나에겐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것이군요. 한때 라티나를 납치했다고 여긴 쌍둥이 언니가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데일은 미칠뻔하였고, 언니가 데일과 바람났다는 오해를 했던 라티나의 질투심이라던지 동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소소한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그 소소한 재미의 연장선이 이번 7권에서도 이어집니다. 바실리오와 라반드 제국(크로이츠가 속한)간 교류를 위해 사절단으로 언니인 크리소스가 찾아와요. 어릴 적부터 각별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성인이 된 지금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언니 쪽이 더 심해졌다고 할까요. 사절단은 내팽개치고 혼자서 크로이츠(범 고양이)에 찾아올 정도로 동생에게 푹 빠졌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자매는 과거를 뒤로하고 미래로 한 발 내딛기 시작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 유대가 희박하다는 마족의 개념을 비춰볼 때 유독 자매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은 꽤 크다 할 수 있었죠. 두 번째 마왕의 인질이 되어 죽어도 죽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던 엄마, 그리고 재앙을 불러온다는 딸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나섰다가 객지에서 딸을 홀로 남겨두고 눈을 감아야 했던 아버지, 자매는 이런 걸 가슴속에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매는 오랜만에 찾은 아버지가 잠든 묘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이것은 그겁니다. 새로운 여정 같은 거라고 할까요. 부모가 물려준 생명을 소중히 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것

 

조금은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페이지는 그냥 일상생활 그 이상은 아니었기에 속독으로 클리어해도 무방하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에필로그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한데 읽는 자세 그대로 잠들었군요. 일어나 보니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던... 내용적으로는 '라티나 귀여워'로 귀결되어 있어서 어릴 적 그녀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7권도 괜찮을 겁니다. 아마 7권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미적지근하게 끝나는 거보니 8권이 나올 거 같기도 하고, 데일까지 마인족이 되었으니 무구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비참한 결말을 보여주는 그로테스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왜 비참하냐고요? 그야 그렇잖아요. 나만(라티나 혹은 데일 포함) 내버려 두고 주변은 앞으로 달려가버리니까요. 라티나가 있어서 또는 데일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겠지만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라티나 입장에서는 괴롭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걸 바라보는 데일도 언젠가 마음이 망가질지도 모를 일이고요. 즉, 장수한다고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죠. 그래도 혼자 남겨지는 것보단 낫긴 한데, 당사자끼리는 잘 된 일이지만 신혼은 3년이라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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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자, 후에… 3 - S Novel+
나하토 지음, 미야 카즈토모 그림, 박춘상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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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깁니다. 그리고 강도 높게 이 작품을 비판하고 있으니 싫으신 분은 뒤로 하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진정으로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하는 걸 느낄 수가 있어요. 이미 2권 리뷰에서 있는 욕 없는 욕 다 해놨기도 하지만 3권은 그 이상을 보여줍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돈 받고 팔아먹을 수가 있는가 진지하게 고찰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러는 필자는 2권에서 그렇게 데여놓고 왜 3권을 구매했냐면... 뭔가 여우에 홀린 듯했습니다. 아니 사실 일말의 기대는 있었습니다. 2권에서 주인공을 사도의 길로 들어서게 한 히로인 '아리아'가 주인공을 찾아 여행 중이라는 복선이 나와 버렸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NTR 관련으로 용사와 만나 일기토를 벌일까 내심 기대를 하였었죠.

 

그런데 그딴 건 없고 여전히 하렘 만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하렘이 먹힌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하렘이라도 개연성 있는 하렘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해요. 나름대로 하렘킹에 속하는 단칸방의 침략자를 예로 들어보자면요. 얼기설기 포도알 열리는 것처럼 히로인들이 모여들지만 저마다 주인공에게 기대는 것보다 자신의 힘으로 일어서고, 남자 하나 놓고 다투기보다 공통된 적에 맞서 서로 도와가며 위기를 넘겨 가요.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보는 것이 아닌 같은 곳을 바라보며 길을 걷고 있죠. 즉 상대를 좋아하는 마음에 기대어 나를 봐줬으면 하는 게 아닌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요. 그래서 전성기 때 히로인들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상당히 눈부시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히로인은 참 드물어요. 사실 이 작품(그자 후에)도 그런 경향이 좀 있긴 있어요. 히로인들 저마다 마법이나 싸우는 방법을 익혀 적과 싸워 가죠. 그래서 읽으면서 단칸방의 침략자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했었고, 이 느낌 때문에 3권을 구매했는지도 몰라요. 그런데 주인공을 좋아하게 된 연유에서 개연성이 너무 없어서 좌절을 맛봐야만 했었죠. 주인공 말 한마디에 다짜고짜 눈에 콩깍지가 씌어선 단숨에 호감도 맥스를 찍어요. 주위에 남자가 그렇게 없었나 싶지만 이 부분에서는 2권에서 이미 지적한 바가 있으니 일단 넘어가고요.

 

그런데 여기서 더욱 혐오스럽게 하는 건 주인공이 엄청나게 둔감하다는 것입니다. 하렘을 구축하겠다고 해놓고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모른다는 것이죠. 타타와 사로나 일행이 드디어 주인공을 따라잡아 해우는 했으나 이 여자들이 뭣 땜에 자기를 따라왔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래서 여자들이 하나식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너 님을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는데 주인공은 '에에에에?!' 어디 난청을 앓고 있는 주인공처럼 얼빠진 소리만 해대요. 혐오와 혐오가 만나면 불쏘시개가 되는 걸까요. 집 마당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건 불법이라고 해서 안 하고 있지만 진심 그러고 싶었습니다. 이거 출판사에서 소송 당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군요.

 

좌우지간 2권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하오스이'라는 용족 소녀가 새로운 하렘에 동참하게 돼요. 그리고 지금은 수인(아인)의 나라에 왔는데 남쪽인지 서쪽인지에 붙어 있는 인간족 나라(일단 옆 나라로 지칭)에서 수인들을 잡아다 노예로 쓴다고 해서 그걸 해결하기로 하는데요.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습니다. 수인의 나라는 강경파가 득세해서 노예로 붙잡힌 수인들을 구출하기 위해 옆 나라와 전쟁을 준비하고, 전쟁은 아무것도 낳는 게 없다는 온건파와 대립하는 등 뭐 어쩌라고 싶은 일들만 일어납니다. 그리고 옆 나라로 가서 사태를 해결하려는 주인공은 거기서 2년하고도 몇 개월 전에 헤어진 친동생(여자)을 만나요. 2년여 전 한 집에 살면서 주인공에게 세상 살아가는 지식을 심어 줬던 동생, 그 동생이 말이죠.

 

근데 아니 여기서 왜 이세계 전생물이 되는 건지 당췌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일본식으로 표현하자면 영문을 모르겠다고 할까요. 뜬금없이 동생은 이세계(지구)에서 전생하였고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그 지식으로 이쪽 세계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고 있는 먼치킨이었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친남매이면서 오빠에게 시집가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요. 얘도 어릴 적 콩깍지가 쓰인 거더라고요. 미쳐도 단단히 미쳐 돌아갑니다. 작가가 야구 동영상을 너무 본 게 아닐까 했군요. 아니 아직 세상 물정 어두운 4~5살 이하 어린 애라면 그 나이대의 치기로 그런다고 넘기지만 15살 여자애가 그것도 대상회를 이끄는 수장일 정도로 수재가 저러고 있습니다.

 

하아... 여기서 한 술 더 떠서 드래곤 새끼 '메아르'가 인간형이 되어 버렸습니다. 따지고 보면 얘가 제일 개연성이 없어요. 위기에서 구해준 것도 아니고 굶어죽을뻔한 상황에서 먹이를 준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아버지(드래곤 킹) 둥지에 갔다가 그냥 눈 맞아서 같이 다녀요. 외에도 이번 에피소드에만 몇 명이 더 가세하는데 이제 세는 것도 귀찮습니다. 거기에 초둔감형 주인공이 가세하니 이보다 더 파괴적인 콜라보도 없을 듯, 그리고 제일 짜증 나는 신격화, 이번 에피소드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처럼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군요.

 

이걸 위한 복선인지 무슨 약장사가 주인공 가는 곳마다 나타나서 깽판 치는 게 2권에서 붙잡아 조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놓아주고 뭐 어쩌라고 싶네요. 그리고 발 한번 구르면 별을 쪼개고, 성검이든 신검이든 벨 수 없는 주인공 신체, 거의 모든 내성, 누구는 몇 주일을 걸릴 거리를 하루 만에 주파하는 다리(뛰어간다.), 읽으면서 늘 느꼈던 게 이 정도 속도 면 충격파로 주변이 쑥대밭이 될 텐데 작가는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건가 싶어요. 어쨌건 간에 이지경에 이르면 무슨 재미로 보는 걸까 하고 진심으로 묻고 싶어집니다. 물론 이런 작품이라도 재미있게 보시는 분도 계시겠죠. 그러나 아닌 건 아닌 겁니다.

 

맺으며, 개연성이 이리도 없는 작품은 처음입니다. S노벨은 인기가 없으면 매몰차게 단종 시켜버리기로 유명한데 근래에 들어와 이미지 쇄신한다고 계속해서 발매는 하나 봅니다만. 차라리 '치트 약사의 이세계 여행'이 훨씬 낫다고 생각 중이군요. 근데 이건 또 발매 안 해줘요. 좌우지간 필자의 취향을 강요해선 안 되겠죠. 그 작품만의 특성이 있겠고, 이런 설정이 아이덴티티일 수도 있겠죠. 그러니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구입 해놓고 찌질스럽게 뭔 사설을 이리도 늘어놓나 싶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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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1 -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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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랄까 작가 후기를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1994년작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모티브로 해서 그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에게서 유태인을 구해낸 오스카 쉰들러의 일대기를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아주 똑같진 않지만 에이티식스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레나'(표지 오른쪽 백은색 머리)라는 산마그놀리아 공화국 장교라 할 수 있어요. 옆 나라 기데온 제국(유색계 인종)에서 대륙을 향해 선전포고하며 전쟁(대전)을 일으키자 공화국(백계종)은 백계종(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다른 유색계 인종을 탄압&억압하고 수용소에 집단으로 수용해버리게 돼요.

 

공화국은 단순히 탄압과 수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인간형 돼지로 각하 시키고 인권을 말살해버려요. 이 부분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리게 하죠. 참고로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86 - 에이티식스는 그들이 수용된 땅을 지칭하며 유색계 인종 모두를 에이티식스 혹은 인간형 돼지라 지칭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스로 대량 학살한 것처럼 공화국은 에이티식스들을 저거노트라는 무인기에 태워 전장에 내보내요. 그리고 거기서 제국군 무인기 레기온과 사투를 벌이죠. 하지만 전력 차와 질적 차에서 공화국의 기술은 형편없을 정도로 처참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에이티식스가 짊어지고요. 전쟁 초반 에이티식스 성인 대부분이 사망해버리고 중기 때는 청년대들이 소멸, 그리고 후기인 지금은 소년병만 남았어요.

 

그렇게 수백만의 에이티식스가 절멸되고 간신히 소년병만으로 전선이 유지되는 전쟁 9년차, 레나라는 막 소령을 단 소녀(약관 16세)가 에이티식스 지휘관으로 와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이티식스 '신'이 이끄는 제1전대에, 공화국은 제국군 무인기 레기온을 맞아 국토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모든 에이티식스를 갈아 넣어 간신히 방어에 성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어도 공화국은 위기감은 찾을 수가 없죠. 더 이상의 갈아 넣을 에이티식스도 남아 있지 않음에도, 그런 환경에서 예전부터 국가의 에이티식스에 대한 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레나는 주인공 '신'과 만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수박 걷핡기식으로 살아왔는지 알게 돼요.

 

우월한 백계종인 레나와 인간형 돼지인 에이티식스 소년병들과의 만남, 에이티식스에게 있어서 백계종인 레나는 증오의 대상이죠. 그러한 환경에서 그녀는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그들과 조금식 사이를 좁혀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언동에서 수박 걷핡기식으로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려 했던 자신도 차별주의자와 별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아가죠. 그리고 변해가는 부분은 한편의 드라마가 돼요. 이 부분이 쉰들러 리스트와 유사하게 흘러갑니다. 기회주의자 오스카 쉰들러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바뀌어가 듯, 레나도 궁극적으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죠. 하지만 일개 소령 나부랭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위선자 그 이상으로 비치지 않아 초반에 비호감으로 자리 잡아요. 하지만 진실한 마음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이라는 듯 진지해지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마음에 조금식 닫힌 마음을 열어가는 '신'과 그의 부대원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죠. 그리고 레나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백계종보다 더 고결하고 긍지가 높인지도 알아가요.

 

괴롭힘당한다고 똑같이 괴롭히는 건 그들과 다를 게 없다는, 레나는 자신들을 억압한 백계종이 증오스럽기보다 오스카 쉰들러가 그랬던 것처럼 대전 직전 혹은 직후에도 자신들을 구해주고 보호해준 좋은 백계종이 있기에 모두가 똑같은 쓰레기만 있지 않기에 우린 증오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순박한 마음을 알게 돼요. 이런 마음에 보답하 듯 그녀는 진심으로 그들을 구원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표지에서 그녀가 내민 손과 흘리는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돼요. 구하고 싶다는 진실된 마음과 구하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되는 듯하다고 할까요.

 

어쨌건 읽다 보면 소름 돋는 장면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일단 엔딩도 그렇고, 필자 라노벨 인생 5년을 되돌아보게 했군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줘요.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다 인권을 줘야 할까라는 물음, 나아가 백계종의 말처럼 돼지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말을 하며 우리 현실의 인간세계에 섞여 산다고 하면 우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멀리 보지 않아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가 동남아인들에게 대하는 태도라든지, 그런 부분을 이 작품은 꼬집고 있다고 생각 해요.

 

인권문제는 접어두고 다시 내용적으로 돌아와서, 중간중간 추리를 하며 읽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좋더군요. 우선 초반 제국군의 레기온이 쳐들어오는 부분은 유우키 유우나는 용사다를 떠 올리게 했습니다. 세상 다 멸절하고 조금 남겨진 땅덩어리(동네)를 이물질로부터 지키는 용사들의 이야기, 에이티식스와 레나 간의 지각 동조(통신)는 영화 소스코드를 떠 올리게 했고요. 사실 주인공 신이나 레나가 전쟁이 다 끝나고 눈 뜨니까 데이터의 세상이더라라고 믿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내용이 시종일관 절절하게 흘러가죠. 그리고 에이티식스 소년병들이 싸우는 부분에선 퀄리디아 코드가 생각났군요.

 

사실 레나의 시각으로 보면 쉰들러 리스트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퀄리디아 코드가 제일 가깝다고 할까요. 어른들은 후방(여기선 공화국)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아이들로 하여금 최전선에서 싸우게 하는, 그러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그게 아니었죠. 필자는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었고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었죠. 이 부분에선 반전이 없어서 좀 허망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신과 동료 4명에게 내려진 최후의 명령, 그들과 소통하며 인간이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공화국에 절망하고 떠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눈물 밖에 흘릴 수 없는 레나에게선 느낀 안타까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맺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칠만한 내용이 없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이번처럼 막막했던 작품은 없었군요. 그래서 이 말만은 할 수 있습니다. 구입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요. 여튼 필자 라노벨 5년 역사에 이렇게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 없을 지경입니다. 필자가 수백 편의 리뷰 하면서 재미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쓴 적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요. 그동안 필자의 리뷰를 꾸준히 읽은 분들이라면 잘 아시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이번만큼 읽는 게 고역인 작품도 없었어요. 작품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읽는 만큼 양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읽을 수가 없었어요.

 

엔딩 부분요. 이거 언급 안 하면 댓글로 반전 있다고 설레발 치시는 분이 계시지 싶어 미리 언급해보자면,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난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다이마(다녀왔어)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후련한 느낌이 들게 하니까 클리셰 따윈 아무렴 어때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본 리뷰는 본편 1/4도 인용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필자의 가방끈이 짧아서 요약할 줄 모르는 게 죄이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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