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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 7 - L Books
CHIROLU 지음, Kei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에필로그입니다. 바실리오에서 돌아온 라티나는 [범 고양이]에서 8살 때 데일에게 구해진 후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가요. 그래서 딱히 이렇다 할 이야기는 없지만,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 환경적인 요인과 마인족 특유의 식생활이 더 해져 바실리오에서 있을 적 끔찍했던 먹을거리에 치를 떨고 크로이츠로 돌아오자마자 먹을 것에 환장하는 그녀를 담담하게 그려 갑니다. 그동안 케니스에게 배웠던 요리 실력을 유감없이 밝휘해 나간다고 할까요. 그리고 빈트에게 동생들이 생겼습니다. 라티나와 데일의 염장질에 더해 빈트의 부모 염장질까지 더해져서 분위기가 한층 유쾌하게 흘러 가요. 거기에 빈트는 멋대로 행동했다가 엄마에게 요절 나는 등 라티나의 주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서술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작품은 뭐랄까 결론적으로 보면 백설공주 내지는 잠자는 숲속의 공주 같은 동화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했습니다. 넓게 보면 그렇죠. '라티나'라는 백금의 공주가 악의에 의해 유폐되어 잠에 빠졌다가 용사에게 구출되고 그의 입맞춤에 눈을 뜨는, 그리고 흔히 동화에서의 결말처럼 공주는 용사와 맺어져 미래를 약속하게 되죠. 라티나는 일곱 마왕에 의해 2년간 유폐되어 잠들어 있어야만 했습니다. 어릴 적부터 딸 바보였고 나이가 들면서 이성으로서 자각했던 그(데일)였기에 당연히 공주를 구하여하는 입장이었긴 하지만 뭐 어쨌건 사소한 건 넘기고 동화적인 분위기임에는 틀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라티나에겐 쌍둥이 언니가 있다는 것이군요. 한때 라티나를 납치했다고 여긴 쌍둥이 언니가 남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데일은 미칠뻔하였고, 언니가 데일과 바람났다는 오해를 했던 라티나의 질투심이라던지 동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소소한 재미도 있었죠. 그리고 그 소소한 재미의 연장선이 이번 7권에서도 이어집니다. 바실리오와 라반드 제국(크로이츠가 속한)간 교류를 위해 사절단으로 언니인 크리소스가 찾아와요. 어릴 적부터 각별했던 두 사람의 우정은 성인이 된 지금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언니 쪽이 더 심해졌다고 할까요. 사절단은 내팽개치고 혼자서 크로이츠(범 고양이)에 찾아올 정도로 동생에게 푹 빠졌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자매는 과거를 뒤로하고 미래로 한 발 내딛기 시작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 유대가 희박하다는 마족의 개념을 비춰볼 때 유독 자매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은 꽤 크다 할 수 있었죠. 두 번째 마왕의 인질이 되어 죽어도 죽지도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던 엄마, 그리고 재앙을 불러온다는 딸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나섰다가 객지에서 딸을 홀로 남겨두고 눈을 감아야 했던 아버지, 자매는 이런 걸 가슴속에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런 자매는 오랜만에 찾은 아버지가 잠든 묘 앞에서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이것은 그겁니다. 새로운 여정 같은 거라고 할까요. 부모가 물려준 생명을 소중히 하여 미래로 나아가는 것
조금은 여운이 남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페이지는 그냥 일상생활 그 이상은 아니었기에 속독으로 클리어해도 무방하다고 할까요. 그러다 보니 에필로그여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긴 한데 읽는 자세 그대로 잠들었군요. 일어나 보니 두 시간이나 지나 있었던... 내용적으로는 '라티나 귀여워'로 귀결되어 있어서 어릴 적 그녀의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이번 7권도 괜찮을 겁니다. 아마 7권이 마지막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미적지근하게 끝나는 거보니 8권이 나올 거 같기도 하고, 데일까지 마인족이 되었으니 무구한 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비참한 결말을 보여주는 그로테스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습니다.
왜 비참하냐고요? 그야 그렇잖아요. 나만(라티나 혹은 데일 포함) 내버려 두고 주변은 앞으로 달려가버리니까요. 라티나가 있어서 또는 데일이 있어서 외롭지는 않겠지만 주변을 살뜰히 챙기는 라티나 입장에서는 괴롭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걸 바라보는 데일도 언젠가 마음이 망가질지도 모를 일이고요. 즉, 장수한다고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죠. 그래도 혼자 남겨지는 것보단 낫긴 한데, 당사자끼리는 잘 된 일이지만 신혼은 3년이라고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