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에이티식스 1 -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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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랄까 작가 후기를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1994년작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모티브로 해서 그린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1939년 폴란드를 침공한 독일군에게서 유태인을 구해낸 오스카 쉰들러의 일대기를 그린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죠. 아주 똑같진 않지만 에이티식스에서도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레나'(표지 오른쪽 백은색 머리)라는 산마그놀리아 공화국 장교라 할 수 있어요. 옆 나라 기데온 제국(유색계 인종)에서 대륙을 향해 선전포고하며 전쟁(대전)을 일으키자 공화국(백계종)은 백계종(백인) 우월주의를 내세우며 다른 유색계 인종을 탄압&억압하고 수용소에 집단으로 수용해버리게 돼요.

 

공화국은 단순히 탄압과 수용에 그치지 않고 그들을 인간형 돼지로 각하 시키고 인권을 말살해버려요. 이 부분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리게 하죠. 참고로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86 - 에이티식스는 그들이 수용된 땅을 지칭하며 유색계 인종 모두를 에이티식스 혹은 인간형 돼지라 지칭하고 있어요. 그리고 가스로 대량 학살한 것처럼 공화국은 에이티식스들을 저거노트라는 무인기에 태워 전장에 내보내요. 그리고 거기서 제국군 무인기 레기온과 사투를 벌이죠. 하지만 전력 차와 질적 차에서 공화국의 기술은 형편없을 정도로 처참해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에이티식스가 짊어지고요. 전쟁 초반 에이티식스 성인 대부분이 사망해버리고 중기 때는 청년대들이 소멸, 그리고 후기인 지금은 소년병만 남았어요.

 

그렇게 수백만의 에이티식스가 절멸되고 간신히 소년병만으로 전선이 유지되는 전쟁 9년차, 레나라는 막 소령을 단 소녀(약관 16세)가 에이티식스 지휘관으로 와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이티식스 '신'이 이끄는 제1전대에, 공화국은 제국군 무인기 레기온을 맞아 국토의 대부분을 잃어버리고 모든 에이티식스를 갈아 넣어 간신히 방어에 성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일이 이 지경이 되어도 공화국은 위기감은 찾을 수가 없죠. 더 이상의 갈아 넣을 에이티식스도 남아 있지 않음에도, 그런 환경에서 예전부터 국가의 에이티식스에 대한 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던 레나는 주인공 '신'과 만나면서 자신이 얼마나 수박 걷핡기식으로 살아왔는지 알게 돼요.

 

우월한 백계종인 레나와 인간형 돼지인 에이티식스 소년병들과의 만남, 에이티식스에게 있어서 백계종인 레나는 증오의 대상이죠. 그러한 환경에서 그녀는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그들과 조금식 사이를 좁혀가기로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언동에서 수박 걷핡기식으로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려 했던 자신도 차별주의자와 별다르지 않았다는 걸 알아가죠. 그리고 변해가는 부분은 한편의 드라마가 돼요. 이 부분이 쉰들러 리스트와 유사하게 흘러갑니다. 기회주의자 오스카 쉰들러가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바뀌어가 듯, 레나도 궁극적으로 이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죠. 하지만 일개 소령 나부랭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위선자 그 이상으로 비치지 않아 초반에 비호감으로 자리 잡아요. 하지만 진실한 마음은 언제나 통하기 마련이라는 듯 진지해지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마음에 조금식 닫힌 마음을 열어가는 '신'과 그의 부대원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오죠. 그리고 레나는 그들과의 대화에서 그들이 얼마나 순수하고 백계종보다 더 고결하고 긍지가 높인지도 알아가요.

 

괴롭힘당한다고 똑같이 괴롭히는 건 그들과 다를 게 없다는, 레나는 자신들을 억압한 백계종이 증오스럽기보다 오스카 쉰들러가 그랬던 것처럼 대전 직전 혹은 직후에도 자신들을 구해주고 보호해준 좋은 백계종이 있기에 모두가 똑같은 쓰레기만 있지 않기에 우린 증오하지 않는다는 그들의 순박한 마음을 알게 돼요. 이런 마음에 보답하 듯 그녀는 진심으로 그들을 구원하고 싶어 하죠. 그래서 다 읽고 나면 표지에서 그녀가 내민 손과 흘리는 눈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돼요. 구하고 싶다는 진실된 마음과 구하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되는 듯하다고 할까요.

 

어쨌건 읽다 보면 소름 돋는 장면이 한두 곳이 아닙니다. 일단 엔딩도 그렇고, 필자 라노벨 인생 5년을 되돌아보게 했군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줘요.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다 인권을 줘야 할까라는 물음, 나아가 백계종의 말처럼 돼지가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의 말을 하며 우리 현실의 인간세계에 섞여 산다고 하면 우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멀리 보지 않아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우리가 동남아인들에게 대하는 태도라든지, 그런 부분을 이 작품은 꼬집고 있다고 생각 해요.

 

인권문제는 접어두고 다시 내용적으로 돌아와서, 중간중간 추리를 하며 읽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좋더군요. 우선 초반 제국군의 레기온이 쳐들어오는 부분은 유우키 유우나는 용사다를 떠 올리게 했습니다. 세상 다 멸절하고 조금 남겨진 땅덩어리(동네)를 이물질로부터 지키는 용사들의 이야기, 에이티식스와 레나 간의 지각 동조(통신)는 영화 소스코드를 떠 올리게 했고요. 사실 주인공 신이나 레나가 전쟁이 다 끝나고 눈 뜨니까 데이터의 세상이더라라고 믿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내용이 시종일관 절절하게 흘러가죠. 그리고 에이티식스 소년병들이 싸우는 부분에선 퀄리디아 코드가 생각났군요.

 

사실 레나의 시각으로 보면 쉰들러 리스트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퀄리디아 코드가 제일 가깝다고 할까요. 어른들은 후방(여기선 공화국)에서 안전하게 지내고 아이들로 하여금 최전선에서 싸우게 하는, 그러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그게 아니었죠. 필자는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었고 현실은 냉혹하기 그지없었죠. 이 부분에선 반전이 없어서 좀 허망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신과 동료 4명에게 내려진 최후의 명령, 그들과 소통하며 인간이 인간으로 보지 않는 공화국에 절망하고 떠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저 눈물 밖에 흘릴 수 없는 레나에게선 느낀 안타까움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맺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놓칠만한 내용이 없어서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될지 이번처럼 막막했던 작품은 없었군요. 그래서 이 말만은 할 수 있습니다. 구입해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물론 다 그렇진 않겠지만요. 여튼 필자 라노벨 5년 역사에 이렇게 몰입도가 높았던 작품이 없을 지경입니다. 필자가 수백 편의 리뷰 하면서 재미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쓴 적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요. 그동안 필자의 리뷰를 꾸준히 읽은 분들이라면 잘 아시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이번만큼 읽는 게 고역인 작품도 없었어요. 작품성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읽는 만큼 양이 줄어들어서 안타까운 마음에 읽을 수가 없었어요.

 

엔딩 부분요. 이거 언급 안 하면 댓글로 반전 있다고 설레발 치시는 분이 계시지 싶어 미리 언급해보자면, 울다가 웃으면 어디에 털 난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다이마(다녀왔어) 클리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후련한 느낌이 들게 하니까 클리셰 따윈 아무렴 어때하는 느낌이랄까요. 마지막으로 본 리뷰는 본편 1/4도 인용하지 못했습니다. 이게 다 필자의 가방끈이 짧아서 요약할 줄 모르는 게 죄이지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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