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07 - ~ 파멸의 문명으로 시작하는 세계 정복 ~, S Novel+ 이세계 묵시록 마이노그라 7
카즈노 페후 지음, 준 그림, 손종근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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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병약하여 원래 세계에서 병원 신세를 지며 오늘내일하던 주인공이 이세계로 불려와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세계 정복을 꿈꾼다. 세계 정복이라니 원래 세계에선 이루지 못할, 남자라면 한 번쯤 꿔볼 만한 꿈이잖아요? 그것도 병상에서 자주 하던 온라인 게임 구성을 이세계에서도 그대로 써먹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겠죠. 그래서 열심히 만들었습니다. 이세계에서 나만의 세계를. 비록 속성에서 비롯된 마을 형상이 지옥의 그것이라도 행복하면 그만이죠. 근데 세상사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속성이 마(魔)에 속하다 보니 빛(聖) 속성의 성광국과 성녀의 공격을 받는 건 어쩔 수가 없겠죠. 성녀와 작당한 마녀와의 더블 내습은 주인공과 그의 심복 아투(메인 히로인)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고, 마왕군의 침공 등 신생 국가를 건설한 주인공에게 시련은 끊임없이 찾아왔습니다. 그걸 모두 물리치고 비온 땅이 더 굳는다는 속담처럼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나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잃은 것만큼이나 물질적으로 얻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웃나라와 동맹을 맺고, 넓은 땅도 차지하는 등 주인공은 세력을 점점 불려 나가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 새로운 사람이 찾아옵니다.



뜬금없지만 '보쿠라노(우리들의, 지어스)' 나루타루로 유명한 동명 작가의 꿈도 희망도 없는 막장 SF 애니메이션을 아시는지요. 에반게리온에 가려진 에스카플로네처럼 마마마에 가려져 널리 알려지지 못한 비운의 작품이죠. 보쿠라노는 마마마 보다 더한 전개를 보여준 작품으로 자신들 지구의 운명을 걸고 평행 세계 지구와의 싸움에 동원되는 아이들의 운명을 그리고 있는데요. 이번 7권을 보면서 문득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보쿠라노가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은 왜 이세계에 소환되었는가. 병상에서만 지내는 주인공을 불쌍히 여긴 신(神)의 배려 덕분인가? 그렇지 않다고 작가는 서술하죠. 이세계에는 주인공만이 아니라 여러 현실 인간이 소환되었고, 그들을 플레이어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소환한 목적은 무엇인가. 플레이어 하나당 그의 뒷배로 하나의 신(神)이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서로 공격할 수 있으며, 주인공 진영은 마녀와 성녀를 앞세운 다른 플레이어의 공격을 받아 큰 위기를 맞았던 것입니다. 여기서 유추 가능한 것으로 플레이어는 신(神)의 장기말이고, 이세계는 체스판이 아닐까. 싸움에서 진 플레이어는 소멸?



성녀와 마녀의 내습, GM 권한을 가진 플레이어, 마왕군의 침공을 간신히 물리치고 안정을 찾아가는 주인공에게 용사가 찾아옵니다. 아니 그전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서큐버스(마녀)를 앞세워 세계를 상대로 어떤 포고를 내립니다. 본격적으로 플레이어 간 전쟁의 서막이 오른 것이죠. 찾아온 용사도 플레이어입니다. 이세계 판타지물 정석답게 노예 소녀를 대리고 있으며, 정의감이 투철하고 매사 낙관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주인공의 골치를 썩이게 되죠. 용사는 서큐버스에 대항하려 주인공 진영에 빌붙을 작정이고, 지금은 전력이 부족한 주인공에게 있어서 용사는 매우 든든한 전력이 되겠습니다만, 이미 플레이어 간 구도를 어느 정도 파악한데다 앞서 다른 플레이어들의 공격에 빈사 상태로 몰렸던 주인공에게 용사를 계륵 그 자체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용사와 힘을 합쳐 서큐버스 진영에 대항해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문제는 서큐버스 진영은 엘프 진영을 손에 넣으며 전에 없는 전력을 갖췄다는 것. 성녀가 셋, 플레이어 둘, 마녀가 둘, 엘프 군대를 손실 없이 접수, 용사가 쓰러트린 플레이어가 가졌던 게임 시스템도 접수. 이걸 어떻게 이겨? 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맺으며: 이세계는 게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도 주인공이 하던 게임 시스템을 이세계에서 쓸 수가 있죠. 이 말은 다른 플레이어도 그들이 하던 게임 시스템을 이세계에서 쓸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가령 유희왕에서 듀얼을 하다 상대를 꼼짝할 수 없게 만드는 카드를 내밀었을 때 상대는 자기가 가진 게임 시스템에 상관없이 고대로 당하는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주인공은 아투(메인 히로인)를 손 한번 못 써보고 상대에게 빼앗기고, GM 능력을 가진 플레이어를 만났을 때 진짜로 죽을뻔하기도 했죠. 차라리 병실에서 오늘내일하는 게 더 나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개고생을 하는 게 이 작품의 흥미 포인트이지만, 사실 복잡한 설정 때문에 독자들은 다소 머리가 아픈 전개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이세계는 신(神)들의 유희의 장이고, 주인공 포함 플레이어들은 장기말로서 서로 죽이고 죽는 그런 이야기로 나아가고 있죠. 좀 더 뇌피셜로 분석해 보면 병실에서 오늘내일하는 주인공이 이세계로 소환된 것을 미루어 보아 플레이어들은 현실에서 필요하지 않는 인간 부류가 아닐까 하는 암울함이 느껴지기도 했군요. 그런 의미에서 리뷰 중간에 '보쿠라노'를 언급한 것은, 플레이어 뒤에 있는 신(神)은 코에무시에 해당하고, 플레이어는 파일럿(아이들)에 해당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싸움에서 진 플레이어의 말로도 비슷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본말전도이긴 한데 보쿠라노라는 작품을 기회가 된다는 꼭 보시길 추천합니다. 물론 마이노그라 본 작품도 썩 나쁘지 않으니 기회가 된다면 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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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녀와 용병 02 - S Novel+ 마녀와 용병 2
초호키테키 카에루 지음, 카나세 벤치 그림, 정대식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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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늘을 돌이켜 보고 웃을 수 있게" 세상 밖으로 나와 걸음마를 떼고 스스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녀 '시이셔'에게 용병 '지그'가 이렇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차별과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넘어온 마녀 시이셔는 평범한 모험가가 되어 세상에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다음 문(새로운 인생)을 여는 게 두려웠던 마녀는 지그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어 모험가의 문을 두드렸고, 원래 마녀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긴 하였으나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마물을 조사하는 조사단에 합류하여 기습적으로 몰려오는 마물 군단을 막아내며 많은 모험가를 구하기도 했고요. 배우는 게 빨라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게 되었고, 낯을 엄청 가리면서도 사람들과 친해지길 마다하지 않아 지금은 임시지만 파티를 맺기도 하였습니다. 마녀는 신대륙으로 넘어와서 비로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죠. 이제 그녀가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지그는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마녀를 바라봅니다. 사실 그는 지금의 마녀가 양지로 나와 걸을 수 있게 된 공로자라 할 수 있습니다. 신대륙으로 넘어가는 걸 조언했고, 200살이나 먹었지만 세상 물정 어두운 마녀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말들을 건넸고, 가본적 없는 길이 무섭지 않게 뒤에서 같이 걸어가 주었습니다.



아침이 힘겨운 마녀를 깨워주고, 못된 놈들이 들러붙지 않게 견제도 해줍니다. 마녀는 엄청 미인이거든요. 지그는 덩치가 엄청 커요. 그에 맞게 무기도 엄청나죠. 마음만 먹으면 나라도 멸망 시킨다는 마녀를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니까요. 물론 지그도 어떤 치트를 가졌긴 하지만 완력이 천하장사고,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하고, 싸움에 돌입하면 전술을 짜는 지혜가 남다릅니다. 그리고 허를 찌르는 만행을 잘 하죠. 그의 정보를 얻기 위해 다가온 안대녀(엑스트라 이상, 히로인 미만)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자 설사약을 먹여 사면초가에 빠트린다든지, 지그가 뒷골목에서 약장사한다고 오해한 백발녀(히로인 이상, 메인 히로인 미만)와 진짜 치열하게 싸우다 그녀 얼굴을 부러진 칼 손잡이로 뭉개서 기절 시키는 에피소드는 매우 흥미롭죠. 얼굴에 퍼런 멍이 든 채 지그를 찾아와 오해를 푸는 장면도 백미고요. 이번 2권에서는 백발녀의 의뢰를 받아 어떤 사건도 해결하는 등 그녀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마녀가 메인 히로인일까 했습니다만, 2권에서 마녀는 다른 사람과 임시 파티를 맺고 마물 사냥을 떠나면서 메인 히로인 자리에서는 멀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지그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안대녀를 다시 만나 또다시 설사약을 먹일 기회가 찾아오고, 백발녀의 의뢰를 받아 어떤 사건을 해결하러 나섭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2권의 이야기. 마녀를 모험 보내고 도시를 돌아다니던 지그는 모험가들을 죽였다는 누명을 씁니다. 사실 지그는 악운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마녀 시이셔에게 들러붙어 먹는 기둥서방으로 오해한 모험가 길드 접수원에게 악의적인 말을 듣고, 백발녀에게 느닷없이 두들겨 맞고, 도시 마피아에게 찍히고, 이번엔 죽은 모험가의 동료들에게 다굴 당합니다. 복수랍시고 전혀 상관없는 지그를 둘러싸고 몰매를 놓죠. 그중에는 이번 2권 히로인들인 빨간 머리와 파란 머리도 있습니다. 둘이 협공을 하며 지그를 몰아붙이는 솜씨가 남다릅니다. 하지만 용병으로 잔뼈가 굵은 지그에게 있어서 본 실력은 아직. 작가는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합니다. 사람 다리를 붙잡아 나무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지그가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자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머리 쪼개지면 뒤는 없는 게 이 바닥이죠. 하지만 작가는 빨간 머리와 파란 머리는 히로인 이상 메인 히로인 미만으로 결정 해둔 모양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는 싸움이 끝난 후입니다. 다름 아닌 빨간 머리와 파란 머리의 "처우".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 했으니 몸으로 갚아야죠. 지그는 악운이 따라다니지만 악운 뒤에는 항상 행운이 따라옵니다. 백발녀도 그렇고, 악운으로 맺어진 인연을 만들어가는 게 참으로 흥미롭죠.



맺으며: 마녀: 혼자 먹는 밥이 맛없게 느껴진 게 언제부터 더라? 지그: 언제부터 마녀가 있는 곳이 돌아갈 곳이 되었지? 이번 2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당연함". 둘이 있는 게 당연하고, 같이 밥 먹는 게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쇼핑을 하고, 마물 사냥을 떠나고. 장비를 사러 돌아다니고. 외식을 하고. 둘이 같이 있는 게 당연한 세상. 언제부터? 지그는 마녀의 머리를 서툰 솜씨로 빗겨주고, 그 손길에 몸을 맡기고 꾸벅꾸벅 조는 마녀. 세상의 악으로부터 방파제가 되어주는 지그에게서 아빠의 그림자를 엿보고(필자 각색, 그런 느낌?), 가본 적 없는 길을 떠나는 자식이 무서워하지 않게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아빠 같은 지그? 둘의 사이를 표현 하라면 이런 느낌인데, 서로 의식하게 된 시점에서 부녀의 사이보단 연인 사이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부녀 사이로 언급한 건 둘의 성격이 그렇다는 뜻이고요. 마녀에게 있어서 지그는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자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사람. 지그는 마녀에게 해를 끼칠 거 같은 악의를 용서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그럴수록 마녀의 앞길에 발목을 잡는 게 아닐까 하는 고뇌를 하기 시작하죠. 아무튼 빨간 머리의 등장에 견제를 시작하는 마녀가 귀엽기도 합니다. 백발녀는 등장할 때마다 지그에게 악운을 던져주고, 안대녀는 또 설사약 먹을까 전전긍긍하는 게 조금은 웃겨 줍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그를 적절히 배치하여 질리지 않게 해주고, 지그의 전투신을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주었습니다. 1권 리뷰에서 마녀와 모험가라는 괴리감에 혹평을 했습니다만, 2권에서 마녀라는 키워드를 빼고 읽으니 읽을만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안정되면서 몰입이 쉬웠군요. 어쩌면 1권과 이야기 순서를 바꿨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랬다면 혹평까진 안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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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녀와 용병 01 - S Novel+ 마녀와 용병 1
초호키테키 카에루 지음, 카나세 벤치 그림, 정대식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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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리뷰는 필자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다른 분들과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본 작품은 내 집 근처에 사자나 호랑이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나 혼자라면 딴 데 이사 가거나 도망가면 되겠죠. 그러나 피치 못해 살아야 하고, 지켜야 될 가족이 있다면? 엽사를 부르거나 내가 직접 무기를 들고 처치하러 가야겠죠. 사자나 호랑이 입장은 생각도 안 하고요. 원래부터 살고 있었고, 사람을 해친 적도 없는데도요. 마녀 '시이셔'는 늘 인간들에게 쫓겨 다녔습니다. 그저 남들은 쓰지 못하는 마술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요. 시이셔가 있는 대륙에서는 마술을 쓰는 사람을 마녀로 몰아 죽이고 있습니다. 천재지변을 일으켜 사람을 해친다는 이유로요. 실제로 마녀가 그런 일을 해왔는지는 소문으로만 떠돌 뿐 확인된 건 없습니다. 나라의 위정자들은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도구로서 마녀사냥에 몰두하면서 마녀들은 더욱 궁지에 몰려가죠. '시이셔'는 어느 귀족가의 가문 계승 문제에 얽혀 실적에 눈이 먼 장남 패거리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거기서 '시이셔'는 용병 '지그'와 만나게 되죠. 지그는 용병으로 다져진 탁월한 실력으로 시이셔를 몰아붙입니다. 순식간에 결판이 나고 지그는 마녀를 제압하는데 성공하죠.



이 작품은 있을 곳이 없어진 마녀와 그녀에게서 호위 의뢰를 받은 용병의 이야기입니다. 시이셔가 귀족 장남을 요단강 건너로 보내면서 의뢰인이 없어진 지그는 마녀의 호위 의뢰를 수락하죠. 그녀의 의뢰는 단순합니다. 마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까지 인도하는 것. 하지만 이 대륙 어딜 가도 마녀가 있을 곳은 없습니다. 나라의 위정자들은 마치 여우 사냥하듯이 마녀를 사냥하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몽둥이를 들고 때려잡으려 들죠. 마녀는 그저 살고 싶어서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없앴을 뿐인데. 적어도 시이셔를 그런 삶을 살아왔습니다. 사는 곳을 옮겨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람들은 군대를 몰고 옵니다. 이번엔 용병까지 해서 수백 명(아니 수십 명인가)이 몰려왔죠. 그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지그와 몇몇뿐. 그만큼 시이셔의 실력도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녀가 이 대륙에서는 살 곳이 없으니 그렇다면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면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있을지도 모를 다른 대륙으로의 여행. 미지의 두려움과 설렘. 그곳으로 가도 정말로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기에는 시이셔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요.



맺으며: 리뷰 쓰다가 갑자기 의욕이 없어져 버렸는데, 필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흘러가서 필자 멋대로 실망한 작품입니다. 있을 곳이 없어진 마녀가 있을 곳을 찾기 위해 유일한 이해자인 용병과 함께 험난한 여행길을 떠나는 이야기인가 했었죠. 힘을 가진 자(마녀)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마왕으로 몰아 줄기차게 토벌하려 들고 도망자 신세를 그리는가 했습니다. 그러다 사랑에도 눈 뜨고. 그러나 너무나 허무하게 신대륙으로 넘어가버렸고, 그곳엔 마녀라는 개념은 없다고 서술하죠. 이것만 놓고 보면 사실 시이셔에겐 가나안의 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여행 과정을 생략한 채 바로 엔딩(안주할 땅에 도착)으로 넘어가버린 듯한 전개가 되었다는 것이고, 도착한 신대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세계풍 판타지 세계관이었던 것, 마술이 흔하게 쓰이고, 모험가와 길드가 있고, 마물이 있으며 모험가는 이를 토벌해서 빌어먹고 살고 있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쫓기는 마녀라는 신선한 소재를 이렇게 버려 버린다고? 시이셔는 모험가가 되어 마물을 토벌해서 살아가는 길을 택하죠. 몇 페이지 만에 여느 이세계물이랑 똑같은 흐름이 됩니다.



물론 작가 딴에는 핍박받던 세계에서 도망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마녀를 그리려 했나 봅니다만, 사실 그에 맞게 시이셔는 매일매일이 신선하고 무언갈 배우는데 즐거워하죠. 하지만 마녀로서 얼마만큼 고생을 했는지, 여행을 하며 얼마만큼의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생 고생해서 넘어와 비로소 행복을 손에 넣은 주연들에게서 얻는 성취감을 작가는 무시한 거죠. 마녀로서의 소재는 희석되어 버리고 어디 촌뜨기가 상경하여 모험가가 되어 마물을 퇴치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를 그려 갑니다. 물론 한 미모 하는 시이셔를 어떻게 해보려는 모험가들이라는 클리셰도 있고, 그에 따른 트러블이라는 클리셰도 있고, 남주에 해당하는 지그에게도 히로인들이 들러붙는다는 클리셰 등 1권 만에 여느 이세계 판타지 이야기랑 비슷한 전개가 펼쳐집니다. 시이셔는 마녀라는 먼치킨이 되었고요. 뭐 그래도 안대녀와 백발녀 에피소드는 재미있었습니다. 스포일러이자 이번 1권에서 최대 백미인지라 언급은 못하지만 이들이 분위기를 살려 주었죠. 세상 물정 모르지만 배움이 빠른 시이셔의 사회생활도 흥미로웠지만 그냥 킬링 타임으로 좋은 작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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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곰 곰 곰 베어 03 곰 곰 곰 베어 3
쿠마나노 지음, 029 그림, 김보라 옮김 / 엘노벨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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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왕의 생일에 맞춰 왕도에 선물 전해주러 갑니다. 알게 된 귀족 영애와 해체꾼 소녀 피나도요. 가던 길에 오크떼에게 공격받던 마차를 구해줍니다. 이런 작품에서 흔히 있는 왕도적인 에피소드죠. 여기서 또 10살 전후 귀족 영애도 알게 됩니다. 여주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죠.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가는 곳마다 아이들이 몰려듭니다. 아마 곰 옷을 입고 있어서 인기를 끄는지도 모르겠군요. 어른들은 신기해하면서 수군수군 거릴 뿐 다가오진 않습니다. 하지만 곰 옷을 입고 있어서인지 아님 떼가 많이 묻어서인지 여주를 얕보는 어른들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여주는 배빵을 안겨 주죠.배빵 맞은 어른들은 게거품을 물고 나자빠집니다. 본 작품은 그냥 개그물입니다. 일러스트는 매우 귀엽고, 여주는 먼치킨이죠. 아무튼 왕도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합니다. 집터를 구해 곰 집을 짓고, 이세계에서는 인기가 없는 치즈를 왕창 구해서 피자도 만들죠. 얘들아, 이게 피자라는 거란다. 애들이고 어른이고 환장합니다. 이왕에 왕도에 왔으니 구경도 해야죠. 여동생 같은 피나에게 용돈도 쥐여주고, 기껏 귀족 영애들과 연줄 만들 기회가 되었으니 같이 나가 놀으라고 하지만 서민과 귀족 사이에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기에 잘 놀지를 못합니다. 말 놓으라고 했다고 진짜 말 놨다가 목이 댕강? 할 수도?



맺으며: 이렇게 초단문 리뷰는 처음이지 싶군요. 그냥 원패턴 먼치킨 왕도물이고 일상생활이 주가 되다 보니 딱히 건질만한 이야기도, 복선이 될만한 이야기도 없습니다. 여주는 질서에 순응은 하지만 자길 컨트롤하려고 하거나 이익에 침해를 가하는 어른들을 용납 못 하는 성격이다 보니 배빵씬이 자주 나오는 거 하나만은 흥미롭긴 합니다. 먼치킨이면서 유명해지길 싫어하고, 그러면서 곰 옷으로 인해 시선을 끌게 되고,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수군수군. 얕보이고. 배빵 갈기고, 당한 사람은 거리를 두지만 언제나 처음인 사람이 등장하고 비슷한 패턴이 나오죠. 아무튼 이번 3권에서는 오크떼에게 유린 당하는 여기사(어둠의 동인지에서 단골 소재)라든지(진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님), 싹 난 감자 먹고 배탈 나는 이세계인들이라든지, 이거저거 소재가 될만한 건 다 써먹어 보는 이야기들이 약간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식상할만하지만 머리 아픈 복선이 없어 좋고, 미끄러져서 슴가 쪼물딱 거리는 볼썽 사나운 이야기도 없어서 좋습니다. 하지만 붙잡은 도적들에게 며칠 동안 먹을 거 안 줘서 피접이 상골이 되게 하는 약간은 무시무시한 면도 있습니다. 그래도 뭐 고아원 아이들이 굶지 않게 도와주고, 아빠를 걱정하는 귀족 영애의 눈물도 닦아주는 등 인간애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계속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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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정령환상기 04 정령환상기 4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 S노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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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태어난 고향에서 쫓겨나듯, 도망치듯 긴 여행길에 올랐던 주인공은 드디어 친할머니와 사촌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외조부모도 살아 계셨고, 그들에게서 부모의 생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주인공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큰 기쁨은 부모들이 미움받아 쫓겨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고 주인공 또한 환영받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죠. 여기서 주인공의 마음에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엄마를 해친 범인이 아버지까지 해쳤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자 원한을 더욱 키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준법정신 같은 나약함은 이세계에서는 쓸모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실 주인공은 많이 참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세상에 내동댕이 쳐지고 슬럼가에서 온갖 악의를 받아 왔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왕녀 납치범으로 오해받아 7살이었던 주인공을 개 패듯 팬 것도 모자라 고문까지 받게 하려 했던 여기사도 있었죠. 오해가 풀렸는지 어땠는지 학원에 강제로 입학 당한 주인공이 비천하다는 이유로 5년 동안 학우들이 가한 온갖 괴롭힘. 결국 누명까지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도망치듯 떠나야 했죠. 뭐 그래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듯이 그를 보살펴준 선생님도 있었고, 여행 중 들린 수인들의 마을에서도 반겨 주기도 했습니다. 친할머니와 사촌 여동생, 외조부모님도 반겨 주었고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모님의 고향을 떠나 2년 만에 다시 여우 소녀(버스 사고에 휘말려 주인공과 같이 전생한 꼬마 소녀)를 맡겨둔 수인들의 마을에 들려 힐링을 만끽하는 주인공. 사람은 자고로 상냥하고 잘생겨야 합니다. 잘생기지 않아도 주인공만 되면 어찌 된 게 히로인들이 많이 생기는 게 라이트 노벨 특성이긴 합니다만. 2년 전에는 다들 꼬꼬마였던 애들이 많이도 컸습니다. 애들의 성장은 괄목할만하죠. 여우 소녀도 많이 컸습니다. 다들 멋있어진 주인공에게 뿅 갑니다. 하트가 작렬합니다. 작가는 현실 운둔형 외톨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재주가 남다릅니다. 운둔형 외톨이들이 보면 부러워할 만한 장면이 있긴 하지만 주인공은 비싼 몸이죠.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순식간. 2년 동안 주인공을 향한 마음을 키워 왔던 여우 소녀의 아쉬워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주인공에겐 할 일이 있거든요.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태어난 고향에 다다를 즘 느닷없이 빛기둥이 솟구칩니다. 여기서 또 전환점이 찾아오죠. 주인공 몸에 잠들어 있던 정령의 인도에 따라 다다른 장소에는 어릴 적부터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소꿉친구 미하루가 있었습니다. 미하루는 주인공이 지구에 있을 때 몇 년 전에 실종된 상태였죠. 그런데 왜 실종전 모습 그대로 이세계에? 시간적으로 따지면 이세계에서 15년, 지구에서 실종 몇 년을 합하면 거의 20여 년 만에 막 전이된 상태로 재회를 하게 된 것일까. 어찌 된 게 어릴 적 해어졌던 친여동생도 같이 있습니다.



이번 4권은 큰 줄거리 없이 재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미스터리를 낳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어째서 미하루는 거의 20년 만에 실종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을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는 실종되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다 이세계로 전이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죠. 하지만 주인공은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던가 미하루가 실종되었고 몇 년간 그토록 찾아다녔다고. 이에 따른 복선은 없는 거 보면 작가 나름대로 남녀 사이에서 애틋함을 찾기 위해 시간의 어긋남이라는 설정을 가미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하루는 모습이 바뀐 주인공을 못 알아보죠. 주인공은 단박에 알아봤는데. 여기서 좀 애틋함이 묻어나긴 합니다. 주인공은 사도의 길을 걷기로 맹세했거든요. 거기다 기억만 있을 뿐 진짜로 지구에 있을 때의 주인공인지도 본인 스스로도 의문이고, 위기에 빠진 여자 주인공에게 가스라이팅 하듯이 지구에 있을 때의 나(주인공)라고 해봐야 응 그래? 할만한 상황도 아니고 되레 한창의 여고생(예정)을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질로 보일뿐이었겠죠. 이세계 히로인들에겐 마음을 열고 편하게 대하는 주인공이 정작 진짜로 좋아했던 여자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러니. 이래서 동정은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쐐기를 박듯이 미하루를 짝사랑하는 남학생도 전이되었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들려오는데, 주인공은 아는지 모르는지 거리만 두려 하네.



맺으며: 그러니까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애틋함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매력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거든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지구산(전생 전) 주인공을 마음에 두고 좋아하면서 전혀 모르는 이세계산(전생 후)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미하루를 두고 바람피운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도 던진다는 것입니다. 혹시 주인공 이 시키 이 상황을 즐기는 걸까? 죽어도 정체를 밝히지 않습니다. 여우 소녀에겐 다 털어놔 놓고 말이죠. 이렇게 되면 진히로인은 여우 소녀가 되나? 아무튼 그래놓으니 사실 주인공과 미하루가 재회했을 때 가슴 뭉클해지는 감격스러운 상봉씬도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음으로써 청춘 러브 코미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라이트 노벨계를 배신했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뭐 재회할 때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고, 그 장면이 클리셰 중에 클리셰다 보니 되레 독이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미하루만 온 게 아니라 친여동생과 의붓 남동생도 같이라는 객식구가 제법 늘어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지구에 있을 때의 주인공 가정사가 드러나죠. 특히 여동생과의 관계는 미하루만큼이나 흥미로운 점을 선사합니다. 여기서 또 운둔형 외톨이들이 좋아할 만한 설정을 보여주죠. 이세계에서 먼치킨이 된 주인공, 수인들이라는 히로인(그것도 꼬마들), 여고생(예정) 소꿉친구, 친여동생. 5권에서는 연상의 로리 선생님도 나올 예정입니다. 참, 여성형 정령도 이번에 합류했습니다. 이 정령은 그동안 주인공 안에 내재되어 있던 정령술이라는 복선이었고 이번 4권에서 회수가 되었는데 등장씬이 하필 아침 침대에서 주물럭 주물럭 클리셰였죠. 아무튼 시간의 엇갈림이라는 설정은 신선했지만, 어둠의 조직이라는 진짜 고리타분한 클리셰(리뷰에선 일부러 언급 안 함)는 좀 어떻게 안 되나 하는 4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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