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정령환상기 04 정령환상기 4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 S노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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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태어난 고향에서 쫓겨나듯, 도망치듯 긴 여행길에 올랐던 주인공은 드디어 친할머니와 사촌 여동생을 만났습니다. 외조부모도 살아 계셨고, 그들에게서 부모의 생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주인공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큰 기쁨은 부모들이 미움받아 쫓겨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고 주인공 또한 환영받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죠. 여기서 주인공의 마음에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엄마를 해친 범인이 아버지까지 해쳤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자 원한을 더욱 키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평범한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준법정신 같은 나약함은 이세계에서는 쓸모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사실 주인공은 많이 참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세상에 내동댕이 쳐지고 슬럼가에서 온갖 악의를 받아 왔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왕녀 납치범으로 오해받아 7살이었던 주인공을 개 패듯 팬 것도 모자라 고문까지 받게 하려 했던 여기사도 있었죠. 오해가 풀렸는지 어땠는지 학원에 강제로 입학 당한 주인공이 비천하다는 이유로 5년 동안 학우들이 가한 온갖 괴롭힘. 결국 누명까지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되어 도망치듯 떠나야 했죠. 뭐 그래도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는 듯이 그를 보살펴준 선생님도 있었고, 여행 중 들린 수인들의 마을에서도 반겨 주기도 했습니다. 친할머니와 사촌 여동생, 외조부모님도 반겨 주었고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부모님의 고향을 떠나 2년 만에 다시 여우 소녀(버스 사고에 휘말려 주인공과 같이 전생한 꼬마 소녀)를 맡겨둔 수인들의 마을에 들려 힐링을 만끽하는 주인공. 사람은 자고로 상냥하고 잘생겨야 합니다. 잘생기지 않아도 주인공만 되면 어찌 된 게 히로인들이 많이 생기는 게 라이트 노벨 특성이긴 합니다만. 2년 전에는 다들 꼬꼬마였던 애들이 많이도 컸습니다. 애들의 성장은 괄목할만하죠. 여우 소녀도 많이 컸습니다. 다들 멋있어진 주인공에게 뿅 갑니다. 하트가 작렬합니다. 작가는 현실 운둔형 외톨이들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재주가 남다릅니다. 운둔형 외톨이들이 보면 부러워할 만한 장면이 있긴 하지만 주인공은 비싼 몸이죠. 즐거운 시간은 언제나 순식간. 2년 동안 주인공을 향한 마음을 키워 왔던 여우 소녀의 아쉬워하는 모습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주인공에겐 할 일이 있거든요.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태어난 고향에 다다를 즘 느닷없이 빛기둥이 솟구칩니다. 여기서 또 전환점이 찾아오죠. 주인공 몸에 잠들어 있던 정령의 인도에 따라 다다른 장소에는 어릴 적부터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소꿉친구 미하루가 있었습니다. 미하루는 주인공이 지구에 있을 때 몇 년 전에 실종된 상태였죠. 그런데 왜 실종전 모습 그대로 이세계에? 시간적으로 따지면 이세계에서 15년, 지구에서 실종 몇 년을 합하면 거의 20여 년 만에 막 전이된 상태로 재회를 하게 된 것일까. 어찌 된 게 어릴 적 해어졌던 친여동생도 같이 있습니다.



이번 4권은 큰 줄거리 없이 재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미스터리를 낳죠. 위에서 언급한 대로 어째서 미하루는 거의 20년 만에 실종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을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녀는 실종되지도 않았고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다 이세계로 전이되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죠. 하지만 주인공은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던가 미하루가 실종되었고 몇 년간 그토록 찾아다녔다고. 이에 따른 복선은 없는 거 보면 작가 나름대로 남녀 사이에서 애틋함을 찾기 위해 시간의 어긋남이라는 설정을 가미한 게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하루는 모습이 바뀐 주인공을 못 알아보죠. 주인공은 단박에 알아봤는데. 여기서 좀 애틋함이 묻어나긴 합니다. 주인공은 사도의 길을 걷기로 맹세했거든요. 거기다 기억만 있을 뿐 진짜로 지구에 있을 때의 주인공인지도 본인 스스로도 의문이고, 위기에 빠진 여자 주인공에게 가스라이팅 하듯이 지구에 있을 때의 나(주인공)라고 해봐야 응 그래? 할만한 상황도 아니고 되레 한창의 여고생(예정)을 어떻게 해보려는 수작질로 보일뿐이었겠죠. 이세계 히로인들에겐 마음을 열고 편하게 대하는 주인공이 정작 진짜로 좋아했던 여자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 아이러니. 이래서 동정은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쐐기를 박듯이 미하루를 짝사랑하는 남학생도 전이되었을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도 들려오는데, 주인공은 아는지 모르는지 거리만 두려 하네.



맺으며: 그러니까 일부러 알려주지 않는 애틋함이 좀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매력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게 아니거든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지구산(전생 전) 주인공을 마음에 두고 좋아하면서 전혀 모르는 이세계산(전생 후) 주인공에게 빠져드는 미하루를 두고 바람피운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도 던진다는 것입니다. 혹시 주인공 이 시키 이 상황을 즐기는 걸까? 죽어도 정체를 밝히지 않습니다. 여우 소녀에겐 다 털어놔 놓고 말이죠. 이렇게 되면 진히로인은 여우 소녀가 되나? 아무튼 그래놓으니 사실 주인공과 미하루가 재회했을 때 가슴 뭉클해지는 감격스러운 상봉씬도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하지 않음으로써 청춘 러브 코미디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라이트 노벨계를 배신했다고도 할 수 있겠군요. 뭐 재회할 때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고, 그 장면이 클리셰 중에 클리셰다 보니 되레 독이 되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미하루만 온 게 아니라 친여동생과 의붓 남동생도 같이라는 객식구가 제법 늘어나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지구에 있을 때의 주인공 가정사가 드러나죠. 특히 여동생과의 관계는 미하루만큼이나 흥미로운 점을 선사합니다. 여기서 또 운둔형 외톨이들이 좋아할 만한 설정을 보여주죠. 이세계에서 먼치킨이 된 주인공, 수인들이라는 히로인(그것도 꼬마들), 여고생(예정) 소꿉친구, 친여동생. 5권에서는 연상의 로리 선생님도 나올 예정입니다. 참, 여성형 정령도 이번에 합류했습니다. 이 정령은 그동안 주인공 안에 내재되어 있던 정령술이라는 복선이었고 이번 4권에서 회수가 되었는데 등장씬이 하필 아침 침대에서 주물럭 주물럭 클리셰였죠. 아무튼 시간의 엇갈림이라는 설정은 신선했지만, 어둠의 조직이라는 진짜 고리타분한 클리셰(리뷰에선 일부러 언급 안 함)는 좀 어떻게 안 되나 하는 4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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