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마녀와 용병 01 - S Novel+ 마녀와 용병 1
초호키테키 카에루 지음, 카나세 벤치 그림, 정대식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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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리뷰는 필자 주관이 많이 들어가 있으며, 다른 분들과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알립니다.





본 작품은 내 집 근처에 사자나 호랑이가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습니다. 나 혼자라면 딴 데 이사 가거나 도망가면 되겠죠. 그러나 피치 못해 살아야 하고, 지켜야 될 가족이 있다면? 엽사를 부르거나 내가 직접 무기를 들고 처치하러 가야겠죠. 사자나 호랑이 입장은 생각도 안 하고요. 원래부터 살고 있었고, 사람을 해친 적도 없는데도요. 마녀 '시이셔'는 늘 인간들에게 쫓겨 다녔습니다. 그저 남들은 쓰지 못하는 마술을 쓸 수 있다는 이유로요. 시이셔가 있는 대륙에서는 마술을 쓰는 사람을 마녀로 몰아 죽이고 있습니다. 천재지변을 일으켜 사람을 해친다는 이유로요. 실제로 마녀가 그런 일을 해왔는지는 소문으로만 떠돌 뿐 확인된 건 없습니다. 나라의 위정자들은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도구로서 마녀사냥에 몰두하면서 마녀들은 더욱 궁지에 몰려가죠. '시이셔'는 어느 귀족가의 가문 계승 문제에 얽혀 실적에 눈이 먼 장남 패거리들의 공격을 받습니다. 거기서 '시이셔'는 용병 '지그'와 만나게 되죠. 지그는 용병으로 다져진 탁월한 실력으로 시이셔를 몰아붙입니다. 순식간에 결판이 나고 지그는 마녀를 제압하는데 성공하죠.



이 작품은 있을 곳이 없어진 마녀와 그녀에게서 호위 의뢰를 받은 용병의 이야기입니다. 시이셔가 귀족 장남을 요단강 건너로 보내면서 의뢰인이 없어진 지그는 마녀의 호위 의뢰를 수락하죠. 그녀의 의뢰는 단순합니다. 마녀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까지 인도하는 것. 하지만 이 대륙 어딜 가도 마녀가 있을 곳은 없습니다. 나라의 위정자들은 마치 여우 사냥하듯이 마녀를 사냥하고, 사람들은 두려움에 몽둥이를 들고 때려잡으려 들죠. 마녀는 그저 살고 싶어서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없앴을 뿐인데. 적어도 시이셔를 그런 삶을 살아왔습니다. 사는 곳을 옮겨도 어떻게 알고 왔는지 사람들은 군대를 몰고 옵니다. 이번엔 용병까지 해서 수백 명(아니 수십 명인가)이 몰려왔죠. 그중에 살아남은 사람은 지그와 몇몇뿐. 그만큼 시이셔의 실력도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마녀가 이 대륙에서는 살 곳이 없으니 그렇다면 다른 대륙으로 넘어가면 어떨까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있을지도 모를 다른 대륙으로의 여행. 미지의 두려움과 설렘. 그곳으로 가도 정말로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기에는 시이셔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은 없으니까요.



맺으며: 리뷰 쓰다가 갑자기 의욕이 없어져 버렸는데, 필자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으로 흘러가서 필자 멋대로 실망한 작품입니다. 있을 곳이 없어진 마녀가 있을 곳을 찾기 위해 유일한 이해자인 용병과 함께 험난한 여행길을 떠나는 이야기인가 했었죠. 힘을 가진 자(마녀)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마왕으로 몰아 줄기차게 토벌하려 들고 도망자 신세를 그리는가 했습니다. 그러다 사랑에도 눈 뜨고. 그러나 너무나 허무하게 신대륙으로 넘어가버렸고, 그곳엔 마녀라는 개념은 없다고 서술하죠. 이것만 놓고 보면 사실 시이셔에겐 가나안의 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여행 과정을 생략한 채 바로 엔딩(안주할 땅에 도착)으로 넘어가버린 듯한 전개가 되었다는 것이고, 도착한 신대륙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세계풍 판타지 세계관이었던 것, 마술이 흔하게 쓰이고, 모험가와 길드가 있고, 마물이 있으며 모험가는 이를 토벌해서 빌어먹고 살고 있는 흔하디흔한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쫓기는 마녀라는 신선한 소재를 이렇게 버려 버린다고? 시이셔는 모험가가 되어 마물을 토벌해서 살아가는 길을 택하죠. 몇 페이지 만에 여느 이세계물이랑 똑같은 흐름이 됩니다.



물론 작가 딴에는 핍박받던 세계에서 도망쳐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마녀를 그리려 했나 봅니다만, 사실 그에 맞게 시이셔는 매일매일이 신선하고 무언갈 배우는데 즐거워하죠. 하지만 마녀로서 얼마만큼 고생을 했는지, 여행을 하며 얼마만큼의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생 고생해서 넘어와 비로소 행복을 손에 넣은 주연들에게서 얻는 성취감을 작가는 무시한 거죠. 마녀로서의 소재는 희석되어 버리고 어디 촌뜨기가 상경하여 모험가가 되어 마물을 퇴치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를 그려 갑니다. 물론 한 미모 하는 시이셔를 어떻게 해보려는 모험가들이라는 클리셰도 있고, 그에 따른 트러블이라는 클리셰도 있고, 남주에 해당하는 지그에게도 히로인들이 들러붙는다는 클리셰 등 1권 만에 여느 이세계 판타지 이야기랑 비슷한 전개가 펼쳐집니다. 시이셔는 마녀라는 먼치킨이 되었고요. 뭐 그래도 안대녀와 백발녀 에피소드는 재미있었습니다. 스포일러이자 이번 1권에서 최대 백미인지라 언급은 못하지만 이들이 분위기를 살려 주었죠. 세상 물정 모르지만 배움이 빠른 시이셔의 사회생활도 흥미로웠지만 그냥 킬링 타임으로 좋은 작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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