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철의 마법사 1 - 재능 없는 제자의 수행담
마요이 도후 지음, 뉴무 그림, 이승원 옮김 / 라루나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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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다수 들어가 있고 글이 꽤 깁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아직도 출판계에서 진행 중인 이세계 전이물이라지만 일본에서 언제 나왔는지 모르니 싸잡혀 비난받기엔 억울할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작품 또한 이세계 전이물이고요. 고등학교 한 학급을 유괴하다시피 이세계로 전이 시켜버린 마법왕국 아델하이트라는 나라는 다가올 마왕과의 결전을 대비한답시고 애들을 용사로 치켜세웁니다. 게임 감각으로 환호하는 아이들에게서 이 작품의 일그러짐을 엿볼 수가 있죠. 그걸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스테이터스 공개로 아이들 사이에 힘의 강약이 정해지고 보통 이렇게 힘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이야기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괴롭힘당하는 아이가 생깁니다. 일명 무능아라는 것이죠.

 

히로인 '하루나'는 현실에서 만능 스포츠 걸로 구기 종목부터 해서 격투 부분까지 섭렵한 셀럽이지만 이세계에선 마을 아낙보다도 못한 스테이터스가 공개되어 버리고 맙니다. 현실에선 누구도 이기지 못했던 여걸이 이세계에선 아낙 수준, 당연한 수순으로 반 아이들에게선 경멸이라는 단어가 생기죠. 그래서 아이들을 소환한 '요셉'이라는 영감은 이 하루나를 '데니스'라는 남자에게 보내버립니다. 일명 무능아 떠넘기기인데요. 데니스는 십수 년 전에 이세계로 흘러든 하루나와 마찬가지로 전이자입니다. 마법사로써 높은 경지에 이르러 왕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임에도 그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나는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가 그대로 성장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목욕신에서 오늘 처음 본 데니스에게 등을 밀어주겠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거의 전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데니스에게 제자로 들러간 이유도 자신을 경멸한 아이들에게 으스대기 위해서라고 하죠. 마법을 배울 때도 머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싫어하면서 동화책에 나온 고블린 용사에 심취해 노력하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순수함을 바탕으로 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은 정도가 없고 데니스는 매일 상처를 받아 가죠. 하루나는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성격일까. 그건 현실에서 아무도 그녀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녀에게 윤리를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무능아와 왕국 최고 실력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그는 하루나를 제자로 받아들이죠.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는데 홍콩 영화 배우 성룡이 출연하는 가령 취권이라는 영화를 보면 성룡이 사부를 찾아가 혹독한 수련 끝에 강해지는 그런 수순이었다면 이것도 하나의 왕도니까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나는 정권 찌르기로 만으로도 레벨이 쑥쑥 커가요. 결국 사부가 할 일은 그녀가 앞으로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만 제시할 뿐 할 일은 없게 되죠. 하루나는 뭘 해도 안 되는 무능아가 아니라 레벨 1부터 성장하는 타입이었던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왕도냐 정도냐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능아는 더이상 무능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걸 알게 돼요. 돼지우리에서 진주를 찾은 격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흐름이라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는 식상한 이야기겠죠.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보통 이런 작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라는 클리셰임에도 그걸 벗어나 바로 히로인(주인공)을 비틀어 버린다는 것이군요. 물론 같이 소환된 다른 아이들에게도 문제는 보입니다. 힘의 서열에 취해 어제까지 사이가 좋았던 절친을 깎아내린다던지 힘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왕도적인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역시 룰이 없으니 해치우기 쉽네' 이 말은 하루나가 수련의 목적으로 코볼트 사냥에 나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여기서 룰이란 현실의 법률이라 할 수 있죠. 그녀는 현실에서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노력을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그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게 커지면서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룬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죠. 그러나 노력은 하되 인간의 존엄성은 해치지 말라는 교육은 받지 않은 듯한, 제일 섬뜩했던 게 검도 시합에 나갔을 때입니다. 하루나와 대결했던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죠. 시합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고, 마치 진검으로 승부하는 것 같은 귀기가 있었다고, '룰' 그 족쇄가 이세계로 오면서 풀어지게 됩니다.

 

코볼트를 사냥하면서 피에 대한 거부감 전무, 인간형 마물을 해치면서 피로 칠갑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꼬리를 서슴없이 자르는 모습에서 이런 거와 동떨어진 현대를 살아갔던 여고생이 할 짓인가하는 의문이 생기죠. 픽션이고 다른 이세계물의 주인공들도 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녀의 성격을 대입하면 섬뜩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하죠. 그 예로 슬럼가에서 범죄자들을 소탕할 때 범죄자들을 마물로 취급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깨부숴버린다던지 수십 명을 죽이면서도 정신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다든지, 범죄 집단 소굴에 잡혀 강x을 당했던 여자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든지...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모른척하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죠. 어떻게 보면 공과사를 극명하게 본다는 주인공 답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놓고 노력의 결과라고 할 히로인(주인공)이라는 것이죠. 아니 범죄자 소탕에서 이미 그녀는 그동안의 수련의 성과를 볼 겸 대인전 경험이 목적이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근데 뭔가 삐걱거리는 걸 알 수 있죠. '룰을 팔아먹고 윤리까지 팔아먹은 거냐'라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철봉으로 범죄자 머리를 일격에 터트려 버리는 대목은 또 쓰지만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이면엔 '데니스'라는 사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기도 현실 일본에서 온 문명인이라면 그녀가 하는 일에 제어판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일절 관여하지도 않고 오히려 부추기기만 하죠. 이런 성격은 하루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나는 제어가 없으니 무엇이 올바른지 하루나는 더더욱 모르게 되죠. 범죄자라고 다 같은 범죄자도 아니고 죽어마땅한 범죄자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범죄자도 있습니다. 죄목을 판단하는 건 사법부이지 정의랍시고 개인이 휘두르면 사회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고등학교까지 교육받은 하루나가 그걸 모를 리 없었을 테죠. 사이코패스가 왜 사이코패스로 불리는가를 하루나가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타인이 받는 고통을 모르니까...

 

맺으며, 하루나는 노력을 맹신한다고 할 수 있어요. 노력만 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 근간이 그녀를 키우는 원동력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죠. 현실에서의 검도 시합도 그렇고 중간중간 그녀의 행동을 서술한 부분 등 무엇이든 노력으로 뛰어넘고 성취감을 느껴가는 것에서 아름답다기 보다 소름이 돋습니다. 분명 밝은 계열 판타지인데 이런 흐름이다 보니 다크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랄까요. 순수하니까 잔인하다. 천진난만하니까 직설적이다. 즉 그녀는 이런 자신을 의문시하지 않고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자칫 무미건조한 이세계 전이물로 그냥 그런 작품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에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스파이스를 넣으면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게 있습니다. 하루나만이 아니라 남주 데니스 또한 그런 면을 보이는데요. 범죄자 소탕전에서 데니스가 보여준 행동은 하루나를 뛰어넘는 것에서 그의 성격도 어딘가 파탄이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하루나 이외의 인물들에서도 행동을 속박했던 법률이 없어졌을 때 무엇이 일어나나 같은 것도 보여주죠.. 이건 다른 여타 클래스 이동물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니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는 하지 못합니다만. 우리가 룰을 지키며 살아야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주겠습니다.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히로인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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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답소환 :// 블러드 사인 2 - NT Novel
카마치 카즈마 지음, 이카와 와키 그림, 김소연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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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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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설정에 관한 건 1권 리뷰 https://blog.naver.com/ssi29/220607395684 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쓸려니 귀찮네요. 1권이 나오고 무려 3년 만에 2권이 나왔습니다. 거기에 1권 증쇄는 없고요(다 절판). 누가 NT노벨 아니랄까 봐. 아무튼 어마금으로 유명한 카마치 카즈마의 또 다른 작품인데요. 내용적으로 보면 여느 라노벨과 비슷한 중2병이라는 가방을 둘러매고 설정엔 어딘가 구멍이 보이지만 필력으로 그걸 막아버리는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능력을 너무 구사하여 독해력을 엄청 끌어올려버리는 바람에 초반에 나가떨어지는 단점을 보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1권에 이어 2권도 키워드는 '언니'가 되겠습니다. 동생을 위해서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언니의 눈물겨운 행동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요. 1권에서 렌게와 히간의 자매가 그랬던 것처럼, 2권에서는 수년 전 살해당한 언니의 유령이 나타나면서 일상생활에 어그러짐이 발생한 '도서 위원(끝까지 본명 안 나옴)'이 언니라는 유령이 보내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그것으로 인해 언니가 얼마나 자신을 아끼는지 새삼 깨달아가는 휴먼 드라마라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언니라는 유령이 자신의 삶을 방해하기 위해 나타나는 줄만 알았어요. 그래서 주인공 '쿄우스케'에게 성불 의뢰를 하죠. 하지만 그것이 세계를 지킨다는 인류 멸망급 사건으로 발전할 줄이야 지금은 알았겠습니까.

 

뭐, 아무튼 머리가 아프네요. 뭘 어떻게 리뷰를 써야 될지 감이 안 잡힙니다. 350페이지라는 라노벨치곤 약간 많은 페이지 수를 자랑하지만 그 안에 함축된 내용은 이보다 많은 분량을 자랑하거든요. 거기에 등장인물들 개개인의 색깔이 극명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 허투루 쓸 수가 없어요. 또한 처음부터 결말이라는 스포일러를 안고 가기에 이보다 리뷰 쓰기 부적합한 작품도 없다고 자부하는군요. 당장에 표지모델인 학생회장(앞쪽 캐릭터)만 봐도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입니다. 그녀는 핵심까지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실마리를 쥐고 있어서 그녀를 언급하면 자연스레 스포일러도 같이 까발려지는 부조리가 있어요.

 

그럼에도 약간 스포일러 하자면, 학생회장과 도서 위원의 관계를 들 수가 있는데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소환사와 빙의자가 주축이 됩니다. 소환사는 다른 세계에서 피조물을 불러내 빙의자 몸에 부착해서 적대자와 싸워요. 여기서 특이한 게 저렇게 글래머(이 단어도 이젠 성차별이려나)인 학생회장이 당연 진히로인이라 생각하겠죠. 그리고 소환사 주인공의 빙의자 되어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가는 전형적인 이야기일 거라는 추측. 하지만 그렇게 생긴 히로인에게 속지 말라고 이 작품은 이야기합니다. 생각의 틀에서 벗어나라는 듯 어딘가 음침하고 음흉할 거 같은 도서 위원이 이야기 진행에 주축이 되어 히로인일 거 같은 여자를 밀어내 버리는 특징이 있어요.

 

그렇게 주인공과 도서 위원은 소환자와 빙의자라는 페어가 되어 세계를 자기 멋대로 주무르려는 악당과 맞서 가죠. 그 과정에서 수년 전에 죽었던 언니의 유령이 왜 지금 자기 앞에 나타났는지 조금식 알아가는 도서 위원의 마음의 변화가 참 애달프기 짝이 없어요. 거기에 자신은 이미 죽어 버렸지만 그래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생을 시기하지 않고 진정한 축복을 내려 주려는 언니의 마음도 참 애달프게 합니다. 그 마음이 주인공을 움직이게 하고 세계보다 개인을 선택하는 주인공의 갈등도 심도 있게 잘 표현 해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타인의 행복엔 발 벗고 나서면서 정작 자신의 행복은 등한시하는 주인공은 누가 구원해줄 것인가 하는 난제도 나타기도 하죠.

 

난제? 해답이 있기야 있어요. 그게 진성 얀데레 '하얀 여왕(1권 표지 모델)'이라는 것에서 주인공에겐 나무아미타불이라는 상황이라는 것이지만요. 이번에도 등장하여 주인공을 아주 못살게 구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의 인과를 비틀어버릴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면서 주인공을 더욱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맙니다. 무언가를 해결해줘도 보답받지 못하는 인생, 과거 무슨 인연이 있었기에 이리도 착 달라붙어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이기도 하였군요. 참고로 하얀 여왕은 소한되는 피조물입니다. 피조물중 최상위 미답급으로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 세계가 멸망할 수 있는, 이 작품의 핵심 인물이기도 하죠.

 

맺으며, 괜히 미사카 시스터즈를 만들어낸 작가 아니랄까 봐 언니와 동생이라는 유대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1권에서 렌게와 히간의 자매의 유대가 도서 위원과 죽은 언니에게로 이어지는 것에서, 다른 내용을 다 떠나서 이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군요.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밖에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리얼충 폭발해라 일색인 초반 스토리는 좀 오글거려서 읽기 거북한 점도 있기도 하였군요. 하지만 그게 다 세계의 평화와 이어지는 사전 포석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고 나서 짜증은 좀 수그러들었긴 합니다.

 

아무튼 누가 어마금 작가 아니랄까 봐 히로인들은 참 많이 나오는데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보다 처절한 작품도 또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이 점(히로인)은 어마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죠. 이 작품에서는 잊혀진다는 소환자 특성에서 오는 부조리이지만요. 그럼에도 달릴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운명은 참 안타깝게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에 대해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5점 정도 주겠습니다. 초반 리얼충 폭발해라에서 점수가 깎였고, 설정에서 말로 때우는 부분이 많아 점수가 많이 깎였습니다. 독해력 요구하는 부분은 이런 점을 커버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건지 아님 필자의 머리가 돌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독자의 머리도 좀 생각해줬으면 좋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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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5 - SL Comic
카규 쿠모 지음, 쿠로세 코우스케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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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수로에 고블린이 있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왜 챔피온이 있는 거냐고. 설정상 고블린은 초보 모험가가 잡는 잡몹 취급이면서 챔피온으로 진화를 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많은 모험가를 때려잡아야 가능할까 하는 모순점이 있습니다. 챔피온은 인간으로 치면 은 등급에 해당하는 산전수전 다 겪고 몇 년은 살아남아야 도달 가능한 개체. 이전 오우거도 그렇고 로드(왕)도 그러고 이렇게 강한 개체가 나오면 군이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겠건만 그놈의 체면이 뭔지 엄한 사람만 죽도록 고생 시켜요. 나중엔 성전사(팔라딘) 고블린까지 나오는데 이 정도면 중급 모험가도 제법 당했을 텐데도 길드에서는 꿈쩍을 안 하니 이에 고블린 슬레이어만 죽어납니다.

 

덩달아 여신관은 맨날 고생이고 엘프녀를 비롯해 드워프와 리자드 신관 동료들도 괜히 모험 하자며 찾아왔다가 이거 지뢰 밟은 것마냥 목숨이 몇 개 있어도 모자라니 이쪽으로 가도록 주사위를 던진 신을 욕해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지하수로에서 챔피언을 맞이하여 뼈와 살이 분리되는 게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우리의 고블린 슬레이어와 동료들. 나아가 쫄따구 고블린 대군까지 합세하는 통에 엘프녀는 위기에 맞아가고 여신관은 살이 뜯겨 나갑니다.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없다는 고통은 육체적 고통보다 더 크지 않았을까. 고블린 슬레이어는 주마등을, 스승에게 뚜뚤겨 맞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아무튼 아는 사람만 반응한다는 리저렉션이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음행으로 이어져서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다는 술법, 잠에서 깨어나는 여신관이 하는 말이 참 인상 깊었죠. 음행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는 우려보다 '보셨어요'를 말하는 건 그를 배려해서 일까. 아니면 그럴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했던 말일까. 어느 쪽이든 여신관으로써는 기회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고블린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한 여신관이라고 해야 할까(1). 하지만 그런 것보다 뜯겨 나갔던 상처를 걱정해주는 그에게서 따뜻한 무언가를 느끼는 여신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분위기 파악 못하고 쳐들어오는 엘프녀에게 저주를...

 

검의 처녀, 금등급으로 과거 마신을 쓰러트린 용사 일행 중 한 명인 그녀의 걱정거리가 밝혀집니다. 원작에서는 진즉에 밝혀지긴 했지만, 과거 신출내기 일 때 당했던 고블린에 대한 안 좋은 기억들, 그걸 자조하며 난 처녀가 아니니까 하는 부분에서 그녀가 얼마나 고블린을 미워하는지 그리고 두려워하는지 잘 나타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분노와 두려움, 그걸 뛰어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이용하겠다는 것마냥 '저를 구해 주시겠어요?'하는 부분은 안타깝기도 하고 소름돋기도 했었군요. 그래서 그녀는 여신관을 이용해 리저렉션의 술법을 펼친 게 아닐까. 아마 검의 처녀 자신도 리저렉션을 시도해봤으리라(2).

 

동료들, 어느새인가 인식으로 하고 보니 주위에 동료들이 있는 게 자연스러워진 일상. 늘 혼자 다니며 세상 모든 시궁창을 짊어지고 이 목숨이 다하는 한이 있더라도 고블린만은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온 그에게 자기 좋을 대로 한다며 따라오는 여신관을 바라보며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을까. 이제는 자신만이 아닌 동료들의 목숨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나아가는 그에게서 더 이상 시궁창의 그늘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행실이 중요하다고 했던가요. 오로지 고블린만을 찾아대서 불만이긴 한데 그것만으로도 웃을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주변 사람들이 알아가면서 그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가는 부분도 참 인상 깊죠.

 

맺으며, 지하 수로전은 6권으로 이어집니다. 6권에서 검의 처녀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을까 싶네요.


 

  1. 1. 고블린 슬레이어는 고블린 성애자라고 필자는 정의 해봄...
  2. 2. 리저렉션 술법은 처녀와 동침 시킴으로서 어떤 상처든 치유 시키는 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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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용사의 복수담 4 - S Novel
우사키 우사기 지음, 시라코미소 그림, 손종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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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등 위키백과엔 이 작품에 대한 카테고리가 없어서 저 분홍머리가 누구인지는 아직 모르겠군요. 다짜고짜 애니메이션 한 장면처럼 길모퉁이에서 주인공과 박치기 후 '나는 재앙을 불러오는 존재'라며 으름장을 놓아요. 그러곤 성도(도시)를 지금 당장 떠나라고 하는데요. 느닷없는 지금의 만남이 우연이라고 치기엔 뭔가 석연찮고 노린 거 같은데 4권에서는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는군요. 다만 후반부에서 또 다른 복수자를 자처하는데 성격이 엘피와 판박이인 걸 보면 다른 시공에서 온 주인공과 엘피의 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가설을 내리냐면 주인공도 첫 번째 생에서 죽고 30년 뒤에 원래의 모습 그대로 다시 나타났거든요.

 

아무튼 디오니스인지 디오스 냉장고인지를 상대로 주인공은 각성을 이룬 끝에 복수를 끝내긴 했지만 류자스의 난입으로 죽을 동 살 둥 도망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지금은 실력이 안 되어 류자스를 죽일 수 없는지라 다른 복수자를 찾아 성도(교회 도시)에 왔습니다. 여기에 복수 대상자 3명이 있었고 이들을 어떻게 죽일까 연구를 해 가죠. 그런데 그중 두 명이 회개하여 고아원을 열어 고아들을 극진히 보살피고 있었고 세간의 평판도 대단히 좋아서 주인공으로써는 난감한 상황에 몰려 가요. 자, 여기서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선택을 강요합니다. 과거를 반성하고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까지 죽일 정도로 너는 썩었느냐 하는...

 

하지만 주인공은 첫 번째 생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까먹고 있지 않았습니다. 1권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세상은 순진한 사람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걸, 똑같이 두 번이나 당하면 이건 주인공 자격이 없는 것이겠죠. 그래도 일말의 기대는 있었지만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걸 주인공은 또다시 알아버려요. 회개하여 성실히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던 두 명의 연금술사에 의해 고아원에서 자행되고 있는 '미사카 시스터즈'발동 계획, 그리고 성도를 지키는 성당기사단과의 유착 관계 등 이 세계는 선한 사람들을 가시밭길로 인도하는 그런 추악한 세계라는 것마냥 고아들을 희생 시켜 사리사욕을 챙기려는 아포칼립스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어마금 히로인 체세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미사카 동생'들이 이 작품에 등장한다면 그에 해당될 주인공 '이오리'의 클론 두 개체, '아마츠'와 '오르가'는 주인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게 되죠. 고아들을 지키려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도와 달라는 외침을 외면하지 않은 채 힘도 없으면서 악에 맞서가는 진정한 용사 아마츠, 그런 용사를 반푼이 취급에 힘이 곧 정의라는 것마냥 약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자칫 주인공 이오리가 복수에 먹힌다면 이러지 않을까 하는 표본으로 자란 '오르가'를 대척점으로 내세워 주인공 이오리에게 무엇이 옳은지를 보라고 합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것이 아닌 처음에 다짐했던 마음을 잊지 말자는 가르침이 있지 않을까 했군요.

 

성도에서의 마지막 세 번째 복수 대상자는 그야말로 쓰레기의 표본으로 등장합니다. 세상은 날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주인공이 마음 놓고 걱정 없이 죽일 수 있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의 등장은 자칫 복수라는 진행될수록 무미건조해지는 이야기에 스파이스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나설 자리는 없군요. 쓰레기를 상대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주인공이 아닌 엑스트라가 이렇게 활약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처절한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것 또한 주인공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힘이 없다 하여도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 선량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용사라는 것을...

 

이번엔 주인공 이오리가 나설 자리는 그리 많지가 않았군요. 용사를 버리고 복수자가 되어 사도의 길을 갈려는 주인공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이 아님을, 진정한 용사란 무엇인지 엑스트라를 통해서 배우라는 것마냥 주인공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용사의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겠지만 그래도 날 죽인 놈들은 용서 못하는 곧은 성격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거기에 선량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구할 수 있으면 구한다는 신념, 사실 낯간지러운 이야기이긴 한데 소년+영웅물에서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맺으며, 엘피와 주거니 받거니 장난치는 장면에서는 어딘가 흐뭇함이 묻어납니다. 샤워를 하고 나와서 주인공 보고 머리를 말려 달라거나 그걸 거부하지 않고 말려주는 주인공 하며, 잘난 척 거드름 피우는 엘피의 머리카락을 태워버린다거나, 먹보처럼 항상 먹을 것을 들고 다니는 엘피를 바라보며 식겁하면서도 어울려주는 센스, 같은 방을 써도 덮치지 않는 재미없는 일상생활에 약간은 심술도 부려봅니다. 하지만 그걸 비웃듯 복수 대상자들이 벌이는 추악한 짓거리들은 이 작품의 장르가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걸 단죄하면서 읽는 독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재주가 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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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고문공주 2 - Novel Engine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우카이 사키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전편에서 최고위 악마 [황제]의 계약자 블라드를 쓰러트리면서 악마 사냥에 9부 능선을 넘나 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질 한다고, 아니 오히려 윗대가리가 없어졌으니 거리낄 게 뭐 있나 하며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서열 2위 악마 [대왕]은 엘리자베트에게 정신계 공격을 감행합니다. 세계 유수의 실력자이면서 방심을 왜 해가지고 덜컥 정신 공격에 당하고 마는 엘리자베트, 스텟치를 저항력에 투자를 안 했는지 그녀는 그 한 번의 공격에 능력이 봉인 되어 버려요. 아이고야 이거 큰일 났네. 본격적으로 눈에 가시인 엘리자베트를 처리하려는 [대왕]은 자기 밑 학번들을 불러다 인간어뢰로 쓰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의 히어로 구하기가 시작됩니다. 학대당한 끝에 죽어버린 자신을 부활 시켜주고, 옷을 주고, 있을 곳을 주고, 은근히 내가 지켜줄 테니 넌 싸우지 마라라는 프레셔를 보내는 그녀에게 뭔가를 느꼈는지 능력을 봉인 당해 골골 거리는 엘리자베트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카이토는 동분서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이고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라는게 딱 이런 경우일까요. 조만간 [대왕]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온다고 하지, 솟아날 구멍은 없지, 엘리자베트는 재물을 가지고 떠나라고 하지, 진짜 영혼을 팔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이번 이야기는 무력한 자신을 탈피해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되나를 보여줍니다. 하늘에, 신에게 아무리 간절히 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린 주인공 카이토는 히어로가 없는 세상 따위를 외치며 금단의 영역에 들어섭니다. 어차피 엘리자베트가 화형 당할 때 자신도 화형 당할 테니 지금 물불 가릴 필요는 없어요.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을 구원해준 히어로 엘리자베트를 구하는 것.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것이 아닌 지렁이라도 할 땐 한다는 것마냥, 엘리자베트에게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히나는 그런 주인공의 마음에 응답하여 몸을 불사르는 장면은 참...

 

아무튼 간에 '히나'가 왜 인기를 끄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1권에서 뜬금없이 주인공 보고 다짜고짜 서방님이라 부르며 분위기 쇄신에 힘썼던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던 필자는 여전히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해 좌절을 해야만 했군요. [대왕]을 맞이해 지고지순이라기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인 그녀의 헌신은 솔직히 섬뜩하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이 한 몸 받친다는 것, 사실 아무나 못하죠. 그래서 더욱 필자는 이 작품에 작지만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히나는 로봇으로 주인공을 사모하는 마음은 심어진(프로그램) 것이죠. 진부하지만 심어진 사랑이라도 진실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 카이토는 전생에서 17년 인생 동안 학대 당한 끝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듣도 보도 못한 채로요. 그런 그에게 프로그램된 사랑을 들이미는 건 어쩌면 잔혹함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접근법이 필요해 보이지만 작중엔 그런 흐름은 전혀 없다는 것에서 또 다른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더욱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진실된 사랑으로 발전시켜가는 모습에서 좀처럼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녀가 만들어진 존재라서 그렇다기보다 밑 바탕이 없다는 위화감에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감정을 키워가는 것이 아닌, 길 가다가 당신을 좋아합니다를 듣고 사귀는 거 같은 맥락 없는 분위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요. 물론 첫눈에 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도 합니다만. 히나의 경우는 좀 다르죠. 그래서 지독한 독감에 걸려 비몽사몽하면서도 내린 1권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재차 확인하는 수준의 2권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기에 필자가 느꼈던 점을 써봤을 뿐이고 작품의 수준이 어떻고 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호불호는 늘 있기 마련이죠. 필자는 불이지만요.

 

맺으며, 아마 3권은 구매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히나의 마음이 필자와 맞지 않은 것도 있지만 뭣보다 전자제품 설명서 같은 내레이션으로 인해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군요. 좀 더 극적으로 쓸 수 있었음에도,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속된 말로 표현하면 국어책 읽는 듯했다고 할까요. 단어 구성에도 뭔가 원어 그대로 번역해서 쓴 듯한, 우리나라 분위기에 맞게 고쳐 쓴다기보다 그냥 뜻만 전하면 된다는 영화 자막처럼 배려가 좀 부족해 보였습니다. 원서가 문제인지 번역이 문제인지... 포션 빨 1권을 보신 분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려나요. 특수문자 배치도 어딘가 어색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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