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철의 마법사 1 - 재능 없는 제자의 수행담
마요이 도후 지음, 뉴무 그림, 이승원 옮김 / 라루나 / 201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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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다수 들어가 있고 글이 꽤 깁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시거나 페이지를 닫아 주세요.

 

 

 

 

아직도 출판계에서 진행 중인 이세계 전이물이라지만 일본에서 언제 나왔는지 모르니 싸잡혀 비난받기엔 억울할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 작품 또한 이세계 전이물이고요. 고등학교 한 학급을 유괴하다시피 이세계로 전이 시켜버린 마법왕국 아델하이트라는 나라는 다가올 마왕과의 결전을 대비한답시고 애들을 용사로 치켜세웁니다. 게임 감각으로 환호하는 아이들에게서 이 작품의 일그러짐을 엿볼 수가 있죠. 그걸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스테이터스 공개로 아이들 사이에 힘의 강약이 정해지고 보통 이렇게 힘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이야기에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괴롭힘당하는 아이가 생깁니다. 일명 무능아라는 것이죠.

 

히로인 '하루나'는 현실에서 만능 스포츠 걸로 구기 종목부터 해서 격투 부분까지 섭렵한 셀럽이지만 이세계에선 마을 아낙보다도 못한 스테이터스가 공개되어 버리고 맙니다. 현실에선 누구도 이기지 못했던 여걸이 이세계에선 아낙 수준, 당연한 수순으로 반 아이들에게선 경멸이라는 단어가 생기죠. 그래서 아이들을 소환한 '요셉'이라는 영감은 이 하루나를 '데니스'라는 남자에게 보내버립니다. 일명 무능아 떠넘기기인데요. 데니스는 십수 년 전에 이세계로 흘러든 하루나와 마찬가지로 전이자입니다. 마법사로써 높은 경지에 이르러 왕국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임에도 그는 은둔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나는 순수함을 간직한 아이가 그대로 성장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천진난만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목욕신에서 오늘 처음 본 데니스에게 등을 밀어주겠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거의 전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데니스에게 제자로 들러간 이유도 자신을 경멸한 아이들에게 으스대기 위해서라고 하죠. 마법을 배울 때도 머리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싫어하면서 동화책에 나온 고블린 용사에 심취해 노력하려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순수함을 바탕으로 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은 정도가 없고 데니스는 매일 상처를 받아 가죠. 하루나는 그걸 인지하지 못합니다. 왜 이런 성격일까. 그건 현실에서 아무도 그녀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구도 그녀에게 윤리를 가르치지 않은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무능아와 왕국 최고 실력자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그는 하루나를 제자로 받아들이죠.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는데 홍콩 영화 배우 성룡이 출연하는 가령 취권이라는 영화를 보면 성룡이 사부를 찾아가 혹독한 수련 끝에 강해지는 그런 수순이었다면 이것도 하나의 왕도니까 나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나는 정권 찌르기로 만으로도 레벨이 쑥쑥 커가요. 결국 사부가 할 일은 그녀가 앞으로 성장으로 이어지는 길만 제시할 뿐 할 일은 없게 되죠. 하루나는 뭘 해도 안 되는 무능아가 아니라 레벨 1부터 성장하는 타입이었던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왕도냐 정도냐의 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능아는 더이상 무능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 가능성은 더 크다는 걸 알게 돼요. 돼지우리에서 진주를 찾은 격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런 흐름이라면 여느 이세계물과 다를 바 없는 식상한 이야기겠죠.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보통 이런 작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건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이라는 클리셰임에도 그걸 벗어나 바로 히로인(주인공)을 비틀어 버린다는 것이군요. 물론 같이 소환된 다른 아이들에게도 문제는 보입니다. 힘의 서열에 취해 어제까지 사이가 좋았던 절친을 깎아내린다던지 힘에 취해 범죄를 저지르는 왕도적인 모습을 보여요.

 

그런데 '역시 룰이 없으니 해치우기 쉽네' 이 말은 하루나가 수련의 목적으로 코볼트 사냥에 나갔을 때 했던 말입니다. 여기서 룰이란 현실의 법률이라 할 수 있죠. 그녀는 현실에서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노력을 하라는 말을 듣고 자랐고, 그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 게 커지면서 노력만 하면 무엇이든 이룬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죠. 그러나 노력은 하되 인간의 존엄성은 해치지 말라는 교육은 받지 않은 듯한, 제일 섬뜩했던 게 검도 시합에 나갔을 때입니다. 하루나와 대결했던 주변에서 이런 말을 하죠. 시합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거라고, 마치 진검으로 승부하는 것 같은 귀기가 있었다고, '룰' 그 족쇄가 이세계로 오면서 풀어지게 됩니다.

 

코볼트를 사냥하면서 피에 대한 거부감 전무, 인간형 마물을 해치면서 피로 칠갑을 하고 아무렇지 않게 꼬리를 서슴없이 자르는 모습에서 이런 거와 동떨어진 현대를 살아갔던 여고생이 할 짓인가하는 의문이 생기죠. 픽션이고 다른 이세계물의 주인공들도 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그녀의 성격을 대입하면 섬뜩하지 않을 수 없어요. 마치 '사이코패스'를 보는 듯하죠. 그 예로 슬럼가에서 범죄자들을 소탕할 때 범죄자들을 마물로 취급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머리를 깨부숴버린다던지 수십 명을 죽이면서도 정신적인 타격을 입지 않는다든지, 범죄 집단 소굴에 잡혀 강x을 당했던 여자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다든지...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모른척하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죠. 어떻게 보면 공과사를 극명하게 본다는 주인공 답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놓고 노력의 결과라고 할 히로인(주인공)이라는 것이죠. 아니 범죄자 소탕에서 이미 그녀는 그동안의 수련의 성과를 볼 겸 대인전 경험이 목적이었으니까 엄밀히 따지면 노력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근데 뭔가 삐걱거리는 걸 알 수 있죠. '룰을 팔아먹고 윤리까지 팔아먹은 거냐'라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철봉으로 범죄자 머리를 일격에 터트려 버리는 대목은 또 쓰지만 섬뜩하게 다가옵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이면엔 '데니스'라는 사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자기도 현실 일본에서 온 문명인이라면 그녀가 하는 일에 제어판 역할을 해야 함에도 일절 관여하지도 않고 오히려 부추기기만 하죠. 이런 성격은 하루나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나는 제어가 없으니 무엇이 올바른지 하루나는 더더욱 모르게 되죠. 범죄자라고 다 같은 범죄자도 아니고 죽어마땅한 범죄자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범죄자도 있습니다. 죄목을 판단하는 건 사법부이지 정의랍시고 개인이 휘두르면 사회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고등학교까지 교육받은 하루나가 그걸 모를 리 없었을 테죠. 사이코패스가 왜 사이코패스로 불리는가를 하루나가 잘 보여준다고 할까요. 타인이 받는 고통을 모르니까...

 

맺으며, 하루나는 노력을 맹신한다고 할 수 있어요. 노력만 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 근간이 그녀를 키우는 원동력이긴 한데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이 수반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하고 있죠. 현실에서의 검도 시합도 그렇고 중간중간 그녀의 행동을 서술한 부분 등 무엇이든 노력으로 뛰어넘고 성취감을 느껴가는 것에서 아름답다기 보다 소름이 돋습니다. 분명 밝은 계열 판타지인데 이런 흐름이다 보니 다크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랄까요. 순수하니까 잔인하다. 천진난만하니까 직설적이다. 즉 그녀는 이런 자신을 의문시하지 않고 당연시한다는 것입니다.

 

자칫 무미건조한 이세계 전이물로 그냥 그런 작품으로 치부될 수 있는 이야기에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스파이스를 넣으면서 무언가 끌어당기는 게 있습니다. 하루나만이 아니라 남주 데니스 또한 그런 면을 보이는데요. 범죄자 소탕전에서 데니스가 보여준 행동은 하루나를 뛰어넘는 것에서 그의 성격도 어딘가 파탄이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에 하루나 이외의 인물들에서도 행동을 속박했던 법률이 없어졌을 때 무엇이 일어나나 같은 것도 보여주죠.. 이건 다른 여타 클래스 이동물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니까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고는 하지 못합니다만. 우리가 룰을 지키며 살아야 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했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점 정도 주겠습니다. 이런 사이코패스적인 히로인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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