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고문공주 2 - Novel Engine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우카이 사키 그림, 신우섭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전편에서 최고위 악마 [황제]의 계약자 블라드를 쓰러트리면서 악마 사냥에 9부 능선을 넘나 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왕질 한다고, 아니 오히려 윗대가리가 없어졌으니 거리낄 게 뭐 있나 하며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서열 2위 악마 [대왕]은 엘리자베트에게 정신계 공격을 감행합니다. 세계 유수의 실력자이면서 방심을 왜 해가지고 덜컥 정신 공격에 당하고 마는 엘리자베트, 스텟치를 저항력에 투자를 안 했는지 그녀는 그 한 번의 공격에 능력이 봉인 되어 버려요. 아이고야 이거 큰일 났네. 본격적으로 눈에 가시인 엘리자베트를 처리하려는 [대왕]은 자기 밑 학번들을 불러다 인간어뢰로 쓰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의 히어로 구하기가 시작됩니다. 학대당한 끝에 죽어버린 자신을 부활 시켜주고, 옷을 주고, 있을 곳을 주고, 은근히 내가 지켜줄 테니 넌 싸우지 마라라는 프레셔를 보내는 그녀에게 뭔가를 느꼈는지 능력을 봉인 당해 골골 거리는 엘리자베트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카이토는 동분서주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이고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라는게 딱 이런 경우일까요. 조만간 [대왕]은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 온다고 하지, 솟아날 구멍은 없지, 엘리자베트는 재물을 가지고 떠나라고 하지, 진짜 영혼을 팔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죠.

 

이번 이야기는 무력한 자신을 탈피해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무엇을 해야 되나를 보여줍니다. 하늘에, 신에게 아무리 간절히 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껴버린 주인공 카이토는 히어로가 없는 세상 따위를 외치며 금단의 영역에 들어섭니다. 어차피 엘리자베트가 화형 당할 때 자신도 화형 당할 테니 지금 물불 가릴 필요는 없어요. 지금 중요한 건 자신을 구원해준 히어로 엘리자베트를 구하는 것.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하는 것이 아닌 지렁이라도 할 땐 한다는 것마냥, 엘리자베트에게 욕을 먹더라도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것, 그렇게 하기 위해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히나는 그런 주인공의 마음에 응답하여 몸을 불사르는 장면은 참...

 

아무튼 간에 '히나'가 왜 인기를 끄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1권에서 뜬금없이 주인공 보고 다짜고짜 서방님이라 부르며 분위기 쇄신에 힘썼던 그녀의 모습에 당황했던 필자는 여전히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해 좌절을 해야만 했군요. [대왕]을 맞이해 지고지순이라기 하기엔 너무나 이질적인 그녀의 헌신은 솔직히 섬뜩하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이 한 몸 받친다는 것, 사실 아무나 못하죠. 그래서 더욱 필자는 이 작품에 작지만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히나는 로봇으로 주인공을 사모하는 마음은 심어진(프로그램) 것이죠. 진부하지만 심어진 사랑이라도 진실된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 카이토는 전생에서 17년 인생 동안 학대 당한 끝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듣도 보도 못한 채로요. 그런 그에게 프로그램된 사랑을 들이미는 건 어쩌면 잔혹함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접근법이 필요해 보이지만 작중엔 그런 흐름은 전혀 없다는 것에서 또 다른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는데요. 더욱 주인공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며 진실된 사랑으로 발전시켜가는 모습에서 좀처럼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녀가 만들어진 존재라서 그렇다기보다 밑 바탕이 없다는 위화감에서 감정을 느낄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해서 감정을 키워가는 것이 아닌, 길 가다가 당신을 좋아합니다를 듣고 사귀는 거 같은 맥락 없는 분위기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할까요. 물론 첫눈에 반하는 게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도 합니다만. 히나의 경우는 좀 다르죠. 그래서 지독한 독감에 걸려 비몽사몽하면서도 내린 1권의 평가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재차 확인하는 수준의 2권이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저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기에 필자가 느꼈던 점을 써봤을 뿐이고 작품의 수준이 어떻고 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호불호는 늘 있기 마련이죠. 필자는 불이지만요.

 

맺으며, 아마 3권은 구매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히나의 마음이 필자와 맞지 않은 것도 있지만 뭣보다 전자제품 설명서 같은 내레이션으로 인해 더욱 감정이입을 할 수 없었군요. 좀 더 극적으로 쓸 수 있었음에도, 번역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속된 말로 표현하면 국어책 읽는 듯했다고 할까요. 단어 구성에도 뭔가 원어 그대로 번역해서 쓴 듯한, 우리나라 분위기에 맞게 고쳐 쓴다기보다 그냥 뜻만 전하면 된다는 영화 자막처럼 배려가 좀 부족해 보였습니다. 원서가 문제인지 번역이 문제인지... 포션 빨 1권을 보신 분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려나요. 특수문자 배치도 어딘가 어색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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