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21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박소영 옮김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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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꽤 많이 있으니 주의 하세요.





로렌스와 호로가 '늑대와 향신료'라는 온천장을 만든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온천장이 몰려있는 골짜기에서 이 정도 기간이면 어엿한 중견 사장님 소리도 들을만 하겠건만 여전히 신참 취급인 게 로렌스는 영 못마땅합니다. 마을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선배들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굽신 거리는 게 이놈의 텃세는 세계 공통인가 봅니다. 그래도 뭐 예쁜 마누라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도 얻었고, 온천장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 단 듯하니 거렁뱅이가 지천에 널린 세계에서 이보다 성공한 인생이 또 있을까. 이대로 여생을 마친다 해도 억울하지는 않을 터, 영원을 살아가는 호로와 마지막엔 웃으며 헤어지자고 약속도 했으니 지금의 생활에 불안이야 있을 수 없으리라. 딸내미가 외간 남자(콜)를 따라 세상으로 나가버리기 전까진 말이다. 아빠 몰래 가출을 단행한 딸내미를 목놓아 찾아도 돌아오는 건 울음 섞인 메아리뿐.


매일 식음을 전폐하는 남편을 보다 못해 호로는 제안합니다. 딸내미 찾으러 가볼래?라고요. 호로는 갯과(늑대)답게 젖을 떼고 한번 품을 떠난 새끼는 더 이상 찾지도 않고 관심도 거의 없건만, 역시 순수 인간인 로렌스가 시들어가는 건 두고 볼 수만은 없었죠. 그래서 남방에서 올라온 호로의 동족 '세림(하얀 늑대)'에게 온천장 모든 걸 맡겨두고 길을 떠나기로 합니다. 여기서 참 여러 가지 복선이 나오는데요. 영원을 살아가는 호로가 둘이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언제까지고 여행을 하고, 로렌스가 수명이 다 했을 때 그녀는 그대로 동료들을 찾아 떠나지 않을까. 십수 년 전 동족의 소식을 듣고 절망했던 호로가 다시 동족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딸의 이름으로 예전 동료의 것을 붙여줄 정도로 각별히 여겼는데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 여행이 가지는 의미는 어쩌면...


사실 여행으로 끝을 맺는 건 둘에게 있어서 최고의 이별이 될 것입니다. 나이 먹지 않는 호로는 언제까지고 온천장에 머물 수가 없어요. 지금도 열너댓 살로 밖에 보이지 않는 호로와 다르게 남편인 로렌스는 나날이 늙어가고 있는데 주변에서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리가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이대로 여행을 떠나버리는 결말'이라는 복선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이런 엔딩이 작품을 끝내는데 있어서 어쩌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작가 나름대로의 배려로 다가오죠. 비록 걱정 많은 '세림(하얀 늑대)'의 망상에 불과했지만요. 둘(로렌스와 호로)은 이미 약속한걸요. 웃으면서 헤어지자고. 삶의 끝에 로렌스가 수명이 다해 먼저 죽는다 해도요. 그래도 남겨질 호로에게 있어서 불안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그녀가 로렌스를 먼저 보내고 영원 같은 시간 속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예전 18권 시놉시스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회상하듯 '그때는 정말 즐거웠지(대충 비슷함)' 이 말이 이제서야 대충 윤곽이 잡힙니다. 이 말 자체가 스포일러였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요. 사람의 기억이란 흐려지고 왜곡되기 마련이니 그렇다면 지금의 행복을 어떻게 미래로 가져가면 좋을까. 첫 페이지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많은 글을 써서 미래로 가져가면 어떨까. 그리고 혼자 남았을 때 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으며 그때는 즐거웠지 하며 추억할 수 있으리라. 분명 이러면 혼자 남아도 외롭지는 않을 테지. 17권 이후 호로 이야기만 나오면 계속해서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근데 현실적으로 문제점이 하나 있습니다. 종이와 잉크 값이 장난 아니군요. 좋은 분위기였는데 누가 전직 상인 아닐까 봐 로렌스는 찬물을 끼얹어 버리죠. 하지만 이미 약속했으니까. 웃으며 헤어지자고. 그러니까 그녀가 계속해서 웃을 수 있도록.


결혼도 하고 딸내미도 얻은 아줌마는 여전히 꽃다운 나이를 살고 있습니다. 먹을 것에 일희일비하고, 용돈을 받으면 세상 다 가진 듯 해맑은 웃음을 보여줍니다. 이게 얼마나 귀엽던지요. 글로 되어 있음에도 머릿속에서 그림으로 그려진다는 걸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묘사가 대단합니다. 오랜만에 여행을 떠나서 몸이 굳었는지 불도 못 피워 뻘짓하는 남편을 보며 어이없어 하고, 기생벌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일면도 보여줍니다. 딸내미가 콜을 따라 세상에 나가 성녀라는 소리를 듣고 급기야 그림(벽화?)으로까지 남겨진다는 것에 조바심을 내며 나도 그림!!이라며 로렌스에게 조르는 모습에서 어디가 현량이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매우 유쾌하다고 할까요. 종이와 잉크를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일터에서 알게 된 동료들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은 반짝반짝 빛나기까지 합니다.


맺으며, 다시금 옛날(1~17권)을 보는 듯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식상한 게 아니라 향수를 떠올리게 한다는 의미인데요. 여전히 먹보 기질을 버리지 못하는 호로가 세림(하얀 늑대)의 오빠 집에 쳐들어가서 고기 전골을 얻어먹기도 하고, 딸내미 찾아 여행을 하며 이거저거 사달라고 떼쓰는 모습은 그때를 떠올리게 하였군요. 특히 용돈 받았을 때 꼬리로 풍차 돌리기(비유적) 하는 장면은 매우 압권이죠. 그러다 종이와 잉크 사기 위해 저축하는 게 어떻냐는 로렌스의 말에 그렇게 할게라는 보습은 영락없는 어린애를 보는 듯했고요. 슬슬 권태기에 접어들 때도 되었건만 언제까지고 신혼이라는 것처럼 티격태격 해대는 모습은 입가를 흐뭇하게 하는 게 있습니다. 집안의 행복은 마누라 기분에 달렸다는 것마냥 로렌스가 호로의 기분을 맞춰주는 모습은 이 시대의 영락없는 남편들의 자화상 같기도 했고요.


그렇지만 비록 세림(하얀 늑대)의 망상으로 끝이 났지만 이번에 어쩌면 둘은 여행을 하며 끝을 맺지 않을까 하는 복선이 나와 버렸습니다. 이것 또한 괜찮은 엔딩이 아닐까 해서 여운이 좀 남았군요. 여행으로 만나 여행으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호로는 동료들을 찾아 길을 떠나고. 이번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고 할까요. 또한 로렌스가 호로를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애잔하기만 합니다. 언제까지고 같이 할 수 없다는 슬픔보다 혼자 남겨질 그녀를 위하는 모습은... 글을 쓴다는 의미라는, 지금 보고 느끼고 모든 것을 기록해 미래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도 꽤나 가슴에 와닿았군요. 여담이지만 둘이 여행을 떠나는데 세림(하얀 늑대)이 내가 개 썰매를 끌듯 둘의 짐마차를 끌까 독백하는 장면은 어이없으면서도 꽤나 웃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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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토하는 소녀 8 - S Novel
나미아토 지음, 케이 그림,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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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생판 모르는 애를 주웠습니다. 이 아이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려 보석을 토합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실존한다고 해야겠죠. 애를 주운 건 좋은데 이 일을 어떡한다. 여기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할 겁니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아이를 모른척할 겁니다. 그야 알려지면 자신은 죽고 애는 빼앗길 테니까요.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지키려 할 겁니다. 아이의 체질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게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죠. 이 작품의 주인공 '스푸트니크'는 보석을 토하는 아이 '클루'를 자신의 보석점 종업원으로 기용해 지키기로 마음먹어요. 그리고 클루의 체질을 고쳐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죠. 무엇이 한창 젊은 나이의 스푸트니크 등을 떠밀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는 클루가 정기적으로 토하는 보석을 가공해 팔면서도 그녀를 이용하려 들지 않아죠.


그런 점이 클루에게 있어서 좋은 점으로 작용을 했을까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언니도 잃고, 마녀들에게 잡혀가 고초를 겪고, 이상한 아저씨(이번 8권에 등장)가 쫓아와서 무서운 얼굴로 구해줄게 하는데 마음 고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클루는 그런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이죠. 게다가 세상을 인식하고 나니 도적들에게 배를 차이는 나날이었고, 클루는 인격적으로 성장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푸트니크에게 구해지고 나서도 평범한 성격의 아이로 지내는 건 무리였겠죠. 즉, 그녀(클루)가 스푸트니크에게 편향된 연심을 보이는 건 어쩌면 유년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에 기인하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8권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클루의 기이하고 편향된 연심을 보고 있으면 속된 말로 발랑까진 애 같은 느낌과 집착이 너무 강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푸트니크는 클루에게 어떤 사람일까. 이런 물음을 클루에게 던진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에너미)인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주고, 아프게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단언하겠죠. 그래서 그녀는 보호받는 걸 마다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곁에 있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역설적이게도 이게 10대 초반 여자애가 가질만한 생각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그의 곁에 있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그에게 적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클루는 용기를 내서 머나먼 길을 떠나죠. 지금 그녀가 있는 곳, 마법학교가 있는 뷔알톤 시(市). 여기라면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스푸트니크가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하면서 클루는 자신이 무얼 하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배우려 합니다. 그것이 또 다른 이별을 불러오는 줄도 모른 채.


그냥 또래의 평범한 아이처럼 보석을 팔며 친구를 사귀고, 바람피우는 스푸트니크를 야단치고 때론 삐지기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분명 힐링물이었을 겁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이가 사람에게 치유를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불행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언제까지고 함께 하는 이야기(?? 이거 어디서 많이 읽어본 이야기인데)였다면 분명... 하지만 편향된 연애관(1)을 가진 아이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스푸트니크도 심각한 소심쟁이에 츤데레라서 그녀를 지키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표현을 거치게 하는 통에 클루의 마음을 더욱 조바심 나게 만들어 버리죠. 엇갈림이랄까요. 그래서 체험학교(클루가 다니는)가 있는 뷔알톤 시(市)에 스푸트니크가 와 있다는 걸 알아버린 클루는 예상한 대로 상황을 심각하게 꼬아버리기 시작하는데요. 이래서 이 작품을 읽기 싫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클루의 체질이 들통나면서 스푸트니크는 그녀(클루)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는 것인데요. 사실 선택이고 자시고 간에 아직 둘이 보석점을 운영하면서 아웅다웅하던 시절, 마법소녀(우웩)가 스푸트니크 보석점에 모습을 들어낸 시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겠죠. 둘이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요. 사실 이 서점에서 이미 마법사(마녀)들에게 클루의 존재가 들통났고, 미래는 파탄 밖에 없었다는 걸 그동안 간간이 복선이 투하되어 왔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보석은 마법의 매개가 되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는군요. 즉, 마법사(마녀)들이 클루를 손에 넣는다는 건 그런 의미. 아무튼 주인공이 여느 영웅물처럼 없던 힘이 솟아나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히로인을 지켜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면에서 이 작품도 꽤나 현실적이죠.


두 번째로는 7권에서도 언급했던 클루의 가족사에 대한 것인데요. 이번 8권에서 마법사(마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클루의 언니의 등장과 어릴 적 스푸트니크의 이웃집 누나 유키의 복선이 완전히 회수되었습니다. 죽었다고 여겼던 클루의 언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스푸트니크에게 있어서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죠. 그리고 이야기는 클루에게 집중되기 시작합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9권에서 다시 언급해보도록 할게요. 사실은 시간도 시간이고 만사가 다 귀찮은(;;;)...


맺으며, 스포일러를 할까 말까 참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부제목으로 기나긴 이별을 쓸려고 했는데 눈치 빠른 분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제목으로 스포일러 한다고 소리 들을까 봐 여기에 씁니다(;;;;). 이번 스푸트니크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이게 상당히 애틋하게 다가와요. 누군가를 지키고는 싶은데 힘은 없고, 그래서 확실히 지켜줄 만한 상대에게 클루를 맡기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못습은... 그 누군가가 클루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스푸트니크가 마지막으로 클루를 만나는 장면에서 종교 판타지물에서 가끔 나오는 '너와 나의 앞길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이라는 대사가 나왔더라면 필자는 분명 울어 버렸을 겁니다(참고로 필자는 무교). 일러스트도 참 애잔하게 만들죠. 그러나 필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변함없는 클루의 행동에서 쓴웃음만이...


여담으로 6권 리뷰처럼 애틋한 연애 이야기를 써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고 이제는 어느 작품을 읽던 현실적인 부분을 더 많이 보게 돼서 주관적으로 쓰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사실 클루의 나이를 조금만 더 높게 잡고 성격을 조금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돼요. 불행한 과거를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길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자신의 체질을 이해해주고 모든 악의로부터 지켜주는 사람(유사한 작품이 있긴 하죠). 이 작품은 어둠과 공존하지만 분명 밝은 빛을 내릴 수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히로인(클루)의 성격은 지치게 만들고(성장하지 않는 히로인), 클루를 노리는 마법사(마녀)와의 관계는 견우와 직녀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억지성이 다분했군요. 일단 9권이 나와봐야 총평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으로써는...


  1. 1.1, 사랑이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서로 마주 보는 것. 클루는 집착성이 강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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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5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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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매우 많이 들어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아저씨(제로스, 주인공)는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든 죽이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었어요.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직장을 다니던 아저씨는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었죠. 거기에 온라인 게임 [소드 앤 소서리스]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섬멸자로 잘 나가고 있기도 하였고요. 그러던 어느 날 친누나가 집에 쳐들어와 눌러 살기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누나의 모토가 '너의 것은 나의 것, 세상의 모든 돈도 내 것, 사람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건 당연,' 이러한 모토로 일도 안 하고 동생 집에 눌러 앉아 거머리처럼 피를 쪽쪽 빨기 시작했더랬죠. 급기야 3층에 사는 전무(아저씨 직속 상사)와 바람까지 피우는 통에 그의 입지는 날로 좁아만 갔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거머리를 떼어놓을 방법이 없다는 것인데요. 참다못해 뭐라고 하면 주변인들을 끌어들여서 자기가 피해자인 양 오히려 동생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 버리는 제주가 있어서 질이 더욱 안 좋아요. 피를 나눈 남매가 졸지에 천적이자 원수가 되어 갔죠.


결국 누나는 동생이 다니던 회사 기밀을 빼다가 경쟁사에게 넘겨 줘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버립니다. 이 일로 동생, 아저씨는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시골로 내려와 텃밭을 일구며 모든 걸 잊고 사는데, 어느 날 불쑥 누나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돈 좀~ 이럽니다. 안 준다고 하니까 누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며 오히려 자기가 피해자인 양 행세하는데 아저씨 부처가 따로 없어요. 그쯤 이세계 4신(死신 아님, 신이 4명이라는 소리)이 사신(死神)을 아저씨가 사는 세계, 아저씨가 하던 게임에 유기하는 일이 벌어져요. 그것도 모르고 아저씨는 게임을 하면서 사신을 최종 보스인 줄 알고 클리어했는데 왜 그러는지 몰라도 컴퓨터가 폭발하면서 이세계로 와버렸어요. 뭐, 이세계로 와버린 건 어쩔 수 없으니 그래도 현실 지식을 이용해 개변에 가까운 짓을 서슴없이 저질러 주시는데요. 그게 이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안중에도 없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모습은 누나를 뭐라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였죠.


그렇게 아저씨는 이세계를 만끽하며 살아기로 마음먹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세계에 도착하고 인연을 맺은 공작가의 장남을 호위하던 중 뜻하지 않게 만나요. 천적이자 원수를요. 어째서 '누나'가 이세계에 와 있는 거지? 영문을 모르겠네. 그것도 암살자라는 직업을 가지고요.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누나는 아저씨가 호위 중인 공작가 장남을 처리하기 위해 아저씨 앞에 나타나요(정확히는 아저씨가 나타난 거지만). 이제 못볼줄 알았던 누나를 보게 되자 아저씨 입꼬리가 올라가요. 현실에서는 법률로 어떻게 하지 못했는데 이세계에선 그딴 거 없다. 눈에 뵈는 게 없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이라는 것처럼 아주 신이 나신 아저씨는 자작 오토바이로 교통사고로 위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누나를 지워 버리려고 혈안이 되어 가죠.


동생에게 쫓기면서 누나의 만행이 만천하에 다 까발려버지는데, 이세계에 와서도 지버룻 개 못 주고 오히려 현실세계보다 더 악독한 짓을 저지르고 있었어요. 인신매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투로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누나의 범죄는 악랄하기 그지없었죠. 저 위에서 언급한 '사람들이 나를 위해 희생하는 건 당연, 반성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에 없다.'라는 모토가 이세계에 와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것이군요. 그런 주제에 이런 것들이 범죄라는 의식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게 질이 더욱 안 좋게 다가와요. 동생에 쫓기면서 누나에게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냐고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데 이거 누나가 골로가면 분명 카타르시스가 장난 아니겠다는 식으로 작가는 글을 써대기 시작하죠.


근데? 작가 양반?


어쨌거나 명이 질긴 누나는 내버려 두고요. 문제는 아저씨를 이세계로 날린 4신에 대해서군요. 날뛰는 사신(死神)이 자기들이 감당이 안 된다고 다른 세계(지구)의 게임에 유기 시켜버리고, 그걸로 인해 대량의 사람이 죽었는데도 나 몰라라. 이것을 알아가는 아저씨는 복수를 다짐하죠. 사신이 감당 안 돼서 다른 세계에 유기한 4신이 사신을 죽인 아저씨를 상대할 수 있을까.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4신의 악랄한 짓거리에 대항하고자 지구의 신이 죽은 사람들을 죄다 4신이 있는 세계로 전생 시켜버렸다는 것이군요. 즉, 4신에 복수하고자 하는 전생자들이 우굴거리게 되면서 이야기가 새로운 양상을 띄기 시작합니다. 전생자들 공통점은 [소드 앤 소서리스]의 유저들이고 하나같이 이세계 주민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자들이라는 것(일부 제외), 그리고 4신을 믿는 신전을 가진 [메티스 성법신국]에서 용사들을 소환하면서 일이 아주 재미있게 돌아가요. 이 용사들이 또 주인공 성격을 건드릴만 한 일들을 저질러주고 있어서 앞으로 둘이 충돌하는 장면이 매우 기대된다고 할까요.


또 근데, 아저씨는 지금 뭐하고 있는? 지금 마당에서 잡초나 뽑고 있을 시간이 있나?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4권에서 하차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온라인 서점 회원 등급을 유지하려고 부득이 구매를 하였죠(구매할 책이 없었음). 다행히도 이번엔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 가줘서 그나마 다행이랄까요. 그래도 여전히 간드러지는 가벼운 내레이션은 짜증을 불러오고,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한데 소아성애자를 호색가로 포장(?) 하는 등 윤리관은 여전히 상식을 벗어나 있는 것도 짜증을 불러왔군요. 그리고 제일 참을 수 없는 건 하나의 주제를 놓고 뭔 설명을 이리도 해대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들이 매우 많다는 것인데요. 가령 빵이 하나 있다 치면, 밀은 어디서 생산되었고 어떻게 키웠는지 어떻게 빻았는지.. 까지는 좋아요. 근데 밀의 분자구조가 궁금하지 않아?라고 하신다면 듣는 입장에서는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요. 일부를 제외하고 밀의 분자구조 따위 우리가 굳이 알 필요는 없죠. 요컨대 쓸데없는 설명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필자에게 더욱 문제는 이번 달에도 온라인 서점 회원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 6권을 구입해버렸다는 것이군요. 이걸 또 읽으려니 암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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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티아 이담 1 - 영웅의 판도라, V Novel
타케오카 하즈키 지음, 김성래 옮김, 루나 그림 / 길찾기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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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그 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같이 여행을 하며 마왕을 무찌르는데 협력했던 동료들은 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분명 세계를 구했으니 좋은 대접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용사는 공주와 맺어져 어진 임금이 되어 있을 테고, 용사를 사모했던 여 마법사는 도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바쁜 나날을 보내겠지. 본업으로 돌아가 대장간을 일을 하는 드워프, 숲으로 돌아가 자연과 살기를 선택한 엘프. 이야기는 조금 다를지언정 어릴 적 읽었던 동화는 이렇게 끝을 맺곤 하였습니다. 꿈을 꾸곤 했어요. 현실에서 마왕이 있을 리가 없건만 나도 용사와 같은 여행을 해보고 싶다고. 요즘에야 이런 말을 하면 중2병 취급일 뿐이겠지만요.


위 문단에서 이미 눈치채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작품은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왕을 무찌르고 개선한 용사와 동료들의 뒷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흔치않은 이야기죠. 동화적 판타지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게 끝을 맺습니다. 그렇게 읽은 이들의 마음에 뿌듯함과 동경심을 새겨주죠. 그래서 가끔 필자는 생각해봤습니다. 정말로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진 것일까. 용사는 공주와 맺어지지 못했고, 용사를 사모했던 여 마법사는 도시에 가보지도 못했고, 드워프의 대장간은 불이 꺼져 있고, 엘프의 숲은 메말라 버렸다면? 이 작품의 주인공 '리히토'는 11살 때 이세계에 소환되어 마신(여기선 편리상 마왕이라 지칭)을 처치하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채.


그리고 6년이 흐른 어느 날 주인공 리히토는 또다시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그리고 봅니다. 마신의 부활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받는 모습을요.


분명 6년 전에 봉인했을 터인 마왕이 어째서 부활을 한 것일까.


리히토는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마왕을 봉인하기 위해. 6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동료를 모으고 여행을 하며 마왕의 본거지로 쳐들어가 격전 끝에 재봉인하면 되는 일. 간단하잖아? 그러나 위에서 서술했다시피 이 작품은 결코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동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성검을 회수하여 마왕의 본거지로 향하면서 그는 옛 동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봅니다. 성공한 자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자도 있고,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 자도 있어요. 6년이나 지났습니다. 그때의 기분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인물은 한정적. 리히토는 여도적 '이슈안'과 함께 여행을 하며 다시금 마왕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게 돼요. 그리고 자책을 하죠. 자신이 일을 허술하게 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었다고...


그의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진짜 마음 아프게 하는 건 따로 있는데도 말이죠.


필자가 아름답지 않다고 한 건 마왕을 무찌른 용사와 동료들의 뒷이야기 때문이군요.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특히나 여검사의 말로는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마왕 봉인의 공로로 기사단 입단 제안을 뿌리치고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던 그녀가 개척촌에서 고아원을 열어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 그녀의 현재 모습. 그리고 거기서 주인공 리히토는 알게 되죠. 자신이 6년 전에 마왕을 봉인했던 결말을요. 이야기는 결코 마왕을 무찌른다고 세계는 평온해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이 작품은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그리고 같이 여행을 하며 의식하게 된 여도적 '이슈안'과의 관계는 초반부터 던져온 복선을 회수하며 주인공 리히토의 마음을 후벼파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리히토가 이슈안의 정체를 알고서도 같이 여행한 건 무엇 때문일까. 이게 이 작품의 최대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 그리고 구하지 못한 절망이 무엇인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죠.


맺으며, 스포일러 안 하려고 했더니 리뷰가 두리뭉실 해졌군요.  이 작품은 처음부터 복선을 던지는데 추리력이 없어도 누구나 다 알게 되는 복선이고, 작중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모두 스포일러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리뷰어 입장으로써는 참 까다로운 작품이 아닐 수 없어요(주관적인 생각). 게다가 이 작품은 스포일러를 알아버리면 재미가 반감되어 버린다고 할까요. 그만큼 이야기가 매우 치밀... 보다는 조밀하고 해야 하나. 아무튼 주인공이 사람들을 위하는 마음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용사에 어울리는 인물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성선설(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이론)을 믿는 용사와는 다르게 무게감이 있죠. 귀족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성격이랄까요. 그래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고, 좋아하는 여자를 지키려 애쓰고, 자신의 미숙을 한탄하고 그러다 미숙 때문에 생겨난 피해자들에게 마음 아파하고.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을 주겠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 여느 이세계 판타지물하고는 차별을 둔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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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 소환사 2 - NT Novel
마요이 도후 지음, 쿠로긴 그림, 유경주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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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 출신답게 이세계 전생 먼치킨류의 판박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벨 개념은 그렇다 처도, 이세계물이라면 빠지지 않는 노예의 등장과 하렘 그리고 스테이터스 창 등 우리가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걸 보여주며 지면을 갉아먹는 게 특징이죠. 이 작품도 이런 요소가 다 들어가 있어요. 주인공은 이세계 전생하면서 신(그것도 여신)에게 치트키를 부여받죠. 이걸로 별다른 노력도 없이 이세계 주민이 본다면 이런 부조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장을 해댑니다. 이세계 전생하고 한 달 만에 웬만한 모험가 쌈 싸 먹을 정도로 성장을 하니,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마디로 고생이라는 단어와는 인연이 없어요. 성장이란 고생과 고통을 토대로 해서 이뤄진다는 걸 부정하는 듯한 이야기를 과연 옳게 봐줘야 할까. 뭐, 사실 재미로 보는 이야기에서 정색을 해봐야 나만 손해이긴 합니다.


아무튼 1권 리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필자가 마음이 바뀐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군요. 사실 소설가가 되자 출신 작품 상당수가 1권은 흥미로워도 2권부터는 흥미도가 떨어지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기도 하죠. 그 이유로는 역시나 역경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것이 아닌 날로 먹는 행태에, 가령 대가 없이 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 딱 그렇죠. 여신에게서 치트키를 받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한 달 만에 A급 모험가 되어 버리고, 힘으로는 S급을 능가하는 먼치킨이 되어 버렸으니 누가 봐도 노력하는 사람을 부정하는 듯한 진행인데 이게 마음에 들 리가 없겠죠. 다른 말로 하면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고, 게임적으로 표현하면 배알이 꼬인다고도 합니다만.


그렇게 파즈(도시) 굴지의 모험가가 되어 버린 주인공 '켈빈'과 그의 유쾌한 동료들, 여담이지만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검은 머리가 자신들의 나와바리에서 자신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거에 대한 의문과 시기도 보여주지 않는 토박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놈들 배알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켈빈이 악마를 무찌른 기념으로 파티 열자 너도나도 부어라 마셔라~ 이러니까 세월이 흘러도 토박이들은 만년 C급에 머무는 게 아닐까 하는, 이 작품은 노력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런 주인공도 길드장에게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점과 치트키 보유 등 약점 잡혀서는(뭐 표면상으로는 귀족들 등살 막아준다는 명목) 길드장 시다바리로 지내는 모습은 참으로 유쾌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악마를 보았습니다라는 신고를 받고 어떤 던전에 들어갔더니 웬걸 마왕의 딸이 봉인되어 있지 뭡니까. 음.. 뭐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아니 이게 아니라,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묻지 말라고 했던가요. 작중 뉘앙스로 보면 마왕보다 인간이 더 나쁜 거 같지만, 세상 논리가 인간은 선하고, 마족은 나쁘다는 인식이니 어쩔 수가 없겠죠. 주인공 켈빈은 토벌하라는 악마(마왕의 딸)를 숨겨주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녀가 바로 이번 2권 표지 모델이 되겠군요. 아빠(전대 마왕, 지금은 사망)가 세상에 공표하지 않고 꽁꽁 숨겨 키우는 바람에 세상 물정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운 아가씨로 커버립니다. 강(江)도 처음 보고, 바다도 처음 보고. 그러니까 인간보다 순수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마족의 피는 어쩔 수 없는지 주인공보다 더한 전투광에다 사디스트여서 상대가 적(에너미)으로 판명되면 가차없는 게 소름 돋게 하죠.


이번 이야기는 마왕의 딸 '세라'를 영입한 주인공이 쌀을 얻기 위해 수국(水國) 트라지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가다가 정석적으로 도적들과 조우하게 되고 소탕하는 과정에서 이번 2권의 부제목인 '거짓된 영웅'을 만나죠. 여기서 뭔가 판타지스러운 거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좀 실망스러운 전개뿐이어서 과연 부제목을 '거짓된 영웅'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그것보다 용사 날아오르다로 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용사의 성장이 눈부시게 다가오는데요. 이전 1권에서도 언급한 대로 성선설(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이론)로 무장한 용사가 나와서 주인공 앞을 가로막지만 주인공은 이걸 기회로 용사의 성장을 이뤄내고자 하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여느 성선설 용사와는 다르게 말하면 알아듣는다는 겁니다. 흔직세와 방패용사에 나오는 용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는 이세계 전생물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치킨에 스테이터스 창이 나오고, 하렘에 노예 소녀에 걸핏하면 스탯치 열거하는 등 읽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죠. 그래도 이걸 어떻게 잘 풀어나가서 몰입도를 높이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에 달렸는데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럭저럭 잘 살리고 있는 편이랄까요. 안 그랬다면 욕 오질라게 썼을 듯, 요소요소에 개그적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하고, 읽는 사람 머리 아프게 하는 복선을 깔지 않음으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그래도 몇 개 나오긴 함). 이번 2권은 사실 외전 형식에 가깝다고 할까요. 쌀을 구하는 여행 중에 트러블에 휘말리고 해결하면서 이세계의 세력 판도를 알아가죠. 아마 3권에서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주변국이 모두 호전적인 나라뿐이어서 언제 싸움 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주인공 일행이 거기에 끼여 고생 좀 하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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