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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을 토하는 소녀 8 - S Novel
나미아토 지음, 케이 그림,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생판 모르는 애를 주웠습니다. 이 아이는 특이한 체질을 가지고 있었어요. 무려 보석을 토합니다.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실존한다고 해야겠죠. 애를 주운 건 좋은데 이 일을 어떡한다. 여기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이용해 부를 축적할 겁니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아이를 모른척할 겁니다. 그야 알려지면 자신은 죽고 애는 빼앗길 테니까요. 그리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이 아이를 지키려 할 겁니다. 아이의 체질을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게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죠. 이 작품의 주인공 '스푸트니크'는 보석을 토하는 아이 '클루'를 자신의 보석점 종업원으로 기용해 지키기로 마음먹어요. 그리고 클루의 체질을 고쳐주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죠. 무엇이 한창 젊은 나이의 스푸트니크 등을 떠밀었는지는 모릅니다. 그는 클루가 정기적으로 토하는 보석을 가공해 팔면서도 그녀를 이용하려 들지 않아죠.
그런 점이 클루에게 있어서 좋은 점으로 작용을 했을까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언니도 잃고, 마녀들에게 잡혀가 고초를 겪고, 이상한 아저씨(이번 8권에 등장)가 쫓아와서 무서운 얼굴로 구해줄게 하는데 마음 고생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클루는 그런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것이죠. 게다가 세상을 인식하고 나니 도적들에게 배를 차이는 나날이었고, 클루는 인격적으로 성장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푸트니크에게 구해지고 나서도 평범한 성격의 아이로 지내는 건 무리였겠죠. 즉, 그녀(클루)가 스푸트니크에게 편향된 연심을 보이는 건 어쩌면 유년시절에 겪었던 트라우마에 기인하지 않을까. 사실 필자는 8권까지 읽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클루의 기이하고 편향된 연심을 보고 있으면 속된 말로 발랑까진 애 같은 느낌과 집착이 너무 강해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푸트니크는 클루에게 어떤 사람일까. 이런 물음을 클루에게 던진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적(에너미)인 상황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있을 곳을 마련해주고, 아프게 하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단언하겠죠. 그래서 그녀는 보호받는 걸 마다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곁에 있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얼까. 역설적이게도 이게 10대 초반 여자애가 가질만한 생각인가라는 물음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그의 곁에 있기 위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워서 그에게 적합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래서 클루는 용기를 내서 머나먼 길을 떠나죠. 지금 그녀가 있는 곳, 마법학교가 있는 뷔알톤 시(市). 여기라면 뭔가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스푸트니크가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하면서 클루는 자신이 무얼 하고 어떻게 해야 되는지 배우려 합니다. 그것이 또 다른 이별을 불러오는 줄도 모른 채.
그냥 또래의 평범한 아이처럼 보석을 팔며 친구를 사귀고, 바람피우는 스푸트니크를 야단치고 때론 삐지기도 하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였다면 이 작품은 분명 힐링물이었을 겁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은 아이가 사람에게 치유를 받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불행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언제까지고 함께 하는 이야기(?? 이거 어디서 많이 읽어본 이야기인데)였다면 분명... 하지만 편향된 연애관()을 가진 아이가 이런 흐름을 만들어갈 리가 없습니다. 게다가 스푸트니크도 심각한 소심쟁이에 츤데레라서 그녀를 지키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표현을 거치게 하는 통에 클루의 마음을 더욱 조바심 나게 만들어 버리죠. 엇갈림이랄까요. 그래서 체험학교(클루가 다니는)가 있는 뷔알톤 시(市)에 스푸트니크가 와 있다는 걸 알아버린 클루는 예상한 대로 상황을 심각하게 꼬아버리기 시작하는데요. 이래서 이 작품을 읽기 싫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클루의 체질이 들통나면서 스푸트니크는 그녀(클루)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는 것인데요. 사실 선택이고 자시고 간에 아직 둘이 보석점을 운영하면서 아웅다웅하던 시절, 마법소녀(우웩)가 스푸트니크 보석점에 모습을 들어낸 시점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겠죠. 둘이 같은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요. 사실 이 서점에서 이미 마법사(마녀)들에게 클루의 존재가 들통났고, 미래는 파탄 밖에 없었다는 걸 그동안 간간이 복선이 투하되어 왔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보석은 마법의 매개가 되는 중요한 재료가 된다는군요. 즉, 마법사(마녀)들이 클루를 손에 넣는다는 건 그런 의미. 아무튼 주인공이 여느 영웅물처럼 없던 힘이 솟아나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히로인을 지켜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면에서 이 작품도 꽤나 현실적이죠.
두 번째로는 7권에서도 언급했던 클루의 가족사에 대한 것인데요. 이번 8권에서 마법사(마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클루의 언니의 등장과 어릴 적 스푸트니크의 이웃집 누나 유키의 복선이 완전히 회수되었습니다. 죽었다고 여겼던 클루의 언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스푸트니크에게 있어서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죠. 그리고 이야기는 클루에게 집중되기 시작합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9권에서 다시 언급해보도록 할게요. 사실은 시간도 시간이고 만사가 다 귀찮은(;;;)...
맺으며, 스포일러를 할까 말까 참 고심을 많이 했습니다. 부제목으로 기나긴 이별을 쓸려고 했는데 눈치 빠른 분들은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단박에 알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제목으로 스포일러 한다고 소리 들을까 봐 여기에 씁니다(;;;;). 이번 스푸트니크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이게 상당히 애틋하게 다가와요. 누군가를 지키고는 싶은데 힘은 없고, 그래서 확실히 지켜줄 만한 상대에게 클루를 맡기기 위해 악역을 자처하는 못습은... 그 누군가가 클루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스푸트니크가 마지막으로 클루를 만나는 장면에서 종교 판타지물에서 가끔 나오는 '너와 나의 앞길에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이라는 대사가 나왔더라면 필자는 분명 울어 버렸을 겁니다(참고로 필자는 무교). 일러스트도 참 애잔하게 만들죠. 그러나 필자의 바람과는 다르게 변함없는 클루의 행동에서 쓴웃음만이...
여담으로 6권 리뷰처럼 애틋한 연애 이야기를 써보려고 노력은 했습니다만. 비단 이 작품만이 아니고 이제는 어느 작품을 읽던 현실적인 부분을 더 많이 보게 돼서 주관적으로 쓰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사실 클루의 나이를 조금만 더 높게 잡고 성격을 조금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돼요. 불행한 과거를 딛고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길을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자신의 체질을 이해해주고 모든 악의로부터 지켜주는 사람(유사한 작품이 있긴 하죠). 이 작품은 어둠과 공존하지만 분명 밝은 빛을 내릴 수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히로인(클루)의 성격은 지치게 만들고(성장하지 않는 히로인), 클루를 노리는 마법사(마녀)와의 관계는 견우와 직녀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억지성이 다분했군요. 일단 9권이 나와봐야 총평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으로써는...
- 1.1, 사랑이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닌, 서로 마주 보는 것. 클루는 집착성이 강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