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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의 소환사 2 - NT Novel
마요이 도후 지음, 쿠로긴 그림, 유경주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소설가가 되자 출신답게 이세계 전생 먼치킨류의 판박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레벨 개념은 그렇다 처도, 이세계물이라면 빠지지 않는 노예의 등장과 하렘 그리고 스테이터스 창 등 우리가 굳이 알 필요도 없는 걸 보여주며 지면을 갉아먹는 게 특징이죠. 이 작품도 이런 요소가 다 들어가 있어요. 주인공은 이세계 전생하면서 신(그것도 여신)에게 치트키를 부여받죠. 이걸로 별다른 노력도 없이 이세계 주민이 본다면 이런 부조리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성장을 해댑니다. 이세계 전생하고 한 달 만에 웬만한 모험가 쌈 싸 먹을 정도로 성장을 하니, 이 작품의 주인공은 한마디로 고생이라는 단어와는 인연이 없어요. 성장이란 고생과 고통을 토대로 해서 이뤄진다는 걸 부정하는 듯한 이야기를 과연 옳게 봐줘야 할까. 뭐, 사실 재미로 보는 이야기에서 정색을 해봐야 나만 손해이긴 합니다.
아무튼 1권 리뷰에서 이 작품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이었던 필자가 마음이 바뀐 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군요. 사실 소설가가 되자 출신 작품 상당수가 1권은 흥미로워도 2권부터는 흥미도가 떨어지는 일은 다반사로 일어나기도 하죠. 그 이유로는 역시나 역경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것이 아닌 날로 먹는 행태에, 가령 대가 없이 이익을 취하는 사람을 보는 듯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이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이 딱 그렇죠. 여신에게서 치트키를 받아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한 달 만에 A급 모험가 되어 버리고, 힘으로는 S급을 능가하는 먼치킨이 되어 버렸으니 누가 봐도 노력하는 사람을 부정하는 듯한 진행인데 이게 마음에 들 리가 없겠죠. 다른 말로 하면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고, 게임적으로 표현하면 배알이 꼬인다고도 합니다만.
그렇게 파즈(도시) 굴지의 모험가가 되어 버린 주인공 '켈빈'과 그의 유쾌한 동료들, 여담이지만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검은 머리가 자신들의 나와바리에서 자신들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거에 대한 의문과 시기도 보여주지 않는 토박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놈들 배알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오히려 켈빈이 악마를 무찌른 기념으로 파티 열자 너도나도 부어라 마셔라~ 이러니까 세월이 흘러도 토박이들은 만년 C급에 머무는 게 아닐까 하는, 이 작품은 노력이라는 단어를 찾을 수가 없어요. 하지만 그런 주인공도 길드장에게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점과 치트키 보유 등 약점 잡혀서는(뭐 표면상으로는 귀족들 등살 막아준다는 명목) 길드장 시다바리로 지내는 모습은 참으로 유쾌하기 이를 데가 없습니다.
어쨌거나 악마를 보았습니다라는 신고를 받고 어떤 던전에 들어갔더니 웬걸 마왕의 딸이 봉인되어 있지 뭡니까. 음.. 뭐랄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요. 아니 이게 아니라, 부모의 죄를 자식에게 묻지 말라고 했던가요. 작중 뉘앙스로 보면 마왕보다 인간이 더 나쁜 거 같지만, 세상 논리가 인간은 선하고, 마족은 나쁘다는 인식이니 어쩔 수가 없겠죠. 주인공 켈빈은 토벌하라는 악마(마왕의 딸)를 숨겨주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녀가 바로 이번 2권 표지 모델이 되겠군요. 아빠(전대 마왕, 지금은 사망)가 세상에 공표하지 않고 꽁꽁 숨겨 키우는 바람에 세상 물정이 어두워도 너무 어두운 아가씨로 커버립니다. 강(江)도 처음 보고, 바다도 처음 보고. 그러니까 인간보다 순수하다고 할까요. 하지만 마족의 피는 어쩔 수 없는지 주인공보다 더한 전투광에다 사디스트여서 상대가 적(에너미)으로 판명되면 가차없는 게 소름 돋게 하죠.
이번 이야기는 마왕의 딸 '세라'를 영입한 주인공이 쌀을 얻기 위해 수국(水國) 트라지로 향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요. 가다가 정석적으로 도적들과 조우하게 되고 소탕하는 과정에서 이번 2권의 부제목인 '거짓된 영웅'을 만나죠. 여기서 뭔가 판타지스러운 거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줄 알았는데 사실 좀 실망스러운 전개뿐이어서 과연 부제목을 '거짓된 영웅'으로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을 들게 합니다. 그것보다 용사 날아오르다로 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용사의 성장이 눈부시게 다가오는데요. 이전 1권에서도 언급한 대로 성선설(사람은 근본적으로 착하다는 이론)로 무장한 용사가 나와서 주인공 앞을 가로막지만 주인공은 이걸 기회로 용사의 성장을 이뤄내고자 하죠.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여느 성선설 용사와는 다르게 말하면 알아듣는다는 겁니다. 흔직세와 방패용사에 나오는 용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맺으며, 사실 이 작품은 소설가가 되자에 연재되는 이세계 전생물의 표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먼치킨에 스테이터스 창이 나오고, 하렘에 노예 소녀에 걸핏하면 스탯치 열거하는 등 읽는 입장에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 하는 장면들이 더러 있죠. 그래도 이걸 어떻게 잘 풀어나가서 몰입도를 높이느냐는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에 달렸는데 이 작품의 작가는 그럭저럭 잘 살리고 있는 편이랄까요. 안 그랬다면 욕 오질라게 썼을 듯, 요소요소에 개그적 장면을 삽입함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하고, 읽는 사람 머리 아프게 하는 복선을 깔지 않음으로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그래도 몇 개 나오긴 함). 이번 2권은 사실 외전 형식에 가깝다고 할까요. 쌀을 구하는 여행 중에 트러블에 휘말리고 해결하면서 이세계의 세력 판도를 알아가죠. 아마 3권에서 조금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주변국이 모두 호전적인 나라뿐이어서 언제 싸움 날지 모르는 상황인지라 주인공 일행이 거기에 끼여 고생 좀 하지 않을까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