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환상의 그림갈 14 + - 여전할 수는 없어, NT Novel
주몬지 아오 지음, 이형진 옮김, 시라이 에이리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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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가 들어 있으니 주의 하세요.

 

 

 

어디서 흘러 들어왔는지조차 잊어먹고, 떨어진 대지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도 모를 때. 나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하고 진지하게 고찰하면 이런 작품이 태어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저 누가 도와주길 바라고,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길 바라는 새끼 새처럼 살 것인가. 아니면 끈질긴 생명력으로 잎을 피우는 잡초처럼 밟혀도 밝혀도, 시궁창을 기어도 살기 위해 몸부림을 칠 것인가. 이 작품은 사람의 생명력이란 덧없이 연약하면서도 강하다는 걸 내포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내가 살기 위해 어리바리한 사람들을 이용해야겠다고 생각을 먹어도 새끼 새처럼 올망졸망 따라오는 사람들을 내치지 못해 결국 어미새가 새끼 새를 길러내듯 길잡이 역할을 했던 사람의 최후. 세상은 착한 사람부터, 용기 있는 사람부터 죽어 나간다고 하죠.

 

이번 +(플러스)의 이야기는 외전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세계로 전이하면서 반드시 인간으로 전이한다는 개념을 비꼬듯 인간 외의 생물, 가령 판타지에서 흔히 등장하는 잡몹 고블린으로 전이(혹은 환생) 시킨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고블린으로 전이한 주인공 일행이 정석적으로 전이한 주인공 일행(1)과 마주하게 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제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라고 해도 그렇게 진지한 고찰은 없고, 고블린으로 전이해도 인간으로 전이해도 배 굶는 건 똑같다는 개그가 들어가 있을 뿐이군요. 오히려 고블린 일 때가 더 처절해서 풀을 뜯어먹고 날 버섯을 먹고 그러다 아무거나 주워 먹고 배탈 나는 전형적인 거지 팔자를 제대로 보여주는 게 서글플 따름입니다.

 

그리고 다음 단편은 시호루와 유메가 각각 직업 길드에 들어가서 의용병으로써의 기술과 스킬을 배워가는 7일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시호루는 자칭 마법사로써 세계 최강이라고 일컬어지는 나잇살 제대로 먹은 영감에게 매번 성희롱(추행)을 당하면서도 도망가기 보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런 남자는 조심해야 된다는 진리를 알아 가죠. 아마 전세에서 시호루는 왕따 당하고 있었지 않았나 싶은 게 그 나이대의 전형적인 체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뚱뚱하고 자신을 비하하고, 자신의 기분보다 남의 눈치를 살피는 등 있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보다는 유감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은 참 안타깝게 합니다. 이 성격은 좀처럼 고쳐지지가 않아서 하루히로 파티가 어두침침해지게 만드는데 일부분을 일조함에도 본인은 자각을 못하고 있으니.

 

유메는 사차원 그 이상을 보여줘서 온통 잿빛투성이뿐인 이 작품에서 한줄기의 빛과도 같게 합니다. 귀가 어두운지 아니면 마음이 항상 4차원 속에 살아서 그런지 사람 말을 사차원적으로 풀이하는 통에 듣는 사람을 황당케 하죠. 길드에 가면서 버젓이 문이 있는데도 힘들게 담을 기어오른다던지. 7일간 자신을 가르쳐줄 사부의 권위 따윈 기르는 개에게 줘버리는 성격은 좋게 말해서 넉살에 좋다고 할까요. 권위를 울부짖는 사부의 마음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비집고 들어가서 앉아 버리는 대범함이랄지 상냥함이랄지 천연 기질이랄지 유메의 사차원은 사람을 물어 버린다는 늑대개조차 온순하게 만들어 버리죠. 그렇게 7일간 사부와 지내면서 서로의 마음을 다 들어내면서 이러다 끝에 맺어지는 건 란타가 아니라 사부가 아닐까 할 정도로 사이가 돈독해지는 게.

 

음... 그리고 '마나토', 하루히로 일행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될 길을 제시하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길잡이 역할을 해줬던, 지금은 고인이 된 그의 이야기도 들어가 있습니다. 그의 첫 이미지는 전세에서 아마 사기꾼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림갈로 날려 오면서 기억을 모두 잃었지만, 사람은 기억을 잃어도 몸에 밴 습관은 고쳐지지 않는다고  하죠. 내가 살기 위해 남을 이용하는 그런 느낌. 덤으로 남을 믿지도 않고, 기억도 없는 낯선 곳에 떨어져 그래도 살아 보려고 노력을 해보고 싶지만 맨땅에 헤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인재로 보이는 사람들은 지들끼리 뭉처서 떠나버린 시점에서 마나토는 자신이 살려면 어찌해야 될까.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찌끄레기만 모인 하루히로 일행이었다는 것.

 

그래도 지끄레기 인생이어도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리더를 자처해서 이들을 이끌게 되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이놈들 의욕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시키는 것만 하고 시키지 않으면 안 하는, 굶어죽게 생겼는데도 아무것도 안 하니 내(마나토)가 나설 수밖에요. 모욕을 당하면서 정보를 모으고 고블린을 잡으러 가서 개고생을 하고 그럼에도 입에 풀칠하기도 버거운 나날, 파티는 뜻대로 따라주지 않고, 그래도 잘 살아 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하나하나  성격을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혀가던 어느 날, 조금은 무리해도 좋겠지. 하나뿐인 속옷을 빵꾸나도록 세탁해 입는 것도 지겨웠는데(이건 본편의 이야기), 마침 돈 좀 있어 보이는 고블린 두 마리를 잡아 보겠다고 했던 게 분수를 초과했던 거겠죠.

 

언제나 파티에서 분란만 일으켰던 똥 덩어리 '란타'가 사람이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늘 입만 열었다 하면 성희롱에 타인을 멸시하고 깎아내리고 욕하고 바람 불면 부는 대로 흐름을 타는 갈대보다 대쪽같은 대나무가 되어 부러지지도 못하고 꺾여버릴 거 같았던 그 란타가요. 그는 다룽갈에서 나와 어디더라 사우전드 벨리던가에서 기어이 하루히로 파티와 갈라져버렸더랬죠. 사실 란타는 입은 험해도 참 올곧고 올바른 성격이랄까요. 남의 눈치를 살피는 시호루와는 정반대로 누구나 입 밖으로 꺼내길 꺼리는 상황을 대신 말해서 상황을 직시하게 만들고 그럼에 자신이 모든 비난을 짊어지었던. 원래는 주인공이 해야 될 대사들을 란타가 대신해줬다고 할 수 있어요. 문제는 듣는 사람에게 잘 전달 되도록 조리 있게 말해야 되는데 너희는 그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속을 벅벅 긁는 투로 말하니 좋아질 리가 없었죠.

 

그런 란타가 사우전드 벨리에서 찢어진지 1년 만인지 3년 만인지(본문에서 1년과 3년을 언급하는데 어느 시점인지는 안 나와서 헷갈림)만에 등장해서는 엄청 성장한 모습을 보이지 뭡니까. 단순히 실력적으로가 아니라 성격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는데요. 마치 나루토가 소년 시절에서 갑자기 나뭇잎 마을 촌장이 된 모습이랄까요. 입만 열었다 하면 똥만 내뱉었던 성격(2)은 둥굴어져서 타인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동안 란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는 사우전드 벨리를 떠나 하루히로 일행과 마찬가지로 오르타나로 여행 중인데요. 이세계는 혼자서 여행해도 안전하다 할 만큼 그리 녹록한 게 아니죠. 그런 여행이 란타로 하여금 성장하게 한 것일까요. 여행의 일부분에서 누군가의 죽음을 직시하고 자신의 마음에 무언가를 묻는 장면은 정말 가슴 먹먹하게 하였습니다.

 

맺으며, 앞의 내용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동안 똥 덩어리 혐오감 일색이었던 란타가 사람이 되어 돌아온 부분은 정말 이 작품에 있어서 최대의 백미가 아닐까 했습니다. 스포일러라 조심스러운데, 파토라는 오크와 인간 사이의 혼혈의 아이가 나와요. '구모'라고 인간에게도 오크에게도 멸시를 당하는 종족이죠. 구모는 오크의 노예가 되어 평생을 힘들게 살아가야 되는데 그런 구모의 아이와 란타가 만나요. 이미 예상은 했습니다만. 란타를 쫓아온 건지 아이를 쫓아온 건지 오크의 추적자들이 쏜 화살에 아이가 맞아 버립니다. 가망은 없어요. 예전의 란타였다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의사도 약도, 회복술사도 없어요. 그저 화살을 맞은 아이를 들쳐 업고 여행길에 오르죠. 그는 아이에게 희망에 찬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그저 평소대로 이야기를 하죠. 그리고 아주 맛있게 구워진 물고기를 먹여 줍니다. 또 그리고 언덕에 올라 노예로 지냈다면 못 보았을 풍경을 보여주려 하죠. 하지만 아이는...

 

필자가 이렇게 가슴 먹먹해지기는 정말로 오랜만이었습니다. 이것이 란타에게 있어서 성장의 원동력이었을까. 이런 죽음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복선, 그는 빌어먹을 세상이라고 욕하지 않습니다. 자신은 어찌할 수 없는 것도 있을 테니까요. 그저 자신은 자신의 마음에 잘 따르고 있냐고 반문하고 있을 뿐. 정말로 란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크엘프라고 일컬어지는 회색 엘프와의 여행, 그 회색 엘프와의 여행 종착점에서 본 또 다른 인생을 보며 란타는 또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이 남자가 사는 법은 강자에겐 꼬리를 살랑살랑, 약자에겐 매도를 퍼부으며 늘 자신만을 생각하던 모습에서 타인을 위해 움직일 때. 그리고 진실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는 걸 여행 중에 깨달은 것인지 란타도 조금은 이성이 다가올 여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정말로 하루히로 일행의 여행보다 란타의 이 단편이 100배는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더군요. 덕분에 마나토의 최후가 퇴색되어 버렸습니다. 마나토의 최후도 참 먹먹하게 만드는...


 

  1. 1, 그러니까 한 명의 주인공을 분할해서 고블린도 주인공이고, 인간의 모습으로한 주인공도 출연 시켜서 둘(자신)이 마주보게 하는 것
  2. 2, 노파심에서 쓰지만 나루토가 이렇다는 소리가 아님, 성격적으로 성장하였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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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11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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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동굴에서 죽을 운명이었던 나 자신이 아직도 살아 있는 이유는 무얼까. 겨우 어른으로 성장하여 첫 모험을 떠난 날, 가볍게 들뜬 마음으로 들어간 동굴에서 나만 살아온 사실은 주박이 되어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서 옥죄어 온다. 정확히는 무도가 소녀도 살았지만 살아도 산 게 아니게 된 소녀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자신은 계속 모험가 일을 하는 현실. 여신관을 보고 있으면 인생은 실전이라는 걸 여실히 알 수가 있습니다. 그녀가 한번 발을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나날 속에서도 그만두지 못하고 나아가기만 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지키고, 치유하고, 구하라.' 지모신의 교리를 충실히 수행하려는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모험가의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일까. 그날,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구해진 이례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모험가로써 경력을 쌓은 그녀는 어엿한 중견 모험가로 성장 하게 됩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선 어떤 것을 해야 할까요. '자만하지 않는다. 성실히 임한다.' 자, 여신관의 주위에 온통 은등급뿐이죠. 작중엔 별로 표현은 안 되어 있지만, 그렇다면 신입 등 생각이 꼬인 사람들이 그녀의 위치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는 일목 묘연해집니다. '은등급이 떨어트리는 고물을 주어먹을 뿐 니가 하는 게 뭐가 있냐고.' 하지만 그녀(여신관)의 승급이 결정됩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모험가 중 높은 등급을 가진 사람 중에 소위 말하는 양아치가 없다는 게 특징인데요. 제대로 올바른 정신이 박혀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렇다는 건 여신관의 평가도 제대로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그녀(여신관)의 노력의 결과. 그날, 동굴에서 죽을 운명이었던 그녀는 비록 도움을 받았을지언정 자기 발로 분명히 걷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여신관에게 여상인이 찾아옵니다. 언제였더라. 5권 때였군요. 가끔 편지를 주고 받기도하는 여상인의 정체는, 판타지이긴 한데 중세 시대를 표방하는 이 세계에서 귀족가의 딸로 태어나 부족함이 없는 삶에 뭔 불만이 있었는지 모험가를 하겠다며 집안 대대로 전해져오는 가보(검)을 들고 뛰쳐 나왔다가 고블린에게 된통 당해버렸던 영애 검사인데요. 한때 좌절하여 집에 틀어박히나 싶었는데 어느새 일어서서 상인을 하고 있었군요. 처음부터 이쪽 계통으로 나갔으면 대성을 하였을 텐데라는 느낌으로 어용상인(왕궁에 직납하는 상인)까지 꿰차선 승승장구 중이랄까요. 그러나 왕과 검의 처녀(지고신의 대주교, 금등급, 세계를 구한 영웅)까지 그녀(여상인)를 각별히 여길 만큼 성공한 인생이라지만, 그 한 번의 잘못으로 여상인은 여신관보다 더 어리면서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인생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여신관과 여상인, 그리고 둘의 공통점은 고블린 슬레이어. 시작은 같았어도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에게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설친다며 어리석다고 비난도, 쓸데없는 다정함도 없는 그에게서 그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 갔었습니다. 만약 여신관이 좀 더 일찍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났더라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처음 파티 그대로 조금식 성장하는 나날, 고블린 슬레이어와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신들이 굴리는 주사위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는 게 여신관에게 있어서 행운일까 불행일까. 그리고 여상인에게도. 이번 이야기는 어쩌면 신들이 굴리는 주사위의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면, 어쩌면 여상인도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에 끼여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구성입니다.

 

여상인이 가져온 의뢰. 동쪽 국경을 넘은 어떤 나라에서 고블린들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인다며 조사를 명 받았는데 이들에게 호위를 부탁합니다. 그리고 길을 떠나는 고블린 슬레이어 파티, 사방 세계로. 그동안 다크 계열을 표방하였다면 이번 이야기는 어딘가 몽한적인 느낌을 선사하는데요. 필자의 감성이 말라 버려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종적이 대거 출연하고, 사막을 건너면서 신기루를 보는 듯한. 신화를 노래하고 그 신화를 따라 발자취를 남기는, 그동안 고블린은 몰살이라며 눈에 뵈는 게 없이 나댔다면 이번엔 모험이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파스텔풍 여행길을 보여주고 있군요. 특히 여신관과 여상인이 보여주는 우애 깊은 자매 같은 모습은 흐뭇하게 합니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때 보다 빨리 여상인도 고블린 슬레이어를 만났다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싶을 정도로...

 

맺으며, 입만 열었다 하면 고블린 고블린 거리는 고블린 성애자 비중이 줄어 버렸습니다. 대신에 여전히 여신관의 압도적인 성녀 포스는 대단했는데요. 보기에도 끔찍한 고블린들이 흘린 오물 속에서 신음하는 여자들을 일일이 챙겨주고 보다듬어주는 모습은 참으로 눈물겨웠군요. 그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여상인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모습 또한 애절하게 합니다. 노력한다. 자만하지 않는다. 성실히 임한다. 그리고 구한다. 하늘은 스스로를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말이 있죠. 여신관이 딱 그런 경우라 할 수 있는데요. 승급했다고, 살아 돌아왔다고 우쭐해하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할 때 주변의 평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진리. 그리고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밑천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며 착실히 성장해가는 여신관이 참으로 눈부시다 할 수 있었습니다. 여상인 또한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서 자신이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 실천하면서 성장이란 이런 건가 싶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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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가 되고 싶다며 도시로 떠났던 딸이 S랭크가 되었다 4 - L Books
모지 카키야 지음, toi8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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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숲에서 또 딸을 줍는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일찌감치 모험가의 길에서 탈락해 고향으로 돌아와 유유자적 살아가던 아저씨에게 찾아온 두 번째 인연. 숲의 이변을 감지하고 감시하던 때에 주변 모든 걸 집어삼키며 부풀어 오른 마력의 덩어리를 어떻게 처리를 했더니 그 중심에 무뚝뚝한 어린 소녀가 있더라는 말씀. 그 소녀는 마왕이 되겠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마왕이 되다 만 잔재라고 할까요. 이 소녀가 어디서 어떻게 숲으로 흘러왔는지는 모릅니다. 자의적으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숲의 기운을 흩트렸는지도 소녀는 분간도 못하고 있었더랬죠. 아저씨는 동료들과 간신히 마왕이 될뻔한 마력을 없애긴 했지만 남겨져버린 잔재, 어린 소녀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합니다. 인간들에게 있어서 암울한 미래 밖에 선사하지 않는 마왕이라는 잔재를 훗날을 위해 이 어린 소녀를 죽어야만 할까.

 

'우리 딸을 위해서라면, 나는 마왕도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몰라(이하 우리 딸)'이라는 작품을 보면 숲에서 주은 여자아이를 정성껏 기르는 주인공이 나옵니다. 이 작품도 참으로 유사하게 흘러가죠. 그러나 이 작품이 다른 점이라는 부녀 관계에서 부부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건데요. 이 작품의 특징은 출생이야 어떻든 소중한 생명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정성껏 기르며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긍지가 무엇인지 보여주려 하죠. 사실 손바닥만 한 마을이고, 주변에 다른 마을이 없는 오지 중에 오지의 숲에서 아이가 버려져 있다면 의심부터 해봐야 하잖아요. 우리 딸에서 라티나는 아버지의 인도를 받았고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였다지만 이 작품의 히로인 안젤린의 경우는 갓난아기 때 발견이 되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작가 후기에서 아저씨를 주인공으로 언급함)은 참으로 간이 크다고 할 수 있죠. 정체도 모르는 아이를 주워다 길렀으니까요. 그것이 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으로 길러낸 것에서 아저씨의 인품을 알 수 있지 않을까도 싶은데요. 그러나 안젤린 때는 마치 뻐꾸기처럼 몰라서 길렀다지만, 이번에 두 번째로 맞이한 딸은 눈앞에서 마왕의 잔재라는 걸 알면서도 대려다 기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미토'라는 이름까지 지어줬죠. 미토는 아저씨를 아빠라 부르며 매우 잘 따르고 있습니다. 아저씨도 안젤린과 마찬가지로 미토를 친딸처럼 예뻐 하며 기르기로 작정을 하면서 흐뭇한 전개가 예상되지만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고 역설하지 시작합니다. 이전부터 '솔로몬'이라는 사교가 등장하며 미토와 더블어 안젤린도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는 복선이 나와 버렸거든요.

 

아무튼 아저씨는 곧 다가올 겨울을 대비해 추수를 서두릅니다. 미토는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손에 닥치는 대로 입에 넣기에 바쁘고 그때마다 아저씨는 타이르는 게 여느 가족물에서 볼법한 훈훈함이 있습니다. 손녀(망나니 여엘프) 찾아 삼만리를 단행했던 노엘프 '그라함'은 어느새 톨네라 마을에 녹아들어 미토를 돌보는 모습은 손주를 대하는 할아버지 그 자체여서 이 역시 흐뭇하게 하고요. 미토는 그라함을 할부지라 부르며 잘 따르는 게 여간 귀여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조금 더 이런 흐뭇함을 보고 싶은데 작가는 이야기를 진전 시키려는지 조금식 안젤린의 출생에 관련해서 진실에 다가서려 하는군요. 1년 전 마왕을 무찌른 공로를 치하한다며 공작가에서 훈장을 준다며 오라는데 이제 와서 훈장이라니 뭔가 안 좋은 냄새가 나지만 천민 취급 당하는 모험가 입장에서는 귀족이 오라는데 안 갈 수도 없어요.

 

역시나 도착하니 정치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고, 안젤린은 휘말려 고초를 겪죠. 모험가라 괄시하면서 자신의 치적을 위해 안젤린을 이용하는 더러운 귀족과 그런 귀족과는 다르다는 듯 다가오는 리젤로테라는 어린 소녀와의 인연. 그리고 뜻하지 않게 아버지의 옛지인을 만나면서 아버지(아저씨)에게 있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젊었을 적 다리를 잃고 방황의 끝에 도망치듯 고향으로 돌아와버린 아저씨는 늘 가슴 한켠에 가시가 박혀있는 듯한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모험가에 대한 미련일까요. 은퇴했다고 믿었던 마음은 나이를 먹어서도 칼을 놓지 못했고 늘 단련에 매달리고 있었더랬죠. 노엘프 그라함을 만나 다시금 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아저씨는 가슴에 박힌 가시 제거라는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딸이 살고 있는 올펜으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이전 에피소드에서 아저씨와 안젤린에게 구원받았던 샤를로테 소녀와 벡이라는 소년을 다시 만나는데...

이로써 아저씨는 결혼도 안 했으면서 가족이 자꾸만 늘어 갑니다.

 

맺으며, 뭔가 틀이 잡혀가는 4권이었습니다. 미토와 솔로몬이라는 사교의 등장으로 이 세계에서 마왕의 출현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조금 더 밝혀지게 되었군요. 결국은 안젤린의 정체가 마왕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인데요. 미토가 그랬던 것처럼 이 세계의 마왕은 무언가의 매개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톨네라라는 손바닥만 한 마을에서 누군가가 출산을 했다면 소문이 났을 테고 안젤린이 마을 출신이라면 금방 부모를 찾았을 텐데도 그렇지 않다는 건 다른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무언가의 목적을 위해 가져다 놨다는 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미토도 그렇고 아저씨는 의문을 가지지 않는군요. 이점이 좀 설정 구멍이랄까요. 여기서 문제는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생각하면 구심점이 될 남자 주인공이 좀 빈약하다고 할까요. 물론 아저씨도 좋은 사람이긴 한데 우리 딸처럼 그렇게 흘러가는 기미가 전혀 없는지라, 복선 떡밥 그대로 회수된다면 안젤린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느끼게 되겠죠. 그때 혼란을 격을 안젤린을 누가 붙잡아 줄까 하는 걱정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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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3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마타논키 그림, 원성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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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지난날, 납작 얼굴 '니시노'가 다 죽어가는 여자애를 구해준 이유가 뭘까. 세상사 아무런 관심 없던 사내놈이 골목길에서 세상 하직하게 생긴 어떤 여자애를 보다 못해 구해줬는데요. 골목길에서 세상 하직하게 생긴 여자애의 이름은 '로즈(표지)'라고 합니다. 주인공 니시노와 마찬가지로 이능력자인데 능력은 괴력, 니시노는 학교에서 카스트 상위를 차지할 만큼 외모를 가진 그녀이기에 구해줬을까? 단순한 변덕일까. 1~2권에서 뭔가 이유가 나온 거 같긴 한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뭐 어쨌건 제비 다리를 고쳐준 흥부는 박 씨를 얻었는데 니시노도 뭘 얻긴 얻습니다. 구해준 당사자(로즈)라는 선물을, 흔히 우리네 민담이라든지 만화라든지에서 보면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해주고 눈이 맞아서 맺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이런 일은 거의 다 해피엔딩인데 이 작품의 니시노는 과연?

 

남녀 불문하고 기피 대상인 납작 얼굴에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입장에서 절벽 위의 꽃을 손에 넣었다는 건 부러워 마지않는 축복받을 일이죠. 상대가 정상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남자 나이 16살, 인생에 있어서 미래를 설계해야 될 나이에 접어든 그에게 있어서 필요한 건 무얼까. 그건 노년에 쓸쓸하지 않으려면 반려를 만드는 것. 그래서 그에게 다가온 로즈는 이상향이었죠. 그녀가 정상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가정하에서. 되지도 않는 성격으로 청춘을 구가하겠다는양 인맥을 쌓고 인연을 만들어 인생을 좀 펴보려고 했던 게 그(니시노)에게 있어서, 예능인 강호동이 1박 2일 찍으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살아야 된다고. 그래서 하늘이 노했던 거겠죠. 옜다 관심이라며 던져준 게 하필이면 로즈였다는 게 니시노의 입장에서는 불운이 아니었을까요.

 

스토커물에서 자주 등장하잖아요.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들러붙어 광기를 보여주는 여자(혹은 남자, 여기선 로즈니까 여자), 이 사람만이 내 사랑의 전부이고, 세상의 전부이고, 다른 이성과의 만남은 절대 있을 수 없는, 나만 바라봐 줘야 하고, 내가 원하는 걸 해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은 심리를 가진 사람을 스토커라고 하죠. 왜 하필 니시노는 그날 골목길에서 로즈를 구해줬는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서 자신을 뜯어말리고 싶겠죠. 상대(로즈)가 일반인이라면 에이전트답게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버리겠지만 뒷세계 동업자에다 영향력 또한 있는 걸물이다 보니 어찌할 수가 없어요. 경고를 하지만 그때뿐이고, 아니 스토커가 경고한다고 그만둘게요 하는 거 보셨나요.

 

나를 구해준 멋진 사람, 뒷세계 일을 하다 보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은 자주 있을 텐데도 단순히 구해줬다고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영화 스피드를 보면 사건으로 만난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역설하기도 하는데 로즈는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관철 시킬 수 있을까.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학교에서 남자 인물 카스트 1위를 구가중인 타케우치(바람둥이)의 어프로치는 안중에도 없는 걸 보면 적어도 로즈는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성격은 아닌 듯한데요. 일단 일편단심 니시노를 향한 콩깍지가 껴서 아무것도 안 보이긴 한데, 이번에 그래도 니시노를 왕따시키는 관련으로 위에는 위가 있다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사랑이라는 파탄적인 성격도 그렇고 정상적인 판단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질이 더 안 좋기도 합니다.

 

왜냐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스토커는 삼류이고, 일류 스토커는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는 정상적 생활로 상대를 몰아붙이니까. 생각해보세요.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고고한 장미처럼 우아하게 행동하지만 둘이 되었을 때는 본모습이 튀어 나오기도 하고, 혼자가 되었을 때 광기를 보여준다면 얼마나 소름이겠어요. 내가 보지 않은 건 믿으려 하지 않는 인간 습성을 보더라도 피해자가 주변에 말해도 소용이 없겠죠. 그 짓을 로즈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진화해서 2권에서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반장 '시미즈'를 약점 잡아 꼬봉으로 들이고 난 후엔 그녀(시미즈) 앞에서도 광기를 보여주는 게 여간 소름이 아닐 수 없어요. 공항에서 니시노를 생각하며 자위를 하겠다는 그녀(로즈), 이게 로즈 본모습이라는 걸 알아버린 반장 시미즈(1)에게 있어서 이보다 지옥은 없었을 듯.

 

이번 이야기는 미남 타케우치가 어떻게든 로즈와 거사를 치르겠다는 일념 하에 진행한 해외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온 동네를 쏘다니며 DNA를 뿌려대는 미남과 그 DNA를 받겠다고 우왕좌왕하는 여학생들이 가관이죠. 늘 생각하지만 회복술사(지금은 19금)도 그렇고 발행 출판사인 제이노블의 수완이 좋다고 할까요. 이런 이야기는 적어도 15세 이상 관람가일 텐데 전연령가로 내는 걸 보면. 아무튼 타케우치의 야심에 휩쓸려 로즈도 동행하게 되죠. 그러나 온통 그녀의 마음속엔 니시노뿐이었다는 것에서 타케우치는 참 안습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본모습을 본다면 과연 어떤 얼굴을 할까.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래도 대놓고 니시노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랬다간 로즈에 의해 목뼈가 부러졌을 테니(실제로 임무를 하며 대상의 목을 부러트림).

 

어쨌건 로즈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타케우치의 머릿속엔 온통 꽃밭으로 치장이 되어 있지만 그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여행에 따라오기로 한 니시노가 안 보이자 금단현상이 일어나는 로즈가 압권이죠. 일류 스토커가 보여주는 스토커 짓이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공황에서 니시노를 생각하며 자위라고 하니 말 다했죠. 그렇게 기어이 니시노의 행적을 쫓으며 그와 함께하겠다는 일념을 관철하고 마는 그녀의 성격은 무섭고도 소름 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합니다. 대체 니시노의 어딜 좋아서 쫓아다니는 걸까. 콩깍지라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타케우치는 또다시 안습, 전편에서 로즈나 니시노와 엮여서 좋은 꼴을 못 본다는 걸 진작에 알았으면서도 또 엮여선 불운을 맛보게 되는 그에게 애도를.

 

사실 니시노는 임무 중에서 오가는 대화하든가 자기 인생에 관련이 없는 인간과의 대화는 참으로 스무스하게 한다는 말이죠. 근데 그게 안되는 게 학교에서 생활이랄까요. 왕따 당하는 이유는 상판도 상판이지만 중2병같은 시니컬한 말투 때문인데 이걸 임무 때처럼 고칠 생각을 안 해요. 누가 지적 좀 해주면 고치지 않을까 싶은데 애초에 아무도 상종을 안 해주니 본인이 알리가 없어요. 로즈는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있지, 반장은 어디 벌레라도 보는 듯하지. 타케우치는 일방적으로 라이벌로 생각해서 그의 말투는 안중에도 없지.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니시노가 두려워 진언을 못하지(니시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능력자거든요.). 간신히 친구가 된 기타리스트는 그의 꼬봉이 되어서 헤벌쭉하는 중이지. 주변에 제대로 된 인간들이 없어요. 같은 반 여학생들은 타케우치와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동성 여자애의 발톱을 뽑아 버리겠다고 그러질 않나.

 

그렇게 타쿠우치가 준비한 사심 가득한 여행은 파탄을 향해가고, 결국 니시노는 로즈의 계략에 넘어가고 마는데...

 

맺으며, 2권에 이어 과연 분코로리 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등장인물 개개인 모두가 감정 표출에 있어서 브레이크가 없어요. 그렇담 추천작인가? 음... 좀 미묘하긴 합니다. 로즈의 일방통행은 소름 돋죠. 다나카에 나오는 음습한 소피아가 그러는 거처럼 그녀(로즈)도 뭔가 섞는 걸 마다하지 않는, 그러면서 겉으로는 정상인 행세를 하면서도 니시노에게 들러붙는 게 송진(소나무 진액) 저리 가라입니다. 하필 송진에 비유한 건 송진은 분비될 때 끈적 거리지만 한번 굳으면 꽤 딱딱해지죠. 그래서 안에 뭔가가 가둬지면 호박(보석의 일종)이 되어버리는, 그리고 한번 불붙으면 활활 타오르고 검은 연기를 마구 내뿜게 되죠. 로즈에게선 그런 게 엿보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교훈, 왕따를 주도하는 인물이 정작 자신이 왕따 당하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이라는 메시지적인 것도 있다는 것이군요. 니시노를 왕따시켰던 반장 시미즈가 로즈에 의해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을 때는 위에는 위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1. 1, 니시노가 학교에서 왕따 당하게된 표면적인 주범, 진범은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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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오라토리아 12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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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이번 12권을 표현하라면 부제목이 딱 어울리지 않을까 싶군요. 동네에서 매너 있고 자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살인마더라라고 한다면 얼마나 소름이 돋을까요. 철저한 내면 연기로 주변을 속이고 뒤로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걸 일상으로 삼고 있던 사람, 그래도 감 좋은 사람은 이웃이 가진 위화감을 느끼고 경계는 했더랬죠. 하지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요. 게다가 이웃은 피에로까지 준비해두면서 철저한 위장한 덕분에 꼬리를 쉽게 잡을 수가 없었죠. 불의에 맞서고 도시의 미증유의 사태에도 힘을 보태는 통에 주변의 의심은 깊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만큼 이웃은 용의주도하였고,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고 말아요.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이 난 시점에서 이웃이 가진 위회감의 정체를 밝혔지만 때는 늦어 버렸습니다.

 

뭣 때문에 손을 내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파티 브레이커로 모험가들에게서 멸시의 대상이 되어 오로지 혼자 다니는 검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그녀가 애처로워 손을 내밀었는지도 모릅니다. 들판에 혼자 핀 고고한 들꽃처럼, 다가오는 걸 거부하듯 가시로 무장한 검은 장미처럼, 놔두면 언제가 무너지고 고독하게 혼자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내밀었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내밀어진 그 손은 얼마나 따뜻했던가.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절망만을 안고 살아가던 그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내밀어진 손을 부여잡고 새로운 길을 걸었다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만약 좀 더 일찍 그녀와 만났더라면, 그런 부질없는 소망은 손바닥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물처럼 둘의 사이에 종말을 고합니다.

 

위 두 문단은 이번 12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인 이웃에 충격을, 알고 보니 절망만을 안고 살아가던 소녀가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의 따뜻함을 잊지 못해 망설임과 방황 그리고 결단이라는 끝맺음. 이블스 잔당을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로키 파밀리아]를 위시한 연합군은 1차전에서 대패를 해버렸습니다. 적이 남긴 함정은 많은 모험가의 생명을 앗아가버렸죠. 특히 검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엘프 '피르비스'의 사망은 독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감이 좋은 사람은 이미 이전부터 그녀의 죽음과 죽음 이후의 행적이라는 복선을 알아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위화감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피야는 그녀(피르비스)의 진실을 알아가려 하죠. 친구가 죽었다는 충격을 딛고 일어서 진실과 마주한 그녀가 벨 못지않은 영웅전설을 만들어 가는 게 이번 이야기의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해뒀지만 그래도 스포 한다고 항의하는 분들이 계셔서 요즘은 핵심 인물에 대한 스포일러를 자중하려다 보니 리뷰가 자꾸 두리뭉실 해지는데요. 이번에도 그래요. 이블스 잔당을 이끌고 뒤에서 오라리오 붕괴를 주도했던 신(神)의 존재는 이름만 밝히면 누구나 다 아는 존재이죠. 그래서 이번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두 시간 넘게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이미 피르비스가 언급된 점에서 감이 좋은 분들은 눈치챘지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선악을 가르는 히이로물에서 알고 봤더니 악당은 사실 선한 사람이었고 시대와 현실이 악으로 물들게 했을 뿐이라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는 필자가 매우 싫어하는 주제인데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악당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뭔 말이냐면, 그냥 혼돈의 도가니를 즐기기 위해 도시를 붕괴 시키고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가 악당이라는 거죠. 여기에 이유나 명분은 없어요. 그래서 죽으면 찝찝한 악당이 아닌 죽어서 시원한 악당이 나온다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명확히 해야 될 점은 이블스 잔당을 뒤에서 조종했던 어떤 신(神)만이 그렇다는 것이고, 레피야가 진실을 찾아 도달했던 어떤 인물의 경우는 좀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년 전 던전에서 맞이한 절망만을 안고 죽지 못해 살아가던 그 존재는 레피야를 만나 빛을 보게 되었지만 모든 게 늦어버린 상황. 여기서 갈리는 게 성선설로 그 존재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레피야를 후자를 선택하죠. 그 선택의 기로는 처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지막 레피야가 목놓아 우는 모습의 일러스트는 먹먹하기 짝이 없었군요.

 

피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십수 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해왔던 어떤 신이 일으킨 미증유의 사태, 던전의 도시 오라리오가 붕괴할지도 무른다는 위기감에 모든 모험가들이 나서서 치르는 대규모 전투, 외전에서는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던 [프레이야 파밀리아]까지 나서지만 사태는 녹록지가 않습니다. 벨을 위시한 [헤스티아 파밀리아]까지 투입되고, 제노스와 오라리오 외부에서까지 전력이 투입되는 등 이제까지 등장했던 등장인물들이 총망라되어 사력을 다하지만 흑막이 준비한 진짜배기는 사람들을 경악 시키기에 충분했군요. 모든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갈 찰나에 우리가 바라는 영웅은 누구인가. 흑막이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던 단 한 사람, 시대가 영웅을 바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그가 나타난다. 이걸 두고 전문 용어가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맺으며, 3부 최종 편이라고 합니다. 원래 12권에서 외전은 끝내려나 했나 본데 작가가 아쉬웠는지 후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찾아온답니다. 요정 각성 편이라는 걸 보니 아이즈의 이야기는 아닌 거 같고, 이번에 대단한 활약을 보인 데다 성장통을 겪은 레피야 혹은 방황의 류가 아닐까 싶더군요. 둘 다 엘프라는 요정이니까. 레피야의 경우 벨에 필을 받은 로키가 벨처럼 스테이터스를 S까지 올리고 나서 랭크업 시키려고 묵혀 두었는데도 레벨 4로 올린 거 보면 앞으로 집중 성장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하지만 활약은 많이 하는데 임팩트가 와닿지 않아 각성 편에 쓰일 주제로는 적합해 보이지는 않았군요(물론 필자 주관적인 생각). 그렇다면 이블스와 인연이 깊은 류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이번 흑막 신(神)이 류가 과거에 속했던 파밀리아를 언급하기도 했고(보면 이런 이야기가 복선이 되는 경우가 있음), 이번에 이블스를 완전히 소탕하기도 했으니 이제 본모습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싶었군요. 근데 류는 또 다른 외전인 파밀리아 크로니클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어서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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