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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노 3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마타논키 그림, 원성민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지난날, 납작 얼굴 '니시노'가 다 죽어가는 여자애를 구해준 이유가 뭘까. 세상사 아무런 관심 없던 사내놈이 골목길에서 세상 하직하게 생긴 어떤 여자애를 보다 못해 구해줬는데요. 골목길에서 세상 하직하게 생긴 여자애의 이름은 '로즈(표지)'라고 합니다. 주인공 니시노와 마찬가지로 이능력자인데 능력은 괴력, 니시노는 학교에서 카스트 상위를 차지할 만큼 외모를 가진 그녀이기에 구해줬을까? 단순한 변덕일까. 1~2권에서 뭔가 이유가 나온 거 같긴 한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뭐 어쨌건 제비 다리를 고쳐준 흥부는 박 씨를 얻었는데 니시노도 뭘 얻긴 얻습니다. 구해준 당사자(로즈)라는 선물을, 흔히 우리네 민담이라든지 만화라든지에서 보면 위기에 처한 여자를 구해주고 눈이 맞아서 맺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이런 일은 거의 다 해피엔딩인데 이 작품의 니시노는 과연?
남녀 불문하고 기피 대상인 납작 얼굴에 커뮤니케이션 장애를 앓고 있는 주인공 입장에서 절벽 위의 꽃을 손에 넣었다는 건 부러워 마지않는 축복받을 일이죠. 상대가 정상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면. 남자 나이 16살, 인생에 있어서 미래를 설계해야 될 나이에 접어든 그에게 있어서 필요한 건 무얼까. 그건 노년에 쓸쓸하지 않으려면 반려를 만드는 것. 그래서 그에게 다가온 로즈는 이상향이었죠. 그녀가 정상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가정하에서. 되지도 않는 성격으로 청춘을 구가하겠다는양 인맥을 쌓고 인연을 만들어 인생을 좀 펴보려고 했던 게 그(니시노)에게 있어서, 예능인 강호동이 1박 2일 찍으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살아야 된다고. 그래서 하늘이 노했던 거겠죠. 옜다 관심이라며 던져준 게 하필이면 로즈였다는 게 니시노의 입장에서는 불운이 아니었을까요.
스토커물에서 자주 등장하잖아요. 위기에 빠진 자신을 구해준 남자에게 들러붙어 광기를 보여주는 여자(혹은 남자, 여기선 로즈니까 여자), 이 사람만이 내 사랑의 전부이고, 세상의 전부이고, 다른 이성과의 만남은 절대 있을 수 없는, 나만 바라봐 줘야 하고, 내가 원하는 걸 해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나서 미칠 거 같은 심리를 가진 사람을 스토커라고 하죠. 왜 하필 니시노는 그날 골목길에서 로즈를 구해줬는가.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서 자신을 뜯어말리고 싶겠죠. 상대(로즈)가 일반인이라면 에이전트답게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버리겠지만 뒷세계 동업자에다 영향력 또한 있는 걸물이다 보니 어찌할 수가 없어요. 경고를 하지만 그때뿐이고, 아니 스토커가 경고한다고 그만둘게요 하는 거 보셨나요.
나를 구해준 멋진 사람, 뒷세계 일을 하다 보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은 자주 있을 텐데도 단순히 구해줬다고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영화 스피드를 보면 사건으로 만난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역설하기도 하는데 로즈는 끝까지 자신의 생각을 관철 시킬 수 있을까. 첫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사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학교에서 남자 인물 카스트 1위를 구가중인 타케우치(바람둥이)의 어프로치는 안중에도 없는 걸 보면 적어도 로즈는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성격은 아닌 듯한데요. 일단 일편단심 니시노를 향한 콩깍지가 껴서 아무것도 안 보이긴 한데, 이번에 그래도 니시노를 왕따시키는 관련으로 위에는 위가 있다는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사랑이라는 파탄적인 성격도 그렇고 정상적인 판단도 하고 있다는 것에서 질이 더 안 좋기도 합니다.
왜냐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스토커는 삼류이고, 일류 스토커는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는 정상적 생활로 상대를 몰아붙이니까. 생각해보세요.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고고한 장미처럼 우아하게 행동하지만 둘이 되었을 때는 본모습이 튀어 나오기도 하고, 혼자가 되었을 때 광기를 보여준다면 얼마나 소름이겠어요. 내가 보지 않은 건 믿으려 하지 않는 인간 습성을 보더라도 피해자가 주변에 말해도 소용이 없겠죠. 그 짓을 로즈가 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진화해서 2권에서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반장 '시미즈'를 약점 잡아 꼬봉으로 들이고 난 후엔 그녀(시미즈) 앞에서도 광기를 보여주는 게 여간 소름이 아닐 수 없어요. 공항에서 니시노를 생각하며 자위를 하겠다는 그녀(로즈), 이게 로즈 본모습이라는 걸 알아버린 반장 시미즈()에게 있어서 이보다 지옥은 없었을 듯.
이번 이야기는 미남 타케우치가 어떻게든 로즈와 거사를 치르겠다는 일념 하에 진행한 해외여행을 다루고 있습니다. 온 동네를 쏘다니며 DNA를 뿌려대는 미남과 그 DNA를 받겠다고 우왕좌왕하는 여학생들이 가관이죠. 늘 생각하지만 회복술사(지금은 19금)도 그렇고 발행 출판사인 제이노블의 수완이 좋다고 할까요. 이런 이야기는 적어도 15세 이상 관람가일 텐데 전연령가로 내는 걸 보면. 아무튼 타케우치의 야심에 휩쓸려 로즈도 동행하게 되죠. 그러나 온통 그녀의 마음속엔 니시노뿐이었다는 것에서 타케우치는 참 안습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본모습을 본다면 과연 어떤 얼굴을 할까.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래도 대놓고 니시노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거군요. 그랬다간 로즈에 의해 목뼈가 부러졌을 테니(실제로 임무를 하며 대상의 목을 부러트림).
어쨌건 로즈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타케우치의 머릿속엔 온통 꽃밭으로 치장이 되어 있지만 그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여행에 따라오기로 한 니시노가 안 보이자 금단현상이 일어나는 로즈가 압권이죠. 일류 스토커가 보여주는 스토커 짓이라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공황에서 니시노를 생각하며 자위라고 하니 말 다했죠. 그렇게 기어이 니시노의 행적을 쫓으며 그와 함께하겠다는 일념을 관철하고 마는 그녀의 성격은 무섭고도 소름 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합니다. 대체 니시노의 어딜 좋아서 쫓아다니는 걸까. 콩깍지라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타케우치는 또다시 안습, 전편에서 로즈나 니시노와 엮여서 좋은 꼴을 못 본다는 걸 진작에 알았으면서도 또 엮여선 불운을 맛보게 되는 그에게 애도를.
사실 니시노는 임무 중에서 오가는 대화하든가 자기 인생에 관련이 없는 인간과의 대화는 참으로 스무스하게 한다는 말이죠. 근데 그게 안되는 게 학교에서 생활이랄까요. 왕따 당하는 이유는 상판도 상판이지만 중2병같은 시니컬한 말투 때문인데 이걸 임무 때처럼 고칠 생각을 안 해요. 누가 지적 좀 해주면 고치지 않을까 싶은데 애초에 아무도 상종을 안 해주니 본인이 알리가 없어요. 로즈는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있지, 반장은 어디 벌레라도 보는 듯하지. 타케우치는 일방적으로 라이벌로 생각해서 그의 말투는 안중에도 없지.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은 니시노가 두려워 진언을 못하지(니시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이능력자거든요.). 간신히 친구가 된 기타리스트는 그의 꼬봉이 되어서 헤벌쭉하는 중이지. 주변에 제대로 된 인간들이 없어요. 같은 반 여학생들은 타케우치와 친하게 지낸다는 이유로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동성 여자애의 발톱을 뽑아 버리겠다고 그러질 않나.
그렇게 타쿠우치가 준비한 사심 가득한 여행은 파탄을 향해가고, 결국 니시노는 로즈의 계략에 넘어가고 마는데...
맺으며, 2권에 이어 과연 분코로리 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미진진합니다. 등장인물 개개인 모두가 감정 표출에 있어서 브레이크가 없어요. 그렇담 추천작인가? 음... 좀 미묘하긴 합니다. 로즈의 일방통행은 소름 돋죠. 다나카에 나오는 음습한 소피아가 그러는 거처럼 그녀(로즈)도 뭔가 섞는 걸 마다하지 않는, 그러면서 겉으로는 정상인 행세를 하면서도 니시노에게 들러붙는 게 송진(소나무 진액) 저리 가라입니다. 하필 송진에 비유한 건 송진은 분비될 때 끈적 거리지만 한번 굳으면 꽤 딱딱해지죠. 그래서 안에 뭔가가 가둬지면 호박(보석의 일종)이 되어버리는, 그리고 한번 불붙으면 활활 타오르고 검은 연기를 마구 내뿜게 되죠. 로즈에게선 그런 게 엿보입니다. 그리고 한가지 교훈, 왕따를 주도하는 인물이 정작 자신이 왕따 당하게 되었을 때 과연 어떤 기분?이라는 메시지적인 것도 있다는 것이군요. 니시노를 왕따시켰던 반장 시미즈가 로즈에 의해 똑같은 기분을 맛보고 있을 때는 위에는 위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 1, 니시노가 학교에서 왕따 당하게된 표면적인 주범, 진범은 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