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조사원 2 - J Novel Next
아야사토 케이시 지음, lack 그림, 이엽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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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야기는 우리도 아는 이야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드래곤에 잡혀간 공주를 구하는 용사와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인데요. 어느 욕심 많은 드래곤에 잡혀간 공주(라기 보다 지방 영주 딸)는 독설가로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는 어느 남자처럼 매일을 숲에 들어가 자신에게 쏟아지는 불합리를 독설로 풀고 있었더랬죠. 성격 파탄자인 그녀, 가령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뭘 봐! 개구리같이 생겨선(비슷할 겁니다.)' 같이 주변에 적을 잔뜩 늘려가기만 했죠. 그런 자신의 성격을 고치기 보다 주변에서 그런 자신을 싫어한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며 오늘도 숲에서 독설을 날려대다 그만 드래곤에 납치되고 말아요.

 

'페리'는 그런 그녀를 구출하려 지나가는 '용사'와 용의 둥지로 가죠. 이대로 뒀다간 용이 토벌될 수 있으니까요. 환수 조사원인 그녀는 인간과 환수가 공존하며 살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래서 다툼을 중재하고 끝끝내 발을 잘못 디딘 환수와 인간을 벌하는 일을 하고  있죠. 여튼 찾아간 드래곤 둥지에서 본 공주는 잡아먹혔을 거라는 우려와 달리 새근새근 자고 있었는데... 가기 싫다고 땡강 부리고 페리에게도 독설을 날려대는 등 10대에 벌써 세상을 다 살은 듯한 모습이 장난 아니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자신을 구하러 와준 지나가던 용사에게 푹 빠져버림으로써 보는 이를 황당케 하기도 하죠.

 

두 번째 이야기는 우리에게 친숙한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입니다. '셀키'라 불리는 바다표범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어리석은 이야기인데요. 어느 날 표범 가죽을 벗어놓고 놀고 있던 셀키에게 푹 빠져버린 남자는 가죽을 숨겨 버려요. 셀키는 가죽을 벗음으로써 인간이 될 수 있어요. 그것도 선녀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운, 선녀의 옷이 여기선 표범 가죽으로 대체되었다 할 수 있죠. 여튼 가죽을 잃어버린 셀키는 하늘로... 아니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고 남자는 그녀를 집에 데려가 와이프로 삼아 버려요. 그렇게 아이를 낳고 잘 사던 어느 날 선녀 옷을 발견한 선녀처럼 셀키도 가죽을 발견하고 말아요.

 

여기서 시사하는 것, 첫 번째는 동화처럼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만 드래곤에 잡혀간 자신을 구출한 용사와 공주는 맺어져 정말로 잘 살까? 공주는 마을로 돌아와 드래곤의 둥지가 있는 산을 바라봐요. 자신이 아무리 독설을 날려도 대꾸하나 없고 보금자리를 만들어줬던 드래곤과 자신이 있을 자리가 없어 보이는 마을, 고쳐지지 않는 성격, 그럼에도 좋다고 해주는 용사 사이에서 그녀는 무얼 느낀 것일까. 아무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읽는 사람에게 그걸 유추하도록 유도를 하죠. 용사와 드래곤이 싸울 때 드래곤이 미쳐 날뛰던 모습은 마치 이 아이의 존재를 거부하는 마을로 돌려보내기 싫다는 것만 같았군요.

 

두 번째, 흔한 서로 다른 종이 맺어져봐야 좋은 꼴을 못 본다의 전형인데요.. 그리고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숨기고 그녀를 와이프로 맞아들이는 건 범죄 행위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현대에 들어와 선녀와 나무꾼은 재해석이 되고 있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벌을 받는 것처럼 나무꾼은 선녀가 있는 하늘로 못 올라가게 되고, 셀키를 잃어버린 남자는 바다만 바라보다 늙어 갑니다. 셀키가 떠난 후 새로 맞아들인 부인에게서 얻은 딸은 그런 아빠가 죽도록 싫었어요. 그래서 저주를 부려 셀키들을 못살게 굴기도 하죠. 페리는 남자의 의뢰를 받아서 셀키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사기당한 셀키는 남자에게 돌아가길 거부하고 말아요.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어떻게 되었나,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남자는 셀키를 찾아 여행을 떠나고 셀키는 그런 그를 바라보죠. 그리고 페리의 독백만 있을 뿐...

 

그건 그렇고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진짜라는 것마냥 잔잔하게 흘러갔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순식간에 세계 멸망이라는 구렁텅이로 빠져듭니다. '히드라'라는 환수의 등장, 머리가 아홉 개인 뱀이 세상을 멸망 시키기 위해 나타나요.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환수 조사관(페리는 조사원)들이 표면으로 나서면서 엉뚱하게도 환수와 인간 사이 전쟁 발발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져가요. 페리를 좋아해서 붙어 다니는 어둠의 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불의 왕(환수)을 포박해 히드라에 대응한다는 조사관들의 행위에 반발해 앞을 가로막는 페리, 인간과 환수의 공존을 바라는 그녀에게 있어서 조사관들의 행위는 그야말로 인간과 환수가 가진 균형을 깨트리는 것과 같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인간의 추악한 면이 드러나기 시작해요.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려는, 영역을 넓히며 환수를 몰아내고 그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는 원인이 인간들에게 있음에도 자신들을 피해자라 여겨 균형을 깨트리려는 인간들과 공존을 바라며 포박이 아니라 불의 왕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하려는 페리와의 극단적인 대립은 결국 파국으로 치달아 가요. 페리는 마치 자기 나라에 쳐들어온 외국 군대에 맞서 명분을 주는 것보다 무대응으로 일관해서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 합니다. 어둠의 왕이나 불의 왕이라면 세계를 멸망 시키고도 남을 힘이 있기에 조사관들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님에도요. 보기에 따라 참 바보 같게 느껴지죠.

 

그러나 바보 같으면 어떻겠습니까. 요점은 평화, 아무도 다치지 않는 세계를 바라는 건 잘못이 아닌 거죠.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공존을 바라도록 내몰았는지는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 1권의 결말은 필자에게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어요.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언급 못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다툼을 막으려 해요. 그런 성격이기에 어둠의 왕이 힘을 빌려주는 것이겠죠. 요컨대 폭력을 폭력으로 맞서는 건 잘못이라는 걸 설파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의를 갖추면 설사 그게 환수라도 힘을 빌려준다고, 실제로 페리는 환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빌미가 되어 그녀는 거의 이단자 취급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합니다. 그게 아무리 가시밭길이라 해도 자신을 따라와 주는 어둠의 왕 크슈나와 호문쿨루스 박쥐 토르와 함께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마냥... 참 안타깝고 먹먹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맺으며, 뭐랄까... 후반부는 좀 먹먹해지는 구석이 있습니다. 결국 자신이 해온 일들이 부정 당하고 무엇 때문에 발에 땀나도록 쫓아다녔는지 하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만들죠. 그럼에도 페리는 또 걸어갑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동료와 함께요. 그게 '몇 번째인지도 모를 생'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라면 어디든 가려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눈부시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결코 보상받을 일도 없건만, 아낌없이 주는 나무란 이런 걸까요. 이세계 전생물에 지쳤다면 이런 작품도 괜찮지 않을까 싶군요. 다소 늘어지는 듯한 전개도 보여주지만 동화같이 때론 잔혹하고 때론 먹먹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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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1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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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 작품은 내청코(1)의 유키노가 이세계로 넘어가 이번에는 친구를 잔뜩 만들고 평범하게 지낼 거야라고 했는데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어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팔푼이 짓을 하게 되고 그러다 자기 목을 옥죄는 그런 작품 같더라고요. 엄친딸로 태어나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커왔던 이 작품의 주인공 미사토. 유키노와 비슷하게, 태어나 18년 동안 풍기는 오라 덕분에 친구는 0명, 거기에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었던 그녀의 최첨단(?) 두뇌를 노리는 친척들의 아귀다툼에 신물을 흘리던 어느 날 트럭에 치일뻔한 어느 소녀를 구해주고 자신은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오늘도 열 일하는 트럭이 되겠군요.

 

그녀는 바랍니다. 이번에야말로 친구를 잔뜩 사귀고 평범하게 살겠노라, 그래서 현실에서의 고 스펙은 이제 질렸으니 자신의 스펙을 평범하게 이세계의 평균으로 해달라고 신에게 비는데요. 그래서 신은 그녀의 바람을 들어줍니다. 근데 여기서 허점, 평균이라는 게 어느 기준점을 말하는가? 보통 이세계물이라고 하면 여기서 페이지를 엄청 잡아먹으며 꼼꼼하게 설정하잖아요. 여긴 그런 거 없고 그냥 평균으로 해주세요. 알았다. 그리고 환생 후, 그녀의 능력치는 고룡(엄청 대단한 드래곤)과 인간 사이였는데? 사람은 말이죠. 커뮤니티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신이라도 사람 속마음을 알리가 없잖아요.

 

미사토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평균을 바랐고, 신은 생물 기준으로 평균을 내놨어요. 제목: 커뮤니티 부재가 불러온 참극, 그나마 외모에선 오크와 고블린을 끼워 넣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랄까요. 그야 그렇잖아요. 오크와 고블린까지 평균치 내는데 넣었다면 그녀의 외모는 참사 수준을 넘어섰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드워프가 외모 평균치에 합산되다 보니 키는 땅딸막하지 가슴은 커질 기미가 없지... 그래도 엘프 평균치가 들어가서 그런지 얼굴은 계란형인 게 귀엽긴 합니다. 그리고 가족 관계, 여기도 평균치가 들어가서 여느 작품에선 평민이거나 백작이거나 왕족이거나 그렇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평범하게 자작, 이건 나름 선방했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운명에 있어선 평균치를 내지 못했습니다. 일단 자작가의 딸로 태어나긴 하는데 바람기가 발동한 아버지에 의해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는 비참함을 보여주기 시작하죠. 10살이 되던 어느 날, 그녀는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마법학교에 들어가요. 거기서 원더 쓰리라 불리는 3명의 여자애들을 만나 이전생에서는 만들지 못했던 친구를 만들면서 이제야 인간다운 생활을 만끽해갑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주박은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해요. 2년 전 불의의 사고로 먼저 떠난 엄마 대신 들어온 새엄마와 데려온 동생에 의해 목숨에 위협을 느껴 유배되다시피 학교로 왔건만 또다시 그럴 위기에 빠지자 그녀는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합니다.

 

전처의 딸(미사토)은 필요 없다는 귀족의 사정에 떠밀려 학교에서 3년을 채운 후 잠적해서 내 인생은 내 인생으로써 살겠노라 했는데 그녀는 1년하고 조금 더 채운 시점에서 모습을 감춰 버려요. 그리고 12살, 마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그녀. 천애 고아나 다름없는 지금, 헌터(모험가)가 되어 벌써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길드원의 실수로 그녀는 다시 학교에 들어가요. 헌터 양성학교, 우리로 치면 군(軍) 부사관 학교쯤 되려나요. 거기서 붉은 맹세라는 파티명으로 맺어지는 3명의 여자애들과 친구가 되면서 본격적인 그녀의 이세계 라이프가 시작돼요.

 

자, 일단 마일(미사토)은 평범하게 살고자 합니다. 이전생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뇌 실력 때문에 주변의 기대에 지처 살았던 그녀는 이세계에서만큼은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신의 실수로 인해 인간의 평균 마법량 6800배나 되는 능력을 받아 버렸으니 이건 뭐 재채기 한방에 집이 날아가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죠. 그래서 철저히 숨기며 살아가고 싶은데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잖아요. 무의식중도 있고, 거드름 피우고도 싶고, 이세계로 넘어간 주인공 모두가 똑똑하고 지성으로 무장했다는 걸 비꼬듯 그녀는 실수하는데 거침이 없어요.

 

거기다 눈치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나를 향한 호감을 모르는 데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도 몰라서 대충 골라잡아 평균치에 맞췄는데 그게 또 평균 이상이라거나, 그러다 보니 자기는 평균으로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주변은 그녀의 능력을 높이사고 말죠.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녀는 희생양을 만들어 갑니다. FUNA 작가가 만드는 캐릭터 특유의 뺀질이와 악마 기질이 서슴없이 나오는 대목이 바로 여기인데요. 자신이 평범하기 위해 친구들을 먼치킨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수준 낮은 이세계인을 가르쳐 수준 높게 만든다는 클리셰이기도 하죠.

 

하지만 능력이 있다고 과신하지 않고 뽐내지 않고, 혼자 다 잡아대는 무쌍을 이 작품은 보여주지 않아요. 즉, 이 작품의 특징은 마을 사람(2 )이나 그자 후에라는 작품과 같이 파워밸런스를 뭉개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주변을 키워서 대등하게 같이 싸워 나가는 게 뭣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내용은 사실 라이트 노벨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식이니까 내용적인 면에서는 평타 수준입니다. 가령 마일이 아직 자작가에 몸담고 있을 때 아버지와 새엄마의 만행(마일의 친엄마 사망 사건)이 왕에 의해 단죄되는 장면이라던가, 시비 터는 말종들을 퇴치하는 장면들도 전형적이죠.

 

그런데 옥에 티가 있더군요.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부분이 다소 보였다는 건데요. 설정이 중세 시대라서 그 당시 여자들의 대우가 좋지 못했다는 건 있겠지만 다소 거슬리는 게, 가령 첫 번째 학교에서 시비 터는 남학생이 여자에게 지곤 못 산다는 식으로 1년 넘게 마일을 못살게 구는 모습을 들 수가 있어요. 남자애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 타인인 마일이 알리가 없잖아요. 거기에 결정적으로 주변에서 한 번쯤 져줘서 남자의 기를 살려주는 게 좋지 않냐는 대목이었군요. 필자도 다소 보수적이지만 이건 좋지 않게 비쳤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학교에서도 남자 위주로 상황을 몰아가는 것도 좀 그랬군요. 요컨대 여자애들의 결정 의사 없이 남자 파티에 여자애들이 들어가게 만드는 장면에선 여자는 남자의 말만 들으면 돼를 느꼈다고 하면 좀 오버려나요. 물론 이후 여자애들이 마음에 드는 남자 파티에 골라 들어가면서 일단락되긴 합니다만. 이 부분에선 아직까지 일본에서 다소 남아 있는 남녀 관계를 보는 듯했습니다. 작가가 그런 마인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난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일본에서 남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연설할 때였죠.

  1. 1,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2. 2, 마을사람입니다만, 문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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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술사의 재시작 2 - ~즉사 마법과 스킬 카피의 초월 힐~, J Novel Next
츠키요 루이 지음, 시오콘부 그림, 문기업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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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만화 리뷰에 달린 어떤 댓글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만화는 용사의 피를 잇기 위해 각국의 왕녀들이 몰려와 차례로 동침을 한다는 건데요. 용사는 왕녀들을 맞이해 허구한 날 그것만 해대요. 그래서 보다 못했는지 댓글 중에 '용사의 거기는 아다만티움 광석으로 되어 있는가'라고 해서 실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야 매일을 동침하면 복상사로 죽지 않는 한 거기가 망가질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네 조선시대 이전 세계나 중세 시대 왕족들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작품도 이와 비슷해요. 용사는 체액을 통해서 타인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죠. 여기엔 남자, 여자 구분이 없어요.

 

그래서 주인공 캐얄은 첫 번째 생에서 죽도록 빨리기만 했죠. 거기에 배추에 소금 뿌려 절이듯 약에 절여져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용만 당했으니 그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리고 회복술사(힐러)는 마법사는커녕 천민에도 못 낀다는 온갖 부조리를 당해야 했고요. 그렇게 살다 갈굼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어떤 힘을 손에 넣어 두 번째 생을 시작한 게 지금입니다. 그리고 다시 첫 번째 생과 같은 일을 반복하다 어느 순간 반란을 일으키게 되었죠. 반격의 서막이라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로 첫 번째 생에서 자신을 갈궜던 왕녀 프레아를 개조(?) 해서 동료로 만들고 빙랑족(늑대족)의 세츠나를 두 번째 동료로 맞아들였는데요.

 

그런데 이 주인공이라는 녀석 말입니다. 첫 번째 생에서 그런 일을 허구한 날 당해서 트라우마가 있을 법도 한데 둘을 맞이해서 매일을 그것만 해대요.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평들이 이런 쪽으로 만 몰려 있으니 꽤 심각하다 할 수 있죠. 거기에 세츠나는 우리 나이로 12~3세, 이거 아청법 괜찮은 건가요. 물론 대의명분은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용사의 체액은 타인의 한계를 초월하게 해서 멈춰버린 레벨을 올려주는 능력이 있거든요. 왜 하필 체액인지는 모르겠지만 피로는 미미하고 정X이 확실하다나요. 그걸 핑계로 허구한 날 해대니 언젠가 적에게 맞아 죽는 것보다 복상사로 죽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아직 맨정신일 때 처음으로 회복술을 시행했던 왕국 제일 가는 검성 크레하를 맞이해 또다시 그의 업적(?)에 시동을 걸기 시작합니다. 크레하는 자신의 유파가 사람 죽이는데 이용된다는 것에 괘심해 하며 주인공의 뒤를 밟아온 거까진 좋은데 그녀 성격 자체가 하나를 믿으면 맹신으로 빠지는 구석이 있어서 친애 마지않던 왕국의 어둠을 알고 나서는 개조(?)를 하지 않아도 냉큼 주인공의 동료로 들어와 바로 그 행위로 이어지는 장면은 순간 동인지를 보는가 싶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미약이라는 꼼수를 쓰긴 했지만 미약의 효과가 떨어져도 계속해서 주인공 곁에 있는 거 보면 주인공에게 걸리지 않아도 어느 못된 기동 서방에 걸려 고생 꽤나 할 거 같더라고요.

 

그렇게 왕국에 크레하라는 첩자를 심어놓는 등 조금식 반격의 기회를 잡아 가요. 주인공의 목적은 최종적으로 왕국 멸망,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는 게 이쪽 세상사라고 지금은 프레이아로 이름을 바꾸고 주인공의 충실한 시종이 되어버린 프레아의 여동생이 등장하면서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천재적인 지략으로 언니와 왕(킹)을 제치고 실세로 등극해 왕국을 좌지우지하는, 1권에서는 언급조차 없었던 새로운 여동생 보스가 등장해요. 그녀의 성격은 언니 크레하를 넘어서고, 세계에 군림하기 위해 타인의 아픔 따윈 안중에도 없는 냉혹하기 그지없어요. 먼치킨이 되어 버린 주인공조차 여동생하고는 싸우길 거부할 정도죠.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아요. 여동생 보스는 주인공 출생지 마을을 멸망 시키고 마을 사람들을 잡아와 그를 끄집어 내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기 시작한다는 것인데요. 사실 주인공은 타인이 죽든 말든 나와 상관이 없다면 관여를 안 해요. 그러나 어릴 때 자신을 돌봐줬던 사람의 죽음을 들은 순간 걸어온 싸움은 받아 처 주는 게 예의가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여동생 보스와는 언젠가 결판을 내야 될 적으로 인식하게 되요. 그리고 이런 작품의 클리셰인 능욕 코스는 덤으로 따라오겠죠. 하튼 주인공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 다치거나 하면 반드시 복수를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그는 복수만 하는 악귀가 아닌 착한 심성도 가지고 있다고 은연중에 비추기도 해요.

 

어쨌건 그래서 이 작품에서 악은 누구인가? 그건, 주인공 < 왕국이라 할 수 있겠군요. 단순히 용사(주인공)가 복수에만 미쳐서 날뛰는 것이 아닌, 첫 번째 생에서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다고 두 번째 생에서는 아직 아무 짓도 안한 사람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건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걸 작가도 인식하고 있는지 왕국 이면에 감춰진 어둠을 신랄하게 까발리면서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줘요. 가령 아인의 마을을 병사들이 습격해서 아인들을 노예로 팔아버린다던지, 아무 잘못이 없는 마을을 사교로 지정하고 멸망 시켜버린다던지, 평온하게 잘 살고 있는 마족에게 싸움 걸어서 침공하게 만들고는 마족에 대항한다고 세계 여러 나라에 원조를 받아 착복한다던지...

 

거기에 마을을 습격하고 여자들을 겁탈하는 것을 즐겁다고 평하는 병사들, 여긴 진정으로 인간의 마을인가 악마의 마을인가 헷갈리게 한다는 거죠. 그런 놈들에게 천벌을, 그런데 딱히 주인공도 좋은 소리 못 듣긴 해요. 싸우는데 있어서 비겁함이 병행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크레하와 싸울 때 그가 보여준 행동은 가히 칭찬받을 일은 아니죠. 미약을 원액채로 들이 붙다니 크레하가 서큐버스 속성이라도 있었으면 어쩌려고, 어쨌건 그 대가로 팔이 잘리는 아픔을 맛봤으니 쌤쌤이지 않을까도 싶지만 정상적으로 맞붙어서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별로 없는 주인공 입장에서는 비겁함만이 승부처이긴 합니다.

 

맺으며, 크게 요약하자면 악마의 집단인 왕국을 타도하는 용사쯤 되지 않을까 합니다. 타도할 대상이 마왕에서 왕국으로 상대가 바뀌었다고 할까요. 크레하와 프레이아를 적절히 이용해 덫을 놓고 그러다 실패를 맛보기도 하는 등 조금식 싸움이 격해지고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첫 번째 생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고 죽어간 마왕에 대한 복선이 미묘해지고 있군요. 다음 에피소드에서 그녀(마왕) 찾아 3만 리가거 같은데 어차피 나와도 주인공과 또 그것만 해대겠죠. 그리고 결국 여동생 보스도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까 싶고요. 이런 작품은 미래를 유추하기 좀 쉬운 편인지라...

 

추신 형식으로 조금만 언급을 더 해보자면, 문제점이 좀 많이 보입니다. 완벽한 작품은 없다지만, 이전에 전혀 언급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다 꾸며둔 일이다 같은 급히 설정한 듯한 내용이 언 듯 언 듯 보여서 날로 먹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였군요. 그 예로 상인과 크레하 에피소드가 그렇고요. 후반부에 나름대로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긴 하는데, 또 먼치킨이면서 먼치킨이 아니라며 날뛰는 것, 그리고 주인공도 좀 험한 꼴을 당하면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싶은데 첫 번째 생에서 굴렸으니 그건 됐다 싶은지 전혀 없는 게 아쉽달까요. 여자들과 맨날 그거 하는 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 같으니까 넘어간다지만. 어쨌건 이번엔 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19금 안 받은 게 정말로 용하다고 할까요.

 

좀 더 추신하자면, 주인공의 최대 굴욕도 있어요. 크레하 왈: "전부 들어갔어?" 주인공 왈: "이게 다야" 물론 본편엔 굴욕이니 뭐니 같은 언급은 없지만요. 필자의 뇌가 썩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주인공은 좀 더 많이 세상을 경험해야 된다고 봐요. 아니 여기선 작가라고 해야 하나, 좌우지간 이런 적나라한 것도 꽤 있습니다. 앞으로도 늘어나지 않을까 싶군요. 필자는 일명 신사물보단 아예 솔직하게 나가는 것도 괜찮을 거라 봐요. 그래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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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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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마왕을 쓰러 트리기 위해 길을 떠난 용사가 동료를 모아 레이드를 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에선 잘만 모이던 동료들을 비웃듯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줘요. 사실 마왕을 쓰러 트리러 가자고 한다면 목숨을 걸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면 세상 어느 누가 목숨을 내놔라 하는데 '그렇게 하마'라고 할까요.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을 넘어 다신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쓰러트려 주겠지,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듯 이 작품은 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면?라는 물음을 던져요.

 

그리고 또 하나, 능력이 있다고 그걸 세상 사람들을 구하는데 써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예전 어느 히어로가 이런 말을 했어요. 히어로도 용기라는 마음으로 포장은 했어도 껍질만 벗기면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는,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다. 적과 싸우며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용사니까 히어로니까 그걸 감내 하라거나 없는 줄 안다고, 참 비정한 세계가 아닐 수 없어요. 이 작품도 그런 면에서 참 비정하게 다가옵니다. 이 세계엔 신(神)이라는 마왕이 존재해요. 신이 세상 모든 걸 장기판에 둔 말로써 움직이고 기분에 내키는 대로 생사여탈을 쥐락펴락하는 그런 세계

 

그런 세계에 반기를 들고 마왕을 타도하기 위한 작은 태동이 시작돼요. '밀레디' 훗날 라이센 대미궁을 만든자, 신에게 대항했다 패배한 해방자, 약관 15세(추정)에서 출발하는 그녀의 라이프 스토리가 지금 여기에, 뭐랄까 필자는 이 작품(외전)을 참 가볍게 생각했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편하고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는 이야기였는데요(물론 주관적). 신에게 대항하기 위해 동료를 모으는 과정은 한마디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하다 할 수 있어요.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오르크스 대미궁을 만든 오스카를 찾아가는 장면부터 범상치 않게 다가오죠.

 

밀레디, 그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머리에 꽃 꽂은 희대의 광녀(狂女)가 사람 파멸 시키는 재주 하나는 뛰어나더라'고요. 그녀의 광녀 기질이 얼마나 심하냐면요. 누구에게나 신사적인 오스카가 자신이 먹던 커피를 그녀의 얼굴에 뿌려 버릴까라고 할 정도죠. 두 번째 동료는 그녀의 머리를 쥐어서 쪼개 버리려고 하고요. 아! 물론 악녀와는 다릅니다. 나쁜 쪽의 광녀가 아니라 가령 남자의 일터에 찾아가 여친 행세하며 뒤집어 놓는다거나 마을 처자들에게 이상한 생각을 심어주는 언동을 한다거나, 그만하라는 오스카에게 싫은데?라고 말하는 등 사람 속 긁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다는 거죠.

 

그 유명한, 때릴 거야? 때릴 거야? 포로리를 바라보는 너부리의 심정이 이랬을까 싶은 게요. 결국은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포로리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해서 또 사람을 긁어대요. 사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국내 굴지의 대귀족 백작의 딸로 태어나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처형인이라는 막중한 임무 때문에 인격을 내다 버리다시피 자라온 그녀, 어느 날 벨타라는 시녀를 만나 이 세계에 대해, 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죠. 그게 발단이 되어 폐기처분 받은 벨타와 그녀, 절대적인 신앙만이 진리인 세계에서 신에 대해 의문을 품는 건 그거 하나만으로 이단으로 치부되는 세상

 

도움을 받아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 종족이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죄, 은혜로운 호수를 찬양했다는 죄, 히어로를 용납 못하는 세계, 누가 그럽니다. "그런 세계, 잘못됐어"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 못하는 우리네 어두운 과거를 빗대듯 세계는 신앙이라는 어둠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밀레디를 주축으로 한 해방자들, 하지만 혼자선 힘들고 우선 동료를 모아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스카를 찾아온 밀레디, 하지만 그녀의 사람 속 긁는 스킬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람에 첫인상은 가히 최악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동료로 들어오라는 밀레디, '거절한다'를 듣고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그녀의 성품은 지고지순일까?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는 걸까. 아마 죽은 벨타라는 시녀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원래는 감정 없는 인형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가 발랑까지고 사람 속 긁는 머신이 된 원인이 되었던 그녀(벨타), 신을 타도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게 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던 그녀가 죽은 지금, 왜 밀레디는 그런 성격을 유지하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의 농간으로 벨타를 지켜주지 못한 일과 자신의 손으로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게 원인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요컨대 그녀의 마음은 부서지기 쉽다고 할 수 있어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사람 속 긁는 것도 어쩌면 톡 건드리면 무너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군요.

 

어쨌건 동료 모으는 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신대 마법이라는 격세유전을 타고났지만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아가고픈 오스카를 동료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위에 언급한 히어로를 연상시키죠. 왜, 힘이 있다는 이유로 나서서 싸워야 되는가,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며 팔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지키며 사는 게 뭐가 나쁜가 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보여줘요. 이건 두 번째 동료로 들어오는 '나이즈'도 마찬가지로 작용해요. 지금의 가족을 지키고 싶은 오스카와 과거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나이즈, 그런 마음들을 알면서도 보다 거국적으로 행동해주길 바라는 밀레디와는 물과 기름을 보는 듯하죠.

 

하지만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기 마련이고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 언젠가 전역할 날짜를 알려 주죠. 요켠대 오스카와 나이즈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다는 겁니다. 신의 놀이판일뿐이고 신의 말씀이라면 그 무엇이든 통용되는 세계에서 오스카의 가족이나 나이즈가 지키려 하는 사람은 둘의 바람과 상관없이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 밀레디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당하지 않을 부조리였을 수도 있고, 그녀가 찾아왔기에 비로소 탈출구가 보였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그녀가 찾아옴으로써 오스카와 나이즈의 시계는 비로써 움직이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고요.

 

야자열매 까듯, 야자열매 속에 감춰진 그들의 마음을 꺼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 껍질을 까고 까고 또 까는 수밖에 없죠. 진심을 담아 호소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발랑까지고 사람 속 긁는 스킬이 만렙인 그녀로 인해 이걸 보는 독자는 다들 너부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거 한대 안 패고는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정도로 약 올려대죠. 결국 나이즈가 못 참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 쪼개버리는 모습에서 시원함을 느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싶습니다. 물론 진짜로 쪼개는 건 아니고 압력을 가해서 짜부려트리려고 할 뿐입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게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옥에 티이자 활력소라 이중적인 요소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맺으며, 전형적인 마왕 타도를 위한 동료 모으기이긴한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좀 억지스러운 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요. 우선 밀레디의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모습에서 거부감이 좀 심했어요. 오스카가 그녀의 제의를 거절 했음에도 계속 나타나 사람 속 긁어대는 것이나,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오스카에게 자신의 신념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 등은 좋지 않게 다가왔군요. 설득하려면 뭔가 근본적으로 다가가야 될 텐데 넌 지금의 세상이 마음에 들어? 만족해? 이대로 좋다고 생각해? 아니 만족해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어쩌라고요. 두 번째 동료에게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벌어져요.

 

사실 밀레디의 성격 때문에 이 작품이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만. 포로리 같은 성격을 싫어하는 독자는 삼가야 될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근데 사실 밀레디의 성격에서 파급되는 개그는 시종일관 몰입도를 높여주는 아이러니도 가지고 있기도 해요. 오스카와 지지고 볶고 하는 일상 등 슬레이어즈의 리나와 가우리(ガウリイ=ガブリエフ)의 만담 커플을 보는 듯해서 정겹기도(?) 하죠. 그 외에도 절대 악으로 나오는 사교(교회)와의 짜임새 있는 전투신도 볼만합니다. 오스카나 밀레디 그리고 나이즈 모두 신대 마법을 쓰는 먼치킨이긴 하지만 이세계 먼치킨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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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방의 침략자!? 24 - L Novel
타케하야 지음, 원성민 옮김, 뽀코 그림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포르트제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진압하기 위해 거기로 몰려갔던 106호 단칸방 거주자들의 모험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험은 모험인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모험은 아니군요. 그냥 소꿉놀이 내지는 날씨 좋은 날 소풍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피가 튀고 살이 분리되고 사이드 3가 궤멸된다거나 콜로니 떨어트리기 같은 우리가 아는 그런 전쟁은 없어요. 사실 이 작품은 아기자기한 쪽이긴 하죠. 등짝 가려운 표현으로 써보자면 파스텔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의 모토가 희생은 최소한으로, 태어나자마자 나쁜 놈은 없다. 같은 거니까요. 물론 진짜 나쁜 놈이 있긴 하지만 그런 놈들조차 죽이지 않으니 동화 같다는 표현은 맞을지도 몰라요.

 

좌우지간 주인공 코타로와 히로인 9명 + 유부녀 1명은 포르트제 해방을 위해 알라이아 행성에서 전초전을 치르며 교두보를 확보하고 조금식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 가요. 이 과정에서 주인공 코타로는 정부군을 맞이해 싸우면서 희생자를 내지 않는 등, 그 옛날 알라이아 곁에서 보좌했던 청기사의 그림자를 티아 곁에서 다시 한번 보여주게 되요. 그래서 코타로가 진짜 청기사가 아니냐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죠. 이것은 사실 2천 년 전 이야기를 다룬 7.5권과 8.5권의 재림이라 할 수 있어요. 그때도 쿠데타로 인해 쫓기던 알라이아와 샤를(둘이 자매)을 도와 왕권을 회복하고 흩어진 민심을 바로잡고 세상을 안정 시켰죠.

 

이번 쿠데타에 대항하는 에피소드도 그와 비슷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할 수 있어요. 2천 년 전 쿠데타를 모의했던 장본인의 후손으로 보이는 인물이 이번 쿠데타 주역이기도 하고, 알라이아 역으로는 하루미가, 샤를 역으로는 티아가 맡아 하고 있죠. 그리고 2천 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조금식 흩어진 민심을 바로잡고 쿠데타 세력과 싸워 가요. 자, 그러면 여기서 우리는 이들의 싸움에서 2천 년 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건데요. 단도직입적으로 언급해보자면 그런 거 없어요. 2천 년 전 알라이아와 샤를이 떠나가는 코타로를 배웅하며 애달프게 그를 부르는 장면이라던가 손을 흔들며 다음을 기약하며 가슴 아프게 했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야 이미 그를 사모하는 마음은 보상받았기에, 그리고 다시 헤어진다는 루트는 없어졌으니까요. 이야기를 길게 늘려서 쓰는 폐해가 여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해요. 알라이아의 환생체인 하루미는 일찌감치, 샤를의 환생체라 여겨지는 티아도 이미 그를 향한 마음이 완성되었죠. 이걸 아꼈다가 여기쯤에서 2천 년 전 기억을 되살리는 이야기를 기용했더라면, 조금만 더 순애적인 요소를 가미했다면 이야기는 극적을 넘어 참 대단했을 거라 봐요. 그야 2천 년을 뛰어넘어 사모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거니까요. 헤어지며 안타깝고 애달프게 했던 장면을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걸로 완성 시켰더라면 좋았지 않았나 싶어요.

 

어쨌건 23권은 외전이었고 본편을 다루는 22권이 발매된 지 1년하고 1개월이 흐른 뒤에야 24권이 나와서 앞의 이야기를 모르겠습니다. 거기다 그 사이 필자의 감성을 관장하는 세포들이 많이 죽어 버렸는지 좋은 점 보다 지적하고픈 점이 엄청 눈에 띄었군요. 아마 22권에서도 신랄하게 비판했지 싶은데 이번 24권에서도 그와 유사하게 비판 좀 해보자면요. 전쟁을 애들 소꿉놀이같이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정보전이고 물량전이고 눈치 싸움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비참하죠. 그런데 그런 거 없고 애들이 숨바꼭질하는 것마냥 아기자기하게 흘러가요. 물론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가 그렇긴 합니다만.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점이 적들은 정보전과 전술에 어두운 바보들이고 주인공 일행은 일당백인 용사들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항성계를 운영할 정도의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는 포르트제 군대엔 정보전과 지략과 전술에 능통한 놈들은 하나도 없는지 키리하의 지휘에 농락당하기나 하고, 기믹에 넘어가 엉뚱한 곳으로 쫓아간다던지, 전쟁 중인 걸 알면서 연대급 기지(쿠데타군)의 방비가 허술해서 그냥 뚫리는 등, 대체 어느 당나라 군대면 이럴 수 있는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이 많아요. 주인공 일행은 불살을 외치며 싸워요. 이래야 여론에서 유리하다나요. 전쟁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럼에도 반드시 승리하는 주인공 일행과 덜떨어진 적(쿠데타군), 상황은 핑크빛이 만연해요.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중간에 이름만 올려놓고 작가가 바뀌어 버렸는지, 청기사 이후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지구인은 지능이 높고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은 인종이고 이세계인은 수준이 낮은 덜떨어진 존재들이라는 이세계 전생물 처럼 비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작가 지식이 부족한지 아니면 한번 실수한 걸 되풀이하는 습성이 있는지 지략과 전술은 어디다 팔아먹고 줄곧 괴수 대혈전으로만 주인공을 상대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곤 늘 깨지죠. 적들은 배우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이번에도 괴수 대혈전이 펼쳐지고 주인공에 의해 끝을 맺죠. 그러곤 오!! 청기사님?! 이러고 자빠졌으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이죠.

 

맺으며, 글 표현력이 떨어지다 보니 24권을 읽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인공은 짱짱맨이고 적은 아둔하다. 그 이상은 안 되어 보였군요.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고리타분한 소년 영웅물 같다고 할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실망한 게 진도가 안 나갑니다. 예전엔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기승전결'이었는데 이젠 없어졌어요. 하나의 주제를 놓고 대체 몇 권에 담으려는지 24권에 와서도 아직 포르트제는 물론이고 쿠데타 주역 발치에도 못 갔어요. 청기사의 전설의 시작인 7.5권과 8.5권 때의 기승전결은 아득한 꿈만 같은 일이 되어 버렸죠.

 

작가가 초심을 잃어버린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단어를 놓고 설명은 왜 그리 많이 해대는지, 가령 핑크빛이라는 단어가 있다 치면 이건 분홍도 되고 연분홍도 되고 핫핑크도 되고 하트에 잘 어울린다 같은, 끝이 없어요. 어디선가 그러길 일본에서 이 작품이 꽤 인기가 있나 보더라고요. 판매량에서도 중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하는 거 같던데, 예전부터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고질병이 좀 잘 나간다 싶으면 이야기를 엄청 길게 늘린다는 겁니다. 물론 출판사의 입김도 있겠지만 무슨 병이 만연하는지 꼭 초심을 잃는 작가가 나오데요. 이 작품의 작가도 그런지.. 참 안타까워요. 그래서 필자는 24권을 끝으로 하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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