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제로 1 - L Novel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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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마왕을 쓰러 트리기 위해 길을 떠난 용사가 동료를 모아 레이드를 뛴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타지 세계에선 잘만 모이던 동료들을 비웃듯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줘요. 사실 마왕을 쓰러 트리러 가자고 한다면 목숨을 걸으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면 세상 어느 누가 목숨을 내놔라 하는데 '그렇게 하마'라고 할까요.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을 넘어 다신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가 쓰러트려 주겠지, 하지만 그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듯 이 작품은 내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면?라는 물음을 던져요.

 

그리고 또 하나, 능력이 있다고 그걸 세상 사람들을 구하는데 써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기도 하는데요. 예전 어느 히어로가 이런 말을 했어요. 히어로도 용기라는 마음으로 포장은 했어도 껍질만 벗기면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는, 맞으면 아프고 찔리면 죽는다. 적과 싸우며 고통과 공포를 느낀다고,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용사니까 히어로니까 그걸 감내 하라거나 없는 줄 안다고, 참 비정한 세계가 아닐 수 없어요. 이 작품도 그런 면에서 참 비정하게 다가옵니다. 이 세계엔 신(神)이라는 마왕이 존재해요. 신이 세상 모든 걸 장기판에 둔 말로써 움직이고 기분에 내키는 대로 생사여탈을 쥐락펴락하는 그런 세계

 

그런 세계에 반기를 들고 마왕을 타도하기 위한 작은 태동이 시작돼요. '밀레디' 훗날 라이센 대미궁을 만든자, 신에게 대항했다 패배한 해방자, 약관 15세(추정)에서 출발하는 그녀의 라이프 스토리가 지금 여기에, 뭐랄까 필자는 이 작품(외전)을 참 가볍게 생각했군요.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본편하고는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는 이야기였는데요(물론 주관적). 신에게 대항하기 위해 동료를 모으는 과정은 한마디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하다 할 수 있어요. 그 첫 번째 타깃으로 오르크스 대미궁을 만든 오스카를 찾아가는 장면부터 범상치 않게 다가오죠.

 

밀레디, 그녀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머리에 꽃 꽂은 희대의 광녀(狂女)가 사람 파멸 시키는 재주 하나는 뛰어나더라'고요. 그녀의 광녀 기질이 얼마나 심하냐면요. 누구에게나 신사적인 오스카가 자신이 먹던 커피를 그녀의 얼굴에 뿌려 버릴까라고 할 정도죠. 두 번째 동료는 그녀의 머리를 쥐어서 쪼개 버리려고 하고요. 아! 물론 악녀와는 다릅니다. 나쁜 쪽의 광녀가 아니라 가령 남자의 일터에 찾아가 여친 행세하며 뒤집어 놓는다거나 마을 처자들에게 이상한 생각을 심어주는 언동을 한다거나, 그만하라는 오스카에게 싫은데?라고 말하는 등 사람 속 긁는데 천재적인 능력을 보여준다는 거죠.

 

그 유명한, 때릴 거야? 때릴 거야? 포로리를 바라보는 너부리의 심정이 이랬을까 싶은 게요. 결국은 두들겨 맞기도 하지만 포로리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부활해서 또 사람을 긁어대요. 사실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안타까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국내 굴지의 대귀족 백작의 딸로 태어나 집안 대대로 이어지는 처형인이라는 막중한 임무 때문에 인격을 내다 버리다시피 자라온 그녀, 어느 날 벨타라는 시녀를 만나 이 세계에 대해, 신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죠. 그게 발단이 되어 폐기처분 받은 벨타와 그녀, 절대적인 신앙만이 진리인 세계에서 신에 대해 의문을 품는 건 그거 하나만으로 이단으로 치부되는 세상

 

도움을 받아 고맙다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 종족이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죄, 은혜로운 호수를 찬양했다는 죄, 히어로를 용납 못하는 세계, 누가 그럽니다. "그런 세계, 잘못됐어" 당연한 걸 당연하다고 말 못하는 우리네 어두운 과거를 빗대듯 세계는 신앙이라는 어둠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그걸 타파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밀레디를 주축으로 한 해방자들, 하지만 혼자선 힘들고 우선 동료를 모아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스카를 찾아온 밀레디, 하지만 그녀의 사람 속 긁는 스킬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람에 첫인상은 가히 최악이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동료로 들어오라는 밀레디, '거절한다'를 듣고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그녀의 성품은 지고지순일까?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는 걸까. 아마 죽은 벨타라는 시녀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원래는 감정 없는 인형에 지나지 않았던 그녀가 발랑까지고 사람 속 긁는 머신이 된 원인이 되었던 그녀(벨타), 신을 타도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게 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했던 그녀가 죽은 지금, 왜 밀레디는 그런 성격을 유지하고 있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의 농간으로 벨타를 지켜주지 못한 일과 자신의 손으로 집안을 멸족 시켜버린 게 원인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요컨대 그녀의 마음은 부서지기 쉽다고 할 수 있어요. 항상 밝은 모습으로 사람 속 긁는 것도 어쩌면 톡 건드리면 무너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받았군요.

 

어쨌건 동료 모으는 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신대 마법이라는 격세유전을 타고났지만 가족을 위해 조용히 살아가고픈 오스카를 동료로 끌어들이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는 모습은 위에 언급한 히어로를 연상시키죠. 왜, 힘이 있다는 이유로 나서서 싸워야 되는가,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며 팔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지키며 사는 게 뭐가 나쁜가 하는 철학적인 의미를 보여줘요. 이건 두 번째 동료로 들어오는 '나이즈'도 마찬가지로 작용해요. 지금의 가족을 지키고 싶은 오스카와 과거 가족을 지키지 못했던 나이즈, 그런 마음들을 알면서도 보다 거국적으로 행동해주길 바라는 밀레디와는 물과 기름을 보는 듯하죠.

 

하지만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잖아요.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기 마련이고 국방부 시계는 돌고 돌아 언젠가 전역할 날짜를 알려 주죠. 요켠대 오스카와 나이즈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다는 겁니다. 신의 놀이판일뿐이고 신의 말씀이라면 그 무엇이든 통용되는 세계에서 오스카의 가족이나 나이즈가 지키려 하는 사람은 둘의 바람과 상관없이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은 사실 밀레디가 찾아오지 않았으면 당하지 않을 부조리였을 수도 있고, 그녀가 찾아왔기에 비로소 탈출구가 보였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그녀가 찾아옴으로써 오스카와 나이즈의 시계는 비로써 움직이기 시작했다고도 할 수 있고요.

 

야자열매 까듯, 야자열매 속에 감춰진 그들의 마음을 꺼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될까. 껍질을 까고 까고 또 까는 수밖에 없죠. 진심을 담아 호소하는 수밖에요. 하지만 발랑까지고 사람 속 긁는 스킬이 만렙인 그녀로 인해 이걸 보는 독자는 다들 너부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거 한대 안 패고는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을 정도로 약 올려대죠. 결국 나이즈가 못 참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 쪼개버리는 모습에서 시원함을 느낄 정도이니 말 다했지 싶습니다. 물론 진짜로 쪼개는 건 아니고 압력을 가해서 짜부려트리려고 할 뿐입니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게 그녀의 이런 모습이 옥에 티이자 활력소라 이중적인 요소로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맺으며, 전형적인 마왕 타도를 위한 동료 모으기이긴한데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좀 억지스러운 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인데요. 우선 밀레디의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모습에서 거부감이 좀 심했어요. 오스카가 그녀의 제의를 거절 했음에도 계속 나타나 사람 속 긁어대는 것이나,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며 안주하려는 오스카에게 자신의 신념을 종용하는 듯한 모습 등은 좋지 않게 다가왔군요. 설득하려면 뭔가 근본적으로 다가가야 될 텐데 넌 지금의 세상이 마음에 들어? 만족해? 이대로 좋다고 생각해? 아니 만족해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어쩌라고요. 두 번째 동료에게도 마찬가지의 일들이 벌어져요.

 

사실 밀레디의 성격 때문에 이 작품이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만. 포로리 같은 성격을 싫어하는 독자는 삼가야 될 작품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근데 사실 밀레디의 성격에서 파급되는 개그는 시종일관 몰입도를 높여주는 아이러니도 가지고 있기도 해요. 오스카와 지지고 볶고 하는 일상 등 슬레이어즈의 리나와 가우리(ガウリイ=ガブリエフ)의 만담 커플을 보는 듯해서 정겹기도(?) 하죠. 그 외에도 절대 악으로 나오는 사교(교회)와의 짜임새 있는 전투신도 볼만합니다. 오스카나 밀레디 그리고 나이즈 모두 신대 마법을 쓰는 먼치킨이긴 하지만 이세계 먼치킨과는 다른 맛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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