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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1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9월
평점 :

뭐랄까. 이 작품은 내청코()의 유키노가 이세계로 넘어가 이번에는 친구를 잔뜩 만들고 평범하게 지낼 거야라고 했는데 현실에서 인간관계를 제대로 맺어본 적이 없었던 그녀는 팔푼이 짓을 하게 되고 그러다 자기 목을 옥죄는 그런 작품 같더라고요. 엄친딸로 태어나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커왔던 이 작품의 주인공 미사토. 유키노와 비슷하게, 태어나 18년 동안 풍기는 오라 덕분에 친구는 0명, 거기에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 불리었던 그녀의 최첨단(?) 두뇌를 노리는 친척들의 아귀다툼에 신물을 흘리던 어느 날 트럭에 치일뻔한 어느 소녀를 구해주고 자신은 이세계로 소환됩니다. 오늘도 열 일하는 트럭이 되겠군요.
그녀는 바랍니다. 이번에야말로 친구를 잔뜩 사귀고 평범하게 살겠노라, 그래서 현실에서의 고 스펙은 이제 질렸으니 자신의 스펙을 평범하게 이세계의 평균으로 해달라고 신에게 비는데요. 그래서 신은 그녀의 바람을 들어줍니다. 근데 여기서 허점, 평균이라는 게 어느 기준점을 말하는가? 보통 이세계물이라고 하면 여기서 페이지를 엄청 잡아먹으며 꼼꼼하게 설정하잖아요. 여긴 그런 거 없고 그냥 평균으로 해주세요. 알았다. 그리고 환생 후, 그녀의 능력치는 고룡(엄청 대단한 드래곤)과 인간 사이였는데? 사람은 말이죠. 커뮤니티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신이라도 사람 속마음을 알리가 없잖아요.
미사토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서 평균을 바랐고, 신은 생물 기준으로 평균을 내놨어요. 제목: 커뮤니티 부재가 불러온 참극, 그나마 외모에선 오크와 고블린을 끼워 넣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랄까요. 그야 그렇잖아요. 오크와 고블린까지 평균치 내는데 넣었다면 그녀의 외모는 참사 수준을 넘어섰을 테니까요. 그렇지 않아도 드워프가 외모 평균치에 합산되다 보니 키는 땅딸막하지 가슴은 커질 기미가 없지... 그래도 엘프 평균치가 들어가서 그런지 얼굴은 계란형인 게 귀엽긴 합니다. 그리고 가족 관계, 여기도 평균치가 들어가서 여느 작품에선 평민이거나 백작이거나 왕족이거나 그렇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평범하게 자작, 이건 나름 선방했다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운명에 있어선 평균치를 내지 못했습니다. 일단 자작가의 딸로 태어나긴 하는데 바람기가 발동한 아버지에 의해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는 비참함을 보여주기 시작하죠. 10살이 되던 어느 날, 그녀는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마법학교에 들어가요. 거기서 원더 쓰리라 불리는 3명의 여자애들을 만나 이전생에서는 만들지 못했던 친구를 만들면서 이제야 인간다운 생활을 만끽해갑니다. 그러나 가족이라는 주박은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해요. 2년 전 불의의 사고로 먼저 떠난 엄마 대신 들어온 새엄마와 데려온 동생에 의해 목숨에 위협을 느껴 유배되다시피 학교로 왔건만 또다시 그럴 위기에 빠지자 그녀는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합니다.
전처의 딸(미사토)은 필요 없다는 귀족의 사정에 떠밀려 학교에서 3년을 채운 후 잠적해서 내 인생은 내 인생으로써 살겠노라 했는데 그녀는 1년하고 조금 더 채운 시점에서 모습을 감춰 버려요. 그리고 12살, 마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시작하는 그녀. 천애 고아나 다름없는 지금, 헌터(모험가)가 되어 벌써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그러다 길드원의 실수로 그녀는 다시 학교에 들어가요. 헌터 양성학교, 우리로 치면 군(軍) 부사관 학교쯤 되려나요. 거기서 붉은 맹세라는 파티명으로 맺어지는 3명의 여자애들과 친구가 되면서 본격적인 그녀의 이세계 라이프가 시작돼요.
자, 일단 마일(미사토)은 평범하게 살고자 합니다. 이전생에서 두각을 나타낸 두뇌 실력 때문에 주변의 기대에 지처 살았던 그녀는 이세계에서만큼은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데요. 하지만 신의 실수로 인해 인간의 평균 마법량 6800배나 되는 능력을 받아 버렸으니 이건 뭐 재채기 한방에 집이 날아가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죠. 그래서 철저히 숨기며 살아가고 싶은데 세상사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잖아요. 무의식중도 있고, 거드름 피우고도 싶고, 이세계로 넘어간 주인공 모두가 똑똑하고 지성으로 무장했다는 걸 비꼬듯 그녀는 실수하는데 거침이 없어요.
거기다 눈치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나를 향한 호감을 모르는 데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도 몰라서 대충 골라잡아 평균치에 맞췄는데 그게 또 평균 이상이라거나, 그러다 보니 자기는 평균으로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주변은 그녀의 능력을 높이사고 말죠.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이래선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녀는 희생양을 만들어 갑니다. FUNA 작가가 만드는 캐릭터 특유의 뺀질이와 악마 기질이 서슴없이 나오는 대목이 바로 여기인데요. 자신이 평범하기 위해 친구들을 먼치킨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겁니다. 사실 이 부분은 수준 낮은 이세계인을 가르쳐 수준 높게 만든다는 클리셰이기도 하죠.
하지만 능력이 있다고 과신하지 않고 뽐내지 않고, 혼자 다 잡아대는 무쌍을 이 작품은 보여주지 않아요. 즉, 이 작품의 특징은 마을 사람( )이나 그자 후에라는 작품과 같이 파워밸런스를 뭉개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는 거죠. 주변을 키워서 대등하게 같이 싸워 나가는 게 뭣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내용은 사실 라이트 노벨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식이니까 내용적인 면에서는 평타 수준입니다. 가령 마일이 아직 자작가에 몸담고 있을 때 아버지와 새엄마의 만행(마일의 친엄마 사망 사건)이 왕에 의해 단죄되는 장면이라던가, 시비 터는 말종들을 퇴치하는 장면들도 전형적이죠.
그런데 옥에 티가 있더군요.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부분이 다소 보였다는 건데요. 설정이 중세 시대라서 그 당시 여자들의 대우가 좋지 못했다는 건 있겠지만 다소 거슬리는 게, 가령 첫 번째 학교에서 시비 터는 남학생이 여자에게 지곤 못 산다는 식으로 1년 넘게 마일을 못살게 구는 모습을 들 수가 있어요. 남자애가 살아온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걸 타인인 마일이 알리가 없잖아요. 거기에 결정적으로 주변에서 한 번쯤 져줘서 남자의 기를 살려주는 게 좋지 않냐는 대목이었군요. 필자도 다소 보수적이지만 이건 좋지 않게 비쳤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학교에서도 남자 위주로 상황을 몰아가는 것도 좀 그랬군요. 요컨대 여자애들의 결정 의사 없이 남자 파티에 여자애들이 들어가게 만드는 장면에선 여자는 남자의 말만 들으면 돼를 느꼈다고 하면 좀 오버려나요. 물론 이후 여자애들이 마음에 드는 남자 파티에 골라 들어가면서 일단락되긴 합니다만. 이 부분에선 아직까지 일본에서 다소 남아 있는 남녀 관계를 보는 듯했습니다. 작가가 그런 마인드인지는 모르겠지만 비난하는 건 아니니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여담으로 일본에서 남녀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게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연설할 때였죠.
- 1,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 2, 마을사람입니다만, 문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