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오라토리아 12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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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이번 12권을 표현하라면 부제목이 딱 어울리지 않을까 싶군요. 동네에서 매너 있고 자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살인마더라라고 한다면 얼마나 소름이 돋을까요. 철저한 내면 연기로 주변을 속이고 뒤로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람들을 죽이는 걸 일상으로 삼고 있던 사람, 그래도 감 좋은 사람은 이웃이 가진 위화감을 느끼고 경계는 했더랬죠. 하지만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요. 게다가 이웃은 피에로까지 준비해두면서 철저한 위장한 덕분에 꼬리를 쉽게 잡을 수가 없었죠. 불의에 맞서고 도시의 미증유의 사태에도 힘을 보태는 통에 주변의 의심은 깊어지지가 않았어요. 그만큼 이웃은 용의주도하였고, 그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고 말아요. 그리고 모든 준비가 끝이 난 시점에서 이웃이 가진 위회감의 정체를 밝혔지만 때는 늦어 버렸습니다.

 

뭣 때문에 손을 내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친구가 되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파티 브레이커로 모험가들에게서 멸시의 대상이 되어 오로지 혼자 다니는 검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그녀가 애처로워 손을 내밀었는지도 모릅니다. 들판에 혼자 핀 고고한 들꽃처럼, 다가오는 걸 거부하듯 가시로 무장한 검은 장미처럼, 놔두면 언제가 무너지고 고독하게 혼자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을 내밀었는지도 몰라요. 그러나 내밀어진 그 손은 얼마나 따뜻했던가.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절망만을 안고 살아가던 그 검은 머리칼의 소녀가 내밀어진 손을 부여잡고 새로운 길을 걸었다면 미래는 바뀌었을까. 만약 좀 더 일찍 그녀와 만났더라면, 그런 부질없는 소망은 손바닥 사이로 빠져나가버린 물처럼 둘의 사이에 종말을 고합니다.

 

위 두 문단은 이번 12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인 이웃에 충격을, 알고 보니 절망만을 안고 살아가던 소녀가 자신에게 내밀어진 손의 따뜻함을 잊지 못해 망설임과 방황 그리고 결단이라는 끝맺음. 이블스 잔당을 완전히 소탕하기 위해 [로키 파밀리아]를 위시한 연합군은 1차전에서 대패를 해버렸습니다. 적이 남긴 함정은 많은 모험가의 생명을 앗아가버렸죠. 특히 검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엘프 '피르비스'의 사망은 독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감이 좋은 사람은 이미 이전부터 그녀의 죽음과 죽음 이후의 행적이라는 복선을 알아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위화감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레피야는 그녀(피르비스)의 진실을 알아가려 하죠. 친구가 죽었다는 충격을 딛고 일어서 진실과 마주한 그녀가 벨 못지않은 영웅전설을 만들어 가는 게 이번 이야기의 포인트라 할 수 있습니다.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해뒀지만 그래도 스포 한다고 항의하는 분들이 계셔서 요즘은 핵심 인물에 대한 스포일러를 자중하려다 보니 리뷰가 자꾸 두리뭉실 해지는데요. 이번에도 그래요. 이블스 잔당을 이끌고 뒤에서 오라리오 붕괴를 주도했던 신(神)의 존재는 이름만 밝히면 누구나 다 아는 존재이죠. 그래서 이번 리뷰를 어떻게 써야 되나 두 시간 넘게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이미 피르비스가 언급된 점에서 감이 좋은 분들은 눈치챘지 싶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선악을 가르는 히이로물에서 알고 봤더니 악당은 사실 선한 사람이었고 시대와 현실이 악으로 물들게 했을 뿐이라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는 필자가 매우 싫어하는 주제인데요.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악당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뭔 말이냐면, 그냥 혼돈의 도가니를 즐기기 위해 도시를 붕괴 시키고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희열을 느끼는 사이코가 악당이라는 거죠. 여기에 이유나 명분은 없어요. 그래서 죽으면 찝찝한 악당이 아닌 죽어서 시원한 악당이 나온다는 거죠. 하지만 여기서 명확히 해야 될 점은 이블스 잔당을 뒤에서 조종했던 어떤 신(神)만이 그렇다는 것이고, 레피야가 진실을 찾아 도달했던 어떤 인물의 경우는 좀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년 전 던전에서 맞이한 절망만을 안고 죽지 못해 살아가던 그 존재는 레피야를 만나 빛을 보게 되었지만 모든 게 늦어버린 상황. 여기서 갈리는 게 성선설로 그 존재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레피야를 후자를 선택하죠. 그 선택의 기로는 처절하기 짝이 없습니다. 마지막 레피야가 목놓아 우는 모습의 일러스트는 먹먹하기 짝이 없었군요.

 

피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십수 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해왔던 어떤 신이 일으킨 미증유의 사태, 던전의 도시 오라리오가 붕괴할지도 무른다는 위기감에 모든 모험가들이 나서서 치르는 대규모 전투, 외전에서는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던 [프레이야 파밀리아]까지 나서지만 사태는 녹록지가 않습니다. 벨을 위시한 [헤스티아 파밀리아]까지 투입되고, 제노스와 오라리오 외부에서까지 전력이 투입되는 등 이제까지 등장했던 등장인물들이 총망라되어 사력을 다하지만 흑막이 준비한 진짜배기는 사람들을 경악 시키기에 충분했군요. 모든 노력들이 허사로 돌아갈 찰나에 우리가 바라는 영웅은 누구인가. 흑막이 미처 계산에 넣지 못했던 단 한 사람, 시대가 영웅을 바랄 때 우리가 생각하는 그가 나타난다. 이걸 두고 전문 용어가 있었는데 생각이 안 나는군요.

 

맺으며, 3부 최종 편이라고 합니다. 원래 12권에서 외전은 끝내려나 했나 본데 작가가 아쉬웠는지 후기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찾아온답니다. 요정 각성 편이라는 걸 보니 아이즈의 이야기는 아닌 거 같고, 이번에 대단한 활약을 보인 데다 성장통을 겪은 레피야 혹은 방황의 류가 아닐까 싶더군요. 둘 다 엘프라는 요정이니까. 레피야의 경우 벨에 필을 받은 로키가 벨처럼 스테이터스를 S까지 올리고 나서 랭크업 시키려고 묵혀 두었는데도 레벨 4로 올린 거 보면 앞으로 집중 성장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하지만 활약은 많이 하는데 임팩트가 와닿지 않아 각성 편에 쓰일 주제로는 적합해 보이지는 않았군요(물론 필자 주관적인 생각). 그렇다면 이블스와 인연이 깊은 류가 아닐까 싶었는데요. 이번 흑막 신(神)이 류가 과거에 속했던 파밀리아를 언급하기도 했고(보면 이런 이야기가 복선이 되는 경우가 있음), 이번에 이블스를 완전히 소탕하기도 했으니 이제 본모습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싶었군요. 근데 류는 또 다른 외전인 파밀리아 크로니클에서 이야기를 이끌고 있어서 아닌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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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전생 9 - 이세계에 갔으면 최선을 다한다, Premium Extreme Novel
리후진 나 마고노테 지음, 한신남 옮김, 시로타카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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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심각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이전에도 필자가 언급한 적이 있지 싶은데요. 이 작품은 필자와 코드가 맞지 않다는걸요. 이유는 지조 없는 개방적인 성(性) 관련 부분은 뭐 여타 작품과 비슷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주인공의 방구석 폐인 시절의 성격을 버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공감을 못하겠더군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거나 매번 자신의 마음을 우선시해서 타인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은 피해자라는 모습은 어떻게 이해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노파심에서 쓰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라노벨만 근 500여권을 읽었습니다. 그중에 문제성이 짙은 주인공도 있었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처럼 어딘가 일그러져있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군요. 그래서 적응이 힘들다고 할까요. 물론 다른 작품의 주인공처럼 똑같이 타인을 포용하고 선인 군자가 되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런 주인공이 있는 것도 괜찮겠죠. 그저 필자와 코드가 안 맞을 뿐이군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주인공 루데우스가 어릴 적 옆집 쿼드 엘프 '실피'와의 재회 후편이 되겠습니다. 이미 훨씬 이전부터 부록 형식으로 실피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왔고, 8권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였으니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분들이라면 초장부터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달으셨겠죠. 모르는 건 이 작품의 주인공뿐. 실피는 참 안타까운 히로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그녀는 동네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야 했고, 자신을 구해준 주인공에게 의존하게 되었지만 너무 중증으로 치달아서 헤어지게 되는 원인이 되어 버렸으니까요. 그보다 어릴 적이라서 자각은 없다지만 주인공에게 성희롱도 당했는데 이거에 대한 트라우마는... 언급이 없는걸 보니 개의치 않는 건지, 이후 그녀는 전이 사건에 휘말려 아슬라 왕궁에 떨어졌고 왕녀 아리엘에게 주워져 피츠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동안 줄곧 그에 대한 마음을 키워 왔을 테죠. 어릴 적 파울로(루데우스 아버지)에 의해 찢어진 후 7년이 되던 해에 드디어 해우는 하였으나 나는 알아보는데 저쪽은 날 못 알아봅니다. 어릴 적 괴롭힘당하던걸 구해줬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법 등을 가르쳐준 소중한 사람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보다는 날 못 알아보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에 그의 곁에 있으면서도 1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내 버리죠. 어떻게 보면 첫사랑을 다시 만났다는 두근거림이라는 풋풋한 청춘 드라마의 한 페이지라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저쪽은 시간이 흘러도 날 알아볼 낌새조차 없고, 실피라는 말조차 없어요. 참 불쌍하죠. 에리스에게 차인 것만 씁쓸한 추억처럼 되뇌고, 9권에서는 거의 언급이 없지만 록시교라는 신흥종교를 만들 정도로 록시에 푹 빠져 있으면서도 제일 처음 만난 이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으니 이 무슨 불합리한가. 사라도 언급하면서 말이지.

 

그럴 경황이 없었다고 서술은 하고 있는데, 결국은 다른 히로인은 다 뇌내에 보관하고 있으면서 실피만 쏘옥 빠진 이유로는 궁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결국은 보다 못한 실피가 행동으로 나서면서 관계가 급진전되어 가죠. 루데우스가 마법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프루세나와 리니아에 이어 나나호시(사일런트)까지 그의 주변에 장착되면서 겉몸이 달아버린 실피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행동에 나섰긴 한데, 정작 문제점인 루데우스는 줄곧 남자인 걸로 알고 있었던 그녀(실피)와의 접점을 이어갈수록 ED가 치료되어 간다는 걸 알아가죠. 여기까지도 그녀가 남자냐 여자냐로 고민만 할 뿐(1) 그녀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미 색안경을 껴버린 필자로써는 이 부분에서 안 좋은 생각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어요.

 

요컨대 ED를 치료하기 위해 그녀의 정체가 무엇이 되었든 이용하려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6개월 전이었다면 그랬을 거라는 독백도 있었고, 뭐 그래도 그녀와 1년 동안 만나면서 피츠(실피)가 남자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계속해서 인연을 쌓다 보니 아랫도리가 반응을 보이더란 말이죠. 그래서 갈등하는 모습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하죠. 하지만 실피가 먼저 행동에 나서면서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었고, 그제서야 그녀와 마주 보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 결말이라 할 수 있는데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더군요. 이것은 실피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맺어진 것뿐 주인공으로서는 뭔가 한 게 있나 하는 의문점이 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피가 홀딱 벗고 나서야 겨우 알아보고 실피?라고 말하는 주인공이란...

 

어쨌건 하나의 인연은 완성이 되었군요. 위에서 주인공을 비난투로 언급은 하였습니다만.

뭐 그래도 책임은 지려고 하니까 자기중심적에 욕망에 이끌려 살아도 그리 나쁜 놈은 아니겠죠.

 

맺으며, 이세계 전이자 '나나호시(사일런트)'의 등장으로 8년 전 전이 사건의 내막이 조금 밝혀지지만 일부러 리뷰에선 언급을 안 했습니다. 외에도 마왕이 찾아오고 마법 대학에서 루데우스의 소문이 살을 더해 부풀면서 경외의 대상이 되는 등 이야기는 매우 많지만 이것도 일부러 언급을 안 했습니다. 왜냐면 필자는 9권에서 하차할까 해서군요. 분명 수작이긴 한데 주인공이 필자와 맞지가 않았습니다. 주인공 성격이 감정이입에 방해를 한다고 할까요. 이번 9권에서는 그런 성격이 많이 고쳐지는 듯하고 12권쯤부터는 흥미를 더해간다고는 합니다만. 나중에 시간이 되면 그때 가서 다시 손대보도록 하죠. 

  1. 1, 공식적으로 실피는 마법대학에서 피츠라는 가명을 쓰고 있으며 남자로 분장하고 있어서 주인공 루데우스 포함 다들 남자로 오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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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11 - Alea iacta est,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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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타냐가 들고 있는 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감자'입니다. 몇 년째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는 있는데, 옆 나라와 국지전이 아닌 여기 집적 저기 집적 거리는 통에 온 사방이 적으로 가득 찼어요. 물자는 진작에 바닥에 나버렸고, 식량 사정은 최악을 달리고 있죠. 그래서 타냐는 어엿한 소녀로 자랐지만 영양실조인지 군에 들어올 때 나이(9살) 그대로의 신체를 가지고 있다고 하니, 존재X가 그녀의 키를 성장하지 않게 손을 쓰지 않았다면 영양실조가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손에 든 저 감자는 옆 나라와 비교해서 먹을만한 게 아니라고 역설하고 있죠. 물자를 최우선으로 돌리고 있는 군의 실정이 저런데 민간인은 표현이 안 되어 있지만 아사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임에도 제국은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작전명 발키리'가 2차대전 독일 군부 상층부에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죠. 전쟁을 지속했다간 남는 건 없고 모두 파멸뿐이라는 생각에 엘리트들이 일으킨 반란, 이 작품은 2차대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서 유사하게 흘러갑니다. 타냐를 비롯해 어떤 고위 장성(이름 자체가 스포일러라서, 이하 온건파)은 확전을 막기 위해 어떻게든 전쟁 지속 강경파를 축출하고 싶어 하는데요. 피폐해질 데로 피폐한 국내 사정과 젊은이는 다 산화해버리고 어린아이와 노인들 밖에 없는 나라에서 전쟁 지속은 그야말로 기름을 드럼통째로 짊어지고 불에 뛰어드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죠. 이쯤에서 종전을 맺었으면 좋겠는데 아니 글쎄 이넘의 강경파가 물자 부족으로 뭘 잘못 처먹었나 느닷없이 남쪽 동맹이자 중립국인 '이르도아 왕국'을 치자며 설레발을 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이르도아 왕국은 아직 뭔 짓을 하지도 않았는데 꿈자리가 사납다고, 그나마 남쪽(이르도아 왕국)에서 조금이나마 물자가 보급되면서 산소호흡기로 겨우 연명하고 있는 주제에 마지막  숨구멍까지 막아버리자고 하니 타냐로써는 미칠 노릇이죠. 게다가 강경파는 '자네, 승진할 생각 없나?' 이럽니다. 유능함의 끝은 꿀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독으로 돌아온 꼴이 되어 버렸죠. 침몰 중인 배에서 뛰어내려 다른 배로 갈아타듯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 중인 타냐로써는 기분 좋은 제안일 리가 없어요. 전쟁 초라면 모를까. 그렇다고 대놓고 거부하자니 이미지가 안 좋이 질 거 같고, 다른 회사에 가서도 이전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이력으로 쓸려면 좋은 이미지로 나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보니 발을 뺄 시기를 자꾸 놓쳐만 갑니다.

 

그래서 결행, 일단 내가 살고 봐야죠. 회사 생활하면서 제일 짜증 나는 부류가 사람이 어쩌다 한번 실적을 높이면 그 기준에 맞춰버리는 상사가 아닐까요. 데이터로 보여주는 국내 물자 사정을 들이밀어도 그동안 어떻게 해왔는데 앞으로도 해봐라라고 하니 미치고 졸도할 노릇. 강경파가 그렇다고 '무타구치 렌야(자세한검색 해보셈)'도 아니라는 것에서 더욱 짜증이 밀려올 뿐입니다. 사람이 악에 받치면 상대에게 이런 말을 하죠. '밤길 조심해라.' 그렇게 요단강 건너까지 친히 모셔다드립니다. 이제 종전을 맞이할 수 있겠지. 근데 나비 쫓아 낭떠러지로 쫓아가본 적이 있나요. 발밑을 신경 안 쓰고 눈에 보이는 것만 쫓은 결과 목숨이라는 비싼 대가를 요구하죠. 강경파를 없앴더니 온건파가 왜 설레발을 치냐고요. 나도 남쪽(이르도아 왕국)을 좀 쳤으면 좋겠는데...

 

분명 얻어맞고 시작한 전쟁인데 왜 자꾸 말릴까. 때린 놈이 벌을 받아야지 왜 자위적 차원에서 반격한 피해자가 되려 나쁜 놈이 되어 온 사방에서 두들겨 패냐고요. 세상에 이렇게 부조리한 것도 없을 테죠. 법에 정당방위의 요건이라는 게 있습니다. 보통 국가라면 과도한 반격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아닌 나라도 있겠지만) 타냐의 제국엔 이런 법률이 없나 봅니다. 난 한 놈만 팬다는 신조에 따라 제일 처음 내게 싸다구 날린 놈만 줘팼으면 되었을 텐데 꿈자리가 사납다고 눈에 뵈는 게 없이 광역 싸다구를 날렸으니 다구리 당해도 어쩔 수가 없죠. 문제는 광역 싸다구 날린 거에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안 하더라는 거. 종전을 기약하며 강화를 모색하러 갔더니 '너 님 미친 거 아님?'이라는 소리를 들어 버립니다. 뺨 한대 맞은 것에 불과한데 반격이랍시고 상대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놓고도 반성의 기미기 없으니 주변의 시선이 고을 리가 없어요.

 

그렇게 타냐와 그녀의 부대는 새로운 전선에 투입됩니다. 여기서 강경파의 확전을 그토록 꺼려 해놓고 그녀는 왜 발을 담그는 걸까 하는 것입니다. 이번엔 필자의 몸 상태가 안 좋아 이야기의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한 측면도 있지만 확전에 대해 일말의 의심이나 거부감 없이 선봉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생각했더니, 그녀와 그녀의 부대는 거지도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을 보인다는 겁니다. 제국 내 물자 상황은 보리 죽도 못 먹을 정도로 처참한데 남쪽으로 내려오니 흰 빵에 고기에 원두 등 눈에 돌아갈 지경인 거죠. 출동이 떨어져 나가야 되는데, 군율 하면 타냐만큼 빡신 상관도 없다는 걸 알고 있는 부대원들이 입에 뭔가를 욱여넣기 바쁜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함 그 자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노가다하는 타냐는 웃겨 죽습니다.

 

맺으며, 고도의 정치적 이야기라든지 이데올로기 등 범인(凡人)으로써는 허들이 높은 이 작품에서 그나마 타냐와 그녀의 부대원들이 부대끼는 이야기로 숨통이 트이곤 하는데 이번 에피소드에서 타냐는 별로 안 나옵니다. 그래서 읽는데 좀 시간이 많이 걸려 버렸군요. 그래도 후반에서 타냐가 꼼쳐둔 초콜릿을 부대원에 빼앗기게 되자 시무룩해지는 것이나, 거지꼴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이나(직설적으로 표현은 안 되어 있고 이 작품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신사적으로), 노가다하는 모습에서 조금이지만 유쾌하기도 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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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공작으로 전생했으니까, 이번엔 너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 4 - Novel Engine
아이다 리즈무 지음, nauribon 그림, 박경용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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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0년 동안 답답해서 어떻게 참았을까. 이 작품에서 비극의 히로인이라고 하면 '샬롯'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국에 속하는 '휴잭'이라는 왕국에서 왕녀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랐던 그녀, 그러나 10년 전 몬스터 떼에 의해 나라가 멸망하고 말아요. 어떻게 도망치기는 했으나 노예상에 붙잡혀 인생 끝장나게 생겼고, 마침 정령에 이끌려온 주인공 '데닝'에 의해 구해지죠. 안도도 잠시, 이제 왕녀로서의 생활은 끝이 나고 그의 종자로서의 생활이 시작되면서 참 못 볼 꼴 많이 봅니다. 온갖 망나니 짓을 저지르는 주인(데닝) 때문에 마음고생이 끊이질 않고, 그(주인)가 집안에서 눈 밖으로 나버리는 바람에 도매금으로 자신(샬롯)도 나락으로 추락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월급도 깎여서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등 차라리 노예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고생을 많이 했더랬죠.

 

근데 그 멸망해버린 휴잭의 수호룡 흑룡이 찾아오면서 그녀의 인생은 졸부 인생으로 바뀌어 갑니다. 드래곤 왈: 그녀(샬롯)의 먼 조상의 목숨을 대가로 나라를 지킨다는 계약을 하고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나라가 멸망했네? 지키고자 했던 나라에 가보니 사람은 없고 몬스터만 바글 거리는 게 아니꼬워서 한바탕 브레스로 긁어주고 마침 바람에 실려온 그녀(샬롯의 조상?)의 향기(?)를 쫓아 마법 학원에 왔더니 조상하고 비슷하게 생긴 여자애가 자기를 퇴치하겠다는 양 꼼지락거리며 앞으로 나온다. 먼 조상하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는 분함, 조상만이 아니라 대대손손 위기 때마다 자손의 목숨을 대가로 나라를 수호하겠다고는 했는데 지금은 나라가 멸망해버렸으니 저 왕녀(샬롯)를 어떻게 해야 하나.

 

주인공 데닝은 그런 흑룡을 무찌르고 일약 스타덤에 올라버렸습니다(다짜고짜는 아님, 자세한 건 스포일러). 그동안의 온갖 말썽쟁이 칠흑 돼지라는 오명을 벗어 버리고 구국의 영웅으로 등극하죠. 이미지는 떨어질 땐 고속도로지만 다시 올리려면 걸어서 63빌딩입니다. 주인공 데닝은 걸어서 63빌딩을 올랐어요. 근데 여기까진 좋으나 왜 커밍아웃을 해가지고 '샬롯'의 심기를 건드리는가. 그동안 그녀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철저히 비밀로 해왔던 그녀의 비밀을 하필 드래곤을 쓰러트리고 이실직고 하는가. 비밀을 말할 때는 진솔하게 서로 마주 보며 차분하게 하는 것, 그동안 자신의 비밀을 비밀로 했다고 단단히 삐져버린 샬롯은 주인과 종자라는 입장을 망각하고 기고만장해지기 시작하는데요. 그동안 돼지 시다바리 하면서 서러웠던 걸까요. 자, 이제 왕녀라고 밝혀졌으니 에헴 나도 왕녀 취급 좀? 이럽니다.

 

전쟁의 기운이 날로 커져만 가는군요. 북쪽 도스톨 제국은 고만고만한 나라들을 집어삼키며 대륙 맹주로 부상하기 시작하고 남방에 위치한 다리스(주인공이 사는 나라)등 다른 나라들은 연합해서 대응을 하려 하지만 녹록지가 않아요. 그런 와중에 지금은 멸망해버린 휴잭(샬롯의 나라)에 도스톨 제국 군인으로 보이는 먼치킨이 한 명 들어와 있는데 조사 좀이라는 퀘스트가 주인공에게 내려집니다. 주인공은 알고 있어요. 그 먼치킨으로 인해 도스톨 제국은 머지않은 미래에 전쟁을 일으키고 다리스 등이 휘말려 세계대전이 된다는 것을. 자, 세계의 운명이 주인공 어깨에 달려 있음요. 이쯤 샬롯과는 냉전 중이고, 관계는 최악을 치달아 갑니다. 뭐, 나름대로 생각은 하고 있었다지만 애초에 샬롯도 데닝에게 비밀로 해놓고 정작 데닝이 비밀로 한 것에는 삐지는 발암 1기가 시작돼요. 

 

뜬금없지만 이 작품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발암적 요소를 안고 있어서 보고 있으면 찌릿찌릿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이 발암적 요소는 불쾌하다는 게 아니라 순진하고 순수한 애들을 보는 거 같은 그런 발암류랄까요. 마치 내 마음을 몰라줘서 삐지는 여친 같은, 몇몇 히로인을 예로 들면 알레시아는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해서 도는 프롤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을 보는 거 같죠. 지동설은 먹히지가 않아요. 요컨대 지구는 자기를 중심으로 돌고 그렇게 돌아야만 하죠. 하지만 속마음은 남들과 어울리고 싶은 지동설을 믿고 싶은데 그놈의 고집과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아요. '카리나'는 내가 왕녀다라며 남의 마음과 입장은 생각도 안 하고 내가 하라면 그렇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듯 주인공을 사자 우리에 집어넣으려 하죠. 그런 주제에 방구석 폐인이고.

 

그리고 진 히로인 '샬롯'은, 우선 손에서 마법 지팡이를 내려놓고 말하자. 그녀는 마법계에 있어서 요리계의 이승기죠. 그녀는 마법을 쓰면 안 돼요. 근데 억척같이 마법을 쓰려 합니다. 노력파라서 어느 정도 성과는 내는데, 결과가 좋지만은 않아요. 마법의 매개가 되는 정령들이 그녀를 외면할 정도니 말 다했죠. 그리고 왕녀라는 신분이 밝혀지자마자 왕녀 취급 좀이라느니 태도가 돌변해서 주인(데닝)과 맞다이 까려고 하지 않나, 지금은 몬스터가 득실거려서 군대도 소용없는 휴잭(샬롯의 나라)에 가겠다고 떼를 쓰니 난감함이 쓰나미로 몰려옵니다. 가겠다는 그 이유도 황당하기 그지없어요(자세한 건 스포일러). 주인공 데닝에게 있어서 여난이죠. 알레시아는 주인공 데닝이 판 무덤(그녀와 약혼했으면서 차버렸거든요.)이기도 해서 까임 당해도 자업자득이긴 한데.

 

아무튼 전쟁 밖에 없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도스톨 제국이 휴잭에 잠입시킨 먼치킨을 제거하기로 하고 데닝과 샬롯이 파견됩니다. 진정한 오크 돼지가 뭔지 보여주마라는 듯 주인공 데닝은 오크로 분장해서 싸돌아다니는데 이건 별로 재미없으니 넘어가고, 막상 휴잭에 들어가 보니 몬스터 마경이라고 해서 사람들의 기피의 대상이었던 땅은 어째 인간보다 더 인간다움이 묻어난다? 그리고 밝혀지는 휴잭을 점거한 몬스터들의 진의, 인간의 말을 하는 픽시 '에어리스'와의 만남으로 샬롯은 심경의 변화를 보이는데... 그제서야 어릴 때 자신을 구해준 게 누구이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가는 샬롯.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행동을 지적해주지 않으면 어리석음을 눈치 못 채죠. 에어리스와의 생활 덕분에 여전히 발암 1기에서 2기로 올라가려는 알레시아와 대조적으로 어른으로 한 단계 성장을 보이게 되는 샬롯이랄까요. 이런 성장을 정말 좋아합니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는 것.

 

맺으며, 발암 제조기 알레시아 덕분에 개그가 사망하지 않고 간신히 인공호흡하고 있는데 조금 더 개그를 집어넣어 줬으면 좋겠더군요. 사실 좀 무미건조해요. 주인공 데닝의 '나는 알고 있다. 미래 어떻게 되는지'같은 독자로서는 알고 싶지 않은 스포일러를 까데기 하는 통에 재미가 반감되고, 사실 주인공이 미래를 알고 있고 그 미래를 주인공이 바꿔 간다가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이긴 한데 걸핏하면 알고 있다고 해서 눈에 좀 거슬려요. 게다가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죄다 둔감해서 타인의 감정을 잘 알아채지 못하는 게 있죠. 이 부분은 나중에 알아채고 진실된 마음에 감동을 받는다 같은 클리셰를 집어넣으려고 했나 본데 이건 이젠 개도 거들떠 안 보는 주재라는 것. 돌려 말하면 그만큼 풋풋한 청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히로인들에게 휘둘리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니 불쌍하기도 하고, 호구스럽기도 하고, 부자연스럽기도 하더라고요. 현실에서 삐진 여친 달래려고 사과했더니 뭐가 미안한데?라고 나오는 여친에게 어떤 대응을 보여야 할까 같은 게 있다고 할까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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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9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금 강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하세요.

 

 

 

우리 속담에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이 있죠. 이 작품에 빗대어 본다면 주인공 다나카가 딱 그렇습니다. 온리 지력에만 몰빵 받은 스텟으로 인해 마법 하나는 끝내주는데, 행운(러키) 스텟은 레벨업을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로 내려가서는 뭔 일을 해도 제대로 되는 게 없어요. 주변에서는 자꾸만 실행 불가능한 미션을 내리지 않나, 들러붙는 여자들은 인외(마물)에 어딘가 정신 상태가 사차원에 사는 그런 형국이죠. 그로 인해 히로인 에스텔이 저지른 성녀 말살은 다나카 인생에 있어서 최대의 난관에 봉착하고 말았습니다. 사랑하는 그이(다나카)를 위한답시고 대성국에 쳐들어가 성녀를 납치한 것도 모자라 끔살을 해버렸으니(1), 이 뒤치다꺼리는 누가 해야 될까. 이젠 다나카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페니제국 전체의 문제로 커져버렸습니다.

 

마왕을 자식으로 길러서 세계의 대모(大母)가 되고 싶었다는 진실이야 어떻든 세상에서 빛으로 추앙받는 성녀의 죽음이 불러온 참극이 시작됩니다. 주로 다나카에게, 어째서 내가 싼 똥도 아닌데 내가 치워야 하는가. 다나카를 위시한 페니제국은 전 세계의 적으로 낙인찍혔고, 바람 앞의 등불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전에 부활한 마왕에 의해 세계가 초토화되고 있습니다만? 내 알 바냐며 페니제국의 왕은 서쪽의 용사를 내세워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려고 하는데요. 결국 정면돌파를 선택해버립니다. 요컨대 민초들에게 추앙받고 있는 대성국하고 맞다이 까기로 한 거죠. 근데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서 다나카의 마이너스 행운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는데요. 왕은 그에게 오더를 넣어 뭐라도 해봐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입지 좀 다질려고 무술(마법) 토너먼트 대회를 개최... 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말입니다. 당대 최악의 마왕이 부활해서 날뛰고 있는데 이러고 싶을까 하는 일이 벌어져요. 그러거나 말거나 서쪽의 용사를 밀고 있는 페니제국으로써는 서쪽의 용사를 어떻게든 민초들의 우상으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갑니다. 주로 다나카가, 요컨대 얼굴마담이 필요한 시점. 참고로 대성국 쪽에서는 동쪽의 용사가 출전한다는군요. 그는 예전에 소피아의 다리를 댕강 잘라버린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번에 아픈 꼴을 좀 당해봤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너굴맨이 처치해줬다는 짤이 들어갈만한 일이 벌어지는 게 조금은 유쾌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렇게 토너먼트가 시작은 되는데, 다나카의 마이너스 행운은 어디에 가지 않고 계속해서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지금에야 언제나 긍정맨으로 세상만사 좋게 보는 다나카지만 이세계로 넘어와 고생을 참 많이 했죠. 못생겨서 감옥에 갇히고 여자(주로 에스텔)에겐 납작 얼굴 생김새로 인해 온갖 독설을 들어야만 했어요. 돈 한 푼 없이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삶을 꾸려야 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비참하다시피 아부해서 생을 연명하는 등 그야말로 흙수저가 따로 없었습니다. 이게 다 그만의 살아가기 위한 처세술이라는 것에서 좀 씁쓸하게는 합니다만. 아무튼 노력하는 자에게 빛이 있나니. 비굴했던 삶 끝에 지금은 백작이라는 귀족의 자리까지 꿰찼군요. 그동안의 인생을 돌이켜보면 백작이라는 자리는 남는 장사가 아니라 오히려 손해 본 장사지만 뭐 어떠리요. 지금은 번듯한 마을도 만들었고, 인외(마물)에 일부는 정신 상태가 병원에 가봐야 할 정도로 안 좋지만 나름대로 히로인들도 있고.

 

그런 삶을 지키려면 지금의 미증유의 사태를 어떻게든 넘어서야겠는데 주위에서 도와주질 않는군요. 그토록 나오지 말라고 했던 드래곤(로리곤)과 에디타 선생의 난입은 그렇지 않아도 탈모로 고통을 받고 있는 다나카의 두피의 상태를 더 안 좋게 만들어 버립니다. 안 그래도 폭발물이 발견되는 등 대성국에서 테러하지 않을까 노심초사인데, 그걸 비웃듯 아니 다나카의 마이너스 행운을 찬양하듯 끔살 당했을 거라 여겼던 성녀의 등장은 지금의 다나카도 예상하지 못했겠죠. 정말 다나카의 마이너스 행운의 위력은 대단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로 끝나지 않고 다나카에게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는고? 하는 물음을 던지기 시작하는데요. 우리 속담엔 산 넘어 산이 있고,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있죠. 대성국이 얼굴마담으로 내세웠던 성녀와 그녀를 죽이는데 일조한(경위어 어떻든) 페니제국, 그리고 여기서 죽은 줄 알았던 성녀의 등장.

 

그리고 때에 맞춰 에스텔의 난입은 사태를 더욱 점입가경으로 만들어 갑니다. 아니 어떻게든 좋게좋게 해결하려는 다나카를 이리도 못살게 굴 수 있을까 하는 상황 연출은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죠. 근데 사실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건, 그나마 소피아(메이드)가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소피아의 행운 수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다는 건데, 소피아는 다나카의 측근(비서)이죠. 어쩌면 이 모든 게 소피아의 행운이 불러온 희극이 아닐까. 그녀의 행운 덕분에 나라가 멸망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게 그녀(소피아)가 다나카에게 맞선을 요청한 덕분이 아닐까 하는 개그물이면서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정작 본인(소피아)은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줘서 슬프다고 할까요.

 

맺으며, 각양각색의 캐릭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드래곤(로리곤)과 에디타 선생의 투닥질이라든지, 소피아의 서민적인 부들부들 모드라든지, 언제나 자리를 잘못 펴서 상황을 꼬이게 만드는 에스텔이라든지, 쇼타 거시기 등등, 이런 캐릭터 때문에 사건에 휘말리고 해결하지만 돌아오는 건 없는 인생을 사는 주인공. 그래도 백작의 지위와 드래곤 시티라는 마을을 손에 넣었으니(맨땅 헤딩으로 만든 거지만) 실패한 인생은 아닌데...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언제나 의욕 과다로 헛도는 에스텔이 싼 똥 때문에 곤란을 겪게 된 페니제국의 위신을 살리고 마왕을 무찌르기 위한 전초전 준비를 위한 토너먼트 개최입니다. 이 토너먼트도 밋밋한 게 아닌 조금은 개그를 동반하고 있죠.  하지만 이 개그도 중반까지 일 뿐이군요. 후반은 현실로 '진짜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 연출됩니다. 10권에서 제대로 언급하겠지만 작가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안다고 할까요. 그건 인트로만 보여주고 본 내용은 보여주지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안달하게 만드는 것.


 

  1. 1, 요약하자면 다나카는 마왕을 품고 있던 성녀 때문에 고생을 참 많이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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