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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라운드 아서스 1 - 쓰레기 아서와 악당 멀린, L Novel
히츠지 타로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그림, 최승원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하세요.
'변변찮은 마술강사와 금기교전'을 집필한 '히츠지 타로'의 차기작이 되겠습니다. 일러스트는 어마금과 던만추(소드 오라토리아)를 그렸던 '하이무라 키요타카'이고요. 일단 작가의 전작인 변마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만큼(올 1월 기준 300만 권이 팔렸다고 하니) 이 작품(아서스)도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죠. 거기에 '하이무라 키요타카'가 보여주는 세기말적인 분위기의 일러스트는 작품의 내용과 상당히 어울리기도 합니다. 각설하고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은 [아서 왕 계승전]에 참가한 11명의 아서왕 후보자들이 각축을 벌인다는 이야기인데요. 요컨대 왕의 자리를 놓고 사생결단을 낸다는, 성배가 왕으로 바뀐 것뿐 Fate(이하 페이트) 시리즈와 아주 유사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왕이 되면 세계를 주무를 수 있는,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뭐 그런 이야기인데요.
위에서 페이트 시리즈와 유사하다는 이유가, 우선 서번트에 해당하는 '짹'이라는 영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페이트 시리즈와 차별을 둘려는지 이 작품의 영령은 시대의 영웅이 아닌, 아서 왕과 관련이 있는 인물에 한정 시켜 놓았다는 것뿐이지만요. 그 이외에 스킬이라든지 엑스칼리버라든지, 페이트를 먼저 접하신 분이라면 적응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 페이트를 접해보지 못하신 분이라면, 음... 상당히 중2병스러워서 읽는 내가 이불 킥하고 싶을 정도로 오글 거린다고 할까요. 가령 남주 '린타로 등장씬이라든지, 스킬 명 쓸 때라든지, 세계관 소개를 읽다 보면 영웅물이나 모험물을 좋아하는 10대 소년들이 매우 좋아할 만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 사실 이 부분 때문에 중2병이라는 느낌을 매우 많이 받죠(필자 주관적).
아무튼, 히로인 '루나 아르투르'도 [아서 왕 계승전] 참가자입니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계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스파르타 교육을 받은 영재이지만(가정 교육이 편중됨)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떠맡다 보니 의욕은 개뿔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실력은 아래에서 세는 게 빠를 정도로 꼴찌를 달리고 있죠. 이쯤에서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는 꼴찌의 반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녀가 자신보다 창창한 실력자들이 즐비한 계승전에서 질게 뻔한데도 나가는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게 또 다른 포인트이기도 하죠. 문득, 이세계 치트물을 많이 보신 분은 그녀가 힘을 숨겨놓은 실력자라거나, 무능이라고 해놓고 무능의 대표적인 스킬로 먼치킨이 되어 간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가 아닐까 하실 텐데요.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하겠습니다.
루나의 등장은 매우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계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왕 후보자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무기 '엑스칼리버'를 군자금 모은답시고 팔아 버립니다. 주객이 전도된다는 건 이런 건가 싶은, 칼이 없으면 싸우질 못하는데, 싸우겠다고 팔아버리는 만행을 저질러 주죠. 자신의 '짹'인 '케이 경'을 소환해서 코스프레를 시켜 아이돌화한 후 돈벌이에 동원합니다. 학생회장에 당선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건 예사고(이때 남주 '린타로'가 휘둘리는 장면은 압권이죠), 돈을 벌기 위해 빵을 도매점에서 떼와 파는 등 이제까지 못 봤던 히로인의 기행이란 기행은 모두 루나에게 갖다 붙여놓은 것마냥 생각의 틀을 벗어낫게 함으로써 매우 황당함을 선사하는데요. 남주 '린타로'와의 만남에서도 그에게 내 발을 핥아라며 의기양양하는 모습에서 얘가 뭘 잘못 먹었나 싶은 게요.
그리고 남주 '린타로', 전생의 기억을 가진 자칭 '치트용사'인 그는 계승전에 참가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후보자로써 참가하는 게 아닌 조커로서 여주 루나의 진영에 가세하게 되는데요. 최약의 루나에 붙으면 뭔가 재미있을 거 같았는데 실상은 그녀에게 휘둘리게 되면서 후회막급한 생활을 이어나가게 되죠. 가령 수업 시간에 루나를 저격해 악의적인 문제를 낸 선생에게 대항하고자 그녀는 린타로를 재물로 바쳐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학교에 적응 못하는 린타로를 도와주려는 루나의 배려가 느껴지는데, 알고 보면 이게 질이 매우 나빠요. 뭔지는 직접 보고 느끼시길 바라고요. 학생회장이라는 사리사욕을 위해 주변 모든 걸 이용하면서 악의 독재자, 쓰레기라는 소리를 달고 사는 게 루나의 지금 포지션이죠. 읽다 보면 부제목인 '쓰레기 아서와 악당 멀린'은 진짜 잘 지었다는 느낌이 들게 됩니다.
근데 문제는 그녀의 사리사욕이 학생들에겐 긍정적으로 다가간다는 괴리감을 선사한 다는 것입니다. 쓰레기 선생을 퇴출시키기도 하고, 식당 메뉴를 개선하기도 하고, 학교 온 곳을 돌아다니며 말썽을 일으키는데 태어났으니까 인생을 산다기 보다, 인생을 즐기기 위해 태어났나 싶을 정도로 그녀의 활약은 매우 눈부시다 할 수 있습니다. 이게 전염이 되어 학생들도 밝은 모습이라는 괴리감. 항상 긍정적이 되어 어려움이 닥쳐도 어떻게 되겠지, 린타로 같이 고리타분한 사람에겐 지옥이지만 별생각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밝은 사람은 없다는 모습들을 보이죠. 사실 이런 부분들은 90년대에나 먹힐만한 개그 일색이랄지, 가령 실수했네? 혓바닥 내밀며 자기 손으로 머리 콩 하는 장면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을 자주 보여주는 가벼움이 좀 있습니다. 진지한 면이 없다고 해야겠죠.
하지만 그녀가 계승전에 참가한 진정한 이유를 알게 되면서 왜 그녀가 쓰레기 짓을 할 수밖에 없는지 하는 안타까움이 슬금슬금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유 없는 반항은 없다고 했던가요. 린타로 마저 그녀의 쓰레기 짓을 참지 못하고 결별을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면서 솔직히 발암 그 이상은 아닌 상황까지 가게 돼요. 하지만 다른 계승전 참가자들과 전투를 벌여 가면서 엑스칼리버를 팔아버린 이유, 학생회장이 되려는 이유, 루나는 분명 최약이지만, 그녀를 통해 왕으로서 진정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조금식 서술하면서 초반 분위기를 날려 버리게 되죠. 그녀가 쓰레기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랄지, 미소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 졸지에 그녀를 욕했던 사람들만 나쁜 놈이 되어버리는데요. 작가가 뒤통수치는 실력이 대단하다 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은 마음을 숨기고 밝은척하는 히로인이라는 클리셰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긴 합니다만.
결국 소년물의 클리셰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데...
맺으며, 일단 이야기 구성 자체는 매우 탄탄합니다. 작가가 아서 왕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는지 방대한 자료를 풀어 놓더군요. 문제는 중2병스럽다는 것이지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10대나 20대에게 먹힐만한 이야기고 나이 좀 들은, 필자 같은 고령(?)의 독자와는 안 맞을 수 있습니다. 이상보다는 현실이 많이 보이게 되더군요. 하지만 남의 공을 가로채고 불법을 저지르면서 태연하고, '짹'을 코스프레 시켜서 아이돌로 만들어 돈벌이 시키는 극악 무도함, 루나의 제기 발랄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모습은 요즘같이 희망이 필요한 시대에 웃음을 선사하기엔 충분했습니다... 만은, 진지하게 살아가지 않는 모습에서 조금은 짜증을 불러오기도 했군요. 이게 다 복선이었다고 중반 이후부터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서 혀를 차게 만들기도 하는, 그래서 이번 리뷰도 쓰는데 고역이었습니다.